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psp로 발매된 [이스1, 2 클로니클]을 클리어했습니다.
psp 시절 이스1만 클리어하고 사정상 매각했었는데, 이번에 비타로 다시 다운 받아 결국 끝을 봤네요.
항상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스1, 2를 즐기는 동안 느끼는 그 충만감은 다른 어떤 게임으로도 보상이 안 될 만큼 아름답습니다.
실은 제 나이가 어줍잖아
1987년에 첫 발매된 이스를 실시간으로 즐겼다는 거짓말은 차마 하지 못합니다.
단 1994년에 발매된 '이스2 스페셜'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분명 제 기억속에 뚜렷이 남아 있네요.
당시 고1이었던 저는 중학 시절부터 꾸준히 기다려온 이스2 스페셜의 발매에 상당히 들떠있었죠.
하지만 당시로서는 초고가의 게임기란 인식이 강했던 PC를 부모님께서 -그것도 고등학생 아들에게-
사줄리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게임 잡지의 공략만 보며 군침을 흘려야 했던... ㅜㅜ
제가 이스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정말 의외이긴 한데....-
자그마치 [PCE용 이스4-DAWN OF YS]였습니다.
1994년, 고1의 나이에... 그토록 기다렸던 이스2 스페셜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다가
결국 처음 즐긴 이스가 팬들 사이에서 입이 닳도록 극찬을 받는 PCE용 이스4였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네요. ㅎ;;;
(물론 당시에는 이 게임이 이스 팬들 사이에서 그토록 위대한 게임이 될 거란 건 전혀 몰랐죠.^^;;)
고1이 되어 처음으로 짝이 된 녀석이 부잣집 아들이었던지라
부탁 한 마디에 흔쾌히 PCE을 빌려주었던 -역시 지금 생각하면- 천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 기연!
그때 함께 빌려주었던 타이틀은 무려! '천외마경2-만지마루' ㅎ;;;
이 천외마경2 덕분에 SFC에 대한 환상은 철저하게 깨져버렸고,
당시 지방(창원)에 살았던 저는 고1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서울의 용산을 방문,
그토록 꿈에 그리던 이스 시리즈의 첫 경험을 선사해 준 PCE용 이스4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당시의 그 떨림이......)
정말 우연 또는 천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기회가 제 게임 인생에 얼마나 큰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었는지...
PCE용 이스4를 1993~4년에 실시간으로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스4-DAWN OF YS' 이후 1997년에 '파판7' 이 발매되었고, 파판7 이후의 JRPG는 3D가 대세였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발키리 프로파일'과 같은 걸죽한 2D기반 RPG들이 발매되긴 했지만... 그래도 대세는 3D였고,
저 역시 파판 시리즈에 몰두하느라 이스 시리즈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때때로 '이스4-DAWN OF YS' 에 대한 추억에 젖어 다시 한 번 즐겨봤으면~ 하는 기대가 샘솟고는 했지만,
PCE은 1년여간의 기나긴 대여기간을 끝으로 주인 손에 돌아갔기에...ㅠㅠ
(그걸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하는 도둑놈 심뽀가 가끔 고개를 쳐들곤 합니다. 박스풀셋이었는데...)
그 이후 제가 다시 이스 시리즈를 접한 것이 바로 이 'PSP판 이스1, 2 클로니클' 입니다. ^^;;;;;
정말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이스 시리즈의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앞서 밝혔듯이 사정상 이스1만 클리어한 후 매각하는 바람에 역시나 이스2의 클리어는 한참 뒤로 밀려버렸지만...
대신 이후 이스3의 리메이크작인 '페르가나의 맹세'와 비타로 리메이크 된 '이스4-셀세타의 수해'를 클리어하며
이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한층 두터워졌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클리어한 이스1, 2 클로니클은 제 이스 사랑에 대한 종지부를 찍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경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이스1에서 2로 이어지는 스토리의 완결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었고,
의외로 이 감동이 이전에 즐긴 이스3-페르가나의 맹세와 이스4-셀세타의 수해에 대한 제 평가를 한 없이 낮출 수 밖에 없는
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스1, 2에 대한 제 예찬의 핵심에는 이스2의 오프닝 테마인 'TO MAKE THE END OF BATTLE' 이 존재합니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재믹스 하나에 마냥 즐거웠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타를 주로 즐기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 이보다 더 위대한 게임 음악은 없습니다.
이스2를 얼마전에 클리어했다고는 하나 'TO MAKE THE END OF BATTLE'에 대한 감상은 중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왔고,
그 변천을 되새김질 해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유희의 하나입니다.
또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고1 때 '이스2 스페셜'을 그토록 기다리게 만든 -이스 시리즈의 전설- 리리아의 뒤돌아 보는 장면이
항상 함께 떠오릅니다. 청순가련, 지고지순의 대명사 '리리아'가 처음으로 '아돌'이란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죠.
이랬던 그녀가......
이렇게 되기까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재믹스 패드를 신나게 연타하며 역기를 들어올리던 철없던 소년은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이스 시리즈를 즐기다 보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토록 위대한 게임 음악도, 그리고 그 음악을 배경으로 뒤를 돌아보며 수많은 남심을 뒤흔들었던 한 여성의 모습도
기나긴 시간 속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멋지게 변해버렸다고...
그 투박한 미디음원과 조악한 도트 그래픽 속에 녹아 있던 추억이 강물과도 같은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너무나도 화려하게 변해버렸다고...
하지만 그것을 추억하는 제 자신의 모습은 이와는 정반대로...
나이가 들고, 삶에 찌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때로는 애닯게, 때로는 허무하게...
그렇게 초라해져 간다고...
살면서 100여권의 모험서를 남겼다는 빨간 머리 아돌과는 달리
제 자신은 단 한 권의 보람된 기록도 남기고 있지 못하다고...
그래서인지...
이스 팬들에게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이스2 이터널의 환상적인 오프닝을 보고 있노라면
참 이상하게도 전 마냥 슬퍼지고 또 허탈해지곤 합니다.
정말 어울리지 않게 유희의 일종인 게임을 하면서 제 인생을 성찰하고 있다니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네요.^^;;;;
하지만 게임도 하나의 문화이기에...문화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하는 사이에 친근해지고, 익숙해지며, 또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
그래서 오랜 지음같고, 스승같은 것.
오랜 시간 이스를 즐기며 아돌의 모험을 남몰래 부러워하고, 그와 함께 하고픈 소망을 품었던 것이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라면,
이제는 제 자신이 아돌과 같은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슬하에서 자신의 삶을 펼쳐 나갈 제 자식에게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제 자신을 더욱 채찍질 하게 합니다.
TO MAKE THE END OF BATTLE
제 인생의 싸움이 끝나는 날.
과연 제 주변엔 무엇이 남게 될까요?
그것은 후회와 미련일까요?
아니면 아름다운 추억과 충만감일까요?
여러분들은 게임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이제와서 이스1, 2를 평하는 것은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어,
그냥 게임을 즐기면서 느낀 것들을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pr8cQkZtYg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86년도 아라이 아키노가 부른 이스 싱글 앨범입니다. 이스2 처음에 리리아가 쓰러져있는 아돌을 만나는 장면에서 흐르는 리리아의 테마곡을 바탕으로 부른 노래인데 청순가련한 리리아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명곡이죠. 이 노래를 가끔씩 들을때마다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ㅋ
착각했네요 86년이 아니라 89년입니다ㅋ;
리리아를 좋아하는 만큼 아돌을 증오하게 된다죠. ㅎ;; 특히 이스2 애니판 앤딩에서 리리아를 향해 환하게 미소지으며 작별의 손을 흔드는 아돌의 모습은....... 정말 고래잡이 작살이라도 한 방 갈겨주고 싶은...!!
이스 헠헠헠헠ㅎ컿컿ㅋ헠 솔직히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이스는 언제다시 해봐도 여전히 감동적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임의 닉넴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군요^^
제 인생 처음 구입한 pc패키지 게임인 이스2 스페셜을 정말 잊을 수가 없군요. 저의 사춘기를 한순간에 이스빠돌이로 만들어 버렸던...; 그 당시에 게임잡지로만 구경했던 pce용 이스4는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기회가 없었네요. 처음 샀던 콘솔 게임기가 플스1인지라 그 이전의 콘솔들에서 전성기를 달렸던 이스 시리즈들은 즐길 기회가 없어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pce에뮬이 나와서 한번 해볼려고 했더니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추억보정만으로 불타오르기엔 세월도 너무 흘러버리고 열정도 식어 버린듯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어린시절 설래였던 이스2스페셜의 추억은 평생 갈 듯..
저는 MSX2 로 YS I, II, III 를 거의 발매와 동시에 즐겼었는데.. (당시에는 업자들이 일본에서 3.5인치 디스크에 불법으로 카피 해 와서 장당 1000원 2000원씩 받고 복사 해 줬었죠) 그 때 당시의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짠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참 후에 즐긴 YS II 스페셜, YS I, II Eternal, 나피티쉼의 방주도 정말 좋았구요~
이스도 초반에는 괜춘했는데 가면갈수록 미연시냄새를 너무 풍겨 심히 플레이하기 부담스럽더군요.. 초반에는 플레이가 단순하고 어드벤쳐 하는맛이 매우 좋았는데 그뒤에는 여타 액션시뮬게임과 별다를바 없어 안타까웟습니다
저랑 비슷한 게임경력과 그리고 비슷한 연차 ㅎㅎ 반갑네요 ㅎㅎ 이스이터널의 몽환적인 오프닝 음악은 아직까지 머리속을 맴돈다는. . . 올드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충족시켜주는 주옥같은 작품들의 리메이크는 언제나 두근거리죠
크하하!! 재믹스 패드 올림픽 역기 좌우로 겁나게 후드러팼었죠 정말..아!! 추억새록새록 합니다..ㅜㅜ 전 재믹스시절 요괴전설 / 꿈대륙을 가장 재미있게 했었어요..^^
하아...저도 실시간으로 YS1부터 즐겼네요 ㅋ 어제 스팀에서 이스 크로니클 세일 하길래 바로 다운받아 다시 즐기고 있어용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