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프락시너스 (1)
“코.. 토리..”
“다행이다.. 간발의 차로 데려와서.”
“시도, 괜찮아?”
“어, 오리가미.. 것보다, 다른 모두는!?”
“우와~! 유밍은 몰라도 네로와 녹트는 완전 박살이 났어! 어서 치료해야 해!”
코토리 씨와 오리가미 씨, 니아 씨를 비롯해, 다른 소녀들도 그 정령에게 진 우리들을 걱정스럽게 봐줬다.
“크으윽..! 젠장..!!”
“강해..!!”
“하아.. 수명이 줄어드는 줄 알았어. 그래도 무리 좀 하지 마!”
“시끄러.. 코토리..! 으윽! 괜히 데려와 가지곤..!!”
“젠장..!! 전투 센스도 만만치 않아..!!”
코토리 씨는 시도 씨의 형제나 다름없는 네로 씨와 녹트 씨의 부상에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진심으로 걱정했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상을 치료해서 다시 일어섰다.
“하아.. 그런데 하필이면 공간진이 빨리 일어나다니..!”
“그러게, 네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점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어요.”
“? 무슨 말이야, 마리아?”
“공간의 흔들림을 통해 추정한 공간진 발생 예측 시간은 분명 10분 후였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예측보다 빨리 공간진이 일어났죠. 마치, 억지로 공간의 벽을 찢어발긴 것처럼 말이죠.”
“억지로..! !!”
그런 다음에 우리들은 대형 모니터에 비춰지는...
“저 새끼..!”
“마구 날뛰고 있어..!!”
그 정령이 텐구 시를 파괴하는 광경을 봤다.
“아무튼, 시도와 유미는 우선 치료를 받도록 해.”
“그건 나한테 맡겨.”
그 광경을 본 뒤에 녹트 씨가 자신의 마력으로 회복약으로 변한 음료수를 나와 시도 씨에게 줬고, 나와 시도 씨는 녹트 씨의 음료수를 마셔서 회복했다.
“이제 괜찮아요.”
“여전히 굉장한 마법이네, 녹트.”
“당연하지.”
“분명 말했었는데, 지금 시도에겐 카마엘의 ‘가호’가 없다고. 그러니 상처를 내버려둬도 낫지 않아. 왜 시도만을 보내주려고 하지 않은 거야?”
“정령 공략에 시도가 빠지면 더 곤란한 걸 네가 더 잘 알잖아, 코토리. 시도를 지키는 것쯤이야 자신이 있었다고.”
“.. 하지만 상대가 네 수플렉스 시티 구경을 거부까지 했잖아. 시도를 지키기 전에 네가 죽었을 거라고!”
“그딴 걸로 안 죽는다고. 이젠 당하지는 않을 거야..!!”
“나도야..”
네로 씨와 녹트 씨는 화면의 그 정령을 보며 쏟아지는 격한 감정을 참았고...
“... 마리아, 저 정체불명의 존재에 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모아줘.”
“예.”
마리아 씨는 코토리 씨의 명령을 경례하면서 받아들이고는 자신의 본체인 프락시너스의 모든 기능을 쓰기 시작했고...
“코토리, 우리도 돕고 싶어.”
“음. 무쿠들도 원래는 정령이었던 만큼,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라.”
“마음은 고마워, 오리가미, 무쿠로.. 가능하면 너희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모처럼 영력이 사라져서 평온한 생활을 하게 됐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뭐, 마리아?”
“코토리의 의견에도 찬성하지만, 이번 상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너무 없어요. 저희에게 없는 발상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어쩔 수 없네. 단, 어디까지나 참고삼아 지혜를 빌려주기만 하면 돼. 절대 작전행동에 참가시키지는 않을 거야. 알았지?”
“!”
소녀들도 이 싸움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고개를 힘찬 끄덕인 것으로 보여줬다.
“오늘은.. 참으로 위험한 날이 되겠네요..”
8화 프락시너스 (2)
우리들은 바로 브리핑 룸에서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아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마리아.”
“예.”
마리아 씨의 원격 조작에 우리들 사이의 타원형 테이블 가운데에서 홀로그램 영상이 띄워졌고, 우리들은 그 영상의 정령을 봤다.
“보다시피 대상은 시도네들과 조우하고 나서 주위 일대를 파괴한 후, 휴면 상태에 들어갔어.”
“마치 눈에 들어오는 공간에 생물이 없어서 안심한 것 같네요.”
“그러게, 유미.”
“그럼 AST는?”
“아까 교전을 했어, 시도. 그랬지만...”
“씨발 졌다는 거네.”
“맞아, 네로. 그것도 단숨에.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고 퇴각한 게 불행 중 다행이야.”
“그럼, 하나 확인할 게 하나 있어. 코토리, 저거는 정령이야?”
“!!”
나와 네로 씨, 녹트 씨, 시도 씨가 그 소녀를 처음 보면서 정령이라고 생각했었고, 마침 마리아 씨가 분석을 다 끝낸 상황이라 이제 확인만 하면 됐다.
“1년 전, 월드 유니티와 DEM 간의 싸움으로 시원의 정령인 미오의 세피라는 사라졌어. 정령이란 존재를 미오의 영력을 나눠받은 존재라고 정의(定義)한다면, 대답은 NO야. 다만, 대상한테서 관측된 것은 영파반응이 틀림없어. 그렇기에 라타토스크는 일시적으로 저 대상을 정령으로 판단하여, 식별명 ‘비스트’라고 호칭하기로 했어.”
“비스트..”
“확실히 짐승처럼 날뛰긴 하지. 하, 딱 어울리는 코드네임이다, 이 씹장생아.”
확실하게 정령으로 보였다. 우리 넷의 생각이 정답인 것이었다.
“네로 씨, 입이 너무 거칠어요오.”
“시끄러 이 남성 혐오자야. 녹트가 싫어하게 성차별이라니.. 이 일이 끝나고 게이바에 들어가서 남아있는 씨발 남성 혐오나 치료하시지?”
“으으.. 죄송해요..”
“둘 다.. 그러니까 저건 미오와 연관이 없는 거지, 코토리?”
“단정할 수 없다.. 는 게 현재까지의 판단이야, 녹트. 우리가 아는 정령의 샘플 케이스는 전부 미오에게서 유래된 존재니까. 뭐, 비스트가 내뿜는 영파반응은 기존의 정령들에게서 확인된 파장과 흡사하지만, 그것이 ‘미오의 힘이 세상 어딘가에 있었다.’라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탄생했든 간에 정령은 모두 같은 조성이다’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뭐, 비교 대상이 없어서 검증할 수가 없긴 하지. !”
“왜 그래, 나츠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자프키엘의 탄환으로 시간을 넘어서 온 정령일 가능성은 없는 거야? 그야 1년 전까진 세피라가 존재했잖아.”
“어머, 어머.”
“그래서 쿠루미, 미래로 가는 탄환 같은 것도 있지 않았어?”
“재미있는 가설이네요. 확실히 그렇게 한다면 세피라가 사라진 이 시대에 정령이 출현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네? 그게 정말로 있어요?”
“있어, 유미. 열한 번째 탄환 ‘유드 알레프’라고 대상을 미래로 보낼 수 있어.”
“그렇군요, 녹트 씨. 그걸 과거에 쓴 적이 있으세요?”
“유감스럽지만, 저는 저런 분에게 ‘유드 알레프’를 쏜 기억이 없어요. 시도 씨와 나츠미 양은 어떤가요?”
“뭐, 나도 그런 적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게다가 내가 하니엘로 베낄 수 있는 건 본 적이 있는 능력뿐이거든. 심지어 자프키엘은 능력을 쓰기 위해선 수명이 필요하잖아? 만약 모방한다해도 절대로 안 써.”
“들으셨죠?”
미래로 보내는 탄환 ‘유드 알레프’로 과거에서 왔다고 추정했지만 그건 아니었고...
“하지만, 만약 ‘유드 알레프’가 아니라, 과거로 보내는 ‘유드 배트’라면, 지금의 저는 알 수 없을 거랍니다.”
“뭐? 미래의 쿠루미가, 저 비스트를 과거에 보냈을 거란 말이야?”
“아뇨, 코토리 양. 저에게는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없답니다. 애초에 지금의 저는 그럴 힘이 없죠. 하지만..”
“미래는 백지라서 예측할 수 없어. 훗날 어떤 이유로 정령의 힘이 부활했고, 그 때의 쿠루미가 무슨 이유로 비스트를 과거로 보냈을 지도 모른다고?”
“예, 네로 씨.”
“윽.. 쿠루미 너.. 대체 무슨 짓을..?”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답니다. 어디까지나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만에 하나라도 존재하다는 말이니까요.”
“음...”
오히려 미래에서 왔을 거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날이 서졌어..
9화 프락시너스 (3)
“뭐, 아무튼.. 정체는 모르지만, 정령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거지?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야.”
“그래. 시도 말대로야. 아무리 미친 년이라해도, 저 녀석은 정령이야.”
“그렇다면..”
“응. 저 애를, 나에게 반하게 만들겠어.”
비스트의 정체는 몰라도, 비스트가 정령인 이상, 시도 씨가 나서서 반하게 만들게 하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랬지만...
“안 돼.”
“뭐?”
코토리 씨가 반대했다.
“안 된다고 했어. 네 출격을 허락할 수 없어. 이 건은 라타토스크에 맡겨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코토리!? 뭘 어쩌려는 건데? 정령의 힘을 봉인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말한 사람은 너잖아!!”
“그럼, 하나만 묻겠어. 영력 봉인 능력은 시도에게 여전히 남아있긴 한 거야?”
“..?”
“미오의 소실에 따라 정령의 힘은 사라졌어. 그렇다면, 미오의 의해 존재가 재구축된 시도의 능력은 어떻게 됐을까? 정령의 힘과 함께 사라졌어? 아니면 시도라는 존재에 섞인 채 여전히 남아있는 거야?”
“그건..”
“답은 ‘모른다’야. 봉인할 수 있는 영력이 없으니 검증할 수 없어.”
이렇게 이유를 설명했지만...
“확실히 그래.”
“뭐라고, 네로?”
“지금은 시도가 영력을 봉인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모른다는 건, 아직 못한다고 확정된 게 아니잖아.”
“그러니 우린 찬성이야. 답이 ‘모른다’면,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라는 거야. 무시할 수 없는 거라고.”
네로 씨와 녹트 씨는 코토리 씨의 이유를 반박했다. 그랬지만...
“그래! 네로와 녹트의 말 대로야! 봉인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한, 시도라도 해봐야 하잖아! 밑져야 본전...”
“몇 십분 전에 죽을 뻔했던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아깐 아무것도 몰라서 죽을 뻔했다, 이 꼬마 사령관아! 이게 진짜 어디서 까불어..! 저 광년에게 안 덤벼봤음 함부로 까불지 마!!”
코토리 씨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자, 네로 씨가 일어서면서 반박하며 크게 소리쳤다.
“윽!..”
네로 씨의 큰 소리에 정신을 차린 코토리 씨는 자신이 격양했음을 인지했고...
“어.. 미안해.. 나는 사령관 실격이야.. 머리 좀 식히고 올게. 다들 잠시 쉬고 있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충격을 받은 듯이 약간 비틀거리면서 브리핑 룸에서 나갔다.
“나리..”
“괜찮아, 무쿠로.. 그리고 네로, 소리가 컸어.”
“그래야 내가 이기지. 명왕군과 직접 싸워봤던 게 어디서 잘났듯이 까불어.”
“그건 그래. 이전 ‘명왕의 시대’ 땐 시도는 영력이 있어서 그랜드 마스터와 싸울 수 있었어. 하지만 이번엔 그 힘없이 비스트와 싸우려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코토리가 사령관이자 여동생으로서 너무 걱정한 건 이해가 돼. 하지만 시도는 죽지 않아. 왜냐하면, 시도를 지켜줄 이 ‘형제’들은 아직 싸울 수 있으니까.”
“너희들..”
코토리 씨의 걱정과는 달리, 네로 씨와 녹트 씨는 아직 싸울 수 있다는 의사를 확실히 말했고..
“그럼, 어서 코토리 씨에게 가죠. 이제는 감정을 격하게 세우지 않는 거예요. 알겠어요, 네로 씨?”
“그래, 유미. 가자 녹트, 시도.”
“그래.”
“지금쯤 집무실에 갔을 거야. 거기로 가자.”
“네. 여러분들은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잘 갔다 와.”
“네, 요시노 씨와 요시농 씨.”
나와 네로 씨, 녹트 씨, 시도 씨는 코토리 씨를 찾으러 브리핑 룸에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