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더 흐려지기 전에 한번 적어 봅니다.
주관적인 감상평이나 아니거나 다른 점도 많을 터라 그냥 얘는 이렇게 생각하고 봤나보다 하심 됩니다 ㅎㅎ
비도 오고 한번 끄적여 봤어요
1. 수석 : 친구에게 수석을 받을 때 재물과 사업운이 트인다고 했고 실제로 그 후 송강호 가족이 잘 풀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아들의 집착이 심해지고 이런 저런 상황이 맞물려 결국 그 수석으로 봉변을 당하죠
2. 빛 : 지하에 사는 가정부네 남편과 반지하에 사는 송강호 가족은 모두 빛을 좋아합니다. 정원에서 굳이 누워서 책을 보고
여러 대사나 씬으로 설명을 하죠
그러나 역설적으로 빛은 두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남이 없을 때 온전히 즐길 수 있기에 라스트씬에서의 눈부심과
해가 너무나 쨍쨍한 한낮의 살육씬이라는 점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과외받는 딸과 같이 어두운 방에서 밝은 정원을 바라보며 자기가 잘 어울리냐는 질문은 그런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3. 냄새 : 아무리 속이고 그럴듯하게 행새를 해도 냄새만큼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있는자와 없는자를 나누는 요소이면서
송강호의 방아쇠가 되는 요소입니다. 심지어 이 냄새는 자신의 잘못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그곳에 살기에 나는 냄새라는 점이죠
4.송강호 : 가족의 사기에서 가장 불안한 요소는 아버지였죠. 갑자기 끼어든 차를 보고 욕을하거나 아내를 사랑하냐는 선을 넘는 질문까지..
결국 몰래 엿들은 "냄새"라는 부분으로 인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자신의 사기로 일자리를 잃은 기사를 걱정해주는 씬을 보면 그래도 남보다 내가 좀 낫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게 아닐까 싶네요
특히 지하에 살던 가정부 남편의 냄새에 치를 떠는 부분은 자신과 그가 저사람에게는 같은 부류로 받아들여진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칼을 들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5. 부잣집 지하 : 출입구가 상당히 의도적입니다. 화려한 집기들 사이에 검은 블랙홀 같죠. 문도 없고 그냥 거기로 들어가면 지하 창고
그리고 거기서 더 들어가면 비밀 지하실이 나옵니다. 나오고 들어갈 때 마치 어둠속으로 들어가서 어둠속에서 나오는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부잣집의 지하에 그런 "냄새"나는 공간이 있다는 점 그 냄새는 지하라는 위치의 숙명일까요
아니면 그 지하에 "사람"이 살면서 생기는 것일까요
6. 반지하 : 송강호 가족이 사는 반지하집은 반지하중에서도 최악입니다. 길거리에 노상방뇨를 라이브로 봐야하죠 저지대인 탓에
비가오자 반지하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이 들어간 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역류하는 변기위에 걸터앉아 숨긴 담배를 찾아 피는 소담씨의 연기는 백미였습니다.
7.악인은 없다 : 부자도 적당히 세속적이고 나오는 인물 모두 그렇게 작위적인 캐릭터는 없습니다. 그냥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죠.
전형적인 싸가지 없는 부자가족이나 호랑이 없을 때 여우같은 가정부나 부잣집딸을 제대로 꼬시는 가짜 대학생이나
한탕 해 먹고 도망갈 사기꾼 가족은 없습니다. 오히려 송강호 가족들은 잘 뭉치고 그냥 부잣집에 들어와 일자리 얻어
월급받아 돈이나 챙기자가 다입니다. 뭐 딸과의 이후 계획도 있지만 영화에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점도 그렇죠
8. 비 : 영화에서 비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자에게 비는 그저 캠핑이 취소되는 이유이자 자기 집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노는 데 필요한
여흥에 불과합니다만 빈자에게는 살 집이 통채로 사라지는 재난입니다.
낮은 위치에 있는 송강호 가족은 이 사건으로 더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는 계기를 맞이하며 그 상황에서 번개 파티에 초대가 되면서
최악으로 치닫죠
9. 파티 : 두 번의 파티가 나옵니다. 한번은 몰래 파티 한번은 번개 파티. 제가 영화를 보며 딱 한 부분 작위적이다라고 느낀 점이 바로
몰래 파티였습니다. 이제 막 사기가 잘 맞아떨어져 한달도 안 지난 아직은 좀 어설픈 모래성인 상태에서 하루 집이 비었다고
그런 파티를 벌인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누가 그 파티를 주도 했을까 하면 송강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피자 박스 알바비를 받자마자 그 돈으로 술을 마시는 장면 그리고 술 김에 아내의 멱살을 쥐는 부분 등 억압된 분노나 본능이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번개파티는 부자들의 자연스러움을 나타내는 장치로 사용된 것 같아요 갑작스런 연락에도 다 모여 어찌 그렇게 각자
서로 잘 어울리는지..송강호 아들은 내가 잘 어울리냐라고 묻지만 역설적으로 "난 잘 어울릴 수 없다"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결국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주역이 되어버리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10. 모르스부호 : 송강호가 비웃던 모르스 부호를 통해 자신도 결국 반지하에서 지하로 떨어지게 되버린 사실을 나타내는 점 같았습니다.
재밌는 점은 가정부의 남편이 피가 나도록 모르스부호를 때리지만 부잣집 아들은 캐치를 하지 못하죠.
나중과 다른 점은 받아들이는 자의 "절박함"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11. 반지하와 외국어 그리고 북한 : 조여정은 간간히 외국어를 씁니다. 빈껍데기 영어죠. 반지하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궁금합니다. 조여정의 외국어 역시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구요
가정부의 북한 뉴스앵커를 따라하는 부분은 조금 과할 정도로 깁니다. 우리는 와 잘한다 웃긴다 정도지만 외국인 입장에선 또 어떻게 보여졌을까
궁금하네요
12.팬티 : 사실 기사를 내쫒기 위한 장치와 그걸 의심하는 이성균의 추리는 상당히 그럴듯했습니다. 결국 "약"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만약
하 필 그 여선생을 태워준 이후 나온 것이고 그래서 여선생에 대한 의심도 충분히 해 볼 만 했지만 결국 여선생의 의도(기사를
내 쫒고 아버지를 들이기 위한 사기)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테고 + 부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약"을 하고 있다라는 의도도
내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선균이 좀 더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긴 하네요
13.계획 : 계획대로 되어 갈 때는 다들 문제가 없습니다. 사기를 당하는 쪽도 하는 쪽도 말이죠. 그러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송강호는 무계획을 천명합니다. 계획을 하니까 계획대로 안된다는 말은 돈을 안벌면 돈을 잃을 일도 없다는 궤변이죠
사실 과외를 소개해 준 친구가 교환유학(1년~2년)후면 들통이 나기 쉬운 상황. 송강호 말 대로 그냥 1년 사기 적당히 잘 쳐서
벌고 빠지는 것이 최선일 수 있었겠죠(적어도 4명이 받는 월급이 천만원 가깝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4. 권선징악? : 보통 신분사기를 치는 영화의 끝은 좋지않습니다. 이 영화는 좀 다른데요 사기 치는 사람이 딱히 엄청난 죄를 받지도
당한 사람이 그간의 사기행각에 대한 피해를 보상 받지도 못합니다. 다만 부자는 그냥 부자로 살 테고 가난한 쥔공도
계속 가난한 채로 남지요. 가장 가난했던 가족은 둘 다 죽는군요. 가난한 자와 더 가난한 자가 서로 싸우고 부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습니다. 꿈은 꾸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아버지는 결국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이 밖에도 많을 거 같은데 아무튼 제가 판단한 이 영화의 훌륭한 점 하나는 이런 걸 굳이 따져봐도 재미를 주고
이런걸 하나하나 안 따져도 그냥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만든 감독의 힘 같습니다.
이것저것 리뷰글 찾아보고있는데 제가 캐치못한 부분도 정리를 잘해주셨네요 ㄷㄷ; 글 몇개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들이 좀 있던데 마지막 송강호가 이선균을 죽이고 나오면서 비춰지는 미장셴이 처음 최우식이 이집에 처음들어왔을 때와 달리 공중에서 계단이 수평으로 보이도록 비춰줬는데 이게 하위층의 송강호가 상위층의 이선균을 죽임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계급의 평등이 이루워 졌다는 해석도 있더라고요. 뭐 물론 그이후 바로 지하실로 도망치지만요. 이선균네 아들의 인디언 텐트는 비에 젖지않는데, 반지하는 홍수가 터지는 것도 교차로 잘 보여준것 같습니다. 이거 다시볼때마다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거같군요...영화 여러번돌려봐야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