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저 <헤일로 5> 하나 해보겠다고 Xbox One을 구매하고 <헤일로: 마스터치프 컬렉션>을 정주행한 뉴비입니다. 나름 돈과 시간을 들였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서 리뷰를 씁니다.
*스샷과 영상은 모두 Xbox One 게임 DVR 촬영 기능으로 찍었습니다. 화질이 조금 부족해도 양해 구할게요. ㅠㅠ
■ 헤일로 5는 어떤 게임?
먼저 <헤일로> 시리즈를 모르는 분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헤일로> 시리즈는 외계인의 침략에 저항하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은 SF물입니다. 장르는 FPS이며(일부 외전 제외), 본편은 중장갑 슈트로 무장한 강화병 ‘마스터 치프’가 주인공으로 활약했습니다.
본편은 북미 게임이라 그런지 화끈하게 때려부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핵폭탄을 쑤셔넣어 외계인 함선을 박살내기도 하고, 은하계 전체의 생명을 소멸시킬 수 있는 지름 1만 km짜리 고대 병기 ‘헤일로’가 작동 못하도록 저지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시리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마스터 치프가 외계인의 음모를 분쇄하고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어요.
<헤일로> 시리즈는 외계 세력과 사투를 벌이는 인류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입니다.
그중에서 본편은 '마스터 치프'라는 인물의 영웅담을 다루고요.
이렇게 보면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여기에 열광하는 해외 게이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해내는 마스터 치프의 영웅담에서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요. 세계관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정도로 세계관이 탄탄하기도 하고요.
또한 개인화기는 물론 각종 중화기, 기갑 유닛, 공중 유닛까지 활용해 미션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상당히 좋기도 합니다. 멀티플레이 모드도 꽤나 재미있는 편이고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2015년 7월 기준으로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6,500만 장의 판매 기록을 남겨 명실상부 트리플A급 프랜차이즈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한 최신작이 바로 <헤일로 5>입니다. 비록 새로운 주인공 ‘제임슨 로크’의 비중이 크다는 점부터 시작해 몇몇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1) 인류를 위협하는 적과의 사투 (2) 대규모 전장 (3) 양질의 멀티플레이라는 전통적인 특징은 고스란히 살렸습니다.
제임슨 로크라는 새 주인공이 합류한 <헤일로 5>, 프랜차이즈의 명성에 걸맞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 이 게임은 뭐다? 저돌적이고 화끈한 전투를 내세우는 FPS
소개는 이쯤으로 정리하고 재미있었던 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죠.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언급할게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지라.... 재미있었던 점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전투하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다른 FPS에서는 엄두도 못 낼 저돌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거든요. 자동으로 회복되는 방어막과 체력 덕분에 적의 공격을 뚫고 돌격하기 쉽고요, 근접 격투 기술이 강력한 덕분에 돌격해서 적을 쓸어버리는 전술이 비교적 잘 통하거든요.
전작과 비교해도 굉장히 저돌적입니다. 전력질주해서 어깨로 들이박아버리는 ‘스파르탄 차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닥을 찍어버리는 ‘그라운드 파운드’라는 근접 격투 기술이 추가됐거든요. 덕분에 육탄돌격으로 적을 처치하는 재미가 크게 강화됐습니다.
또한 약간의 실수 때문에 게임 오버 당하는 일도 없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조연급 동료 3명이 함께 참전하는데, 플레이어가 행동 불능에 빠지면 얼른 달려와서 부활시켜주거든요. 자그마한 실수로 죽어 게임 오버될 가능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더욱 더 부담없이 저돌적이고 호쾌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FPS 중에서는 굉장히 저돌적인 플레이를 권장하는 게임입니다. 그만큼 화끈한 맛이 있죠.
심지어 전작보다 한층 더 저돌적으로 변했습니다. 스파르탄 차지라는 육탄돌격 기술에
적을 내리찍는 '그라운드 파운드'가 추가돼서 더 화려한 격투전이 가능해졌거든요.
사소한 실수로 죽어도 동료가 살려 줍니다. 덕분에 적극적으로 싸울 수 있죠.
겸사겸사 FPS 중에서는 중화기, 탈것을 자주 이용할 수 있는 편이라서요. 거치형 개틀링을 뽑아서 적을 벌집으로 만들어준다든지, 외계인의 탈것을 빼앗아서 전세를 역전한다든지, 탱크를 타고 포탄 세례를 날려준다든지... 중화기를 획득할 수 있는 타이밍만 익혀두면 얼마든지 화끈한 화력전으로 적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난이도를 높여서 플레이하면 몸을 사려야 필요성이 생기지만, 그래도 가장 대중적인 보통 난이도에서는 호쾌한 플레이가 가능해요. 본인 실력이 뛰어나다면, 혹은 코옵 모드를 선택해 친구와 함께 플레이한다면 높은 난이도에서도 저돌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 테고요.
적어도 엄폐물 하나 끼고 빼꼼 나와서 쏘고 다시 들어가고를 반복하는 플레이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FPS에 비하면 매우 속 시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셈이죠. 이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화기, 탈것도 다양히 있어서 화끈한 화력전을 펼칠 기회도 많이 주어집니다.
■ 직선형 진행 방식, 하지만 의외로 입맛대로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점은 직선형 진행 방식을 내세운 게임인데도 다양한 공략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두터운 장갑을 두른 ‘헌터’나 ‘나이트’를 상대할 때 어떻게든 중화기를 획득해 정면으로 대적할 수도 있는데요. 가까이 다가가서 약점을 사격해 장갑을 벗기고 처치할 수도 있습니다. 실력이 좋다면 그라운드 파운드로 스턴을 걸고 약점 사격해서 잡아버릴 수도 있고요.
외계인 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탈것이나 중화기를 이용해 정면대결을 하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요. 기총 사수만 원거리에서 제거한 뒤 탱크에 달라붙어 탱크 안에다 수류탄을 집어넣어 파괴하거나, 그냥 주먹으로 때려부술 수도(...) 있거든요.
심지어 본래대로라면 탱크나 군용 지프를 타고 진행해야 할 미션을 그냥 뛰어다니며 클리어하는 막장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미션은 적이 어마어마하게 나오기 때문에 탈것을 안 타면 고전을 면치 못하긴 하지만요, 적어도 제때 탈것을 안 탔다고 게임 오버가 되는 경우는 없는 듯 하더군요.
방어력 높은 적을 중화기로 박살내든 약점을 쏴서 잡든 플레이어 마음대로입니다.
탱크도 맨손으로 격파 가능합니다. 공략법이 자유로운 편이에요.
한 마디로 직선형 진행 방식을 내세운 게임 치고는 자유도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역대 <헤일로> 시리즈가 그래왔듯이 말이죠.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입맛대로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공략수단이 아주 다양하게 주어지는 미션이 한정돼 있거든요. 솔직히 자유도를 따지면 <헤일로 3>보다는 한 수 아래입니다.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었고, <헤일로 4>보다는 확실하게 자유도가 높아졌으니 장점으로 꼽을게요.
비록 <헤일로 3> 정도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공략은 <헤일로 5>의 묘미로 꼽을 수 있습니다.
■ 10점 만점에 11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멀티플레이 모드
무엇보다 <헤일로 5>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멀티플레이 모드였습니다. 4:4 PvP와 12:12 PvP 모드가 있는데 둘 다 굉장히 재미있었거든요.
먼저 4:4 PvP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모드 자체는 전통적이에요. 무제한으로 부활 기회가 주어지며 적팀을 상대로 먼저 50킬을 기록하면 승리하는 ‘슬레이어’ 모드, 거점을 장악해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 점령 모드, 적진에서 깃발을 3회 빼앗아와야 하는 ‘캡쳐 더 플래그’ 모드, 죽으면 다음 라운드까지 부활을 못하는 ‘육박전’ 등등. 다른 게임에서도 숱하게 많이 봤을 모드들입니다
4:4 PvP 모드는 섬멸, 깃발 빼앗기 등 전통적인 게임 모드들을 내세웁니다. 다만...
어썰트 라이플과 매그넘을 제외한 나머지 무기는 맵 곳곳에서 주워써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편해보이지만 나름 묘미는 있습니다. 좋은 무기 근처에서 팽팽한 접전이 일어나 스릴감이 더해진다든지, 중화기를 주워서 적을 쓸어버리는 쾌감이 더해진다든지 등등...
다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어설트 라이플(육박전에서는 SMG)과 매그넘만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는 점, 다른 무기를 쓰려면 맵 곳곳에 떨어져있는 무기를 주워서 써야 한다는 점이죠.
처음에는 이걸 보고 ‘좋아하는 무기를 처음부터 못 쓰면 답답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어차피 무기 리스폰 위치를 외우면 자기 마음에 드는 무기를 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거든요.
덤으로 무기 리스폰 위치를 중심으로 싸움이 일어나니 적팀과의 팽팽한 교전을 경험하기 쉬웠고요. 또한 적을 처치하고 원하는 무기를 손에 넣었을 때는 이만저만 기분이 좋은 게 아니더군요.
특히 로켓 런쳐나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강력한 무기를 얻었을 때는 기분이 째지도록 좋아집니다. 그걸 이용해서 연속 킬을 거둘 수 있거든요. 이러한 차별점 덕분에 익숙한 모드를 새로운 기분으로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덤으로 <헤일로 5>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멀티플레이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인지 <헤일로 5>의 4:4 PvP 모드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 거 같아요.
암살, 스파르탄 차지, 그라운드 파운드 등 저돌적인 공략법도 멀티플레이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어느 정도로 저돌적인 플레이가 가능한지 보여드리기 위해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12:12 PvP 모드는 전장 어썰트와 전장으로 나뉘는데요. 전장 어썰트는 건물을 두고 수비팀과 공격팀이 격돌하는 모드라 평범해 보이는데, 전장은 꽤나 신박합니다. ‘헤일로 AOS’라 할 수 있거든요.
자세히 살펴보면 AOS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주어진 거점 3개를 점령한 뒤 적 기지의 코어를 파괴하거나 1,000포인트를 먼저 달성하면 승리한다는 룰을 내세우고 있고요. 전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아이템 상점이 업그레이드돼서 등급이 높은 무기를 사들일 수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또한 맵 곳곳에는 퇴치하면 NPC 외계인 부대가 등장하는데요. 덕분에 적팀과 싸우는 동시에 NPC를 처치해야 하는 행위, 속칭 ‘정글링’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장을 플레이할 때는 AOS 맵을 FPS 조작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거점을 점령하고 적 기지 코어를 부숴야 하는 전장 모드.
적팀과 싸우고 맵 곳곳에 있는 NPC도 사냥해야 하고 할 게 많습니다.
AOS와 헤일로 5전장 공통점 |
- 구조물을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되기 쉽다 (AOS는 라인 별 포탑,헤일로 5 전장은 거점 건물) - 스노우볼링 효과가 있다. AOS에서 레벨을 올려 더 높은 능력치, 더 다양한 스킬을 쓰듯 헤일로 5 전장은 좋은 성적을 거둬 무기고 등급을 올려 더 위력적인 무기/탈것을 구매할 수 있다 - 맵 곳곳에 NPC 몬스터가 출몰해 정글링을 할 필요가 있다 |
차이점 |
- 굳이 코어를 부수지 않고 1,000포인트만 모여도 승리하기 때문에 금방 끝난다 - 레벨이 없다. 오로지 장비 차이만 있을 뿐. - 사망하면 구입한 무기를 잃는다. 또한 적의 무기, 탈것을 빼앗아 역으로 털어줄 수 있다. 스노우볼링 효과를 쉽게 끊고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유리한 편 (물론 실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 AOS에서 크립을 잡으면 경험치, 돈, 버프 등 간접적인 혜택을 받지만, 헤일로 5 전장에서 NPC 몬스터를 잡으면 승리 포인트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 |
그래서 어떻냐 하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스토리가 최악이라 해도 전장 덕분에 <헤일로 5>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일단 좋은 성적을 거둬서 중화기와 탈것을 뽑아 적을 더 밀어붙이는 쾌감이 있습니다. AOS에서 말하는 ‘스노우볼링’ 효과가 있는 것이죠. 눈덩이를 굴리면 굴릴수록 점점 커지듯이 전투에서 본 이득을 이용해 더 큰 이득을 거두고 더욱 더 상대를 궁지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도 상대팀의 스노우볼링 효과를 저지할 방안이 확실히 존재하고요. 상대를 죽이고 무기나 탈것을 파괴하거나 빼앗을 수 있거든요. 물론 장비 차이가 나는 적을 상대로 무기를 파괴하거나 빼앗기가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잘 해내면 역전도 노릴 수 있어요.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차량 탈취 기술은 멀티플레이에서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군과 협동하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합니다. 2인승 탱크를 타서 한 명은 포를 쏘고 한 명은 기총을 쏘며 적 진영을 쓸어버릴 수 있고, 한 명이 공중 유닛을 뽑아 건물 옥상에 있는 적을 저지하는 동안 남은 인원이 지상에서 진군해 건물을 빼앗는 등 별의별 협동 플레이가 가능하거든요.
그러면서 전투가 쓸데없이 늘어져 지루해지지도 않고요. 거점 3개를 장악한 뒤 적 기지 코어를 부수려 하니 적의 저항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그냥 주변에 있는 NPC 부대만 사냥해 포인트를 벌어 1,000포인트를 채우고 승리를 거둘 수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FPS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만한 모드라고 생각해요. 혼자 플레이해도 괜찮고 아는 사람 모아서 2~4인 플레이를 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가능하면 사람 모아서 2인승 탈것을 활용하길 권하고 싶지만요.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싱글 플레이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더불어 후술하겠습니다.
2인승 탈것으로 적을 몰아붙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꼭 아는 사람과 함께 하세요.
■ 문제점은? 약간씩 아쉬움이 남았던 신규 시스템들
그럼 이제 아쉬운 점을 하나씩 짚어볼까요. 스포일러가 담길 수밖에 없는 스토리 비판은 잠깐 미뤄두고, 캠페인의 전투와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느낀 아쉬움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캠페인에서는 동료 시스템이 아쉬웠어요. 주인공 말고 3명의 스파르탄이 참전하는데, 이들을 세밀하게 조작할 수단이 없습니다.
십자키를 눌러서 ‘어디를 공격해라’ ‘어느 지점으로 이동하라’ ‘이 무기를 주워서 사용하라’까지는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명의 스파르탄 중 누구 하나를 콕 집어서 명령을 내리는 기능이 없는 거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은데 플레이어한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스파르탄에게 명령을 내리도록 프로그램이 짜인 거 같더군요.
그래서 스나이퍼 라이플을 들고 있는 스파르탄에게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라 했는데 엉뚱하게 매그넘만 들고 있는 스파르탄이 달려나가는 상황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혹은 매그넘만 들고 있는 스파르탄에게 라이플을 들게 하려 했더니 걔는 가만히 있고 중화기를 들고 있는 스파르탄이 좋은 무기를 버리고 라이플을 들지를 않나... 은근 골 때렸어요.
이 때문에 3명의 스파르탄에게 명령을 내려 전략적으로 미션을 풀어나가는 재미는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동료 시스템이 추가돼 전투 도중 부활이 가능하다는 점, 친구들과 협동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할 거 같아요.
동료들에게 세밀한 명령을 내려 전술적으로 미션을 풀어나가긴 어렵습니다.
거기다 AI는 <헤일로 3> 동료보다 뒤떨어집니다. 보고 싶구나 아비터...ㅠㅠ
격찬을 아끼지 않았던 전장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기/탈것의 카드를 소모해야 전장에서 원하는 무기나 탈것을 뽑을 수 있는데요. 이 카드는 랜덤 박스를 열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뭐... 이거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에요. 랜덤 박스는 게임 포인트로 주로 구매할 수 있는데, 게임 포인트는 팀 아레나나 전장을 플레이하면 금방 채울 수 있거든요. 더군다나 열심히 멀티플레이 모드를 해서 진급하면 공짜 랜덤 박스도 생기니, 그냥저냥 쓸만한 무기/탈것 카드는 충분히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전장에 쓸 무기/탈것은 랜덤 박스를 열어 획득해야 합니다.
포인트 벌기는 쉬우니 랜덤 박스를 구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됩니다. 다만...
문제는 진짜 좋은 무기/탈것 카드는 언제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전장에서 함부로 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탱크/공중유닛/로봇은 정말 뜸하게 나와서 함부로 쓰기 망설여져요.
탱크/공중유닛/로봇은 전황을 뒤바꿀 수 있는 카드고, 게임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획득 확률을 줄였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언제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도 필요한 순간에 탱크/공중유닛/로봇을 뽑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거 같아 좀 아쉽습니다.
기왕이면 카드로 무기/탈것을 뽑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특정 NPC 부대를 처치하면 멀쩡한 상태의 기갑유닛/공중유닛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면 좀 더 전장 모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아요.
정말 희귀한 장비를 전장에서 갖고 놀기 부담스럽다는 게 문제죠.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는데.
아쉬운 점은 이뿐만 아닙니다. 일부 플레이어는 저녁 시간 외에는 전장 모드 매치 메이킹이 안 잡히는 문제를 겪었는데요. 해외 매체와 호주 게이머들의 이야기로는 ‘REQ 팩’이라는 것이 제대로 설치 안 되서 매칭이 안 잡히는 거라 합니다.
그래서 <헤일로 5>를 설치할 때 REQ 팩이 100% 다운로드되는지 확인을 하거나, 아니면 REQ 팩 다운로드를 취소 또는 종료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네요.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멀티플레이 모드의 매치 메이킹이 안 잡히는 버그가 나타났다는 점은 좀 불만스럽네요.
해결 가능한 문제긴 하지만, 전장 매칭이 안 잡히는 버그가 나타난 건 불만스러웠습니다.
그럼 이제 문제의 스토리로 넘어갈까요. 이 밑으로는 처음부터 엔딩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므로, 스포일링을 원하지 않는 분들은 읽지 않길 권하겠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은 ‘매우’ 유감
스토리를 영상으로 보고 싶은 분을 위한 미션 별 스토리 무비.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마스터 치프’는 AI ‘코타나’와 함께 외계인의 침략을 막고 인류를 구해왔는데요. 4편에서 적의 함선을 파괴하는 도중 소중한 동료로 여겨온 코타나를 잃습니다.
마스터 치프는 동료를 잃은 슬픔을 잊으려 노력했는지 여러 임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을 혹사하는데요. 그 와중에 코타나의 환영을 보게 됩니다. 코타나는 ‘메리디안’이라는 이주지로 와달라고 마스터 치프에게 속삭이죠.
한편, 인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가디언’이라는 초대형 병기의 출현으로 다른 행성에 개척해둔 이주지 5개가 72시간만에 파괴된 것이죠. 원인을 알아본 결과, 4편에서 소멸한 줄 알았던 코타나가 외계인의 유물에 접촉해 가디언을 움직인 탓에 이주지가 파괴됐을 거란 설이 나옵니다.
그래서 국제연합우주사령부(UNSC)는 코타나를 저지하기 위해 부대를 파견하려 드는데요.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마스터 치프가 코타나를 만나기 위해 메리디안으로 가겠다는 연락을 합니다.
코타나를 전우로 여겼던 마스터 치프가 메리디안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요? UNSC에서는 마스터 치프의 의견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마스터 치프는 명령에 불응하고 탈영을 하고 맙니다. 마스터 치프를 따르는 스파르탄 2 부대 블루 팀도 같이 탈영했고요.
이 때문에 UNSC는 코타나의 위치를 조사할 겸, 탈영한 마스터 치프를 추격할 겸 ‘제임슨 로크’가 이끄는 오시리스 화력팀을 메리디안으로 파견합니다. 하지만 로크는 마스터 치프를 놓치고 말았고, 또 하나의 가디언이 나타나 메리디안이 파괴되고 맙니다.
사실은 40년 째 군생활하는데 계속 원사로 머물러서 열받아 탈영했다 카더라
그리하여 로크는 외계 함대와 고대 병기를 혼자서 박살내는 괴수를 잡으란 임무를 받는데...
그래도 로크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외계인 세력 ‘상헬리오스의 검’의 도움을 받고, 코타나가 있는 행성 ‘제너시스’로 워프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여기서 코타나에게 제어 권한을 빼앗겨버린 제너시스 시설 관리자 ‘이그주버런트’를 만납니다.
로크는 이그주버런트로부터 코타나의 음모를 듣게 됩니다. 코타나는 가디언이란 거대 병기를 이용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인류, 외계 세력을 힘으로 통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또한 인류의 함선과 주요 시설에 배치한 AI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인류가 힘을 못 쓰도록 만들 음모도 꾸몄고요.
한편 코타나의 인도를 받아 제너시스로 워프한 마스터 치프도 그 음모를 깨닫게 됩니다만... 코타나는 마스터 치프가 자기 뜻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마스터 치프와 블루 팀을 가두고 맙니다. 1만년 뒤에 다시 깨워 자기가 만든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게 해주면 생각이 바뀔 거라면서요.
다행히 로크와 오시리스 화력팀이 시설 제어 권한을 이그주버런트에게 되돌려주고, 마스터 치프와 블루 팀은 코타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타나가 가디언을 끌고 지구로 워프해 인류의 군사시설을 마비시키는 것은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코타나는 무력 개입으로 평화를 이루려 하고... 솔레스탈 빙?
이로써 코타나에게 지배당한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지고 끝이 난다는 것이 <헤일로 5>의 줄거리인데... 다음과 같은 불만이 떠오르더군요.
(1) 지금껏 마스터 치프와 함께 인류를 지켜온 코타나가 갑자기 적으로 돌아선 것이 뜬금없어 보인다. 적으로 돌아설만한 계기를 게임에서 충분히 보여줘야 하지 않았나 (2) 1~3편까지 투철한 군인 정신을 보여왔던 마스터 치프가 음모를 꾸미는 코타나를 만나기 위해 탈영한 것은 개연성이 없어 보였다. 1~3편에서 마스터 치프가 얼마나 코타나의 도움을 받았는지 생각하면 억지로 납득은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마스터 치프 본인이 직접 코타나를 찾아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했으면 스토리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았을까? (3) 스토리의 핵심인 코타나와 마스터 치프는 제대로 조명해주지 않고, 엉뚱하게 제임슨 로크와 오시리스 화력팀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전개해서 산만해 보였다 (4) 미디어믹스물을 안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듯한 복선들이 쏟아져 나와 도무지 스토리에 집중하기 어렵다 (5) 이렇게 스토리를 진행할 거면 발매 전에 로크와 마스터 치프가 대립할 거란 떡밥은 왜 그리 열심히 뿌렸나? |
한 마디로 스토리텔링이 엉망이었던 것이죠.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단서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아 뜬금없이 스토리가 전개된 듯한 인상을 받게 되니까요.
솔직히 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헤일로: 마스터 치프 에디션>을 통해 1~4편을 모두 클리어했으니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아보기 힘든 스토리 때문에 몰입이 안 됐습니다. 그나마 시네마틱 무비가 아주 멋졌고 전투가 재미있어서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엔딩을 볼 때는 매우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뭐... 데이터 패드라는 숨겨진 스토리를 수집하면 좀 더 <헤일로 5>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글쎄요. 숨겨진 요소를 수집해서 스토리가 더 재미있게 읽히는 거라면 모를까, 숨겨진 요소를 수집하지 않으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는 거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이 대사가 <헤일로 5>의 스토리 전체를 암시할 줄은...
여담으로 시네마틱 무비는 쩝니다. 그래서 더 약이 오른다는 게 함정.
■ 결론: FPS로서는 대만족, 이야기로서는 실망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FPS로서의 게임성만 따진다면 <헤일로 5>는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저돌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서 화끈한 맛이 있고, 입맛대로 전술을 짜서 미션을 풀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멀티플레이는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4:4 PvP와 AOS와 FPS를 합쳐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 전장 모드 덕분에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스토리텔링까지 좋았다면 10점 만점에 10점, 제 기준으로는 ‘이 게임 하나만을 위해 콘솔을 구입해도(혹은 PC를 업그레이드해도) 아깝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했을 겁니다.
구매한 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저 <헤일로 5> 스토리 담당자를 한XE호만큼 원망할 뿐.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너무나도 불친절했죠. 입문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헤일로> 시리즈 본편을 플레이해본 사람조차 몰입하기 힘들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인기 캐릭터였던 코타나를 별다른 복선 없이 적으로 돌려버렸다는 점, 마스터 치프가 섣부르게 탈영을 했다는 인상을 주는 스토리 텔링이 나와버렸다는 점, 마스터 치프를 조작할 수 있는 미션이 적다는 점 때문에 기존 팬의 반발을 산 것도 아쉽고요.
만약 스토리텔링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헤일로 5>에서 보여준 아군의 배신, 히로인의 최종보스화, 옛 동료와 대치해야 하는 주인공이란 소재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요소고 잘 포장하면 꽤나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 법 하거든요. 허나 좋은 소재를 부적절한 스토리텔링으로 망쳐버렸으니... 잠재력 높은 소재로 몰입도 낮은 이야기를 뽑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FPS로서는 최상, 스토리로서는 최악이란 인상을 받았어요.
물론 워낙 멀티플레이가 훌륭하고, 캠페인을 공략하는 재미도 있으니 차마 낮은 점수는 못 주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0점 만점에 8점, '투자한 시간과 돈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타이틀'로 평가하고 싶네요. <헤일로> 시리즈 후속작 값을 하기에는 스토리텔링이 아쉽다는 게 문제일 뿐... 차기작에서는 <헤일로 5>의 스토리텔링을 만회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0점 만점에 8점. 스토리만 좋았으면 Xbox One을 구매해서라도 해볼만한 타이틀로 평가했을 텐데...
덧. 이 리뷰 하나 쓰겠다고 나는 대체 몇 개의 영상을 찍었단 말인가 OTL
오른쪽의 냄새가 나는 리뷰다
1,2는 피씨판 있는데요
그 동료 시스템을 만든 이들이 제가 알기론 옛날에 스타워즈:리퍼블릭코만도라는 작품의 일원들로 알고 있습니다. 코만도에서는 동료 제어가 지형을 활용한 스나이퍼나 투척병 등으로 활용이 가능해서 거의 게임의 메인 요소였습니다. 헤일로5에서는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안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딱 봐도 느낌이 오는게 있습니다. 왜냐하면 코만도는 저돌적인 FPS가 아니라 지형지물에 동료를 배치하여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보다 정적인 FPS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임의 시스템을 FPS 중에서도 저돌적인 게임에 넣으려니,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한 것 같아 보입니다.(코만도는 스타워즈3 개봉 전에 나온 게임입니다.) 코만도를 원체 재미있게 해서 헤일로5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아무래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건 역시 어려웠나보네요.
크....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른쪽의 냄새가 나는 리뷰다
칭찬 감사합니다 :)
1~2나 3까지는 PC로 나와줬음 좋겠는데 아쉬운...
1,2는 피씨판 있는데요
그 동료 시스템을 만든 이들이 제가 알기론 옛날에 스타워즈:리퍼블릭코만도라는 작품의 일원들로 알고 있습니다. 코만도에서는 동료 제어가 지형을 활용한 스나이퍼나 투척병 등으로 활용이 가능해서 거의 게임의 메인 요소였습니다. 헤일로5에서는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안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딱 봐도 느낌이 오는게 있습니다. 왜냐하면 코만도는 저돌적인 FPS가 아니라 지형지물에 동료를 배치하여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보다 정적인 FPS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임의 시스템을 FPS 중에서도 저돌적인 게임에 넣으려니,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한 것 같아 보입니다.(코만도는 스타워즈3 개봉 전에 나온 게임입니다.) 코만도를 원체 재미있게 해서 헤일로5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아무래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건 역시 어려웠나보네요.
개인적으로는 길찾기 기능을 자동으로 발동하도록 하고, 남는 버튼으로 3명의 동료 중 1명을 지정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어요. 그랬다면 기초적인 부대 지휘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OTL
스토리,캠페인 부분은 그야말로 개망이였죠 진짜 엔딩보고 씨디부시고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멀티가 재밌으니 망정이지...
그놈의 워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