드레드노트 도색하시면서 붙힌 설정이 너무 맛있어서 써온 소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울티마 세그멘툼의 아그리 월드 필레-15.
그곳은 최근 잠들어있던 네크론 왕조의 각성으로 전장이 되었고, 울티마 세그멘툼의 행성 방위군, 울트라마 억실리아의 필사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행성 전역에서 각성하는 네크론들의 공세는 행성 총독 요새의 방어선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울트라마 500 세계 중 하나인 필레-15의 구원 요청에 울트라마린이 응했고, 울트라마린 챕터 4중대와 후계 챕터의 증원으로 성전군이 구성되었다.
성전군의 파괴적인 강습과 함대의 지원으로 전선은 기적적으로 다시 밀려나기 시작했고, 아스트라 밀리타룸 연대의 증원이 이어져 네크론들에게 인류 제국의 영토에서 각성해 제국을 위협한 죄를 물어 절멸이라는 황제 폐하의 정의를 세우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네크론의 교활한 오버로드는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던 네크론 무덤을 각성시켰고, 성전군의 후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네크론들의 공격에 성전군의 전선은 와해되었으며 고립되고 말았다.
공세의 선봉으로 나섰던 울트라마린 4중대의 서전트 루카리우스가 이끄는 인터세서 분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위대한 용기와 황제 폐하의 정예로서의 기량으로 네크론들을 쓰러트리며 위치를 사수했으나, 가면 갈수록 네크론은 더욱 많아졌고 버티던 형제들과 가드맨, 행성 방위군들은 줄어만 가고 있었다.
침묵을 유지하며 가우스 무기를 쏘아대는 네크론들과 지축을 울리는 진동은 루카리우스에게 간악한 제노들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해방했으며, 곧 이 위치를 공격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는 복스 캐스트를 열어 주변의 모든 아군에게 전했다. 이곳에서 있을 위대한 분투와 마지막까지 두려움 없이 싸우는 이들의 위대한 용기를 아직 남아있을 형제들과 아군들이 들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이 장소로 돌아와 우리의 진시드를 회수해 챕터를 유지할 근간을 세울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현재의 좌표를 외쳐 모두가 듣게 했다.마지막 의식과도 같은 보고를 끝으로, 루카리우스는 남아 있는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필멸자 병사들의 그 위대한 용기를 칭송하고 경의를 표했다.
진동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루카리우스는 체인소드를 꾹 쥐고 볼트 피스톨을 들었다. 저 너머에서 고개를 들이밀 은빛의 해골에게 가장 먼저 볼터의 탄환을 선사하기 위해 조준했다.
그러나 거기서 나타난 것은 네크론의 생기 없는 얼굴이 아니었다.
푸른 빛의 아다만티움 장갑 위에 기계교부터 시작해 수많은 챕터의 인장들이 새겨져 있는 리뎀터 드레드노트가 파워 피스트로 네크론을 산산조각 내고, 플라즈마 캐논의 눈부신 푸른 탄환을 충전해 쏘아내며 네크론의 전쟁 기계들을 녹여버렸다. 가우스 라이플의 광선이 드레드노트의 왼쪽 기계 팔 외피 장갑을 녹여버렸으나, 그 강력한 전쟁 기계에 탑승한 선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성한 플라즈마 캐논의 탄환인 작은 태양으로 되갚아주었다.
전투의 소음이 사라지고 멀리서 산발적인 총성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드레드노트의 거체가 몸을 돌려 스피커를 통해 그의 대체된 기계 성대의 목소리를 옮겼다.
"모두 괜찮은가?"
루카리우스는 그를 알고 있었다. 테크마린 하간 형제와 아포세카리 그라우스 형제가 드레드노트에 안치된 선조들의 정기 검진을 위해 깨울 때마다, 유독 성질을 다스리기 어려운 선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뎀터 드레드노트의 호전적인 머신 스피릿 탓인지, 원래부터 그런 성격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깨어날 때마다 자신의 기계 육체에 멋진 문양을 새겨달라고 하거나 멋들어진 맹세가 적힌 퓨리티 씰을 붙여달라는 등, 유독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선조였다고 들었다.
그런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장 먼저 가장 위험한 전선에 뛰어들어 형제들과 필멸자들을 구해냈다. 그의 왼팔 견갑이 녹아내렸는데도 그는 자신을 살피지 않고 형제들과 전우들의 안위부터 살폈다.
루카리우스는 아무리 형제들의 말이라곤 하나, 전해 들은 것만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려버린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루카리우스는 몸을 일으키고는 고개를 숙였다.
"저희는 무사합니다, 명예로운 형제여."
"그렇군."
그의 대답은 짧았다. 드레드노트의 몸체가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루카리우스 역시 무기를 들고 구덩이에서 나와 그의 옆에 섰다.
"아직 적들이 남아있습니다, 강력한 형제여."
그의 목소리엔 존경심이 담겨있었다. 드레드노트에 수없이 새겨진 각 챕터의 인장들이 다르게 보였다. 드레드노트의 몸이 조금 루카리우스의 방향으로 돌아갔다.
"저들은 오늘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승리를 이끌어왔듯이, 이번에도 그리할 것이 당연하다는 확언이자 그의 고결함을 증명하는 자긍심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형제여."
그 말에 루카리우스는 존경을 담은 눈으로 드레드노트를 돌아보았다. 그가 내리는 지시나 조언을 들을 준비를 했다.
"방금 날아간 내 왼쪽 견갑에, 사실 꽤 마음에 드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네. 지난번 데스워치에서 복무할 즈음 화이트 스카 챕터의 형제가 존경의 의미로 새겨주었던 문장이었지."
그 말에 루카리우스는 탄식을 뱉었다. 데스워치에서의 명예로운 복무 중 얻은 인장. 심지어 다른 챕터의 형제가 존경의 의미로 새겨준 명예로운 전훈의 증명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간악한 제노들이 녹여버렸고, 그것을 다시 새길 방법은 이제 없을 것이다. 루카리우스는 분노를 느끼며 체인소드를 꾹 쥐었다.
"그들은 그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강력한 형제여."
그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드레드노트의 스피커에서 웃음 같은 소리가 울렸다.
"그래, 그럴 것이라네."
드레드노트의 목소리엔 유쾌함마저 느껴졌다. 루카리우스는 다시 전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증오스러운 네크론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 왼쪽 견갑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거기엔 이번에 참전한 밀리타룸 연대의 인장이 새로 새겨지면 좋겠군. 그것이 텅 비어있다면 영 허전할 것 같아서 말이네."
루카리우스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드레드노트를 향했다. 낄낄거리는 소리 같은 것이 스피커로 흘러나왔고, 드레드노트는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포화 속을 향해 그 파괴적인 몸체를 몰아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이거 보면서 와 개맛있다 하고 있다보니 정신차리고 나니까 이런 소설이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