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세계견문록 아틀라스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국수에 삘이 꽂혀버려 꼭 만들어 먹어야겠다
다짐했는데 한달 전 즈음에 드디어 재료를 모두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국수는 "치산 싸오즈면"으로, 3,000년 전 중국
주나라에서 기원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아주 오래된 음식이죠. 싸오즈면은 명절이나 잔치, 생일 같이 좋은 날
먹는 국수로, 고명으로 들어가는 다섯 가지 색 재료와 면에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고대 봉건국가였던 주나라는 철저한 계급사회였기 때문에 백성들은 고기 구경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문왕은
백성들이 비록 "고기를 마음껏 먹진 못해도 구경 정도는 시켜주자"라는 기발한(?) 생각으로 이 싸오즈면이 탄생 시켰다고
하죠. 물론 저는 현대인 파오후라 고기를 넉넉하게 넣었지만 원래 싸오즈면을 만들 때에는 돼지고기를 아주 얇게 썰어서
조금만 넣었다고 해요. 싸오즈면의 한자를 보면 臊子面으로, 전설속 이야기 처럼 국수를 먹음으로서 백성들 또한 복을
누릴 수 있게 기원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
매운 고춧가루로는 여기서 구하기 쉬운 케이옌페퍼가루를 사용했어요. 잘 만든 싸오즈는 맵고 시큼해야
하기 때문에 매운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돼지고기는 집에서 굴러다니던 갈비입니다 ㅎ...
라드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만들어 놓은 라드가 이것 밖에 안 남았고, 이 음식을 만들어 먹은
뒤로부터 얼마 후 부모님댁으로 한달 간 와있을 예정이었기에 라드는 더이상 만들지 못했습니다 ㅠ
고기는 대충 얇게 썰어주고,
지단님 다음부턴 깝치지 않겠습니다 :( 그래도 어짜피 저렇게 막 썰어줄거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 ㅎ...
하얀 두부는 흑과 백의 분명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바라는 모든 소망이
이 국수 한 그릇 안에 담겨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싸오즈에 고기와 함께 볶을 이 마늘은...
아무것도 뜻하지 않습니다 헤헿
얇게 썬 마늘도 넣어줍니다.
어느정도 다 볶아지면,
싸오즈 육수 완성입니다!
시뻘건 육수를 부어줍니다 헠헠
육수 향이 정말 취향적중입니다 헠헠
헠헠
면도 후루룩... 컥컥입니다. 기름기가 많고 매운 고춧가루와 식초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수 처럼 후루룩 먹다가는 신세계를 체험하게 됩니다. 어쩐지 방송에서도 다들
후루룩이 아니라 얌전하게 몇 가닥씩 먹더라니 ㅎㅎ 미친듯이 맵긴 하지만 중독성이 강한
맛으로,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주나라 당시 실제로 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은 사서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국수의 미라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학자들은
국수가 중국에 처음 소개된 때를 전한의 장건이 서역을 다녀온 후로 보고 있습니다. 이때가 주문왕
시대보다 940여년이 흐른 뒤이기 때문에 주나라 때는 국수가 존재할 수 없죠. 또한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라 유럽인들에 의해 전파되기 전에는 동양에서 먹지 않았으니 싸오즈면이 붉고 매운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일 테죠.
하지만 국수 리필해 먹는 건 아직도 건재한 전통으로,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산시 국수편을 보면 사람들이
잔치 때 저런 방식으로 국수를 리필해 랜덤으로 돌려 먹는 장면이 상당히 문화컬쳐쇼킹깜놀합니다.
어쨌든 참 맛있게 먹은 싸오즈면이지만, 하도 맵게 만들어져서 저날 밤 속이 뒤집어져 화장실에 장시간
신세를 진 후, 이틀 정도 텀을 두고 먹어야겠다 생각했건만... 집에 같이 사는 도둑놈이 제가 없는 잠시
외출한 사이에 국물만 아주 조금 남기고 다 쳐먹었다는 개빡치는 엔딩이...
만드는 법과 재료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부모님은 평소에 라드를 드시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기름을 빼려고 삼겹살을 사왔습니다.
알흠답다 너
껍데기는 소중하니까 지방을 최대한 깨끗하게 긁어서 손질해줍니다.
면이 정말 투박합니다 흨흨 힘들게 만들었는데 ㅠㅠ 역시 사먹는게
가성비가 좋군요.
이번에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음부턴 그냥 면은 사먹을래요 ㅎ...
그리고 다음날도 먹어야짛 히힣 하고 생각했는데...
이 날은 팽이까지 추가해서 또 다른 식감이 :)
이래저래 둘 다 엔딩이 살짝 아쉽게 느껴졌습니다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ㅎㅎ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D
다음 타자는 영국맛으로 갑니닷!
감동!
비쥬얼도 맛도 확 바뀝니다 ㅠㅠ 라드를 걷어내면 맵기도 훨씬 순해져요 ㅎㅎ
기름기 가득하고 국물자작한 국수를 먹어보고 싶은데 난이도가 낮은거 같으니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만드는 것도 그렇고 재료도 구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으니 중국 국수 입문용으로는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
만드신 정성과 일일히 사진 찍는 정성에 추천합니다! 전 만드는 건 걍 만드는데 사진을 일일히 못 찍겠어요...
대부분 영상으로 찍어서 스샷을 따낸 것입니다 ㅎㅎ 저도 예전엔 일일히 찍다가 손이 많이 가서 영상이 편하더라고요 :)
레시피 조언할려고 슬쩍 들어왔는데 제가 배우고 가네요. 즐거운 요리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오른쪽 가즈아!
감사합니다 :D 가즈아!
헠헠... 요리실력이 넘나 뛰어나셔ㅜㅡㄴ
실력이 많이 어줍습니다 ㅠ 특히 칼질이 ㅠㅠ
이게 뭐지.... 음식사진은맞는데 무슨 중국요리 강습을 본것같아.
헤헿
라드를 걷어내니 순식간에 국물이 맑아지네요 ㄷㄷ...
비쥬얼도 맛도 확 바뀝니다 ㅠㅠ 라드를 걷어내면 맵기도 훨씬 순해져요 ㅎㅎ
게시글 항상 맛있게 보고 있습니다 도전욕을 불러일으키는 글인데 똥손인 관계로 식욕만 챙기고 가네요 ㅋ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진 않으니 한 번 도전해보심이...!
감동!
ㅋㅋㅋㅋㅋ
와 정말 맛있을것 같아요금손!
맛있게 먹었습니다 :D
삭제된 댓글입니다.
죄수번호가뭔가요
내 맞워오 오홍홍홍
ㅋㅋㅋ어머님이 라드의 기름기를 도저히 보고있을수 없으셨나봐요 다음날 순식간에 찌개로 변한 국물에 웃었습니다
그러게요 ㅠㅠ 어머니도 아버지도 맛은 있는데 느끼해서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시긴 했어요 :( 국물이 순식간에 참치찌개가 ㅠㅠ
저런 향신료 밴 기름 베이스 중국 음식에 생으로 파나 양파를 곁들이고(반찬으로), 마무리로 쟈스민 차를 마시면 어느정도 커버는 되더군요. 가끔은 캬베진 같은 소화제도 병용함. 안 그러면 저같은 경우는 다음날 화장실이 환장실이 됨. ㅠㅠ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걸판에 중국 캐릭터가 없어서.. 이미지가 없는데 쩝.
대신 같은 빨간맛 프라우다가...
싸오즈밥도 괜찮을거 같네요
밥은 안 말아먹어봤지만 괜찮을 것 같군요 ㅎㅎ
칼국수 면으로 만든 비빔국수 일까나...
비빔국수와는 맛이 좀 많이 다릅니다 ㅎㅎ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홍홍. 근데 브금이 저작권 문제로 잘린 건지 재생이 안 되네요...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 :D 브금의 경우 저는 재생이 잘 되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ㅎㄷㄷ
알아보는게 늦었습니다만, 동영상에 지역락이 걸려있어서 대한민국에선 감상이 안 됩니다. 까나디엥님은 캐나다에 거주중이시라 지역락이 걸리지 않으신것 같네요.
지역락이었군요 ㅎㄷㄷ 그럼 결국 거의 대부분 분들이 이 브금을 글과 함께 듣진 못하셨겠네요 ㅠㅠ
아 기름지고 매운맛..... 간이 아파오기 시작하는 맛이네요.
좀 자극적인 맛이긴 합니다. 그런데 계속 손이 가요 손이가 싸오즈에 손이 가요 :Q
아~ 배고파
>:Q
네~? 집안에 굴러 다니던 갈비가 존재하는건가요? ㄷㄷㄷㄷㄷㄷ
세일할 때 집어와서 이것 저것 해먹다가 남아서 굴러다니던 게 있었어요 ㅎㅎ
갈비가 아니라 돼지등심입니다
여기랑 한국이랑은 부위 나누는게 조금 달라서 저걸 갈비라고 해서 팝니다. 갈비뼈 부분은 이미 제가 떼어 먹었고 남아있던 저 부위만 사용했으니 등심은 등심이네요 ㅎㅎ
처음 부분에 목이버섯 크다고 하셔서 음 좀 크구나 하고 내리다 불린 목이버섯과 손 같이 나온 사진 보고 깜짝 놀랐네요. 음 좀 큰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
징그럽다면 징그러울 정도로 커서 저도 놀랐어요 ㅎㅎ
목이버섯 크기 보고 깜짝. 내리면서 '당근은 주황색으로 개량된 건 근대에 네덜란드에서고, 두부는 없었고 고추도 없었고...' 하고 태클 걸 거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데, 아래 근거 없다고 써 놓으셨군요. 굉장히 맛있어 보입니다.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목이버섯이 징그럽게 크죠 ㅎㅎ 그리고 중국의 여러 음식들의 전설들이 그렇듯 이것도 그 기원을 최대한 오래되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면만 사서 쓰면 만드는 것은 매우 쉬우니 한 번 해드셔 보심이 :D
맛있겠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ㅎㅎ
와 이거 동네 조선족 분이 하는 중식당 면요리중에 이런 비주얼이 있던데 본격적이네요. 맛있어보여서 저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한국도 그렇긴 하지만 특히 중국은 역시 국수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더군요 ㅎㅎ 이것저것 다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요 ㅠㅠ
와 목이버섯 저렇게 큰것도 처음보네요 ㄷㄷ 보통 불렸다해도 커봤자 손가락 만하지 않나;;
저도 저렇게 무식하게 큰 목이는 처음 봤습니다 ㅎㅎ
역시 라드는 진라
ㅇㅈ합니다
국수 면발을 투박하게 썰었다해도 조금 두꺼운 게 씹는 맛이 있어보입니다
씹히는 맛은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쫄깃하진 않더군요 ㅠㅠ 아마 실력부족이겠죠 ㅎㅎ
칼질 조심하세요 손가락을 더 손바닥 쪽으로 집어 넣어서 손가락 첫번째 마디는 안쪽으로 손가락 두번째 마디는 수직으로 이나 살짝 안쪽으로 하셔야 안다쳐요. 그리고 다질때도 칼 끝 뾰족한 쪽을 잡는게 아니라 살짝 윗부분 (칼날 시작부분에서 1/4 정도 부분) 잡으시는게 안전합니다. 손가락에 반창고랑 칼질이 위태위태해서 조마조마하게 봤습니다. 그래도 요리는 저보다 더 이것저것 하시는듯 ㅎㅎㅎ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조심해서 칼질을 하기는 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 베이고 나니 칼질을 좀 제대로 배워서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ㅎㅎ
고추가 없던 시절에도 마랄이라든가 산초 같은 매운 향신료는 여럿 있었지요. 고추가 다 평정해버려서 그렇지만요... 드라마 <정도전>의 해설 파트에서 이성계가 왕이 되는 꿈을 꾼 뒤 심란하여 카운슬링을 받으려고 무학대사던가, 스님 만나러 순창 갔다가 "고추장을 먹고" 힘을 냈다는 해설이 나와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푸악!" 했더랬죠. 이성계의 비리비리한 자손인 선조 때에 들어오고 더 비리비리한 자손인 인조 때에야 소주에 타 먹는 등 식용이 되기 시작한 건데... 헌데 황교익 선생님이 그러셨던가요... "산초된장"이라면 그럴 듯하다고 하셨죠.
네, 고추가 없던 시절에는 싸오즈에 산초를 넣었을지도 모르죠 :) 하지만 애초에 국수가 없던 시절을 탄생배경으로 삼고 있으니 그냥 전설일 뿐인듯 해요 ㅎㅎ 그리고 <정도전>의 그 장면도 옥에 티지만 더 인상에 깊었던(?) 것은 <대장금>의 아카시아 드립이었어요 ㅋㅋㅋ
어떻게 보면 "주나라"가 하도 이상적인 세상이다 보니... 뭐, 우리나라에도 무슨 음식점 같은 데 가보면 "신라 때부터 유래" "고려 때에 태조 왕건이 먹던" 이런 경우인가보지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목이버섯이 대박이네요. 맨날 쓰는 건데 저 크기의 반만한 것도 본적이 없는데...
중국마트에서 샀는데 파는게 다 저런 사이즈더군요 ㅎㄷㄷ
혹시 흑초를 대신해 넣을게 있나요?ㅠㅠ
흑초가 없다면 대신 일반 식초를 넣어도 되지만 맛은 많이 다를겁니다. 흑초는 강한 신맛이 나지 않고 들큰한 맛과 함께 감칠맛도 좀 나거든요 ㅎㅎ
답변 감사합니다! 한번 작성자분거 그대로 음식 만들어봐야 겠어요
넓적당면으로 만든것 맛있어 보이네요.
넓적당면은 이때 처음 먹어봤는데 참 맛나더군요 :)
삭제된 댓글입니다.
하나자마
라드 조와용 오홍홍홍
중국의 매운 국수... 사랑입니다!
싸오즈면 진짜 짱짱입니다 헠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