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고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사랑한다고 까지 말할 수 있어요.
한국인이지만 가정 사정으로 북경에서 15년도 더 넘게 자라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볼 일이 있어서 북경에 와 있습니다.
공산당이 네이버와 카톡은 막아도 루리웹은 안 막더군요.다행입니다.
모처럼 오랜만에 고향에 왔겠다...
양고기(내지 그 요리)를 먹자고 결심했습니다.
그저께 북경에 도착하고 호텔에 왔습니다.
꽤 큰 호텔이에요.
1층을 보니 내몽골 요리집이 두 군데나 있었습니다.
그 중 한군데인 멍구야(蒙古雅)라는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양 머릿고기입니다.
머릿고기를 먹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쫄깃쫄깃해서 씹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이거랑 밥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양 꼬리입니다.
꼬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입니다.
한국에서 양고기를 취급하는 가게야 당연히 알고 있지만,
꼬리는 취급하는 곳이 전혀 없어서, 북경 가면 반드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양꼬리 구이는 겉은 바삭한데 속은 보드라우면서 야들야들합니다.
양고기 특유의 고소한 냄새.
기름기로 윤택한 살코기.
뼈 사이 연골을 끊어내 입속에서 뼈를 굴리며 빨면
저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부럽지 않습니다.
콜라를 곁들이면 최고입니다.
구운 양고기 빠오즈입니다.
한입에 먹기에는 너무 커서 반으로 갈라서 내오더라고요.
중국에서 '만두'(만터우)라고 하면 그냥 속없는 맨 찐빵을 가리키고,
한국에서 말하는 만두는 쟈오즈(饺子) 또는 빠오즈(包子)라고 합니다.
빠오즈는 피를 발효시켜 마치 식빵처럼 만들고 쟈오즈는 그렇지 않은 피를 쓴다는 것으로 구별됩니다.
구운 빠오즈라 그런지, 겉은 조금 딱딱했습니다. 토스트보다 살짝 더 딱딱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싫지 않았습니다.
속은 양고기와 부추였습니다.
부추의 향과 양고기의 맛을 구워진 빠오즈의 피가 융합시켜주었습니다.
어제는 북경 시내, 좀 더 정확히는 얼환(二环) 쪽으로 갔습니다.
(환(环)은 고리라는 뜻으로, 북경에서는 순환도로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이환에서 육환까지 있습니다. 그럼 일환은? 그냥 자금성 둘레입니다. 그런 말을 쓸 일은 거의 없어요.)
여기를 간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간 적 있는 老冯烤羊蝎子馆이란 식당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가게 이름을 해석하자면 풍씨네 양쎄즈 구이 식당입니다. 양셰즈는 양의 등뼈입니다.)
그 식당에서 먹은 양 꼬리 구이를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 걷다가 드디어 식당을 찾았습니다.
어라? 내 기억 속 가게랑 많이 다른데?
그래도 가게 이름은 확실하게 같으니 들어가봐야지.
나중에 물어보니 가게를 조금 옮겼더군요.
아무튼... 양꼬리 구이를 시켰습니다.
여섯 개를 시켰어요.
호텔 식당에서 먹은 양꼬리와는 다르게 꼬리가 길고 컸습니다.
호텔 식당에서 내온 것은 꼬리를 토막내서 구운 것이고,
여기는 꼬리를 통으로 구워서 내왔습니다.
제 기억 속의 양꼬리는 이쪽이었습니다.
미식에 있어서 비주얼, 어떻게 생겼는지도 나름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꼬리 구이를 집어 들다가, 엉덩이에 붙어있던 뼈(그러니까 가장 큰 뼈) 밑에 자그만 지방덩어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누런 지방덩어리는 저의 식욕을 한층 더 돋구어주었습니다.
양고기의 풍미를 더해주는 것은 바로 이 지방이니 말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사진 찍지 않은게 후회가 되는데...
저는 그것도 잊을 정도로 그 맛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렇게 양고기를 원없이 먹었습니다.
美!味!가 절로 튀어나올 만큼이었어요!
사진을 조금만 더 찍었더라면,
조금만 더 먹음직스럽게 찍었더라면... 후회도 있지만,
무엇보다 맛있게 먹었으니 대만족입니다.
양고기를 좋아하신다면 북경에 가셔서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특히 양 꼬리는 한번 맛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거에요.
2024.4.25.
우와. 이 글이 오른쪽으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륭한 글이였습니다.
어맛 양과 사랑에 빠지다니
살아서는 귀엽고 죽어서는 맛있고.
우와, 양꼬리구이라는 요리를 처음 보네요 ㄷㄷ 한국에서 하는 곳이 있을지...
맛있게 드신게 중요하지 사진이 중요합니까!! ㅎㅎ
우와, 양꼬리구이라는 요리를 처음 보네요 ㄷㄷ 한국에서 하는 곳이 있을지...
아쉽게도 한국에는 없어요...
훌륭한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양꼬리 식감은 어떤가요? 소꼬리는 걍 구웠을경우 질긴데 말이죠 그래서 탕으로 주로 해먹지만요;ㅎ
'야들야들'이란 맛을 구현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소꼬리 곰탕 맛있죠... 양꼬리는 구워도 겉만 살짝 바삭해지고 속살은 연합니다.
양꼬리 첨 봐여 +_+
처음 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네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양꼬리 구이, 양 등뼈구이를 취급하는 가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양고기 다양하게즐기기 부럽네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중국은 한국인에게 굉장히 답답한 곳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나쁘지 않지만, 중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가 극심해서요. 저는 오래 살다 왔기 때문에 나름 익숙하지만, 제가 살던 때보다도 통제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그래도 양고기를 좋아하신다면, 북경 같은 중국 북방 지역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님도 양등뼈, 양꼬리 같은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맛 양과 사랑에 빠지다니
저를 애양인이라고 불러주시겠어요?
양꼬리 0ㅅ0)! 중국 출장 그렇게 다녔는데도 못 본 음식이네요. 알았다면 꼭 먹어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아래쪽이라 그런가 상대 회사에서 데리고 간 음식점들에서도 보지 못했어요.
중국 남방은 양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남쪽으로 주로 가셨다면 못 보셨을만도 합니다. 저도 중국 남방 요리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맛있게 드신게 중요하지 사진이 중요합니까!! ㅎㅎ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ㅎㅎㅎ
양꼬리 맛있어보이네요. 먹어보고 싶네요. 양다리 통구이는 한국에서도 파는데 왜 양꼬리는 안팔까요 ㅠㅠ
그러개나 말이에요... 꼬리구이 참 맛있는데...
님 몇키로세요?
비밀사항입니닷!
중국 여행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중국 요리도 먹고 대자연 보러 지방에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중국 요리는 정말 맛있어요. 최고입니다. 자연 풍경도 지방마다 특색이 다르니 좋지요...
잉 요즘 네이버 막히나요 ㄷㄷ
2019년 이후로 막혔습니다. 지금 접속하려면 VPN을 키던가 아니면 한국에서 데이터 로밍을 하고 가야 해요.
4월초에 놀러갔다왔는데, 국내에서 esim 사서 갔는데 구글 인스타 유튜브 다 잘되더군요... 호텔가서 와이파이 잡으면 귀신같이 안되고...
와우…..
중국내 망만 막은가보네요 ㄷㄷ
살아서는 귀엽고 죽어서는 맛있고.
"공산당이 네이버와 카톡은 막아도 루리웹은 안 막더군요.다행입니다." 沒有共産黨才有新中國 저 역시도 중국공산당은 싫어도, 중국은 사랑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소박한 사람들로 결코 싫은점만 많은 나라는 아닌거 같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