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끌어모으고 뭉쳐서 대충 만든거라 이 장르가 이 갤러리에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작 갤러리니까 일단 올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부터 눈이 내릴때면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만들어보던것이, 해마다 꼭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눈으로 대충대충 만들고 끝내는 것이라 허접하지만, 그래도 4년간 만들어본것들을 한번 올려보고 싶어졌습니다.
3년 전 처음으로 만들었던 공룡입니다.
티렉스를 모델로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눈이라서 직립을 시키기는 어렵고, 이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것으로 대강대강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한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들고 나니 뭔가 자신감? 같은게 생기더군요.
그리고 1년 후인 2017년에는 이전보다는 좀 더 잘 만들어보자 하며 다시 한번 공룡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지난번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만드느니 이번에는 아예 눕혀서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죽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번에 걸린 시간은 한 한시간 반 정도 소요한것 같습니다.
눈으로 이빨까지 만들어서 달아줬습니다만...역시 실제 티렉스의 이빨보단 수가 훨씬 적습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을 떠나서 캐나다에 체류중입니다.
사실 캐나다에 있으면 눈이 펑펑 내릴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 그렇지 않고, 제가 거주하는 BC주의 밴쿠버는 한국보다도 눈이 적게 오고 겨울이 매우 따뜻합니다.
그래서 가끔가다 눈이 좀 많이 오기라도 하면 반가워서 뭔가를 꼭 만들게 되었습니다.
2018년 겨울에는 아예 평평한 걸 만들어보자 생각해서 바다거북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모델은 한국에 서식하는 붉은바다거북입니다.
이 거북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반 남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이 온날은 아니고 눈이 내린 다음날이라 살짝 녹았었기 때문에 잘 뭉쳐져서 위의 티렉스보다 더 섬세한 작업을 요구하긴 했지만 거의 동등한 시간내에 끝낼수 있었습니다.
흙으로 포인트를 조금 주고 다시 찍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볼때 흙으로 포인트를 안준 쪽이 더 나은것 같습니다.
사진은 본인입니다. 얼굴은 보시는 분들의 시력건강을 위해 가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 올해의 겨울이 찾아왔고 이번 해의 겨울은 유난히 따뜻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 초가 될때까지 눈은 커녕 진눈깨비 한번 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2월 둘째주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이 찾아옵니다.
정말 반가운 나머지 학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캠퍼스의 운동장에 다른 종류의 바다거북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캐나다 남부 해안에 찾아와 알을 낳고, 아주 가끔씩 한국의 해안에도 출현하기도 하는 장수거북(Leatherback sea turtle) 입니다.
실제 크기와 가장 가깝게 만드려고 노력했는데, 장수거북을 연구하셨던 조교중 한분의 말씀으로는 실제보다는 약간 작은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등딱지 위의 솟아오른 줄이 무려 7갈래나 되어 이를 표현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원래는 한 해에 하나씩만 만들지만, 이번 해는 유독 눈이 너무 적게 왔던지라,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커서 이번에는 여러개를 더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만든것은 장수풍뎅이입니다.
원래 곤충 채집하는것을 좋아했는데,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온 이후로는 작은 곤충들만 보다 보니, 한국의 크고 멋진 장수풍뎅이가 정말 보고싶더군요.
보고싶은 마음을 담아 정성껏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중 가장 오랜 시간인 무려 장장 4시간 동안 씨름하며 겨우 만들어냈습니다.
약 3억 6천만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에 살았던 원시 어류인 판피어류의 일종으로 몸길이가 약 9m까지 육박했던 대형 포식자인 던클리오스테우스(Dunkleosteus)를 만들어보았습니다.
공룡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도 공룡보다 더 좋아했던 고생물이었습니다.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사진을 첨가합니다. (출처: https://www.cmnh.org/dunkjaws)
난이도가 정말 어려웠는데, 저 특징적인 이빨을 표현하기 위해 생수통에 물을 받아놓고 눈을 뭉친 후 뿌리고 납작하게 만든 후 딱딱해질떄까지 기다린 후 입에 붙이는 방식으로 이빨들을 만들었습니다.
저렇게 고생했던것도 보람이 없이, 결국 약 일주일 간 눈이 오지 않고 햇살 쨍쨍한 날씨만 계속되며 올해 만든 장수거북도, 장수풍뎅이도 던클리오스테우스도 모두 꼴사납게 녹아버렸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오랜만에,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눈이 꽤 내렸습니다.
하지만 오전 동안만 살짝 내리더니 오후부터 줄어든 후 비와 섞여 내리기 시작해, 곧 모두 녹아 없어질거라 생각하니 아쉬워졌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약 2시간이 걸려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늘 만든것은 고지라였습니다.
고지라의 디자인은 꽤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가 참고한것은 넷플릭스로 방영해준 괴수행성 버전의 고지라와 할리우드 몬스터버스 버전의 고지라를 조금씩 섞어서 만들어보았습니다.
이미 오후 낮부터 비와 섞인 눈이 계속 내려서 그동안 쌓여있던 눈 모두 물먹은 얼음처럼 되어서 부드러운 질감 표현을 할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무거워지고 딱딱해지게 되어 내구력이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고지라처럼 직립하고 있어야 하는 형태는 평소의 눈이라면 만들기 어려웠을테지만 역으로 더 쉽게 만들수 있었습니다.
정면 샷.
다리를 원래보다 너무 과도하게 두껍게 만든것 같지만, 다리 굵기를 줄이려고 하는 와중에 혹시라도 쓰러질까봐 무서워서 그냥 저 상태로 두기로 했습니다.
크기는 대략 이정도.
이상입니다!
캐나다에 체류하면서 향후 취직을 위해 2년제 전문대학을 다니고 꽤 빡빡하게 사는 와중에
눈이 내렸을때 이런저런것을 만들어볼때면 어린시절의 추억도 생각나고, 또 나한테 아직 창작의 욕구가 많이 남아있는가 하는 보람도 느끼게 되어 좋습니다.
루리웹 여러분들도 눈이 내리면 자신만의 특별한 뭔가를 만들어 보시는게 어떨지요?
그럼 끝나가는 겨울, 계절 바뀌며 찾아오는 감기 조심하시고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ㅋㅋㅋ 재밌네요. 저도 쪽만안팔릴 공간있으면 저리 해보는건데 ㅋㅋ
만들고 있는게 단순한 형태의 눈사람 같은게 아니라면...보통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도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면 캐나다에서는 뭘 만들고 있건 신경 안쓰고 그냥 지나갑니다.
여기 또 재능 낭비 하시는 분 있네...ㅋㅋㅋ 일단 퀄리티 좋네요..ㅋㅋ
이게 금이야 손이야 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