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깡촌의 미들랜드 은행 지점.
그리고 그 은행을 털려는 형제 강도단 토비(우)와 태너(좌).
이들의 계획은 아주 간단한데,
1. 아무도 안 찾는 깡촌의 은행 지점으로 가서
2. 막 문 연 아침, 그러니까 직원 한둘 빼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3. 금고에는 손 안 대고, 당장 카운터 서랍에 들어 있는 소액권 (20달러 이하) 만 들고 튄다.
이렇게 해서 한 은행에서 턴 게 7천 달러 정도. 별로 큰 금액은 아니라 FBI가 수사할 생각조차 안 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진가는 은행털이가 아닌데...
이들이 은행을 터는 이유는 어머니가 물려준 목장을 지키기 위해서.
은행에 빚진 4만 달러의 빚 때문에 목장이 통째로 넘어갈 위기인데, 문제는 이 목장에 석유가 난다는 것. 일단 시추 시작하면 매달 5만 달러는 뽑아낼 양이다.
당연히 눈 뜨고 노다지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동생 토비는 앞뒤 안 가리고 빚을 값기 위해, 형은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이 계획을 세운 것.
이 형제를 쫒는 경찰 듀오 마커스(우)와 알베르토(좌. 미국 원주민 혈통)의 대화에서 이 영화의 주제가 드러나는데...
"당신들의 땅, 원래는 이 모든 게 제 조상님 땅이었죠."
"하지만 이젠 당신들도 빼앗기고 있군요. 군대가 아니라 저놈(은행)들한테."
"21세기에 소몰이나 하고 있죠. 자식놈들이 왜 이 일 안 하려 하는지 참도 궁금하네요..."
이렇게, 한때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땅을 빼앗은 미국인들이, 이제는 자본주의와 가난이라는 또 다른 침략자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꿈도 미래도 희망도 없이 천천히 몰락해가는 텍사스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
제목은 <로스트 인 더스트>. (원제는 Hell or High Water, 대충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도)
테일러 쉐리던 각본, 데이비드 멕켄지 감독이다.
시카리오도 테일러 쉐리던 이 각본가 작품이다. 잘 만든 영화니 언제 느긋하게 (아주 느긋하게) 감상해 보자.
엔딩도 존나 충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