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저고리 안쪽의 이제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가슴과 여자라지만 지나치게 가느다란 몸매 그리고 달빛을 받아서 인지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피부를 가진 이제 막 꽃봉오리에서 피어나기 시작하는 자그마한 꽃처럼 계집아이에서 숙녀로 변하고있는 아리따운 소녀가 이 첩첩 산중에서 가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 흑심을 품고 자시고를 떠나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어지기 마련인 법인데 안타깝게도 소녀 외에는 단 한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소녀의 눈에 무서움이라던가 절망감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기억해냈다. 날이 추워 몸이 떨릴 때는 먼저 크게 심호흡을 하여 숨을 고르고 배 밑 단전에 기를 넣어 기운을 돋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는지 가쁜 숨이나 몸의 떨림은 점차 가라앉았다. 이제 소녀에게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무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지 어린 소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의 몸집보다 스무 배가 넘는 범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무서워...'
마지막 남은 용기를 쥐어 짜내 보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오래가진 못했다.
소녀의 앞에서 그녀를 지키듯이 주호를 위협을 하는 개 역시 그다지 큰 도움이 될 순 없을 것 같았다. 소녀는 마음을 굳게 먹은 듯이 눈빛을 달리했다. 그리고 최대한 주호를 자극하지 않으려 주의하며 천천히 개나리 봇짐을 땅에 놓고 그것을 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주호가 오른쪽 앞다리를 들어 올려 개를 후려치려 했고 소녀를 지키던 개가 뛰어올랐다 주호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란 소녀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으며 자신의 머리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빠른 바람을 느꼈다. 무언가에 맞은 것인지 주호가 주춤하는 사이 소녀는 정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그새를 못 참고 또다시 누군가가 소녀를 놀래켰다.
"엎드려!"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우선 시키는 대로 엎드렸다. 그리고 그 직후 강렬한 빛이 어둠을 갈랐다.
"캬아악!!"
소름 돋을 정도로 끔찍한 주호의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녀는 다리가 풀려버렸다. 이젠 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감싸 올리는 것을 느꼈다. '뭔진 몰라도 제발 10초만 숨 좀 고르고 시작하면 안될까요?'
소녀는 자신이 하는 생각이 스스로도 참 어이없다고 느꼈지만 간절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소녀의 마음따윈 전혀 배려하지 않고 소녀에게 물었다.
"눈이 보입니까? 잠시 시간을 벌었으니 빨리 도망치십쇼"
"저.. 죄송한데 눈이 안보이면 어떻게 되는 거죠..? 제 개는 지금.."
"잔말말고 뛰어!!"
남자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녀는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언제 봤다고 초면에 반말이야? 말을 높일 거면 끝까지 높이지 그리고 소리는 왜 지르는데?
곱게 말하면 내가 못 알아듣기라도 할까봐?'
은인의 태도에 점차 불만을 가질 정도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어딘 지 모를 만치 멀리 도망쳐 버렸다. 그녀의 개 역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단 걸 알아 차렸을 때
또다시 공포심이 언급해왔다.
'히잉, 구해줬으면 끝까지 책임져줘야 하잖아!! 나 혼자서 어떡하라구!!'
소녀는 자신을 구해준 이름 모를 은인이 분명 총각일 거라고 맘대로 단정지었다. 옛부터 어른들은 이렇게 뒷심 약하고 책임감 없는 남자에게 시집가면 신세 망친다는 말을 자주 했으니까 그 남자에게 시집 가고 싶어하는 여자는 분명 없었을 거고 지금 당장 여기서 자신을 구해주러 오지 않으면 평생 장가 못 갈 거라며 생명을 구해준 은인의 미래를 위한 조언을 마음 속으로 해주고있을 때 그녀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는 뭔가가 느껴져 뒤를 돌아보곤 깜짝 놀랐다.
그 남자가 어느 새 자신의 개까지 데리고 와선 숨을 거칠게 몰아 쉬고 있었다.
"축하해요 아저씨는 장가 갈 수 있겠네요"
소녀는 얼떨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스스로도 놀랐지만 사내는 죽을힘을 다해 뛰었던 탓인지 거칠게 숨을 몰아 쉴 뿐이었다.
"후우, 무슨 하아, 그게 무슨, 후우 말입니까? 아니 그보다 아우! 숨차!!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소? 아, 무작정 불을 보고 이쪽으로 달린 건가?"
"아뇨!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풍산아!! 너도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소녀가 수호라는 개를 쓰다듬는 동안 사내는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 넣으며 불을 더 키웠다. 처음 주호와 마주했을 때의 행동만 봐도 평범한 아가씨는 아닐 거란 생각은 밝은 곳에서 천천히 지켜볼수록 굳혀져 갔다. 소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불을 키우던 사내는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뒤 웃옷을 벗어 소녀의 옆에 깔아주었다.
"아.. 저기 이렇게 까진 안해주셔도.."
" 다 자라지도 않은 소녀가 찬 바닥에 앉으면 훗날 소박 맞는 법입니다. 그다지 비싼 옷도 아니고 짐승의 거죽으로 만든 옷이니 부담 갖지 말고 앉기나 하세요"
소녀는 한차례 더 사양할까 하다가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호의를 져버리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조심스럽게 옷 위에 앉았다. 물론 소녀가 훗날 소박 맞을 걱정에 앉은 것은 아니었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하므로..
"꼬마 아가씨가 지금 많이 놀랐을 텐데, 따듯한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 하겠지만 이 근처의 샘은 저 빌어먹을 살쾡이 새♡가 마실 수 없는 물로 만들어놔서 물을 구할 방법이 없소. 목이 마르더라도 조금 참아주시겠습니까?"
"마실 물이라면 저에게도 있어요! 잠시만요"
소녀는 서둘러 봇짐에서 물을 꺼냈다. 사실 꼬마란 말을 듣고 울컥해서 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안 할까 했지만 그러기에 땀으로 범벅이 된 사내의 몰골은 너무 가여워 보였다.
소녀의 예상대로 사내는 사양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물통을 받아들고 목을 축였다. 갈증이 심해보이던 모습에 비해 사내가 마신 물의 양은 한 모금도 채 안 되는 아주 적은 양이었다. 소녀는 더 많이 드셔도 괜찮다고 다시 권했지만 사내는 정중하게 사양하며 물을 구하기 어려운 지금 같은 상황에선 물은 최대한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직후 고개를 숙이며 소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히야,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내 생에 가장 훌륭했던 감수(甘水)였습니다, 실은 오늘 한나절 동안 물이라곤 냄새도 맡지 못했으니까요, 꼬마 아가씨가 없었다면 아마 내일 아침엔 탈수증상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아저씨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걸요,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조차 올리지 못한 무례를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소녀는 최 연희라고 하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존함을 여쭈어도 될는지요?"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만, 제겐 이름이 없습니다. 낳을 때 부모님께 받은 이름은 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지요. 저는 그저 일개 사냥꾼이기에 사람들과 왕래를 자주 할 필요도 없고 저를 고용한 고용주에게 고용주께서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지어달라고 하는 편이죠 이 마을 촌장은 저를 곰치라고 부릅니다. 이런 정도니 꼬마 아가씨께서도 편할 대로 부르십쇼."
개나리 봇짐 속에 물통을 집어넣던 연희는 꼬마란 소리에 잠시 몸을 움찔했다. 당연히 들릴 리 없을 테지만 그녀는 왠지 자신의 뒷목에서 끈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은 듯 했다.
"아저씨! 목숨을 구해준 은혜 뭐라 말씀드려도 모자랄 만큼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만! 다 큰 처자에게 꼬마라니요! 해도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이번엔 사내 쪽에서 앞서 소녀가 들었던 그 소리를 들은 듯했다.
'이게 목숨 걸고 구해줬더니 어따 대고 큰소리야'
"꼬마 아가씨야말로 너무한 것 아니오? 내 그리 어린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꼬마 아가씨에게 아저씨란 말을 들을 정도로 늙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딱 보기에도 그리 처녀처럼 보이시지는 않는구만 그게 무에 큰일이라고 역정까지 내신 단 말이오!"
"제 나이가 올해로 열 여섯이 되옵니다. 어디 가서 꼬마라 불릴 나이는 지났는지 아는데요?"
"내 나이 금년 스물 셋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충분히 꼬마라고 불러도 될 나이십니다."
"어머머, 그래요? 아저씨도 제 기준으론 충분히 아저씨라고 불러드려야 할 [연배] 시군요."
사내는 이가 부득부득 갈리는 것을 꾸욱 참으며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고작 열 여섯 먹은 아이의 농간에 자신이 말려들어 화를 내버리는 꼴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분을 삭히기가 힘든데 연희의 옆에 누워있던 개마저 제 주인 편을 드는양 짖어대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는 말싸움으로 묘한 공기가 둘의 사이를 맴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사내는 아무래도 자기가 좀 심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상대는 어린 여자아이인 데다가 또 난생처음 보는 신수의 모습에 잔뜩 주눅… 들어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최소한 남자인 이상 여자에게 소리지르는 건 좀 사내답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여자를 울려본 기억은 있지만 웃게 만드는 재주는 없었던 거 같아 속이 답답해져 왔다. 잠깐 머리를 써 보던 사내는 어차피 하루보고 말 사람 구태여 애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배낭 안에 있는 육포를 끄집어내어 한 조각을 입안에 던져 넣었다.
사냥꾼이란 본디 야생에서 생활하는 짐승을 상대하는 족속들이다. 야생의 그것들이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냥꾼 역시 그들을 상대하는 만큼 그에 못지 않은 예리한 육감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사내는 육포가 입에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 곁눈질로 연희가 군침을 삼키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왠지 사내는 승기를 잡은 듯 한 짜릿함을 느꼈다.
"드시겠습니까?"
연희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일부러 눈을 째리며 날카롭게 말했다. 아니 말 하고싶었다.
"필요 없…!!" 꼬르륵…
둘 사이에 다시 어색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내는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며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지금 웃음이 터져버리면 화해의 끈을 다시 잇기 힘들 것이다. 연희는 붉어진 뺨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린 채 말했다.
"흠,흠, 그…그리 배가 고픈 것은 아니지만 아저씨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도 결례를 범하는 것 같으니 받아 두도록 하겠어요"
사내는 '당연히 그러하시겠지요~' 하는 표정으로 육포를 연희와 자신 사이 중간에 깔아 두었다. 그리고 그중 한 조각을 집어 연희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꼬리가 빠지게 흔들고 있는 풍산에게 던져주었다. 연희는 풍산 앞에 떨어진 육포를 집어들며 말했다.
"소용없어요. 풍산이는 제가 주는 음식 외에는 먹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휴대식량이실 텐데 이렇게 개한테까지 주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사내는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올려 보이며 말했다.
"꼬마…흠!흠! 실례했소, 아무튼 아가씨를 주운 시점에서 이미 주호를 사냥하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내일 하산해서 마을에 데려다 드릴생각이니 식량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그런데 이 개 말입니다, 이름도 풍산이고 제가 보기론 북쪽이 고향인 범 잡는 사냥개와 같은종 인 듯 한데?"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내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무래도 화는 풀린 듯 한 모양이었다. 그런 사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희는 풍산에게 고기를 물려주며 말을 시작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풍산이는 순수혈통의 풍산개예요, 흔히들 범을 물어죽이는 사나운 사냥개라고 알고들 있죠 제게는 단지 귀여운 동생 같은 존재일 뿐인데 말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늘 함께 자랐고, 때론 같이 양을 돌보기도 하거나 밤엔 외양간을 지켜주기도 했죠"
"아니 풍산개를 이용해서 양을 쳤단 말입니까? 맙소사, 아가씨 고향에 있는 양들은 성깔 좀 있나보군요"
"풍산이가 의외로 섬세하고 꼼꼼하니까요. 보기보단 양을 노련하게 잘 다뤄요"
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생글생글 미소짓는 연희의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개를 아끼는 모양이었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부드러운 형태로 마무리가 지어졌으니 사내는 얼른 그 연희라는 꼬마를 재우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범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졌을 지금, 빨리 이 어린 소녀를 재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사내가 생각했을 때 연희의 입에서 뜻밖의 소리가 나왔다.
"그 호랑이는 어떻게 하신 거죠?"
사내는 골치 아프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마디 나눠본 결과 이 꼬마는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될 법하게 둔한 아이는 아닌 듯 보였다. 사내는 체념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 아가씨가 도망가고 나서 섬광옥의 여파 때문에 시력이 회복 안된 주호의 눈에 화살 한방을 더 쏘아붙였죠. 눈에 제대로 맞았는지 주호는 우선 도망 쳤습니다. 상처가 악화되서 죽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 정도로 쓰러질 만큼 약해 빠진 놈은 아니니까,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르죠"
"차라리 상처 입은 지금 공격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우리 풍산이도 고향에선 범 잡는 개라고 유명한 종자니까, 도움이 될텐데요…"
연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내는 손을 턱에 괴고 잠시동안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밤은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불은 꺼지기 직전 가장 맹렬하게 타오르는 법입니다.
범 역시도 상처를 입은 후에 진짜 범으로서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법이죠, 싸울 수 있는 전력이라곤 나와 이 강아지 밖에 없는데, 지금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목숨을 잃는 건 이쪽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사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사냥 당하고 있는 처지일지도 모르니까요"
연희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지만 그녀의 조막 만한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 제법 대가 센 편인 듯 보이긴 하나 역시나 갓 열댓살 먹은 어린 아이가 견뎌내기엔 범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두려울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마음을 가다듬는 연희의 어깨를 따듯한 것이 덮어졌다.
연희가 살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사내가 배낭에서 꺼낸 모포를 연희에게 둘러주고 있었다. 모포는 범의 가죽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는데 놀랍게도 그 색이 밝은 푸른빛을 띄며 모포자체에서 따스한 열기를 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포는 한때 어느 산에서 군청의 수호신이라고 불렸던 범의 가죽으로 만든 겁니다.
제가 처음으로 사냥한 신수였죠…"
연희는 모포를 덮어주는 사내와 몸이 스치자 몸을 살짝 움츠렸다. 사냥꾼이라는 직업 때문에 지저분하고 몸에서 독한 냄새가 날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내의 몸에선 달콤하지만 끈적거리지 않고 코를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향이 뿜어져왔다. 아마도 서역상인들에게 비싼 값을 줘야 살 수 있는 향수라고 부르는 귀중품을 몸에 뿌린 것이리라.
사내는 연희의 어깨를 두손으로 감싸쥐고 말했다.
"이래 보여도 한때는 이름 있는 수렵가문의 신수전문 수렵 문하생으로 교육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내일 해가 밝는 즉시 아가씨를 마을로 모셔다 드릴 테니 걱정일랑 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의 맑은 눈엔 왠지 모를 신뢰감이 느껴졌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인지 아니면 역시 신수로 만든 모포라서 잠이 잘 오는 것인지 연희는 잠자리에 들자마자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내는 곰방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곰방대의 내용물은 담배뿐만이 아니었지만 사내는 익숙한 듯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밝은 달을 보며 사색에 잠긴 사내는 오늘밤은 참 유별나기도 한 밤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깊은 밤에 기분이 좋아진 사내는 연희라고 부르는 아가씨가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코를 골며 자는 방정맞은 행동을 눈감아주기로 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잠 못 이루는 길고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PS:아..스토리 진도뽑는 과정이라 루즈하네요... 최대한 재밌게써보려고 했는데=_=..
아! 그리고 이 글의 시대적 배경은 선조 23년 이후입니다~
Ps2:여러분께서 달아주시는 댓글은 커다란 힘이됩니다..굽신..굽신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다음편 기대하고 있을게요~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편의 긴 밤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ㅋㅋㅋㅋ
ㄴ긴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