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에서 다른 분들 글만 보다가 최근에 너무 기분좋은 일이 있어서 글이 씁니다.
저의 형이 캡콤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한도에서 그간 형의 일본 생활과 과정을 써보려고 합니다.(혹시 일본에서 공부하고 취업할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저의 형은 98학번이고 한국에서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과 개인적인 꿈이 맞지 않아서 일본에서 다시 공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시간의 로스가 좀 많이 발생했습니다.
tip: 한 7년일까요. 이점이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여러분들은 꼭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그래서 27살 즈음에 일본으로 가서 어학원을 다니고, 다시 도쿄에 있는 대학교에서 3D프로그램(3년)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30살에 첫 취직을 했습니다. (집안사정이 열악하여 지원을 많이 못해줬습니다.)
tip: 일본유학에 있어, 유학 초반에 학생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가 많이 힘듭니다.(유학비자는 합법적인 알바시간제한이 있다는 점, 학업과 언어, 알바 3마리토끼를 잡기 힘듬, 높은 학비+생활비)
그리고 유학할 때 초기 자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2005년 기준 어학원비용+집세+첫 등록금= 1500만원) 일본 집세문화가 우리랑 달라서 형이 특히 고생했습니다.(집을 구하면 왜 세입자가 감사하는지 모르겠지만, 감사비로 월세의 3배정도를 그냥 집주인한테 줌, 보증금X 환급X)
그 후, 대학 교수님 추천으로 도쿄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가라면 가야지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첫 직장에 다니면서 형 생활이 좀 나아졌습니다. 집은 직장이 가까운 신주쿠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이사했습니다. 아마 첫 연봉이 당시 3000만원 좀 더 됐던 거 같습니다. 형이 돈을 아껴야 되다 보니, 일본오고 거의 끼니는 편의점에서 때우더라고요ㅜ 그래서 위장과 내성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tip: 유학비자는 대학 졸업 시(후 몇 개월 여유)에 만료되기 때문에, 빨리 취업을 해서 취업비자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생활비는 월세 80만원+교통비+생활비= 150~200만원정도 인거 같습니다. 점심은 회사에서 500엔 깨알 지원 있고요.
원래 형이 다니던 회사가 큰 대형 게임이나 영상회사에서 외주를 받아 작업하는 거라 초창기에 형이 하고 싶은 작업들을 할 수 있었는데, 점점 빠칭코 영상 외주제작 비중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거의 빠칭코 작업만 하게 되었고, 이 부분과 오르지 않은 연봉문제, 기타문제로 이직을 결심하게 됬습니다.(한 5년차때 현타온 듯)
tip: 제가 당시 형한테 이직을 권했지만, 이직 실패시에 리스크(비자문제, 현 직장에 문제)가 커서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이 직종회사가 다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출근은 여유롭게 한 10시즘하는데 퇴근은 두서가 없었습니다. 밤새는 것도 수시로 였고요. 복장은 자유로웠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이직을 결심해서 헤드 헌터한테 의뢰 후, 여러 군데 원서를 넣었고, 캡콤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루리웹을 보면서, 일본에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하시고 알콩 달콩사시는 분들을 볼 때면 너무 대단하게 보이기도 했고, 우리형도 좀 편히 여유있게 살았으면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근데 와 캡콤이라니 ㅎㅎ 저는 무엇보다 형이 편의점에서 밥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설마 있겠죠?) 그리고 좀 더 여유롭게 하고 싶은거 하고 무엇보다 형이 그간 일본생활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어깨피고 당당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제가 글재주도 없고, 그렇게 재밌게 쓰지 못했는데,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