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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 트래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 레디 플레이어 인디즈



제목 트래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 출시일 2019년 1월 18일
개발사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장르 액션
기종 닌텐도 스위치 등급 청소년 이용불가
언어 자막 한국어화(예정) 작성자 PforP

 

"Punk is not sexual, it's just aggression"

 

 

일본 게임계의 이민호라 불리길 원하는 그분의 존안과 게임들.

 

스다 고이치(이하 SUDA51)는 일본 게임 개발자 중에서도 가장 튀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원래 장의사 출신이었다가 게임업계에 투신했다는 독특한 이력도 이력이지만, 만드는 게임들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정점에 오른 레슬러 주인공이 자살하는 결말을 내버린 데뷔작 슈퍼 파이어 프로레슬링 3 FINAL은 약과에 불과했다. 휴먼 사의 대표작 트와일라잇 신드롬을 사이코 호러풍으로 개조해버린 문라이트 신드롬과 네오 느와르 어드벤처 실버 사건을 기점으로 스다는 자신만의 우주를 아구축하기 시작한다. SUDA51 우주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온갖 음모론과 공포, 미스터리 요소로 배배 꼬인 네오 느와르 서사, 영화에서 특촬물과 아니메, 프로 레슬링과 음악으로 이어지는 잡다한 대중문화 인용, 경파함을 기조로 자극성과 도덕적 일탈을 마다하지 않는 연출, 쏟아져 내리는 대사와 언어유희가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스다 고이치는 똑똑한 악동 소년이 장난치듯이 위악적인 도발과 오타쿠적 인용으로 자신의 게임을 만든다. 어찌 보면 스다 고이치는 1990년대 쿠엔틴 타란티노 쇼크를 제일 민감하게 받아들인 일본인 창작자일지도 모른다.

 

대작이나 새로운 디자인엔 관심이 없고 익숙한 틀을 기상천외한 감각과 연출을 통한 전복을 노린다는 점에서 스다 고이치는 우에다 후미토의 반대편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다 고이치는 새롭거나 밀도 높은 디자인/구조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는 그리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스다 고이치는 익숙한 디자인을 차용한 뒤, 의도했던 스타일과 내용이 완성되면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완성도를 낮추는 단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스다가 그래스호퍼 매뉴팩처를 세운 후 오랜 기간 동안 다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익숙한 게임 디자인을 전복하는 '감각'과 '연출'이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문라이트 신드롬은 트와일라잇 신드롬이 세워둔 게임 디자인에 기대고 있었다. 1인칭 어드벤처에 (뉴 오더의 Regret 뮤직 비디오에서 영감받은) 필름 윈도우라는 연출 방식을 내세운 실버 사건이나 그 연장선상에서 퍼즐 어드벤처적 요소와 루프물을 접합한 꽃과 태양과 비, 1인칭 '카메라 시점'이 무엇을 찍느냐로 전개가 정해지던 미시간 같은 초기 어드벤처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스다 고이치가 완성도와 별개로 비평적 주목을 받을수 있었던 이유도 익숙한 구조/디자인에서 전복의 가능성을 찾아내는데 비상한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카미 신지의 도움을 받은 킬러 7은 그 점에서 스다의 괴상한 세계를 사멸하던 어드벤처 게임 게토 그 이상으로 넓혀준 게임이었다. 물론 많은 대중은 타란티노와 핀천, 부뉴엘과 린치가 지알로와 세이준 앞에서 도원결의한듯한 막 나가는 서사와 연출, 결코 웰메이드라 할 수 없는 액션/스테이지 디자인, 괴이한 대중문화 인용에 질겁했지만 말이다.

 

 

여전히 불친절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라이트 세이버로 베는 맛과 비교적 시원시원한 전개 때문에 팬덤 유치에 성공한 노 모어 히어로즈 시리즈.

 

킬러 7 직후 발매된 노 모어 히어로즈 시리즈는 괴상한 SUDA51 우주에서도 롤리팝 체인소우과 함께 그나마 장벽이 낮은 축에 속하는 게임이다. 스다 고이치는 킬러 7나 미시간 같은 게임만 내놔서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게 분명했다. 게임 디자인 자체는 킬러 7에서 정립된 스다식 액션 어드벤처에 가까웠지만, 총이 라이트세이버로 바뀌었고 Wii모트의 모션 인식을 결합한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추가했다. 그다음 스다는 GTA 시리즈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게임에 간이 오픈 월드를 도입했다. 기본적으로는 킬러 협회 소속된 킬러들과 보스 대전하지만, 미션이나 돈 벌이 등을 하는 방식을 도입해 내용을 충실히 하고자 했다. 물론 스다가 그랬듯이 최상의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킬러 7에서 미카미 신지와 지지고 볶으면서 3D 액션 어드벤처를 만들었던 경험들이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서사나 비주얼에서도 좀 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우선 스다는 캐릭터 디자인에 코자키 유스케를 기용했는데, 코자키 특유의 실사 지향과 모에 화풍 간의 절묘한 밸런스를 잡아주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스토리 역시 좀 더 명쾌한 안티 히어로물로 노선을 틀어 이입하기 쉬워졌다. 물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악취미성 설정과 피비린내 나는 유머, 정합성은 장외홈런으로 날려버린 전개는 여전하지만, 노 모어 히어로즈는 첫 대중 친화적인 스다 고이치의 게임이라 부를만 했다. SUDA五十一이 스다 51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비록 일본에서는 반응은 저조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마이너 흥행에 성공해 후속작이 나올 수 있었다.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최고 히트작 롤리팝 체인소우부터 시작해 한동안 스다는 노 모어 히어로즈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날고기는 스다 고이치조차도 노 모어 히어로즈 2 후속작을 곧바로 내놓기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스다는 2011년 이전 완결 발언을 번복하고 3편을 제작할 의지를 보였지만, 쌓여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미뤄지기 시작했다. 쉐도우 오브 댐드 이후 나온 스다 고이치 게임들은 특유의 색과 똘끼는 남아있되 점점 더 대중친화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유명해지는 제임스 건과 협업한 롤리팝 체인소우는, 난해한 음모론 서사는 잠시 치워두고 자신의 똘끼를 익숙한 미국식 난장판을 구현해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역사상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 게임 이후 한동안 스다 고이치는 직접 제작하기보다는 신진 육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다시 특유의 반항적인 색채로 돌아온 듯한, 킬러 이즈 데드나 렛 잇 다이 모두 총감독이라는 위치에서 만든 게임이었다. 스다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동안, 노 모어 히어로즈 시리즈는 킬러 7이나 실버 사건, 꽃과 비와 태양과처럼 예전에 그런 게임을 만들었지, 식의 망각에 빠져드는 듯했다. 적어도 2017년 NINDIES SHOWCASE SUMMER 전까지는 말이다. 여기서 스다는 노 모어 히어로즈 신작 트래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 노 모어 히어로즈 (이하 TSA)을 발표했다.


Raw power got a magic touch.


"The question is not when he's gonna stop, But who is gonna stop him..."


보면 알겠지만, TSA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이 제목엔 스다 자신의 19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도 담겨있지만, 아직 나 살아있어! 라고 팬들에게 외치는 사자후이기도 하다. 또한 TSA는 스다에겐 오래간만에 단독 감독/시나리오 복귀작이기도 하다. 스다가 긴 공백 끝에 노 모어 히어로즈를 들고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공식적으로 스다 고이치는 닌텐도 스위치가 시리즈 재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 적이 있다. WIi U와 달리 조이컨 자체가 위모트의 디자인을 이어받았던 걸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2016년 실버 사건 리마스터부터 시작된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게임들의 재발매/리메이크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스다 고이치는 이 게임들의 재발매에 붙여 '젊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게임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었기에 재발매를 결정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직 노 모어 히어로즈 리마스터 소식은 없지만, 적어도 TSA를 만들게 된 계기 중엔 자신이 만든 이전 게임들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20주년 기념작은 TSA가 그래스호퍼 매뉴팩처에게는 어떤 전환점 같은 게임이라는걸 잘 보여주고 있다.

 

 

스다 고이치스러운 괴이함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소품에 가까운 게임이다.

 

TSA의 게임 디자인은 본편 노 모어 히어로즈 2를 뒤집은듯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액션 역시 일반적인 3D 액션 어드벤처이었던 본편과는 다른, 탑뷰 형식의 아케이드풍 핵 앤 슬래시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라이트세이버 충전이라던가, 괴악한 세이브 포인트 디자인, 특정 동작에 따른 특수 공격 개념은 남아있긴 하지만 TSA는 1,2편하고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먼저 노 모어 히어로즈 2는 오픈 월드가 폐지되고 미니 게으로 돈을 번 뒤, 랭킹 배틀에 도전하는 방식이었다. 전투가 주였고, 미니 게임은 랭킹 배틀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TSA는 트래비스가 미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데스볼을 비주얼 노벨로 전개되는 스토리 이벤트로 얻고, 얻은 데스볼 게임 속으로 들어가 미니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니 게임 클리어가 주가 되고, 전투는 미니 게임을 깨기 위한 수단으로 변한 셈이다. 금전 시스템 역시 티셔츠 구매 같은 커스터마이징 같은 부차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스다가 의도적으로 역전된 디자인을 고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 모어 히어로즈에 등장하는 미니 게임이 호평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역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미니 게임용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던전을 탐색하는 장 (골든 드래곤 GP)도 있다.


TSA의 게임 디자인은 그동안 발매된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게임 중에서도 헐렁한 편에 속한다. 자체 배급으로 발매된 것도 그렇고 (게임 내에서 마벨러스 20주년 로고가 등장하긴 하지만 관여하진 않았다), 스다와 휘하 제작진은 TSA를 일종의 휴가처럼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액션부터 시작해 능력치나 화폐 시스템 같은 게임 디자인도 깊게 들어가지 않고 익숙한 화법에 충실하며, 클리어까지 걸리는 시간도 10시간 내외로 짧다. 중심이 되는 핵 앤 슬래시 게임도 현대적이기보다는 리바이벌에 가깝다. 데스볼 게임 이외에 할 수 있는 건, 스토리 진행과 티셔츠 사기 정도일 뿐이다. 대신 클리어 등급과 난이도 설정, 적당한 분량의 수집 요소, 뉴 게임+, DLC 추가 시나리오, 아즈텍 코인 같은 2회차 요소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파고들기 자체는 가능하다. 대신 제작진은 협동 플레이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데스 볼을 선택한 뒤, 협동을 선택하거나 메뉴에서 협동 플레이 설정을 하면 두 번째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 있다. 협동 플레이 자체는 캐릭터 성능과 플레이 방식 차이를 제외하면 싱글 플레이하고는 거의 같지만 캐릭터 간에 기술 설정이나 체력 치가 서로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이 점 때문에 1인 플레이 도중에도 위험하다 싶으면 추가 목숨처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카우치 코옵이라던가 탑뷰 아케이드 핵 앤 슬래시, 퍼즐 게임 등, 인디 게임계의 레트로 트렌드를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보이는 게임이다.

 

변경점들을 살펴보자. 일단 본편과 달리 라이트세이버 교체 개념이 사라졌으며 대신 간단한 능력치 시스템에다 기술 칩을 장착해 발동하는 방식으로 기술 시스템이 변했다. 그 때문에 TSA는 라이트세이버 전지 잔량과 기술 쿨타임, 체력만 신경쓰면 된다. 공격 시스템은 일반 공격과 강공격로 나뉘는데 콤보를 넣어 추가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 콤보 시스템은 복잡하지 않지만, 방어 개념이 거의 없고 회복 기술 충전이 느리기 때문에 회피 버튼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한편 기술 시스템은 총 네 개 장착 가능하며 쿨타임이 차면 L+왼쪽 해당 버튼을 눌러 발동할 수 있다. 기술 칩은 특수 공격이 대부분이지만, 회복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가스 함정을 설치하는 사일리스 칩과 번개를 발사하는 윙 칩처럼 같이 쓰면 적에게 스플래시 대미지를 주는 소소한 콤보 효과도 있다. 본편이 그랬듯 패드의 모션 인식이 플레이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조이콘 플레이 시 전통의 라이트세이버 충전은 모션 인식으로 해야 하며 R 버튼 특수 기술 역시 1타 먹인 후 추가 타로 조이콘/프로콘 막론하고 모션 인식으로 흔들어줘야 한다. 이런 모션 인식을 활용한 디자인은 왜 스다가 노 모어 히어로즈를 다시 들고나왔는지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레벨 동선 역시 장르 변경에 따라 일직선으로 변했고, 대신 체력 회복 포인트인 라멘 포장마차가 도입되었다. 이 포장마차에 파는 라멘은 수집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에 대해 스다 고이치는 TSA는 핫라인 마이애미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영향을 받은 수준을 넘어서 아예 협업으로 스토리에 개입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핫라인 마이애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TSA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역시 레트로 게임 리바이벌과 인디 게임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들이. 일단 데스 드라이브 자체가 부팅음부터 시작해 세가가 만든 게임기들에 대한 인용으로 가득하며 각 월드에 대응하는 데스볼 게임들은 지금 시점에서 이런 걸 누가 만들까 싶은 구식 게임들로 가득하다. 트론을 헌정한듯한 레이싱 게임 골든 드래곤 GP, 개별 스테이지를 방문해 아이템을 얻는 플랫폼 액션 게임을 취한 커피 앤 도넛, 보블보블이나 파이프 드림 같은 아케이드 퍼즐 게임과 FMV 어드벤처 게임을 사악하게 비튼 라이프 이즈 디스트로이가 그렇다. 스다는 데스 볼들을 넘나들며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비디오 게임들의 시점이나 디자인을 재구성해 핵 앤 슬래시 장르랑 결합한다. 심지어 화면비부터 1990년대 비디오 게임에선 흔했던 1.33:1일 정도다. 이런 스다의 지향점은 뻔뻔하게 쉐도우 오브 더 댐드를 인용해 2D 시절 젤다의 전설 게임 디자인을 패러디한 시리어스 문라이트와 미완성 게임을 빙자해 고전 슈팅 게임을 태연하게 내놓은 킬러 마라톤에서 잘 드러난다. 이처럼 TSA는 인디 게임 제작자들에 대한 경의를 보내는 게임이기도 하다. 심지어 커스터마이징으로 제공되는 티셔츠들 역시 핫라인 마이애미 이외에도 다양한 인디 게임들 아트워크를 협찬을 받았다. 의외겠지만 그래스호퍼 매뉴팩처 역시 35명 정도밖에 안 되는 소규모 회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 갈 것이다. 일종의 프로토/초기 인디 게임 제작사로써 후배들에게 동지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데스 드라이브 밖에서는 티셔츠를 사거나 스토리를 볼 수 있는게 전부다. 사실상 미니 게임이 메인 콘텐츠인 셈.

'예의 그것'도 건재하다.

 

Raw power is a-much too much.

 

게임 시작하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부팅음이 들릴것이다. "D~~2~~"

전반적인 분위기는 본편보다는 타란티노와 일본식 비주얼 노벨이 끼어든 레트로 비디오 게임판 [인히어런트 바이스]스럽다. 다만 가능성에 비해 깊게 파고들지 않은게 아쉽다.

 

향수와 자조, 고충이 오타쿠스로운 인용과 뒤섞인 이야기라 이 시대에 대한 향수가 강한 플레이어일수록 먹히는 구석이 있다. 덕력을 실험케 하는 패러디들은 덤.

 

서사 역시 게임 제작을 소재로 한 메타픽션물에 가깝다. 아마 TSA는 스다가 만든 게임 중에서도 제일 토머스 핀천에 가까운 게임일 것이다. (이외엔 [킬러 7]나 [실버 사건]이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의 행방을 둘러싼 배배 꼬인 네오 누아르 풍 음모론/미스터리, 뜬금없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들 (개중엔 스다가 만든 캐릭터도 있다), 그들이 벌이는 기괴하면서도 히스테릭한 사건들, 온갖 작품을 넘나드는 (싼 맛 나는) 대중 문화 인용 등에서 핀천의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데스 볼과 관련된 서사 역시 안티 히어로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학적 자조와 레트로 비디오 게임에 대한 향수가 뒤섞여있다. 스다는 완전무결했지만, 버그에 갇힌 게임 히어로들을 죽이면서, 자신은 왜 이런 시궁창에 떨어졌나 자조하면서도 다음 게임을 찾아 나서는 안티 히어로를 통해, "비디오 게이머" 문화의 소비 방식과 게임 개발자의 고충을 허풍을 섞어 드러낸다. 가히 기계 장치의 신처럼 전개되는 결말 또한 초현실적이라 묘한 기분이다. 물론 피비린내 나고 자극적인 묘사와 막 나가는 개연성은 여전히 이 게임이 착취영화의 짜고 독한 맛 (또는 타란타노풍)에 속해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서사를 들려주는 연출도 스다스러운 재기가 엿보인다. 8bit 풍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디자인을 인용해 전개되는 서사 전개는 제한된 개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전작들도 그랬듯이 제4의 벽을 넘나들며 대사를 쏘아대는 부분 역시 건재하다. [실버 사건]이나 [킬러 이즈 데드] 팬이라면 우에하라 카무이와 몬도 자파의 재등장이 반가울지도 모른다. 특히 카무이는 게임 내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다만 중심이 되는 데스 드라이브와 데스볼은 시각적 창의성과 비교하면 실상은 사이버 펑크 장르에서 보자면 흔한 활용 방식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어차피 스다도 깊게 생각한 것 같진 않지만.

 

다만 전반적으로 게임 자체가 힘이 많이 빠져 있는 데다, 신세대 인디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저돌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쉬웠다.

스테이지 디자인이나 플랫폼 디자인 등 몇몇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마감이 덜 된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커피&도넛 후반부 스테이지 플랫폼 액션은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정도.

 

TSA의 단점은 레벨이나 플랫폼 디자인, 적 보스 행동 패턴에 있다. 먼저 레벨 디자인이 인디 게임 기준으로도 단순반복에 그치고 있다. 갈림길 같은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리 깊게 다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그나마 시리어스 문라이트나 CIA 정도가 시간제한이라던가 미로 돌아다니면서 아이템 획득 같은 요소를 나름 집어넣었지만, 소품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매우 단조롭다. 그다음으로는 조작감이나 밸런스에도 문제가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으로는 커피&도넛과 마지막 장인 CIA이 있다. 먼저 커피&도넛은 점프 타이밍과 리듬이 상당히 딱딱한 데다 도넛형 발판이 지나치게 미끌미끌해 움직이기 힘들다. 게다가 후반부 스테이지에선 이런 발판을 끊김 없이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등장하는데 구간이 지나치게 길어 상당히 짜증 나는 편이다. 한편 CIA 같은 경우 레벨 분량과 난이도 조절에 다소 실패한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스테이지답게 CIA는 다른 데스볼 게임들과 달리 개별 스테이지 하나하나가 큰 편이다. 문제는 스테이지 크기랑 달리 편의 시스템 배치는 빈약하다. 중간 회복 포인트인 라멘 포장마차는 딱 두 개인데 세이브 포인트도 스테이지 끝자락에 있어서 죽으면 처음부터 그 레벨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마일드 기준으로도 적들의 공격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잠깐 실수하면 그냥 죽기 일쑤다. 특히 연사로 공격하는 적 같은 경우 잘못하면 빈사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회복 기술 쿨타임 차는 속도가 제법 느린 편이라 단점이 두드러진다. 한편 중간보스인 양 일당과 데스볼 보스들 역시 기술이나 패턴 구성이 단순하고 전형성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점프나 회피만 계속하면서 대미지를 찔러넣는 방식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면 딱 좋다.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행동 패턴을 높은 대미지로 커버하려는 느낌이라 그리 영리하지 못한 편이다.


솔직히 스다 고이치나 노 모어 히어로즈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 트래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 노 모어 히어로즈를 살까 고민하고 있다면, 말리고 싶다. 이 게임은 정진 정명하게 B급을 추구하는 스다 고이치의 게임이다. 그것도 작정하고 만든 게임이 아닌, 휴가처럼 만든 헐렁한 미니 게임을 중심으로 한 인디 아케이드 핵 앤 슬래시 게임이다. 전작에 대한 설명도 없이 냅다 시작한 뒤 떡밥을 뿌려대는 전개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팬들이라면 여전히 남아있는 악동다운 감각을 반갑게 여기겠지만 그래도 게임 자체보다는 (송고 시점에서 다 밝혀졌지만) 마지막에 공개되는 메시지에 환호할 가능성이 높다. 스다 고이치만의 개성을 제외하면 콘텐츠가 딱히 풍성한 것도 아니고, 고유한 맛도 전작들보다 부족하다. 트래비스 스트라이크 어게인은 흥미롭지만, 독립적으로 서기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외전이다. 시리즈 부활의 예고편으로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지만, 후속작이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그때 이런 게임이 나와서 시리즈 홍보했지' 식으로 잊히거나 가끔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메타크리틱에 털끝만큼도 신경도 안 쓰는 스다 고이치는 신경 쓰지 않겠지만 말이다.

 

가벼운 스다 고이치식 괴작이라고도 할 수는 있는데, 이 괴인의 우주에 입문하기엔 적합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킬러 7이나 롤리팝 체인소 같은 다른 게임을 먼저 해보는 걸 권한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댓글 13 | 쓰기
1


BEST
스다고이치 게임은 뭔가 특유의 색이 있어서 한번 시작하면 늘 빠져서 했던것같네요 특히 킬러7은 현세대기로 리마스터 해준다면 다시 구입할 의향이 있을 정도로 인상이 겅렬했습니다.
발암난가족 | 183.101.***.*** | 19.01.31 23:13
BEST
확실히 커피&도넛 파트는 너무 지루해서 답답했음. 그래도 이런 게임 특징상 2명이서 하면 서로 팀킬도 해보고 기술도 공유하고 하니까 어느정도 할만은 함. 거기에 스다 고이치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은 해볼만 함
록길장 | 59.9.***.*** | 19.01.31 23:18
BEST
킬러7 진짜 너무 좋았어...
가나쵸코 | 218.158.***.*** | 19.02.01 05:38
BEST
킬러7 은 게임 자체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게 (리로드 할 때 느끼는 긴장감이라던가) 정말 뛰어난 점. 그리고 차기작에서 그래스호퍼가 다시 보여줘야할 점.
2ndex | 58.232.***.*** | 19.01.31 23:21
BEST
스팀 리마스터는 심지어 퀄리티도 나쁘지 않더군요.
2ndex | 58.232.***.*** | 19.02.01 00:01
BEST
스다고이치 게임은 뭔가 특유의 색이 있어서 한번 시작하면 늘 빠져서 했던것같네요 특히 킬러7은 현세대기로 리마스터 해준다면 다시 구입할 의향이 있을 정도로 인상이 겅렬했습니다.
발암난가족 | 183.101.***.*** | 19.01.31 23:13
발암난가족
이미 스팀으로는 나왔습니다! 다른 기종으로도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Smart CHO | 39.7.***.*** | 19.01.31 23:22
BEST
발암난가족
스팀 리마스터는 심지어 퀄리티도 나쁘지 않더군요.
2ndex | 58.232.***.*** | 19.02.01 00:01
BEST
확실히 커피&도넛 파트는 너무 지루해서 답답했음. 그래도 이런 게임 특징상 2명이서 하면 서로 팀킬도 해보고 기술도 공유하고 하니까 어느정도 할만은 함. 거기에 스다 고이치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은 해볼만 함
록길장 | 59.9.***.*** | 19.01.31 23:18
BEST
킬러7 은 게임 자체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게 (리로드 할 때 느끼는 긴장감이라던가) 정말 뛰어난 점. 그리고 차기작에서 그래스호퍼가 다시 보여줘야할 점.
2ndex | 58.232.***.*** | 19.01.31 23:21
2ndex
미카미 신지와 다시 합작하지 않는 이상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쉐도우 오브 뎀드도 손맛 나쁘지 않았던 거 생각하면...)
제트 | 112.218.***.*** | 19.02.01 07:24
그래서 한글화는 언제되나요?
2ndex | 58.232.***.*** | 19.01.31 23:22
BEST
킬러7 진짜 너무 좋았어...
가나쵸코 | 218.158.***.*** | 19.02.01 05:38
킬러7은 데이빗 린치가 비디오 게임 만들면 이렇게 나오겠구나 싶어서 좋았고, 게임에다가 이런 테이스트를 때려박아 버리는 힘이 좋았는데, 요즘 그런 힘이 잘 발휘되지 않나보군요
크라프트베르크 | 58.141.***.*** | 19.02.01 16:18
일본 게임계의 무엇?????
테리어몬 | 211.36.***.*** | 19.02.01 16:37
"타란티노와 핀천, 부뉴엘과 린치가 지알로와 세이준 앞에서 도원결의한듯한 막 나가는 서사와 연출" 스다51 테이스트를 가장 잘 표현한 문구라고 생각되네요... 피스톨 오페라보면서 어라 이 느낌은??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노모어히어로즈가 영향을 받은듯
그레이트존 | 70.83.***.*** | 19.02.03 22:04
쉐도우 오브 더 뎀드 좀 이식해주지~ 세계관이나 디자인, 액션 맘에 들었는데 ㅜㅜ
내심장의색깔은 BLA€K | 118.37.***.*** | 19.02.19 22:15
오 신동도 나오네?
깨머 | 121.125.***.*** | 19.02.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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