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꽤 많이 들었지만 조립 설명서와 다르게
건프라를 만드는 게 상당히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그 작업을 하면서 다음에는 더블 제타의 가동성을 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더블 제타 하면 두툼한 몸매와 고화력 무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움직임이 엄청 날렵한 모빌 슈츠죠.
그런데 HGUC 더블 제타는 가동에 제약이 많아서 전혀 그런 특징을
못 살린 것 같아 개수가 가능한지 살펴 보고 싶었고
가급적이면 다른 건프라의 정크 사용은 최소한으로 하여
더블 제타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보자는 취지로 이곳저곳을 칼로 깎아봤습니다.
폰카라 화질이 안 좋으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일단 가동성은 더블 제타 하면 떠오르는 요 자세를 만들 수 있느냐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래는 MG 버카 사진인데 어차피 만화는 만화고(아니메쟈나이??!!)
건프라는 건프라니까 현실적으로는 이 정도만 포즈가 나오면 좋겠다 싶더군요.
결론적으로는 여기에 못 따라갑니다만...
일단 완성한 소체는 이렇습니다.
개수의 시작은 팔뚝부터. 팔 내부에 격벽이 있는데 그걸 니퍼로 따주면
회색 관절이 아주 조금은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원래 더블 제타의 팔은 정직한 90도로 움직이지만 이제 110도 정도 되려나요.
어깨 바깥 쪽도 살짝 니퍼로 자르고 칼로 대강 다듬어주면 폴리캡이 더 움직일 공간이 생깁니다.
장딴지 가운데 부품도 막힌 부분이 있는데 최대한 터줍니다.
이렇게 하면 무릎이 아주 약간 더 굽혀지기는 하는데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나진 않더군요.
다리 가동을 막는 문제의 부위. 기존의 구멍 밑에 작은 일자 홈이 있는데 거길 중심으로 구멍을 팠습니다.
안쪽에는 폴리캡을 넣었습니다.
백팩이 어깨 회전을 막는 방해 요소라 간격을 벌릴 수 있게 HGBC 파워드 암즈 파워더 부품을 달았습니다.
요 부품은 지난 번에 라이트닝 제타를 손 보면서 정말 쏠쏠하게 썼는데, 이런 작업에 최적인 것 같습니다.
끝에 연결된 핀은 집에 해체된 헤이즐이 있어서 어깨 부품을 가져다 썼습니다.
저 부품 대신 HGBC 파워드 암즈 파워더의 관절 부품을 써도 무방합니다.
백팩까지 작업하고 나면 개수 전보다는 동작이 조금 커지지만 딱 붙은 어깨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어깨를 조금 위로 움직일 수 없을까 하고 구조를 보다가 폴리캡을 안으로 돌리고 거기에 건프라에서
흔히 남는 어깨 부품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모양을 보면 HGUC 육전형 건담 어깨가 제일 먼저 생각 나는데
부품 상자를 열어보니 정크로 몇 개가 있었습니다. 움직일 때 한쪽 모서리가 걸리니 살짝 잘라줍니다.
어깨 부품이 움직일 공간이 나야 하므로 더블 제타 소체도 조금 잘라야 합니다.
회색 프레임(?) 살짝, 등판도 살짝 공간이 나도록 니퍼로 자르고 칼로 다듬어주면...
대강 앞으로도 숙여지는데 팔을 끼우면 저 방향으로는 가동이 잘 안 됩니다.
여기까지 작업하고 얼마나 자세가 나오는지 봤습니다.
팔이랑 어깨는 저 정도가 이미 한계다 싶어서 어쩔 수 없다 싶었고,
나머지는 각도빨로 MG 버카 사진하고 어찌 비슷하게 안 될까 싶었는데
다리가 너무 안 벌어져서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줄로 고관절 쪽 부품 모서리를 깎아보자니 너무 할 일이 많은 것 같고
니퍼로 적당히 구멍을 틔어 보자니 소재 성질상 안 될 것 같고... 다른 건프라 고관절을 가져오자니
원래 하려던 개수 방향이랑 안 맞는 것 같고, 멀쩡한 건프라에서 고관절을 뜯어내는 건 차마 못하겠는지라
고민에 고민을 계속하다가...
그러다 생각난 것이 폴리캡을 바꿔서 살짝 잘라보자! 처음에는 PC-123-B로 시험해봤는데
PC-123-B의 폴리캡 내부 공간보다 고관절의 볼 지름이 조금 더 크고
거기다가 폴리캡이 살짝 튀어나오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라서 다리를 움직이다보면 빠지기 쉽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더블 제타의 원래 폴리캡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슬쩍 잘랐죠.
혹시 실패해도 PC-123-B를 저 자리에 꽂으면 그냥 세워두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고관절 부품을 보면 폴리캡을 고정시키는 홈이 있는데
해당 폴리캡에서 저 홈에 꽂는 부분을 1밀리미터 정도 잘라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죠.
1밀리미터 정도 더 들어간 고관절 폴리캡. 내부에 1밀리미터를 메워주기 위해 폴리캡 런너의 네임택(?)을 대충 잘라서 넣어줍니다.
뒤집어서 보면 저렇게 살짝 튀어나와 있습니다.
결합! 그 밑에 갈아낸 자국은 작업 초반에 다리를 어떻게든 좀 더 움직이게 해보려고 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안 갈아낸 것보다는 낫다...
다리와도 결합!
그렇게 해서 팔과 다리가 이 정도로 움직이게 됐습니다. 성형 전 사진이 없어서 직접 비교는 불가...
굽혀지는 부분들이 최대한 보이게 괜히 이상한 자세를 만들어 봅니다.
화질이 상당히 구립니다만... 포징을 해보니 팔보다는 다리 쪽이 더 잘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리하여 나온 최종샷. 기존 더블 제타가 워낙 뻣뻣하게 나와서 가지고 놀기에는 좋아졌는데
여전히 어깨 가동이 떨어지는 편이라 약간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만족!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든 생각은,
현재 구조로도 충분히 가동성을 높일 수 있을 듯한데
왠지 반다이가 더 손을 안 대고 치운 듯한 느낌이랄까요.
니퍼로 잘라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더블 제타를 너무 홀대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g더블제타는볼수록할수있으면서안한느낌이깊게듭니다
뻣뻣한 놈을 완전히 환골탈태 시켜주셨네요 대단하십니다 ㄷㄷ
덩치가 큰 킷이다보니 소체 내부에 공간이 많아서 막힌 부분을 조금씩 터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애초에 요런 부분만 좀 더 신경 썼으면 됐을 텐데 대체 왜 이따구로 설계한 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hg더블제타는볼수록할수있으면서안한느낌이깊게듭니다
더블 제타 발매 전후로 가동성이 좋은 킷들이 꽤 나왔는데 왜 저런 물건을 내놓았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최근에 나온 트리스탄도 그렇고... 설계자마다 다른 독특한 철학(?)이 반영되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변형자체는완벽합니다 그외가별로여서그렇지....
트라이온3 만들면서 HG ZZ 금형 가동부분 느낀점은...일부러 소비자를 엿먹일려고 작정한 케이스 같더군요
더블 제타의 서 있는 자세를 재현하는 데만 초점을 둔 건지, 서 있는 거랑 변형만 제대로(그것도 엄청 복잡해서 하기 싫지만)고 나머지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듯합니다. 오른손으로만 총하고 빔 사벨을 쥘 수 있다는 것도 분노를 불러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