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간달프 / 오른쪽은 TriHard
딱 작년 이쯤일겁니다.
작년에 제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때, 우리 사무실은 옆집 오토바이 센터랑 뒷마당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센터에서 저 입사 몇일 전에 고양이 2마리를 데려왔다고 하는데
동영상 보면 알겠지만 야외에다 고양이 방치해놓고 개 한마리도 겨우 숨쉴만한 울타리에 목줄 묶고 가둬놨더라고요.
목줄하고 울타리는 1주일 쯤 지나니까 없어져 있었는데, 얘네들은 그래도 실내에서 사는게 아니라 뒷마당에 방치된채로 키워지고 있었습니다.
옆집에서 얘네들한테 해주는거라고는 밥그릇, 사료, 화장실과 그 모래밖에 없었고요.
저하고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제 형은 고양이를 좋아하기때문에 옆집이 문잠궈놨을때 고양이가 사무실에서 쉬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고양이가 밖에서 고생하는거 보기도 안좋아서 사무실에서 에어컨도 같이 쐬게 해주고 놀아도 주고 가끔씩 캣푸드도 사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문제는 입사하고 2~3달뒤에 생겼습니다.
옆집 센터 주인이 자기 가게에 쓰레기들을 다 방치하고 이사를 간겁니다.
폐기된 오토바이가 길거리 골목에 굴러다니는게 시청에 민원 들어갔는데도 배째라 하면서 이사간 뒤에 연락도 안되고 쓰레기가 뒷마당에 산더미같이 쌓였죠.
고양이는 말할것도 없이 당연한 것처럼 방치됐습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키우고 싶긴해도 좋아하는건 직원뿐이고 사장님이 길거리동물 싫어해서 사장님 없을때만 들여보낼수 있었습니다.
얘네들 챙겨주는건 나, 형, 같이 일하던 경리 누나밖에 없는상태였죠.
그 상태로 추석이 왔는데, 회사가 추석에 쉬기때문에 3일간 사무실을 비우는 상황이었는데,
그 3일간 매일같이 밥주던 인간들이 내내 안오면 고양이들이 여러모로 위험해질까봐 혼자 한방중에 내려와서 추석동안 사료챙겨줬습니다.
근데 추석이 끝나자마자 회색 간달프가 안보이더라구요. 분명히 밥줄땐 있었는데 얘가 1주일 내내 안보이고 TriHard만 혼자 남았습니다.
심지어 그 TriHard도 1주일 내내 행동이 굼뜨고 사무실 구석에 누워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는겁니다.
처음엔 친구가 안보이고 외로워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3일을 내리 힘없이 다니고 밥도 못먹는걸 보다보니 이건 100% 아프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저하고 형이 데려가서 키우기로 결정. 그날 밤에 퇴근하고 병원에 데려가봤는데 '범백'이라는 병에 걸렸다더군요.
전혀 몰랐었는데, 애완동물들이 예방접종을 맞지않고 도심에서 살면 기생충이 몸속에 자리잡아서 내장을 전부 파먹는다고 하네요.
마땅한 치료법은 없고, 병원 입장에서는 고양이가 버틸수 있게 항생제라던지 영양제같은거 놔주면서 고양이 스스로 기생충을 이겨낼수 있게 봐주는것밖에 못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 치료과정에 드는 금액이 쎄다는 거였는데 고양이가 언제 나을지 기약이 없고, 실패하고 죽을수도 있는데
하루에 17~24만원 정도의 금액을 계속 내야한다는거였습니다. 근데 뭐 별수있나...여기까지와서 고양이가 죽게 놔두긴 싫고 같이살던 애인데 일단 제가 돈낸다고 했습니다.
까만애는 평소에도 소심하고 잘 움직이지 않던 애였는데 고양이나 저한테나 다행히 다음날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길 들었고
그 상태로 4일동안 치료하니까 퇴원해도 되겠다는 전화를 받아서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기 위한걸 모두 새로 구입한채 들였습니다.
처음 1주일은 다른 고양이들도 그렇듯이 겁먹어서계속 도망다니고 싱크대 뒤에 먼지투성이 구석에 숨어서 나오질 않았지만
얼마 안가 익숙해지더니 존나 귀여운 애가 됐습니다..
부비부비도 해보고 껴안아도 보고 장난도 쳐보면서 느낀점은 아무래도 얘도 자기가 죽을뻔하다가 우리들이 살려줬다는걸 아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뿌리치질 못하고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소리만 내는거 보면서 "얘 정말 착하다" 싶었습니다.
집에 들이고 2~3주쯤 지나니까 발정기가 찾아왔는데 진짜 이게 장난 아니더라구요...
밤새 내내 미친듯이 울어제끼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우리가 잠을 잘수 있더라도 옆집 사람들 스트레스 쌓이는게 걱정될 정도.
그리고 클레임 들어오는 것보다 고양이 자신도 발정기때문에 괴로워하는게 느껴져서 이건 중성화수술을 할수밖에 없겠구나 싶어 심영수술을 했습니다.
깔때기 쓰고 집에 왔는데 기분 다운된거 보니 내가 다 미안해짐ㅠ
그리고 지금 1년이 다되갑니다.
밖에 나가면 존나 무서워하고 여기저기 집안 뛰어다니는거 좋아하고.
주인보고 놀아달라고 울어제끼는 주제에 절대 가까이는 안오고 사료대신 간식만 존나 좋아하지만
제가 존나 무서워하는 바퀴벌레도 능숙하게 잡아주고 아침에 출근할때되면 깨워주기도 하고
집안밖으로 수상한 동물이나 사람이 오가면 주인 지킬려고 하악질 하지만
주인한텐 절대 발톱 안세우는 착한 고양이입니다.
글 봐줘서 고마워요.
ps. 간달프는 추석끝날때 오토바이센터 주인이 주워가서 고양이 키우고싶다는 다른 사람한테 맡겼다고 합니다.
pps. 오토코노코에요.
ppps. TriHard가 뭔소린지는 구글쳐보면 나와요.
pppps. 이 글은 원래 유게에 썼던걸 말투만 바꿔서 그대로 여기 올리는거에요.
쓰담쓰담 손길과 집사 손에 부비거리는 냥이를 보니 서로 얼마나 애정하는지 알겠네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우리집 아들이 왜 그집에?
대단하셔요!
쓰담쓰담 손길과 집사 손에 부비거리는 냥이를 보니 서로 얼마나 애정하는지 알겠네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우리집 아들이 왜 그집에?
대단하셔요!
2p는 선택이 안되는가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