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토가
이번 일에 연관된 프랑스를 혼내주면서
동시에 삥을 뜯는 과정이 기록된 동영상 자료
세계는
테러가 일상인 시대를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럽낭만을 찾는 병신들은 차고 넘쳤다.
유럽테러전쟁의 여파로
유럽 일부는
분명 여행주의지역으로 꼽혔는데
파리는
오늘도 관광객으로 들끓었다.
키리토는 혀를 찼다.
유럽낭만을 찾다
인종차별과 바가지요금,
소매치기는 양반이요
잘못하다간
총알과 폭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진짜 인지하긴 한 걸까?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다
한순간 골로 간다.
쿠미코를 호텔로 보낸
키리토는
한사코 수행하겠다는 모리 일등육좌도 떼어놓고
올림푸스와 함께 나왔다.
파리 어느 커피숍 2층 테라스에서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프랑스 하면 역시 라떼다.
몽골이 원조라는 풍문도 있지만
엄격한 기원을 따질 거면
햄버거도
미국이 원조는 아니었다.
라떼Latte,
파리에선
카페오레라고 불러야
프랑스인은 알아들을 것이다.
프랑스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프렌치는
불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므로
불어를 못하는 사람은 무식한 것이다.
“Je ne suis pas d'accord.
C'est le langage le plus laid du monde.”
(동의할 수 없어요.
불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언어지요.)
“Je ne suis pas d'accord avec ca.
La langue la plus mauvaise du monde devrait etre l'Allemagne.”
(그거야말로 동의할 수 없지.
세상에서 제일 못난 언어는 독일어야.)
키리토의 의견에 반박한 이는
곱게 늙은 중년사내다.
그리고
그 중년사내의 말에
옆에 있던 올림푸스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사실
자신의 반은 독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올림푸스의 입장으로는
프랑스인이
자신의 두 개의 조국 중 하나를 그런 식으로 무시한다는 것이
기분이 나쁠 만도 할 테니까.
거기에
독일인도
프랑스인 이상으로 자존심이 세기도 하고.
요즘
유럽에 댄디Dandy열풍이 분다더니
남자도
어디 나갈 때 화장하는 시대가 됐다.
한쪽에선
전쟁과 기아로 죽어나가는데
반대편에선
누가 더 옷빨 화장빨이 잘 받는지 경쟁이 붙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Je meurs de faim, mais je ne pense pas que je vais mourir..”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도 진짜 죽을 거 같진 않군요.)
“Quand est-ce que tu l'as fait ?
C'est tout ce qu'on a.
La presse est une epidemie.”
(언제는 안 그랬나?
다 쇼지.
언론의 병폐야.)
세계 어디나
유난을 떠는 언론은 많다.
자기 몫의 커피를 해치운
르메르는
주위를 조용히 둘러보더니
누군가
자신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을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를 막겠다는 모습으로
프랑스어가 아닌 일본어로 이야기하자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손목시계를 보더니
유창한 일본어로 본론을 꺼냈다.
“이번 언더월드와 유니탈 링 사건의 여파로
미국,일본 쪽이나
전 세계 언론은 모르겠지만
헬싱키, 오슬로, 스톡홀름의 전략자산이 재배치됐어.”
“왜요?”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르메르의 되묻는 말에
키리토는
웃음과 함께 잔을 입가로 가졌다.
‘필그림 헤이워드.’
K-Bank
즉 카사블랑카 뉴로뱅크이자
북아프리카경제동맹.
헤이워드는
이 비밀이 많은 경제동맹기구의
재무담당 총책임자였다.
또한
유나이티드산업동맹의 비공식적인 아프리카파트너기도 했다.
“이유는 짐작일 뿐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앙골라가 다시 분열하고 있어.”
르메르의 곤혹스러운 목소리에
키리토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앙골라 서클의 수뇌부 중
가장 핵심을 맡은
글로젠 DS 시큐리티의 전 CEO인
가브리엘 밀러의 아버지와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에서의
그의 파벌들이
가브리엘 밀러가 소속된 그 조직에 의해 일시에 사라지고 난 뒤
그 자리를 차지한 가브리엘 밀러가
키리토 손에
이 세상에서 증발하자
하부조직은 동요했고
일부는 분리와 독립을 시도했다.
그 과정 중에
누가 얼마나 더 많은 파이를 차지느냐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 셈이다.
그리고 헤이워드는
앙골라 서클에서 분리된
케이뱅크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신 新실크로드를 선택했다.
북아프리카-중동-아시아를 잇는 철도대장정과 가스파이프라인공사에
사활을 건 것이다.
문제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기득권은
반세기 전부터
러시아가 쥐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모스크바에서
이를 두고 볼 리 만무했고
북유럽 3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에 밀려
케이뱅크는
그들의 전략자산을 철수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무슬림 고립.”
“맞아.”
북유럽에 투입된 북아프리카경제동맹의 전략자산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로존에 포함된 금융개발상품,
둘째 무슬림 이민자를 기반으로 한 인적자원이었다.
컴퓨터와 통신시스템 사이에 0과 1로 존재하는 금융상품이야
결정 즉시 철수 가능하지만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냉혹한 자본가인 헤이워드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정리해고를 결정했고
그것과 동시에
케이뱅크가 지원하던
북유럽 내 무슬림이민자모임은 공중분해됐다.
가뜩이나
유럽테러전쟁으로
유럽 내 무슬림에 대한 처우나 눈길은 싸늘했는데
거기에 더해
상당한 재정지원에 앞장서던 케이뱅크가
일방적으로 철수했으니
거리로 나앉는 무슬림 이민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을 위한 극한대립은
온건한 사람도 테러리스트로 돌변하게 만들 만큼
급진적인 인식변화를 낳는다.
유럽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난민이든 이민자든
중동 출신은 불쌍하거나 연약한 성향이 아니었다.
전장이란 수라장을 헤쳐 나온 그들이
애초에 온순할 리 없지 않은가?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미 난장판이고
핀란드도 곧 터지려는 분위기지.”
올림푸스와 아틀라스의 말이 맞았다.
유럽테러전쟁은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확산될 판이다.
“거기다
유럽연합 정보위원회의 직접 개입이라...
계속되는 혼란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았어.”
“그래서
미국 몰래 가브리엘 밀러에게 엑스칼리버를 쥐어준 셈인가요?”
“이럴 때야말로
미친 사냥개가 필요한 법이지,
사실
그 가브리엘 밀러가 전해 준 언더월드와 앨리스에 대한 내용은
진짜로 탐이 나기는 했거든.”
“겸사겸사
독일과 미국도 엿 먹이고 말이죠.”
"...하지만
그 가브리엘 밀러가
너를 암살하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그를 지원하지는 않았을거다.
너가 한 번 화가 나면 무슨 일이 터질지는
내가 잘 아니까 말이지.
차라리
그 가브리엘 밀러를 우리 손으로 처리를 했을 거다.
그것만은 믿어다오."
르메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프렌치는 역시 개새끼다.
입으론 관용을 들먹이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좆나게 깐다.
하긴
불륜을 불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국민성이니
낯짝두께 하나는 세계최고였다.
키리토는 잔을 내려놨다.
“디 펀치.”
“실베스트르?”
“어디 있어요?”
“글쎄. 우리도 연락 끊은 지 꽤 됐네.”
“오호.”
그 가브리엘 밀러의 알려지지 않은
진짜 상관이자
가브리엘 밀러가 몸담은 그 조직의 핵심 연락책이기도 한 인간인데
모른 척 하시겠다?
"란셀도 그렇고
왜 그렇게 미친놈들을 풀어두는 거지요?”
“프랑스는 자유국가네.
시민의 선택을 강제할 순 없어.”
“미친놈들을 계속 풀어두겠다 그건가요?”
“뭔가 오해가 있구나.
콜로서스.”
“좋아요.”
키리토가
쿨하게 일어서자
르메르는 당황해서
키리토를 따라 일어났다.
어? 이게 아닌데?
오가는 대화와
주고받는 거래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협상 아닌가?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보지요.”
“콜로서스.
미안하지만 나도 바쁜 사람.”
“장담하는데요.
아저씨는 날 찾아오게 되어있어요.”
키리토는
자기 할 말만 남긴 채
올림푸스와 함께 쌩하니 사라졌다.
남겨진 르메르는
멍하니 그의 등을 쳐다봤다.
키리토와 올림푸스가
그곳을 떠나자마자
한편에 물러섰던 양복쟁이가
르메르 곁으로 다가왔다.
“Chef.”
(국장님.)
"Tu l'as surveille ?”
(감시 붙였어?)
“qui a un sens?”
(의미가 있을까요?)
“Quoi qu'il en soit, il faut d'abord l'attacher.
Il faut garder le minimum de mesures a prendre.
C'est pour cela que je n'ai plus d'arriere-pensee plus tard.”
(의미가 있든 없든 일단 붙여.
최소한의 조치는 취했단 걸 기록에 남겨야지.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없어.)
키리토를 감시할 수 있단 기대는
조금도 없다.
그저 면책을 위한 구실이 필요했다.
르메르와 헤어진 키리토는
그 유명한 샹젤리제를 거니며
아스나와 가족,
친구와 지인,
부하를 위한 선물을 고르는데 여념 없었다.
올림푸스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행원은 없지만
아우라로 발현된 매혹적인 느낌으로
보기 드문 친절을 이끌어냈다.
물론
능숙한 프랑스어도 한몫했다.
-Tout va bien.?
(별일 없는데?)
-Ne sois pas timide.
L'equipe est Connect Weizard.
(방심하지 마.
상대는 코드네임 위저드이다.)
-Je ne sais pas.
Ca a l'air d'etre une grosse rumeur, ca.
(모르겠어.
소문처럼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읏.)
-Pourquoi ?
(왜?).
-Oh mon dieu?! J'ai croise les yeux.
(맙소사! 눈이 마주쳤어.)
-Je le savais.
Je t'ai dit de faire attention.
(그럴 줄 알았지.
조심하라고 했잖아.)
-Non
Je veux dire... J'ai regarde le telescope!
(아니,
내 말은... 망원렌즈로 보고 있었다고!)
-Quoi ?
(뭐?)
귀여운 놈들이다.
키리토는
사방을 에워싼 감시부대를 확인했다.
올림푸스의 지시를 받은
유럽연합 정보위원회의 요청으로
영국 정부통신본부(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 : GCHQ) 쪽을 통해서
통신을 확인하니
DGSE가 맞다.
걸릴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감시를 붙이는 걸 보면
완벽한 면피용이다.
통 큰 쇼핑을 마친 키리토는
포장된 선물을
전부 호텔 퀵으로 붙였다.
하지만,
날 위한 쇼핑은 이제 시작이다.
‘자, 따라오라고. 친구들.’
파리컬렉션을 완성하려면
오늘 종일 발품을 팔아야 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루브르 박물관이다.
‘모나리자가 얼마지?’
파리에 입성한
키리토와 올림푸스의 행동을
프랑스만 관찰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프랑스로선 열 받는 일이지만
미국도 영국도 러시아도
심지어는
저 멀리 이란도 첩보원을 파견해
키리토와 올림푸스를 관찰했다.
그러다보니
첩보기관끼리 동선이 겹치는 일은 다반사다.
“Damn!”
(젠장!)
상대방이 타국 첩보원임을 뻔히 아는데도
손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키리토와 올림푸스 주변에선
총질은커녕 주먹다짐도 일종의 금기였으니까.
각국의 무전채널만 바빠졌다.
-What are you doing? Are you sightseeing?
(뭐하는 거지? 관광하는 건가?)
-Is the museum tour good for group tourists from Asia?
(아시아인 단체관광객이 잘한다는 박물관투어?)
-Colossus et Olympis ne sont pas des touristes.
Combien de fois avez-vous visite Paris ?
(콜로서스와 올림푸스는 관광객이 아니야.
파리만 수십 번을 방문했을 텐데? )
-Tu ne peux pas l'analyser ou le juger de cette facon.
en fait
Il y a beaucoup de gens qui ne sont pas alles a Paris parmi les Francais.
C'est comme si les Americains n'etaient jamais alles a New York.
(그런 식으로 분석하거나 판단하면 안 돼.
사실
프랑스국민 중에도 파리에 못 와본 사람이 많아.
미국인이면서도 뉴욕에 가본 적이 없는 것과 같지. )
-Так что...
Ты на экскурсии?
(그래서.....
진짜 관광 중이라고? )
-Это не...
Ты недавно встречался с директором DGSE?
А наблюдение?
(그건... 아니고,
아까 DGSE 국장을 만났잖아?
감청은?)
-Вы будете следить за Уидзедом и его охранником?
Ты что, спятил?
(위저드 (콜로서스) 와 가디언 (올림푸스) 을 감청하겠다고?
자네 미쳤나?)
-Вы получили разрешение на прослушивание?
(도청은 허락받았잖아.)
-Это подслушивание, NSA собирает случайные сообщения,
Они и есть обладающие разумом.
Прослушка... никогда не видела никого, кто мог бы подслушать и выжить.
(도청이야 NSA가 무작위로 신호정보를 수집하니
그들도 이해하는 수준이고,
감청은... 엿듣고 살아남은 놈을 본 적이 없다.)
-Oh, and by the way.
It's amazing?
All the spies from around the world are here, right?
Don't you think you're going to make a big deal out of this?
(그건 그렇고,
엄청나구먼?
각국 첩보기관은 죄다 몰려왔잖아?
이러다 대판 붙지 않을까?)
-You can't fight around Colossus and Olympus.
Unwritten rule.
(콜로서스와 올림푸스 주변에선 싸울 수 없어.
불문율이지.)
-I know that, but... What can we do about accidental ones?
(그건 알지만... 우발적인 사고는 어쩔 수 없잖아?)
-Haha!
Accidental accident?
The assailant or the victim will be the first to be kicked out of the country.
And then you'll be in court for treason.
(하하!
우발적인 사고?
가해자든 피해자든 제일 먼저 본국으로 퇴출될 걸?
그리고는 반역죄로 법정에 서겠지.)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
오르세 미술관을 향해 걷는 키리토와 올림푸스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Huh? Who?
(어? 누구?)
-Кто это?
(누구야? 어느 나라지?)
-Ham ?
Qu'est-ce que tu fais ?
(하만?
이란이다! 뭐하는 짓이야?)
-Are you breaking the agreement?
(협정을 깨는 건가?)
누가 봐도 중동 출신.
그러나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은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핵개발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눈총을 받는 이란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스파이게임에서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를테면 공공의 적이랄까?
요 근래
미국의 위상이 예전 같진 않지만
중국도 일본도
미국을 뛰어넘긴 100년은 이르다.
그나마
대동하게 겨룰 상대는 러시아 뿐이라고나 할까?
이란은?
100년이 아니라 1000년이 지나도 불가능했다.
“하만 씨?”
“....콜로서스.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키리토가
유창한 아랍어가 아닌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하만도 주위를 빠르게 둘러본 뒤
뭔가를 눈치를 채면서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보통사람은 느끼기 어렵겠지만
키리토는 하만을 향해 쏟아지는 눈총을 감지했다.
프랑스가
그나마 첫 번째로 키리토와 접촉한 건
일종의 홈그로운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아니다.
묵계를 어겼으니 당연히 보복이 있을 것이다.
“추방당할지도 몰라요.”
“감수하겠습니다.”
“그렇다면야.”
키리토는 턱짓으로 카페를 가리켰다.
야외에 마련된 탁자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오늘부터 3편씩이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