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바람의 나라: 연, 넥슨이 다람쥐 뿌리던 시절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서비스 중인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로 그 게임, 넥슨 클래식 라인업의 대들보 ‘바람의 나라’가 ‘연(후술할 행보로 보아 아마도 그리울 연, 戀)’이라는 부제와 함께 모바일로 찾아온다. 그것도 96년 론칭한 무려 22년차 노익장을 원작 감성 그대로 이식한다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지스타 2018 넥슨 출품작 가운데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과 ‘마비노기
모바일’은 리메이크 내지 속편에 가까운 형태를 취한 반면 ‘테일즈위버
M’과 ‘바람의 나라: 연’은 원작을 철저히 모사하는데 중점을 뒀다. 전자의 경우가 누구나 흔히
생각할 법한 전략이라면 후자는 엔씨소프트 ‘리니지M’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법하다.
팬덤에게 있어 IP를 향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캐릭터나 세계관의
연속성을 넘어서는 문제다. ‘리니지M’의 기록적인 흥행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전 명작의 추억 어린 그래픽과 BGM에 열광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기에 ‘바람의 나라: 연’은 가감없이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외치던 그 시절 그 모습을 택했다. 캐릭터도 배경도 UI도 구수하다면 구수하고 조악하다면 조악한 90년대 도트 그래픽 그대로다. 메인 스토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점이나 아무 맥락 없이 뭘 몇 마리 잡아오라는 단순 반복 퀘스트도 건재하다.
심지어 타자를 쳐서 일부 기능을 사용하는 요소도 제대로 구현했는데, 이런
시스템 때문에 굳이 세로 화면 플레이를 권장한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자동 이동 및 자동 사냥처럼
바쁜 현대인을 위한 모바일에서의 기본적인 편의성은 지원하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메뉴도 매우 단출하여 요즘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일일 던전이니 레이드, 전장 입장이니 무한의 탑 같은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캐쉬
상점조차 보이지 않아 일순 넥슨이 팬덤을 위해 ‘바람의 나라: 연’을 헌정하려나 싶었지만, 원작부터가 과금 유도가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으니
안심하기는 이르다.
다만 기자는 게임을 시연하는 내내 이 게임의 흥행성이 여전히 유효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현재 ‘바람의 나라: 연’ 트레일러가 올라온 유튜브 등지에서 팬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추억의 복원을 부르짖는 이들이 실제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소비해주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PC 온라인 원작에 접속하는 이들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외에도 정말
이 게임을 열정적으로 즐길 플레이어가 충분할까.
올해로 서른줄에 접어든 기자도 ‘바람의 나라’에 대한 추억은 애매한 편이다. 함께 시연한 ‘테일즈위버 M’이 신세대 플레이어에게도 어느정도 먹히겠다 싶었다면
‘바람의 나라: 연’은
추억 보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물론 상술한 바와 같이 ‘리니지M’ 선례가 존재하지만 ‘리니지’는
최근까지도 엔씨소프트 실적의 절반을 책임질 정도로 화력이 남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리니지M’이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라 모바일 매출 1위를 찍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족이 길었다. 기자의 감상과 별개로 넥슨은 22년 전 ‘바람의 나라’ 감성을 모바일로 옮겨오기로 결정했고, 이를 기대하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만약 ‘바람의 나라: 연’이 높은 성과를 거둔다면 ‘어둠의 전설’, ‘일렌시아’, ‘아스가르드’와 같은 여타 넥슨 클래식 라인업도 모바일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터. 과연 이 작품이 좋은 의미에서 제2의 ‘리니지M’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