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PM 10:12
모스크바 크레믈린 궁
내각회의실
"대통령 각하. 극동함대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이즈 제도상의 미 항모전단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가하여
미항모전단의 전멸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이미 예상한 일이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의자에 푸욱 기대면서
TV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BBC에서 남해상의 교전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미국은 보도관제도 안하나보군.
뭐 우리가 내심 바라던데로 되는 것 같으니
크게 불만이 될 것은 없지만..."
푸틴 대통령은
긴 테이블에 앉아있는 고위인사들을 쭈욱 둘러보더니
해군참모총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즈 반도 앞바다 해상에 투입된 극동함대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
"현재는 그곳에서 대기 중이며
앞으로도 그대로 대기시킬 예정입니다.
블라디보스톡과 사할린에서
해군항공대와 공군의 지원을 받을 예정입니다."
해군참모총장의 말에
푸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군참모총장의 말이 끝나자
공군참모총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현재 비상방공경계령을 내렸습니다.
특히 극동지방엔 항공초계를 강화시키고
해군항공대에 대한 호위를 하고 있으며
북해, 발트해의 출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전투기들을 출격시켰습니다."
"국경의 수비선에 비상경계령을 내려놓았습니다.
4개 전차집단군도 모두 준비완료됬습니다."
"전략핵병기에 대한 준비도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각 사일로에게 비상을 내리고 24시간 전투배치를 지시하였습니다."
각 참모총장들의 보고가 끝나자
긴 테이블에 앉아있는 각료들 중
푸틴과 가까이있던 해외정보국(SVR)장이
푸틴에게 가까이 가면서 말했다.
"예상대로 미국이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속도가 상당히 느린편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나봅니다.
미국의 주방위군들이 움직이고 있긴합니다만
전략적 군대에 대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대통령이 결정을 주저하고 있는거네."
푸틴은
초조한 듯이 손가락을 깍지껴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다른 각료들도 아무말 없이 침묵해있었다.
회의실 내부는 그야말로 썰렁 그 자체였다.
몇분간 회의실엔 침묵이 흘렀다.
"각하.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미국이 필히 반격을 해올 겁니다."
대통령보좌관이
몇분간의 침묵을 깨고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는 초조한 듯이 대통령에게 물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아까의 초조함이 무색해질 정도로 당연한 듯이 말했다.
"어쩌겠나?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어차피 일어난 전쟁이라고 다들 인정하지 않았나.
게다가 올림푸스와 콜로서스가 특별히 부탁한 것도 있고
그 ....언더월드의 전투력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충분히 증명되기도 했고,
그런 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미국보다 먼저 우리가 맺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가 말 그대로 세계의 패권을 쥘 기선을 잡은 셈이지
게다가 우리가 살아가려면
예전처럼 아시아 쪽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야하네.
그런데 미국이 그것을 저지하고 있어.
이제 더 이상 세계의 초강대국은 미국이 아니야.
미국과 러시아지."
푸틴 대통령이 딱 잘라서 말하자
보좌관은 할말을 잃었는지 침묵했다.
푸틴과 각료들은
그것이 언제이든지 간에
어차피 일어날 전쟁에 대해 준비해놓고 있었다.
러시아는 1999년부터 시작된 경제성장에 이어
러시아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시아의 패권을 손에 놓지 않으려고했고
이런 미국을 굴복시키기 위해선 오직 힘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서 200년 이상 발전한 과학문명과
처음으로 우호조약을 맺었다는 것 만으로도
미래에는 충분히 미국을 누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동시에 확보하고 말이다.
"미국이 어느국가도 함부로 덤빌 수 없는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영향력을 떨어뜨려야하네.
게다가 그 언더월드와의 전투에서
그들은 벌써 신뢰와 영향력에 의심을 받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더욱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미국에게 상호간의 전투태세를 해제시키거나
미국을 전력으로 까부수는 수밖에 없어."
푸틴 대통령의 말에
각료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각료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긴 테이블에 앉은 각료들을
다시 한 번 쭉 둘러본 후 말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네.
그것이 소규모의 간헐적인 전투이든
대규모의 핵전쟁이든지...말이네..."
8월 13일 PM 10:12
오하이오 주 상공
미공군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
"망할!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조나단 이스턴 대통령은
이리저리 날뛰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그는
백악관에서 세계평화에 대한 연설을 하던 도중
급보를 받고
네바다 주의 지하벙커로 가는 중이었다.
평화주의자인 그는
기존의 대통령과는 달리
각 국의 분쟁에 대한 간섭을 줄여 평화를 지향한다는 논리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군대의 통솔에 필요한 카리스마 같은 것엔 거리가 멀었고
때마침 선거당시 미국에 불어닥친 반전주의와
중국과 같은 신흥패권국가에 대한 무관심론 덕분에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흥패권국가에 대한 무관심론이란
말 그대로 중국과 같은 신흥패권국가들이
다른 약소국과 어떤 분쟁을 일으키든 상관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전쟁이 미국과 같은 군사강국이 분쟁에 참여하면서 생기고
3차대전도 그렇게 시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스턴 대통령은
이러한 여론 덕분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말하던
평화와 분쟁에 대한 일체의 무관심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이
오늘 아침에 깨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러시아가 일본 이즈 제도 해상의 우리 함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 미합중국에 대한 명백한 적대행위입니다!
당장 전략핵무기를 이용해 보복공격을 감행해야합니다!"
국방장관이
핏줄을 세워가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가 주먹을 휙휙 휘두르며 열변을 토해내자
부통령은 침착한 말투로
국방장관의 말에 반론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 미쳤소?
핵을......?
그것도 러시아에다 핵공격을 감행하자는거요?
러시아에 핵공격을 감행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국방장관인 당신이 잘 알잖소?"
"그럼 어쩌란거요?
이미 러시아는 우리를 향해 핵미사일을 들이대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러시아 함대가
이즈 제도 해상의 우리 함대를 개박살냈다는 소식을
당신도 직접 들어서 알잖소?"
이스턴 대통령은
이 둘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지켜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창 혈압을 올리고 있는 국방장관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찰리!
이즈 제도 해상의 함대라니?
언제 일본 영해 근처에서 우리 해군의 훈련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적이 없는데?"
"아, 각하. 그...그것이..."
국방장관은 정곡을 찔린 듯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번엔
이스턴 대통령의 얼굴이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염병할!
혹시 러시아에게 개같이 깨진 함대가
그...언더월드인가 뭔가 하는 게임 프로그램 사태 때문에 정박중인
그 오션 터틀을 확보하겠다고 한 것 때문에 파견된 함대인거요?
오, 하느님 맙소사!
우린 벌집을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야!"
"가...각하.
그것이 아니오라...
그...그 언더월드인가 뭔가 하는 게임 프로그램이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도발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러시아까지 그것에 끼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서...
단순한 동맹국의 보호와 오션 터틀의 확보를 위해 보내두었던
소수의 함대입니다."
"망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까부터
러시아가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는
언더월드에 대한 보호차원에서 파견한
자기네들 초계함 근처에서 교전이 있었다고 지랄거리더니
결국 이 꼴이 되었어!
그 곳에 몰래 대기중인 우리 핵잠도
그것도
시울프 클래스급 핵잠수함 한 척이 완전히 아작났다고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나?
망할!
도대체 일을 어떻게 만들어놓은거야?"
이스턴 대통령이
한도 끝도 없이 화를 내자
국방장관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부통령이 대통령에게 간언하기 시작했다.
"각하!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은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의 첩보위성으로 러시아의 핵공격 징조를 파악하기 전까지
선제 핵공격은 절대로 안됩니다.
서로 핵을 사용하게되면...
어떻게 되실지는 각하께서도 잘 아시잖습니까?"'
부통령의 말에
잠시 조용히 하고 있던 국방장관이
다시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망할!
당신은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하고 있어!
각하!
핵은 유사시 비상식량으로 뜯어먹으려고 만들어둔 것이 아닙니다!
핵은 바로 이런 러시아의 괘씸한 적대행위에 대해 따끔한 보복과 함게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란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려고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러시아에 대한 선제핵공격을 가하면
러시아의 핵전력 따윈 쓸어 버릴 수 있습니다!
아니 설사 러시아에 핵전력이 남는다고해도
항공기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쥐똥만한 전술핵병기 뿐입니다!"
"Please, shut your god damn mouth!!!"
이스턴 대통령은 듣기 싫다는 듯이 두팔을 허공에서 휘저으면서 소리를 꽥 질렀다.
이스턴 대통령이 버럭 화를 내자
국방장관과 부통령은 화를 삭히면서 소파에 털썩 앉았다.
대통령도 지쳤는지
소파에 털썩 앉으면서 국방장관에게 물었다.
"찰리. 우리의 대응은 어떻게되가나?"
"예. 각 주와 주방위군에 비상경계령을 발령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전략폭격대는 현재 출격 준비 중이며
진주만과 노포크 항에 있는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핵잠수함들도
모두 출항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각 주에 설치된 핵사일로에 대해 비상대기상태를 명해놨습니다.
각하의 지시에 따라 언제든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
이스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미국의 전 함대를 이용한 전면적 보복 공격을 가해야할지
아니면
단순한 국지전 수준급의 군사적 대응을 해야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한창 이스턴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보복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각료회의실에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스턴 대통령의 비서였다.
"대통령 각하. CIA 국장님의 전화입니다."
"알겠네."
CIA 국장의 전화라는 말에 대통령은 얼른 비서에게 전화를 건네받았다.
"폴...지금 사태가 심각해졌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그런데...보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보안?"
보안에 문제가 생겼다는 CIA 국장의 갑작스러운 보고에
이스턴 대통령은 영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무슨 보안에 무슨 문제가 생긴건지...
그는 혹시 중대한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에...보도관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TV를 보십시오.
"TV?"
갑자기 TV를 틀어보라는 말에
대통령은
얼른 리모컨으로 TV 전원을 켜보았다.
그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서
미국의 뉴스방송사인 CNN을 틀어보았다.
-이즈 반드 해상에서 러시아의 공격에 전사한 해군장병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바입니다.
이 불미스러운 교전과 관련하여
현재 켈리포니아 주와 오리건 주에서 강력한 반전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 나와있는 닐 조나한 기자입니다.
-네, 켈리포니아 주의 샌프란시스코에서 CNN 기자 닐 조나한입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선 남해상의 우리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에
전쟁을 강력히 부정하는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자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TV화면은 반전시위를 하는 사람 중 하나를 인터뷰하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그는 약간 가무잡잡한 히스패닉 계의 중년남성이었다.
-이즈 반도 해상의 항모전단이 전멸했다는 소식에 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라고 그렇게 자부하던 미국이 러시아에게 함대를 잃고 다닙니까?
이젠 우리나라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것은 미국인이 치뤄야할 전쟁이 아닙니다!
우리는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싶지 머리 위로 핵이 떨어질 상상을 하면서
러시아 같은 꺾기 힘든 군사강국과의 전쟁을 지켜보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가 러시아를 전력으로 꺾어야할 이유도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비단 이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현재 워싱턴과 뉴욕에서도 반전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핵전쟁과 냉전의 재시작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에서 CNN 기자 닐 조나한이었습니다.
이스턴 대통령은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다시 수화기를 집어올렸다.
"젠장, 보도관제도 똑바로 못하나?
도대체 누구에게 보도관제를 맡긴거야?
원숭이에게 시켰나?"
-죄송합니다, 각하.
해군측에서 교전지역에 접근하는 방송국 헬기에게 제대로 경고해주지 않은 듯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망할..."
이스턴 대통령은
벌써 들끓은 반전여론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되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포함된 기동함대가
제대로 힘도 못쓰고 당하는 것이 생생히 방송되자
기다렸다는 듯 히스패닉 계가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미국 남서부 지방에서
강력한 반전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BBC에서 방송된 충격적인 장면은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메갈로폴리스 지역에도 큰 충격을 주었는지
이곳에서도 반전여론이 팽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평양 전쟁의 시발점이된 진주만 공습때와는 달리
러시아의 교활한 기습공격에 대해
미국시민들은 분노하긴 커녕 오히려 반전 구호를 내걸었다.
BBC에서의 방송 때문에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데다
러시아 측에선 '미국의 선제공격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스턴 대통령은 리모컨으로 빨간 전원버튼을 꾹 눌러서 TV를 끄곤
조용히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 만약 이 전쟁의 원인이
언더월드의 존재를 무시하고
언더월드의 본체가 있는
오션 터틀을 무력으로 점령하거나 파괴하려고 하다가
언더월드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날에는
말 그대로
전 세계 사람들은
거의 전세계 전면 핵전쟁이 터진 것보다
더 겁에 질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이
이스턴 대통령의 골머리를 썩히는
가장 큰 문제였고,
그런 문제는 에어 포스 원에 모인 모든 각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코 오션 터틀에 핵공격을 하는 거는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일본 본토 지역에 핵공격을 해야 하는 이유가
컴퓨터로 만들어진 인공생명체들의 국가(?)인 언더월드를 공격하기 위해서
함대를 파견했다가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대 전체가
언더월드의 인공생명들에게 탈취당한 미국의 무인장비와
언더월드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러시아 해군의 연합공격으로
전부 격침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들어주겠는가.
앞에서야 고개를 끄덕이지만
뒤에 가서 미친놈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빌더버그 위원회의 삼인위인
올림푸스와 콜로서스
그리고 아틀라스와의 비밀합의를 통해
전세계의 핵탄두는
이번 전쟁에 한정해서 절대 쓰지 못하도록
올림푸스와 콜로서스
그리고 아틀라스가
UN 본부 지하에 비밀리에 설치해놓은
글로벌 서버러스 페일 세이브 시스템을 통해서
일시적이지만
전부 락을 걸어놓은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대통령이
핵탄두 활성화를 하는 패스워드를
허가한다고 해도,
올림푸스와 콜로서스 그리고 아틀라스가 동시에 동의를 해야지만
미국을 포함한
모든 핵보유국 나라의 핵탄두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도저히 저 떠벌이 각료들에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스턴 대통령은
지금 핵공격을 해야 한다고 침을 튀기면서 주장하는 국방장관과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작정했냐는 식으로 반론을 주장하는 부통령을 보면서
지금 현재 전세계의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런 웃기지도 않은 갑론을박을 듣고 있자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그렇게 그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이스턴 대통령은
결국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회의실 탁자를 거의 때려부술듯이 주먹으로 후려친 뒤
놀란 눈을 하고 있는 각료들과
그 자리에 죄인처럼 안절부절하고 있는 CIA 부국장과 NSA 국장을 거의 찢어죽여버릴 것한 눈으로 보면서
"지금 너희들이 지금 뭐가 잘났다고 지랄들이야?
지금 일을 이지경으로 만든게 누구들인데?"
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스피커폰으로 이 대화를 듣고 있는 CIA국장과 안절부절하는 부국장
그리고 NSA 국장을
당장에라도 즉결처분이라도 해버리고 싶다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차근차근 설명해줄까?
먼저
그 잘난 아니 총질에 미친 CIA와 NSA가
오션 터틀에서 콜로서스를 암살하려고 해서 일이 이 지경으로 악화가 된 것이 아닌가!"
그런 대통령의 분노에 찬 말에
스피커폰으로 대통령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던 CIA국장과
회의실에 죄인처럼 앉아 있던 부국장
그리고 새로 임명된 NSA국장의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은
'닝기미 좇도 씨발.
설마 콜로서스가 그 오션 터틀에 있었던 거는 어떻게 알 수 있냐는 말이야?
콜로서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본인을 포함한 단 세명뿐인데.
진짜 똥을 밟아도 어떻게 이 정도급의 썩은 똥을 밟은 거야?
게다가 암살이라니?
오션 터틀을 습격한 것은 엘리스를 탈취하려고 하는 탈취작전이었지
절대로 암살작전을 벌이려고 한 것은 아닌데........'
솔직히 그들로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앞에서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가는
스피커폰으로 이 대화를 듣고 있는 CIA국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바로 즉결처분 될 것이고
회의실에 죄인처럼 앉아 있는 부국장과 NSA 국장은
당장 이 에어 포스 원에서 낙하산도 없이 바로 비행기 밖으로 내던져질 것 같다는 예감이
동시에 세 사람의 머리 속을 스치면서
합죽이가 된 것 마냥 입을 다물고,
그들이 보기에도 지금 대통령의 분노는 엄청나 보였다.
"지금 일이 얼마나 꼬였는지 알아듣기 쉽게 요약해서 설명해주지.
언더월드를 만든 콜로서스를 설득하라고 지시를 하니까
설득은 커녕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니
그런 머저리같은 생각을 해서 그 소년을 암살하려고 했고,
그 댓가로
미국 역사상 치명적인 사이버공격을 당하고
그 오션 터틀을 장악하기 위해서 항모전단을 보냈더니
러시아 극동 태평양함대와 그 언더월드가 장악한 무인병기와의 합동공격으로
항모전단 하나만 거하게 말아먹고!
거기에 콜로서스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 시크릿 로열 7대 가문에 알려저서
의회를 완전히 뒤집어놓고!
팬타곤 놈들은 아예 CIA와 NSA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것을
나하고 국방장관이 간신히 진정시키고!
콜로서스는 완전히 우리 행정부하고는 대화를 안하겠다고 단단히 화가 나고!"
"..............."
"대체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일을 제대로 하는 놈이 하나도 없어!
CIA나 NSA나!"
대통령의 분노에 찬 호통에 모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 입장으로서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는 셈이었으니........
그렇게 분노를 쏟아내던 이스턴 대통령은
한참이 지난 뒤 간신히 분기를 다스리면서 차분한 말투로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할 거야?
콜로서스는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틀림없이 미국과 일본에 역공격을 할 거는 불을 보듯이 뻔한데 말이야?"
그 말에 스피커폰으로 CIA 국장이
"당연히 그 소년에게 사과를 하고 화를 풀어야지요."
그 말에 대통령은 기가 차다는 얼굴을 하면서
비꼬는 듯한 말투로
"너 같으면 화를 풀겠냐?
아예 CIA 국장급의 고급 관료를 아예 시정잡배처럼 취급하는
대통령의 이죽거림이 섞인 거친 말투에
CIA국장과 부국장
그리고 NSA 국장은 모멸감과 수치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키리토에게 지은 죄(?)가 있는 만큼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그런 그들을 머저리만도 못한 얼간이를 보듯이 경멸에 찬 눈으로 째려보던
이스턴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을 한심스러운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남들은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가지고 있겠지만,
백악관의 주인 자리에 앉아 있어 보니
속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짜로 할리우드 영화가 사람들 인식을 다 버려놓았다.
CIA, NSA?
언더월드를 만든 키리토를 설득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국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 소년을 암살하려고 하고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오션 터틀을 습격한 것 때문에 키리토가 죽을 뻔 한 것까지 합치면 두 번이나 암살시도를 하는 멍청이들이다.
그래놓고 자기들이 국익을 지켰다고 희희낙낙하는,
머릿속에는 그저 총질과 암살밖에 없는,
협상과 회유 따위를 모르는 돌머리들이었다.
문제는
다른 주요부서 인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들의 마음속에서 미국은 강한 조국이었고,
언제나 그 가치는 지켜져야 했다.
그런 과잉 애국은
그들의 머리속에서 대화, 소통, 협상, 회유 등등의 개념을 완전히 삭제해버렸다.
그들이 멍청하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세계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단지 강한 미국에 대한 신념이 지나치게 강해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은 것 뿐이다.
이런 돌머리 아닌 돌머리들을 이끌고 세계를 이끌어나가야 하니,
속이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콜로서스의 도움으로
군사 쪽과 과학 쪽 분야의 부서는 그나마 융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랄까?
그래서 그 두 부분의 부서만큼은 콜로서스 (키리토) 에게 무한한 신뢰와 충성을 바친다는 것
그거 하나만큼은 다행이다라고
이스턴 대통령은 거의 유구무언으로 입을 다문 각료들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백악관과 일본 총리관저가 혼란에 휩싸여 있을때
키쿠오카와 다른 사람들도 그에 못지않은 충격을 겪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