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3도 07분, 동경 128도 - 02분
이즈 제도 남동쪽 약 35km
미해군 LA 급 공격원잠 SSN-722 키웨스트
-Conn, Sonar! 본함기준 방위 2-7-4에서 돌발음 발견! 어뢰입니다! 거리 5km!
"어뢰? 기관 2/3으로 증속!"
"기관 2/3으로 증속! Aye, sir!"
LA급 공격원잠의 초기형인 키웨스트의 함장 찰스 러시 중령은
어뢰접근이라는 갑작스러운 보고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는 바라쿠타와의 꼬리물기를 포기하고 기관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바라쿠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무슨 어뢰야? 어떤 자식이 쐈길래 5km에서 알아챈거야?"
-배터리 추진식 어뢰입니다! 35노트의 속력으로 접근 중입니다!
"배터리 추진식?
바라쿠타가 쏜건가? 이 개새끼들이..."
배터리 추진식 어뢰라는 말에 찰스 중령이 언더월드에 대한 욕을 퍼부으려는 찰나
소나팀장이 보고를 덧붙였다.
-SUT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음문대조결과 이탈리아제 A184...로 추정됩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제 어뢰라는 말에 찰스 중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본의 영해인 이즈 제도 앞바다에서
이탈리아 어뢰가 등장하기엔 뭔가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러한 찰스 중령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부함장인 마이클 도니어 소령이 조용히 말했다.
"중국놈들이 아닐까요?
뙤놈들이 이탈리아제 어뢰를 사용한다는 보고를 몇 번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 같군. 이탈리아제 어뢰를 쓸 만한 녀석들은 중국밖에 없어."
마이클 소령의 말에 중국제 어뢰라는 확신을 가졌으나
몇가지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더 남아있었다.
"그런데 왜 액티브 핑이 없는거야? 어뢰가 고장난건가 아니면..."
"유선유도일 수도 있습니다.
저 개자식들이 우릴 노린거라면..."
유선유도라면 중국측이 의도적으로 미국을 공격했다는 말이 된다.
찰스 중령은 우선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즉 중국측이 의도적인 공격을 감행한 쪽을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화기관제장! 현재 발사관에 링크된 어뢰는?"
-1, 2번 발사관에 MK 48(ADCAP) 2발, 3, 4번 발사관에 모스(MOSS) 2발입니다!
"좋아. 1, 2번 발사관 주수!"
-1, 2번 발사관 주수! Aye, sir!
찰스 중령의 명령에 화기관제장은
어뢰조작패널 중 1, 2번 발사관의 주수버튼을 눌렀다.
주수버튼이 몇초간 깜박거리더니 깜박임을 멈추고 붉은 빛을 띄기 시작했다.
주수가 완료되었다는 뜻이다.
-1, 2번 발사관 주수 완료!
"1, 2번 발사관 개방! 어뢰의 목표는 중국잠수함이다.
8km까지 유선조종으로 유도한뒤 액티브 탐신모드로 전환한다.
액티브 탐신 패턴은 서클 패턴으로."
-알겠습니다. 1, 2번 발사관 개방! 8km까지 유선조종으로 유도합니다!
액티브 탐신 패턴은 서클 패턴으로! Aye, sir!
어차피 목표까지 도달하는데 유선조종으로 유도하지만 찰스 중령이 이것을 강조한 이유는
바로 아군 때문이었다.
6~7km 전방에 아군이 있었기에 오발을 막고자
찰스 중령이 화기관제장에게 유선조종을 강조한 것이다.
-1, 2번 발사관 개방 완료!
"Launch tube 1, 2!(1, 2번 어뢰 발사!)"
-Launch tube 1, 2! Aye, sir!(1, 2번 어뢰 발사!)
찰스 중령이 어뢰 발사 명령을 내리자 화기관제장은 힘차게 복창하면서
두 엄지손가락으로 발사버튼을 눌렀다.
키웨스트의 함수에서
공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거품이 일더니
이윽고 어뢰가 키웨스트를 떠나 해수로 튕겨져나갔다.
"키 오른편 15도로!"
"키 오른편 15도로! Aye, sir!"
그런 식으로 미국 원잠과 중국 원잠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한 채로 피튀기는 싸움을 시작하고
그런 그들의 코미디 아닌 코미디를
오그마의 가상현실 화면를 통해서 보던 키리토는
킥킥 웃으면서 팝콘 봉지에 손을 집어넣다가
팝콘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 죄송한데 팝콘 좀 더 주실수 있나요?
미 항모전단 박살나는 것도 봐야 되는데 팝콘이 없네요. "
라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면서
키쿠오카 육장보를 바라보자
키쿠오카 육장보는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말없이 미리 준비해 둔 팝콘봉지와 콜라를 가져오더니
왕에게 바치는 듯한 공손한 모습으로
키리토가 앉아 있는 콘솔에 팝콘과 콜라를 놓고
다시 말없이 돌아서서
그 광경을 완전히 기가 막히다는 듯이 보는
히가와 린코 박사 옆에 서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히가는
완전히 얼이 나간 듯한 모습의 키쿠오카 육장보를 보면서
"저 아이 저런 거를 보면서 입맛이 나는 건가요?
저 아이는 온몸이 간덩어리로 된 것이 틀림없을 거 같은데요."
그런 히가의 말에 동조하는 듯한 말투로 린코 박사는
말없이 햄 샌드위치를 씹다가
간신히 목 안쪽으로 넘기면서
"제기랄,
난 지금 너무 긴장되서 뭘 씹는지도 모르겠어. "
라고 말하면서
유니털 링에 다시 풀다이브한
키리토의 친구들과
아스나 양과 앨리스를 바라보면서
지금 저들은 이 광경을 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8월 13일 PM 10:11
일미연합사령부
나카무라 해장은 TV를 보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광고 중에 갑자기 긴급속보가 뜬 것이다.
그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 싶어 얼른 NHK에서 BBC로 채널을 돌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TV화면엔 시뻘건 화염이 나타났고
카메라는 수시로 클로즈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Jesus christ!!! oh...oh my god!!! 시...시청자 여러분.
이건 불과 몇분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도...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입니다.
방금 전까지
헬기에서 유쾌하게 속보를 전하던 기자는
계속 '맙소사'를 연발하기만 하였다.
화면은 어쩔줄 몰라하는 BBC 기자에서 흐릿한 카메라 화면으로 바뀌었다.
바뀐 화면은
아까 그 기자가 항모전단 저 멀리서 방송을 진행하던 모습이었다.
-보셨습니까?
미국이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공격인지 아니면 경고의 의미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안전을 위해 좀 더 멀리떨어져 있겠습니다.
에...보시는 바와 같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치는 영원히 지속될 것 같습니다.
아주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양측이 서로 견제를 하고 있습니다.
BBC 기자는 멘트를 마친 후 손가락으로 저 멀리를 가리켰다.
카메라가 BBC 기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클로즈업하자
그곳엔 별처럼 작고도 밝은 빛이 여러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 빛은 미국의 전투기들 같군요.
러시아에 대한 경고인가요?
저 빛은 무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화려하군요.
나카무라 해장은 BBC 기자의 말에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카메라에 나온 것은 분명히 미사일이나 플레어였다.
즉...교전은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카무라 해장은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멍하니 TV를 바라보았다.
-어? 저건 뭔가요? 상당히 낮게 날고 있습니다.
미국 군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 같습니다.
어? 어? 마...맙소사!!! 저...저걸 보십시오!!!
BBC 기자가 고함을 벅벅 질러대자
카메라는 미국 군함을 클로즈업 시켰다.
화면 속엔 시뻘건 화염으로 물든 미국의 항공모함이 보였다.
-미...미국의 항공모함이 불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 보, 보이십니까?
저 미국 군함에도 폭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파편이 튀는게 카메라에도 잡힙니다!
하느님 맙소사!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알레이버크 급 구축함으로 보이는 군함은
옆구리가 뻥 뚫린채로
여기저기에서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던 구축함은 흘수선에 구멍이 났는지
한쪽으로 계속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항공모함은...
함미와 갑판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화면은 녹화된 테이프에서 다시 생방송 화면으로 바뀌었다.
아까 그 기자는 비로소 이성을 찾았는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 다시 알려드립니다.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강대국 미국이 자랑하는 항모전단이 저...저렇게 되었습니다.
세계는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되는 겁니까?
아...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저, 저희는 이와 같은 전쟁의 위기에서도 방송은 진행하려합니다.
BBC 기자는 멘트를 마친 후 헬기 조종사와 이야기를 하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저길 보십시오.
저게 아까전부터 미사일을 쏘아올리던 미국 군함의 모습입니다.
정말...탑승하고 있던 군인들이 무사할지 걱정입니다.
미국 군함도 미사일을 쏘아올렸으니 러시아 함대도 피해를 입었을까요?
어쨌든 확실한 것은 언더월드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결국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카메라엔 초음속 미사일에 유린 당한 구축함을 정확히 잡아내었다.
구축함엔 음속의 2.5배로 날아가는 초음속 미사일의 파괴력을 자랑하듯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아까 러시아 함대가 후퇴한다더니
이번엔 미국 함대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아까 제가 말한 대로 러시아 함대가 북쪽으로 이동한 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던 것 같습니다.
아...어...어떻게 이런 일이...
나카무라 해장은 TV 화면을 쳐다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때
코시로 이등해좌가
헐레벌떡 자위함대 사령관실에 들어왔다.
그는 종이 한 장을 펄럭거리며
나카무라 해장을 향해 소리쳤으나
그는 코시로 이등해좌가 왔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다.
"사...사령관님!!! 러시아가..."
"응? 아...나도 알고 있네. TV에서 다 보여주는군...멍청한 미국놈들..."
나카무라 해장은 보도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미국을 욕했다.
지금 벌어진 전투...
아니 전쟁은 약소국을 가지고 노는 미국의 전투가 아니다.
지구상 최강의 국가인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나카무라 해장보는
전쟁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핵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더 두려웠다.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예견된거네...
요즘 언더월드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미국이 대놓고 불만을 내세우니까
러시아의 심기가 많이 불편하다 싶었더니 결국..."
나카무라 해장은 리모컨으로 TV 전원을 끄고나서
코시로 이등해좌에게 말했다.
"전 자위함대에 비상방공경계령을 내리게.
러시아가 주일미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네.
혹은 그 반대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을 지원하는 겁니까?"
"아니, 유사시 벌어질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