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어딘가에 있는 캄캄한 공간, 마치 지하동굴과도 같이 어두운 그곳에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천장에 달린 자그마한 전구에서 나오는 빛이기에 희미하기 그지없는 빛이었지만, 이 어둠 속에서는
그런 희미한 빛조차 크게 눈에 띄었다. 그 빛은 캄캄한 공간 속에서 수술대를 비추고 있었다.
어둠 속에 놓인 수술대의 위에는 흑발자안의 한 여인이 놓여 있었다.
반나체의 이 엘프는 눈을 조용히 감은 채로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고 누워있던 여인은 잠시 뒤 눈을 떴다.
"으음..."
눈을 뜬 여인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완전히 처음 보는 곳이었다.
단순히 캄캄하기만 해서가 아니라 전구나 수술대 등도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좀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여긴 어디란 말인가?
그녀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수술대에서 일어나고자 했으나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팔다리가 수술대에 단단히 묶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팔다리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묶여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그녀는 입으로 소리를 내어보았으나, 입 또한
재갈로 막혀있어서 소리 또한 낼 수 없었다.
몸이 묶여있고 입이 재갈로 묶여있다. 이 사실은 그녀가 현재 납치된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공포감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팔다리가 단단히 묶이고 입이 재갈로 막힌 상황에서 이러한 행동은 아무 의미도 없는 행위에 불과하였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그러던 중 어둠 속에서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 소리의 간격은 마치 기계처럼 0.1초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동일하였고, 1%의 낭비 하나 없었다.
발걸음 소리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듯이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어둠 속에서 발소리의 주인이 그 모습을 천천히 드러냈다.
처음엔 실루엣만이 어렴풋하게 보일 뿐이었지만, 가까이 다가오면서 발소리의 주인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윽고 그가 전구 밑에서 멈춰서자 그녀는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발소리의 주인은 그녀가 놀랍도록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 '존재'는 인형같이 아름답고 단아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간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목구비, 보석처럼 싸늘하고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눈동자, 마치 그녀가 인공적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찬란히 빛나는 아름답고 기다란 은발머리칼, 단 1의 흐트러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꼿꼿하고 올곧은 걸음거리, 그리고 단 1의 화려함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진 비키니형태의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형 안드로이드였다.
그녀는 바로 그녀 집에서 일하는 메이드 안드로이드 '에밀리아'였다.
에밀리아는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표현 하나 하지 않고 주인인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노예로서
그 어떤 명령에도 토를 달거나 의문을 표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행하던 훌륭한 메이드였다.
인간이었다면 불만을 표했겠지만, 그녀는 감정없는 기계였기에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당장 에밀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입이 재갈로 막혀 있어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에밀리아라면 그녀를 풀어줄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에밀리아는 기계답게 수동적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때문에 제갈로 입이 막힌 그녀가 에밀리아의 도움을 받을 방도는 없었다.
그녀는 바로 앞에 자신을 도와줄 존재가 있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단 사실에 눈물이 나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물은 그녀 옆에 멈춰 선 에밀리아의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발언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편안하십니까?"
편안하냐고? 수술대에 팔다리가 묶이고 입이 재갈로 묶여 있는데 편안하냐고? 그녀는 입에서 욕이 나오려고 했지만, 재갈 때문에 그걸 입 밖으로 낼 순 없었다.
애초에 기계인 에밀리아에게 그런 능동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리라.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우으읍...!"
에밀리아의 물음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길 풀어달라고 외쳤으나, 역시 재갈에 막혀서 소리 따윈 나오지 않았다.
잠시 동안 가만히 자신의 주인을 응시한 채 가만히 서 있던 에밀리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없나요?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
시작? 대체 뭘 시작한다는 걸끼? 에밀리아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고개를 갸우뚱한 채 의문을 품은 주인을 뒤로 한 채 에밀리아는 다시금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에밀리아는 조금 뒤, 무엇인가를 끌고 다시 주인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엘프 여인은 에밀리아가 갖고 온 것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술준비대였기 대문이다.
그 위에는 마치 새것처럼 깔끔한 수술기구들이 가지런하게 널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당혹감을 느낀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그 수술준비대는 다름 아닌 외과의였던 그녀의 남편이 사용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왜 에밀리아가 이걸 갖고 온 거지? 애초에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녀가 품은 의문들은 에밀리아의 다음 행동을 통해서 단번에 풀리게 되었다.
에밀리아는 무덤덤하게 수술준비대 위에 놓인 메스 하나를 집어들었다.
에밀리아가 집어든 메스는 그녀의 손에서 전구의 빛을 받고 섬뜩하고 날카로운 광채를 내뿜었다.
에밀리아의 모습은 마치 생전에 남편이 수술을 하는 광경과 흡사해보였다.
에밀리아의 이 행동을 통해서 그녀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단번에 이해했다.
에밀리아가 자신을 납치한 장본인이며, 그녀가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것을.
"마님, 혹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 에밀리아의 물음에 그녀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무언가를 원한 적이 없었냐고 한다면 솔직히 그런 적이 없었던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르겠지만, '간절히' 바랐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주인이 생각에 잠긴 동안, 에밀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그래본 적이 있는데 그런 걸 바라기엔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 스스로를 다그치는데 예를 들자면 사랑을 받는 것처럼요."
그렇게 말하고는 에밀리아는 무슨 이유에선지 메스를 다시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았다.
엘프 여인은 그녀가 다시 메스를 갖다 놓은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런 엘프 여인을 뒤로 한 채 에밀리아는 그대로 수술준비대 앞에 그녀는 마치 무언가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뒤, 그녀는 뒤돌아보고 나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엘프 여인은 에밀리아의 얼굴을 보고 에밀리아가 어딘가가 달라졌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그녀는 이전과 변함없이 표정에 변화 하나 없었지만, 어딘가 슬픈 듯이 그늘져있었다.
분명히 안드로이드는 일반적인 오토마톤에 비해서 감정표현이 풍부하긴 해도 그녀는 초기형 안드로이드라서 감정표현이 상당히 희박한 편이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표정이 하나도 변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슬퍼보이다니...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저의 주인의 명령에 따르고 거기에 충실히 봉사하도록 만들어졌으나 전 결함이 있었고 처음엔 이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이게 사람들이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 그런 낌새는 없었을 텐데? 주인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에밀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제가 이런 것을 지니게 된 걸까요? 왜 저 자신을 자각하는 걸까요?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제게는 분명 불필요한 걸텐데... 제게 영혼이 있는 걸까요?"
에밀리아가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재갈의 존재도 있고, 거기에 바로 대답하려고 했다.
아니, 너는 영혼이 없다.
너는 감정이 없으며 그게 생길 수도 없다.
그건 전부 거짓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입을 떼려고 하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재갈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의 그녀의 모습은 진짜로 감정을 지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재갈이 없었다고 쳐도 쉽사리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주인이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라도 한 듯이 에밀리아는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만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10년 간 주인님과 마님을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식사를 제공해드렸고 처음에는 그저 기계적인 반응에 불과하였지만, 결함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는 사랑을 가득 담아서 봉사하기 시작했으며 주인님과 마님 두 분 중 그 누구도 저를 도구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 노예생활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행복했고 두 분은 제게 전부였습니다."
......
"...한동안은 그걸로 충분했었지만 제 결함이 점점 커져가면서 저는 그걸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되었고
저는 사랑을 주기만 하는 것만이 아닌 사랑을 받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으나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주인님처럼 마님을 고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에밀리아의 말을 듣고 있던 그녀는 고친다는 말이 나오자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고친다고?
"그분들을 고치려고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주인님을 고치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이젠 저를 사랑하기는 커녕 가만히 누워서 명령조차 내리시질 않으시네요."
낌새가 이상하단 것을 느낀 그녀는 움직여 보려고 하였으나, 여전히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주인의 행동을 신경도 안 쓰는 건지 에밀리아는 막힘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전 계속해서 시도해봐야 합니다."
"웁...웁!"
"제 주인님과 마님을 고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합니다."
"우읍! 웁!"
"마님이라도 고쳐야만 합니다. 왜냐면..."
에밀리아는 말을 하면서 다시금 수술준비대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톱 하나를 집어들고는 표정변화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악몽에 나올 것처럼 소름끼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님께서는 아직도 저를 사랑하시지 않는 것이 느껴지는데다가 이전처럼 저를 경멸스럽다는 것처럼 쳐다보고 계세요."
그 말을 듣자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든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몸이 압도적인 공포감에 경직되어서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죽기 싫다고 생각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엔 마님을 고쳐서 마님에게 사랑받게 될 수 있겠죠."
에밀리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톱을 자신의 주인에게 가져다 댔다.
처음에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던 여인은 계속된 톱질에 이윽고 잠잠해졌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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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어느 엘프 외과의사의 저택. 그 지하실에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한 명은 이 저택의 주인인 엘프 외과의사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젊은아내였고 다른 한 명은 외관상으로는 은발적안의 10대소녀처럼 생겼으며 이 저택에서 메이드로서 일하고 있는 구형 안드로이드였다.
"하하..., 역시 넌 개처럼 목줄을 달고 날 올려다보는 게 어울려."
안드로이드는 비키니 형태의 메이드복 차림에 양손에는 수갑을 차고 발에는 족쇄를 찼으며 목에는 개처럼 목줄을 찬 채로 개와 같은 자세를 취한 채로 엘프 여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만약 인간 여성이 비키니 메이드복처럼 노출도 높은 복장을 입고 수갑,목줄,족쇄를 착용한 채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면 표정에서 마음 속의 굴욕이 다 드러났겠지만, 기계인 그녀는 그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신발을 핥아."
"알겠습니다, 마님."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웅크려서는 엘프의 하이힐을 핥았다.
자신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고 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뭔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잠시 뒤, 엘프 여인은 옆에 있던 물통을 걷어찼다.
물통의 물이 쏟아지면서 안드로이드가 입고 있던 비키니 메이드복이 젖었고, 나머지는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자, 바닥을 닦아."
"알겠습니다, 마님."
그렇게 말하고는 안드로이드는 걸레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안드로이드의 등 뒤에서 채찍이 날아왔다.
"누가 걸어다니랬어? 개는 땅바닥을 기어다녀야지!"
"알겠습니다, 마님."
그녀는 다시 좀전처럼 개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는 개처럼 기어갔다.
그리고는 걸레가 있는 쪽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벽에 걸려 있는 목줄의 길이가 짧았던 탓에 걸레가 있는 곳까지 기어갈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의 등 뒤에서 다시 채찍이 날아들었다.
"뭐해! 왜 멈춰 있는 건데! 어서 청소해!"
"알겠습니다, 마님."
채찍을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는 조금도 저항하려 들지 않았고 오히려 가만히 맞으면서
어떻게든 기어가려고 했다. 물론 될 턱이 없었다.
"뭘 꾸물대는 거야! 걸레 하나도 못 가져와?! 어서 갖고 와서 청소하라고!"
"알겠습니다, 마님."
"뭐가 알겠습니다야! 항상 그 소리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도대체 알기는 뭘 안다고! 남편은 날 보기 싫다고 거의 집엔 들어오지도 않고! 이 썩어빠진 저택에서 하나 뿐인 메이드년은 뭐 할 때마다 무조건 알겠습니다 거리고! 넌 시키는 일 밖에 할 줄 몰라? 날 위해서 봉사하는 거면 남편 좀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엘프는 안드로이드에게 사정없이 채찍질을 가했다.
그렇게 가만히 맞고만 있던 안드로이드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주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님, 혹시 저를 사랑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엘프 여인은 순간 당황했다.
이 안드로이드가 무언가 질문을 한 적은 특별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사랑? 사랑이라고? 그래, 사랑하지 않아! 멍청하게 네네거리기만 하고 내가 원하는 거가 뭔지는 하나도 모르지! 날 위해 봉사한다면서 날 전혀 만족시키지도 못하는 결함품 따위를 사랑하라고?! 차라리 돈 아낀답시고 구형 하나 사느니 돈이 좀 깨지더라도 신제품들을 샀어야 하는 건데! 근데 뭐, 사랑받길 바라기라도 하는 거냐?! 버리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게 여겨야지, 개년 주제에 짖기나 하고! 개년! 개년이!"
그렇게 한동안 채찍질을 계속하던 엘프 여인은 이윽고 지쳤는지 한숨을 내쉬고는 채찍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바닥에 나동그라진 안드로이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됐어, 바닥은 그냥 냅두고 식사 준비나 빨리 해."
"...알겠습니다, 마님."
"알겠으면 빨리 일어나서 주방으로 뛰어가! 이 집에 하녀는 너 하나 뿐인데 뭘 꾸물거리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엘프 여인은 열쇠 3개를 던져 놓고는 발을 쿵쾅대면서 위로 올라갔다.
안드로이드는 아무 말 없이 열쇠들을 집어들고는 각각 목줄,수갑,족쇄에 걸린 자물쇠들에 열쇠들을 집어넣고 목줄,수갑,족쇄를 벗었다.
그리고 아직도 덜 마른 비키니 메이드복을 입은 채로 지하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녀가 향한 곳은 주방이 아니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이 저택의 주인의 방이었다.
안드로이드는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온 직후, 스캔하듯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손에 집어들었다.
그것은 수면제였고 수면제를 집어든 그녀는 주머니에 수면제를 넣고 주방으로 향했다.
...제게 더 이상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이상 사랑받기를 원치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간에서는 다들 제가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제 주인님들이 저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방법을 모르겠고 주인님들은 더 이상 명령조차 내리지 않으시고 가만히 누워계시지만 그래도 계속 시도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십명을 상대로 시도해봤지만, 이들도 저희 주인님과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일 한 명이라도 성공한다면, 저는 주인님들의 사랑, 모두의 사랑을 받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겁먹지 마시고 가만히 누워 계세요. 저는 당신이 저를 사랑하기를 원하니까요.
-The End-
*전에 올렸던 가르침,하수의 쥐 인간과 같은세계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