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사교육 강사입니다.
영어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제 수업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선 본격적인 글에 앞서 노파심에 잠시 변명 좀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학생에게 “환자” 라는 단어와 “병” 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과연 학생을 환자로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사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병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무 “병”이란 단어를 나쁘게 볼 필요도 없고 무겁게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죠. 저 스스로도 환자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고소공포증이 있고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 연골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환자” 와 “병” 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중하지 마시고 “영어를 매우 하기 싫어하는 학생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영어는 외국어이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기도 전에 “뭐? 나도 영어 못하는데 나보고 환자라고??” 라고 생각하고 저에게 날을 세우는 분이 없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영어 실력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영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마치 고소공포증이 있는 제가 발이 닿지 않는 공중에 있을 때만큼 거부감이 심해서 편의상 “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수업을 할 내용이 준비가 되면 수업 준비의 20%가 완료된 것입니다. 이 내용을 아이가 어떻게 깨우치도록 할지 고민을 마치면 이게 40%이구요. 남은 40%는 아이의 수업중 태도, 동기부여, 인성, 성실성 등 다른 부분을 제 수업과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지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수업은 다르고 100% 완벽한 수업에 도달하기가 참 힘들지요. 하지만 그 완벽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지도(라고 쓰고 ‘치료’라고 읽습니다)하는 과정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처음 어머니와 통화를 하여 상담시간을 잡고 가정으로 방문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7곳의 학교에서 근무하며 수천명의 학생들을 만나봤지만, 이 아이처럼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친구는 거의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온몸으로 저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어에 대한 환자입니다. 제가 영어 수업을 위하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를 싫어하는 모습에 상담을 하지 않고 돌아서려고 했습니다. 이정도 환자라면 치료에 너무 많은 노력이 들고, 그 치료가 반드시 성공적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님은 아이들을 아이의 상태 보다가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아이의 학부모님도 생각보다 아이에 대한 고평가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죠. “영어에 대한 환자입니다.” 어머니께서 좀 놀라신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좀 안 좋으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태를 잘 진단해야 미래의 교육이 잘 이루어 질 수 있지요. 상담 후 이틀 정도 고민을 매우 많이 했습니다. 저는 상담을 가면 아이의 영어 수준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입니다. 어차피 잘 못해서, 혹은 잘 하지만 더 잘하기 위해서 수업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그런 것은 제 스스로가 잘 준비되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민하는 것은 학생의 영어를 대하는 태도, 부지런함, 인성 등 학생의 현재 모습과 그런 모습이 저의 지도철학과 만나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 학생은 솔직히 80%의 부정적 전망과 20%의 긍정적인 전망이 공존하였지만 20%의 긍정적인 전망을 믿고 한번 도전해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80%의 부정적인 전망이라고 하면 이 학생의 성별(여, 제가 남자기 때문에 여학생들과의 수업 중 상호작용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영어에 대한 거부반응(들어보니 다른 과목에 대한 거부반응도 제법 있음), 좌뇌와 우뇌의 균형 발달(언어는 좌뇌의 발달이 필요하지만 이 아이는 우뇌가 더 발달한 경향이 많이 보임) 등이었고, 20%의 긍정적인 전망이라고 하면 제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그 답을 찾기 위해 순간적으로 기억하려는 집중력이 높아 보인다는 제 스스로가 억지로 찾으려고 하는 희망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 학생을 치료하는 것은 저에게는 매우 큰 도전이었습니다. “오만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만약 제가 이 아이에게 제대로 영어를 가르치지 못한다면 대구에서 이 아이에게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라고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죠. 이 말에는 사실 두 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저의 선생님으로서의 능력을 어필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저 말을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싶었습니다.
언어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이 학생은 처음에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어서 기능어는 거의 쓰지 않고 내용어만을 이용하였습니다. 그래도 대화는 통하니까요. 예를 들면 I go to school at seven thirty. 라는 문장을 기대하며 물어봅니다. “‘나는 학교에 7시 30분에 갑니다.’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내용 이해에 별 필요 없는 전치사와 관사는 제외하고 문장을 만들죠. I go school seven thirty. 라고 합니다. 이 내용은 제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입니다. 또 주어와 동사를 빠트리는 경우도 있죠. I like it because cute. 초등학교 5학년이 이정도로 작문을 하는 것은 나쁘진 않습니다. 이제 좀 더 정확성을 길러나가면 되니까요.
첫 수업에 10분 정도 일찍 방문을 했습니다. 아이가 기겁을 합니다. 저는 초반에 아이를 많이 파악해야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아무것도 안했는데 벽을 바라보며 “아이고 재미없어~” 라고 이야기 합니다. 잘못 들은줄 알았습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15분 일찍 방문했지요. 거부감이 너무 심해서 이후에는 5분 정도만 일찍 갑니다. 저와 아이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영어보다는 서로의 관계가 많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때로는 첫 상담 때 보았던 저의 판단이 틀린 경우도 있고, 아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 처음 몇 달간은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 아이의 경우 수업시간에 잡담을 많이 하기 때문에 5분정도 일찍 가면 짧은 잡담을 하고 시작해도 수업시간은 잘 지킬 수 있지요. 아이가 하는 잡담은 사실 저는 별로 관심 없는 아이돌 이야기,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운 이야기 등인데 이런 내용은 잘 들어놔야 합니다. 왜냐면 아이의 영어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의 인성, 내적, 외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교생활을 하는지는 특히 잘 파악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플을 깔아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나오는 가정통신문까지 확인하고 어떤 과정에 있는지를 계속 확인을 합니다.
이 아이는 영어를 할 때 암기 때문에 거부감이 커져 있습니다. 아이와 약속을 한 가지 합니다. 절대 암기시키지 않을테니 대신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하자고. 암기나 시험이 없다는 사실에 아이는 좋아합니다. 수업시간에 태도요?
위는 아이의 단어 체험을 위해서 제가 인쇄한 소책자인데 뭐.....그렇습니다. 단어 매치시키기, 단어찾기, 가로세로퍼즐 등 다양한 활동으로 단어를 체험하게 해 주는데 태도가 좋은데 위와 같이 해 놓을 리는 없겠죠?
때로는 위와 같이 조용히 잘 하기도 합니다. 가끔요.
처음에는 3종류의 책자를 준비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수업하죠. 어차피 다 해야 되는거긴 한데 우선 아이가 스스로 “저 이거 할래요” 라고 말하도록 만들죠. 영어 관련해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생기도록 만드는게 우선입니다. 약 한달 정도 아이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 줍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영어환자니까요. 그리고 잘 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하이파이브도 합니다. 수업시간에 하는 하이파이브 하나까지도 철저히 계산에서 나온 행동입니다.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머리가 많이 빠집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TT
위의 글은 이 단원의 끝에 결국 아이가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쓰게 될 때까지 수업을 하면서 단 한번이라도 아이에게 외우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아이는 이 글을 쓸 수 있었을까요? 그 수업 과정을 보여드립니다.
제가 늘 샘플단원으로 공개하고 있는 2단원 자기소개하기입니다. 자기소개를 앞쪽으로 배치한 이유는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제일 쉽고 저도 학생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작할 때 자기소개 해보라고 하면 My name is 000. 그리고 몇 마디 더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읽어보시는 분들도 스스로를 소개 한번 해보세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실겁니다. 이번 단원의 큰 틀은 자기소개의 표현을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도록 한 다음 그 표현들이 다시 자신의 상황에 맞게 나오도록 이끌어 내는 것에 있습니다. 단순히 글만 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쓴 글은 자신이 말도 할 수 있고, 그렇게 자기소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스스로에 대한 파악 이후 자존감 찾기, 자신의 꿈 찾기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수업에 앞서 아이가 스스로 어느정도의 실력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소개의 글을 적어보라 합니다. 최대한 길게, 최대한 많이, 실력 되는만큼 최대한으로 적으라고 합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길이도 나쁘진 않은데 큰 의미 없는 명칭의 나열이 많아서 그것을 제외하면 좀 아쉽긴 합니다.
왼쪽 페이지는 자기소개하기에 들어갈 샘플문장 몇 개가 있습니다. 이 문장을 기반으로 학생이 수정하여 자신의 소개에 들어갈 문장들을 만들어 봅니다. My favorite subject is science. 대신 My favorite subject is P.E.라고 만들 수 있습니다.
오른쪽 페이지는 자기소개를 위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것 스무개, 그리고 중요한 이유를 적는 공간입니다. 그 중요한 것들을 바탕으로 소개를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빈칸일까요? 학생이 도저히 하기 싫다고 하네요. 좋습니다. 억지로 시키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갑니다.
heart map 샘플을 보여줍니다. 예쁘다고 읽어봅니다. 스스로 만들어 보고싶어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만들었지요. 학생이 아이디어를 줍니다. heart map 말고 뇌 그리기를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합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다음에는 뇌 그리기를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아이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그들이 원하는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죠.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