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가방 속에서 물건들을 꺼냈다. 냄비, 프라이팬 (나도 가지고 있지만), 도마, 접시 그 외에 포크와 나이프 등...
"이정도면 어때? 요리할 만하지?"
"응…. 그러네..."
한국에서 주로 써왔던 거와 많이 다르긴 했지만, 이 정도면 요리할 수 있었다. 내 가방 속에는 프라이팬 하나와 식칼 종류 그리고 요리책 외에 다른 요리용 도구들이 없어서 난감했는데.
"내 가방은 이런 것들조차 넣는 것이 힘든데. 용케도 들고 왔네 키스?"
"이 천재 미소녀 연금술사의 가방이 워낙에 커야 한단 말이지. 던전을 돌아다니려면 이런 요리용 도구가 필수라고.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해 먹을 수 있게."
저 가방은 도라에몽의 사차원 주머니라도 되는건가...아까전 테이블도 꺼내고 온갖 요리 도구를 꺼내고...
키스가 가져온 프라이팬을 들어보았다. 둥그런 팬에 쇠로 만들어진 손잡이…. 한국에서 쓰던 프라이팬하고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외모였지만 무게는 이쪽이 좀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냄비였을 경우는 딱 봐도 모닥불 위에 잘 매달리라고 말하듯 걸이용 쇠가 있었고.
요리 도구들을 훑어본 뒤 나는 내가 가진 레시피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재료가 이러했다. 비엔나소시지, 떡볶이용 떡, 라면 봉지 몇 개 정도? 이걸로 가지고 몇 가지 간단한 요리는 해 먹을 수 있긴 하겠는데...
"오 이 포장지 참 신기하네?"
그 와중에 키스는 소세지나 떡들이 담겨진 포장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오-하면서.
"한국에서는 이렇게 음식들을 이런 포장지에 넣는 거야? 포장지 재료도 뭔가 처음 보는 재료들이야."
"오케아나라는 국가에는 플라스틱이 없나보구나?"
"플라스틱?"
정말로 없다고 간접적으로 알려주듯 고개를 갸웃하는 키스였다. 하긴 여기가 만약 진짜 중세 시대 판타지 세계라면 플라스틱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구나.
"내가 살던 고향에서 플라스틱이라는 성분의 화학 물질로 이렇게 음식들을 감싸고 그래."
찌익-하는 봉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소시지를 꺼내어서 접시에 놓았다.
"그러면 이렇게 음식들이 공기에 닿지 않아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거든."
"보존 전용 마도구와 비슷한 건가."
키스는 가방속에서 박스 하나를 꺼내었다. 어떻게든 귀여워 보이게 하려는 듯 붉은색 리본이 달아진 핑크색 상자를.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상자처럼 보이지만..."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박스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쿠키들이 담겨 있었다. 비주얼만 봐도 손을 뻗어서 하나 집어 먹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맛있는 쿠키들을 오랜 시간 동안 담아 놓는 게 가능하지. 나처럼 귀여운 소녀들에게는 나처럼 예쁜 쿠키가 필수거든-"
양손 검지로 볼을 누르면서 해맑게 말하는 키스였다. 맞장구를 쳐주듯 블레이즈도 캬악-하고 울음소리를 냈고.
쟤는 자기 외모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네. 아까부터 스스로가 미소녀라고 칭하고.
뭐 예쁜 건 사실이긴 하다.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평생 내 눈에 담고 싶을 정도로...
"음…. 생각나는 요리가 하나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소세지, 떡이 있어서 내가 어릴 적부터 자주 먹던 꼬치구이를 해줄 수 있는데 여기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야채라던가 아니면 버섯이라던가..."
"버섯이라면 저기 가까이 있잖아."
키스하고 블레이즈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그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로 돌리는 순간 내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조금 전에 우리에게 죽어라 달려들었던 버섯들이...
"먹어도 되는 건가,건가 그전에...? 아까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잡아먹으려 들고 두발로 걸어 다니던 저 찜찜한 것들을?"
"몇 모험가들은 저렇게 버섯 몬스터들을 잡아 직접 구워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식량 떨어지면 몬스터라도 사냥해서 배를 채운다나?"
뒤적-뒤적 하더니 키스는 책 한 권을 꺼내었다. 초보자를 위한 던전 가이드용 책이라고 적힌.
"여기 책에 의하면 불에 확실히 구워서 익혀 먹으면은 의외로 맛있다고 해. 안에 독성이 있으니 확실히 익어 먹어야 한다고 하고."
"뭐 버섯이란 것은 애초부터 확실히 익혀 먹어야 하긴 하지만."
사실이다.
제아무리 식용 버섯이라도 안에 독성분이 남아있을지 모르니 확실히 익혀 먹어야 한다. 괜히 식용이라고 날것으로 먹었다가는 하루 종일 설사에 시달릴지도 모르니까. (최악이라면 병원 가야 할지도?)
"일단 이걸로 요리 재료 삼아보자."
웃샤 하면서 키스는 갈색 버섯갓을 가진 버섯의 한쪽 다리(로 추정되는 부위)를 들었다. 마치 어린아이 크기 만한 버섯을 바라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것이 갑자기 감춰진 입을 열어서 우리를 잡아 먹으려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면서.
"설마 독버섯은 아니겠지 키스? 있으면 먹은 뒤 엄청 곤란해 진다고?"
"버섯 계열 몬스터 들 중 독 있는 버섯하고 없는 버섯도 있는데, 이 갈색 버섯 갓을 가진 개체는 독이 없는 거라서 먹어도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
"아하하 그래도 걱정하지 마. 미리 검증은 다 끝내놓았으니까."
키스는 자신이 든 마법 책을 펼치더니 그 위에 푸른색 빛으로 버섯 몬스터의 그림이 그려졌다. 마치 3D 그래픽 마냥 그려진 몬스터의 그림이.
"이 미소녀 연금술사는 얼굴만 예쁠 뿐 아니라 마법 아카데미에서 엘리트 학생이었다고. 무엇보다 이 마도서에도 독이 없는 개체라고 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
"그래그래..."
저렇게까지 나오니 믿어볼 수밖에 없겠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바닥에 놓은 버섯을 몇 초 동안 바라본 뒤 한 손에 수건을 감싼 뒤 식칼로 찔러보았다. 푸욱-하고 찔러지는 소리와 함께 감각이 전달 되어왔는데...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내가 요리를 하면서 많은 종류의 야채나 고기 등을 잘라 왔다고 자부하지만, 깊숙이 들어간 식칼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한 감각이 손으로 전달 되어 오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저항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마치 잘리지 않으려고 세포가 마지막 힘을 짜서 저항하려는?
"이거 써봐."
익익-하고 눌러도 잘리지 않자 키스는 단검 하나를 건네주었다. 가죽 칼집에 담긴 단검을 꺼내자 스릉-하고 들려오는 소리는 식칼의 날카로움하고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단검을 한번 찔러보니...
푸욱-
"오?"
감탄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면서 단검은 그대로 버섯의 몸을 찔러갔다. 쭈욱 하고 가로 방향으로 미니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먹음직스럽게, 마치 반으로 갈라진 새송이버섯처럼.
"이 칼 참으로 말을 잘 듣네? 내가 쓰던 식칼하고 비교가 안 돼."
"내가 몬스터들 부위 해제 할 때 쓰던 단검이야."
"부위 해제?"
"아까 전 네가 봤던 뿔 토끼의 뿔이라던가, 몬스터의 눈알이나 발톱 등을 말하는 거야. 그것들을 얻는 데는 이 단검만큼 좋은 게 없지."
그 말에 나는 손에 든 단검과 저 핑크 머리카락 연금술사 소녀를 바라보았다. 쟤 말대로라면 저 귀여운 얼굴로 몬스터들의 부위를 이 단검으로 잘라 왔다는건가...
우와아-레어 템이다-라면서 눈 빼고, 가죽 벗기고 뼈 까지 챙겨서...
도리 도리-
고개가 저어졌다. 이 생각 하지 말자 그냥. (그 와중에 키스는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한참 동안 자르고 자르면서 나는 버섯들을 먹기 좋게 조각으로 나누었다. 도마 위에 떡볶이 떡 크기 마냥 잘린 버섯들은 어느새 접시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 와중에 잘랐던 버섯은 아직 잘라야 할 것이 많았고...
"이 버섯 어떻게 할까? 이대로 두면 아깝기도 하고..."
"내 버려 두자. 가져갈 수 있는 것만 가져가고."
"네 가방 속에 넣을 수 있지 않아? 아까 테이블까지 꺼냈었는데..."
"그랬다가는 내 예쁜 가방이 썩은 냄새로 가득 찰 수도 있거든요오?"
키스는 양손으로 내 볼을 당기기 시작했다. 아플 듯, 안 아플듯하게.
"내 가방은 뭐든 넣을 수 있긴 하지만 보존 마법이 걸려지지 않아서 몬스터 시체를 장기간 넣는 것은 바보짓이야. 사람들로부터 헤이-이상한 냄새 들고 다니는 핑크 미소녀 연금술사양-이라는 소리 들으면 좋겠어? 응? 좋겠냐고?"
"므안허-므안허-"
사과를 하니까 그대로 양손을 놔주는 키스였다. 그 뒤 곧바로 윙크를 하면서 혀를 쏙 내밀고.
"알았지? 외모 관리 및 청결함은 미소녀의 기본자세야. 그 점을 잊지 마세요 성운 학생."
"항상 기억해 놓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까지 말하자 푸훗-하고 웃는 키스였다. 얘 정말 단순하네. 사과를 하니 곧바로 풀어져 버리고. 그래서 뭔가 귀여운 느낌도 들고.
냄비에 떡볶이 떡을 넣은 뒤 물통을 꺼내 식수를 부었다. 원래 요리할 때 필요한 물은 수돗물로 받긴 하는데, 여기는 던전. 그런게 있을 리가 없다. 잠깐 나 이래도 되려나. 이런 곳에는 식수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요리하는 데 쓰다니.
"아-"
"무슨 문제라도 있어?"
냄비를 들면서 나는 뭔가가 없다는 것을 인제야 알아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없었다. 요리할 때 반드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불이 없어..."
"불?"
"불이 있어야 요리하든 물을 끓이든 하잖아. 부르스타도 없는데..."
"방금 불이라고 했나요. 성운 학생?"
따악!
피식-하는 미소와 함께 손가락을 튕기더니 검지와 엄지 사이에 작은 불꽃이 생겨났다. 무슨 라이터도 아니고 딱! 하더니 불이 커져.
"불이라면 내가 얼마든지 붙일 수 있는 데에-성운도 아까 내가 불 쓰는 것을 여러 번 봤잖아."
"그러네 키스. 잠시 나도 깜빡했어."
얼떨떨하게 웃는 거로 답해주었다. 쟤 그러고 보니 (비록 바람 마법도 썼지만) 아까 전부터 불 마법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자주 보이긴 했는데...
"불을 붙일만한 거 없어? 장작용 나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없을 테-"
"캬아악-"
이때 블레이즈는 키스의 가방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열심히 휙휙 던졌다. 탁! 탁! 하는 하나씩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나오는 소리로 인해 설마 했는데...
"장작이면 걱정하지 마. 내 가방 속에 가아아아득히이이 넣었으니까-"
혀를 쏙 내밀며 윙크를 한 채 한 손에 장작을 들어 보이는 키스를 바라본 뒤 눈동자로 그녀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저 가방 속에 안 들어 있는 게 뭐가 있어 키스? 테이블도 꺼내지 화살통도 꺼내지 요리 도구도 꺼내지 이젠 장작까지..."
"난 이래 봬도 완벽주의자 미소녀거든. 외모도 준비성도 모든 게 완벽하지 흐흠-."
블레이즈가 차곡차곡 정성스럽게 장작과 냄비 걸이용 Y자형 받침대를 놓은 뒤, 키스는 자신의 손위에 있던 불덩이를 장작 위에 던졌다. 마치 기름을 만난 듯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장작은 곧바로 불타올랐고.
냄비의 물이 어느 정도 끓어오르자, 떡을빼낸 뒤 이번에는 비엔나소시지를 넣었다. 넣기 전에 칼자국을 내는 것을 잊지 않고. 그래야지 안에까지 확실히 익으니까.
"성운아-아직도 멀었어?"
익은 소세지를 꺼낸 다음 버섯을 넣을 즘 키스가 나한테 외치고 있었다. 고개를 돌아보니 벽에 기댄 채 책을 읽는 키스와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블레이즈가 눈에 보였었고.
"배가 아까부터 뭐 좀 먹으라고 꼬르륵 거려어-"
"캬아악-"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버섯이 익어진 것을 확확인한 나는 냄비를 뺀 뒤 프라이팬 위에 식용유를 뿌렸다.
"이왕 하는 거 맛있게 먹자고. 그래야-
꼬치에 그동안 익은 재료들을 하나씩 꽂은 뒤 프라이팬에 올려놓았다. 모닥불 위의 프라이팬의 온도가 올라가자 지글지글-하는 듣기만 해도 군침 도는 소리가 들려왔고.
"던전을 돌 때 좀 더 힘이 날 테니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손님."
막 프라이팬에 구워져 나온 꼬치들을 내미니 키스의 표정이 오-하는 표정으로 변하였다. 꼬치는 크게 네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소시지와 떡, 소시지와 버섯, 버섯과 떡 그리고 세 개를 다 꽂은 꼬치.
"맛있겠다...."
"어릴 적부터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간식거리 중 하나야. 학교 끝난 뒤 먹을 때는 참 별미였지."
소시지, 떡 그리고 버섯 세 개 다 프라이팬에 구워져서 황토색의 그을린 듯한 표면은 본능적으로 씹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었다. 모락모락 나는 김은 코로 들어가 맛있는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은 덤.
"재료도 만드는 법도 매우 간단해서 집에서도 종종 해 먹었던 요리여서 먼저 떠올랐어. 맛있었으면 좋겠는데."
헤에-하는 소리 함께 꼬치 하나를 들어 보이는 키스였다. 떡과 소시지가 붙여진 꼬치를. 냠냠-하고 입에 넣은 뒤, 미약하게 아삭하는 소리가 나오더니....
키스의 양 눈이 크게 떠지면서 소시지와 떡을 동시에 먹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번째 꼬치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맛있다 이거!"
황홀한 표정을 띠면서 먹고 있던 키스의 머리 위에 있던 블레이즈에게 한입 먹여보는 키스였다. 소시지 하나를 먹으니 블레이즈 역시 자기 주인 따라 캬악-하는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 재료 전부다 프라이팬에 적당히 그을려서 그런지 씹을 때의 바삭거리는 느낌이 식감을 살리고 있어. 특히-"
키스는 검지로 꼬치에 붙여진 떡을 가리켰다.
"소시지도 버섯도 좋은데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맛있어. 씹을 때마다 쫄깃한 맛이 느껴지고. 이거 무슨 재료야? 오케아나에서는 못 보던건데."
"떡."
나 또한 하나 먹으니, 꼬치에서 느껴오는 식감은 식욕을 더욱더 자극했다. 이대로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심정이 들 정도로.
"오케아나에 쌀이라는 곡류 있어?"
"쌀? 그 동방에서 주로 많이 난다는 씹으면 단맛 나는 거?"
"그 쌀을 가루로 만들어서 빚어낸 음식이야. 내 고향에서는 주식이 쌀이다 보니 이거 말고도 다양한 떡이 존재하고."
"오케아나에서는 쌀보다는 밀이 주식인데."
냠냠 하고 버섯하고 떡이 꽂힌 꼬치를 먹으면서 키스는 말을 이어갔다.
"쌀도 재배되긴 하는 데 좋아 아나의 기온이 낮은 편이라서 상당히 제한적으로 재배 되. 그래서 밀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고."
"반대로 밀은 기온 낮은 곳에서도 잘 자라니까 밀이 많이 자라겠네?"
"맞았습니다 성운 학생."
서양 사람들이 쌀을 잘 못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오케아나라는 국가도 예외가 아니구나. 아쉽네 좀. 빵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나는 가방 속에서 병을 꺼내었다. 빨간색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는 내 모습을 보던 키스는 흥미가 생겼는지 빤히 쳐다보았다.
"그 빨간색 액체가 들린 병 뭐야?"
"아, 이거?"
병마개를 열면서 나는 꼬치에 빨간 액체를 뿌리니 시큼하면서도 매콤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그냥 먹기에는 좀 그래서 소스좀 뿌렸어."
"무슨 소스야? 달콤한 거? 참 재미있어 보인다-"
"매운거."
".................................에?"
내 말을 들은 순간 키스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었다고 말하는 듯 에-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방금 매운 거라고 했어?"
"응 매운 거."
하얀 스티커에 녹색 글자로 Tabasco라 적힌 병을 들었다. 손을 약간 뻗는 순간 키스는 히익-하는 작은 비명 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로 약간 물러갔다.
"멕시코의 타바스코주에서 재배한 고추로 만든 매운 소스인데, 이렇게 뿌려 먹으면 참 별미-"
"그만."
키스는 손을 뻗으면서 내 말을 멈추게 하였다. 에헤헤-하는 작은 웃음 소리가 들려왔고.
"그거 그냥 너 가져. 뭔가 입에 넣는 순간 평생 후회 할거 같에."
"네가 원한다면..."
키스 쟤 매운거 싫어하나? 저렇게 극도로 반응 하는것을 보면 말이야. 일단 겉으로만 봐도 매운 맛하고 거리가 먼 소녀로 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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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는 챕터 1 에피소드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