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 | 출시일 | 2024년 10월 26일 |
개발사 | 액티비전 / 트레이아크 | 장르 | FPS |
기종 | PS4/PS5/XBO/XSX&S/PC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한국어 자막 | 작성자 | Sawual |
※ 본문에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는 비디오 게임에서 최고의 FPS 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지난 몇 년 간은 그 상식이 산산히 부서졌다. 명작이었던 전작들이 쌓아올린 영광을 뒤로하고 매년마다 갱신하는 라이브 서비스에 종속된 작품으로 변질되어 버린 ‘모던 워페어 II’ 와 ‘모던 워페어 III’ 는 ‘고스트’ 와 ‘뱅가드’ 를 뚫고 팬들에게 최악의 콜 오브 듀티로 남았다.
그리고 실제 결과물도 그러했다. 지난 몇 년보다 확실히 나았다. 하지만 여전히 ‘콜 오브 듀티’ 는 워존 발사대였고, 기자를 슬프게 만들었다.
■ 전보다는 낫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캠페인
‘블랙 옵스 6’ 의 캠페인은 이전 두 ‘모던 워페어’ 가 최악의 악몽이었던 것에 반해 확연히 나아졌다. 훨씬 더 길어진 분량에 확실히 총격전에 집중한 미션, ‘콜 오브 듀티’ 스타일의 연출과 플레이를 담았다. 많은 미션이 1인칭으로 시작해 전적으로 케이스의 시점으로 보여지고, 총격전의 맛은 여전히 괜찮고, ‘블랙옵스’ 의 잠입도 꽤 들어가 있다.
여기처럼 "최곤데!"(시나리오의 허술함은 제쳐두고)가 나오는 구간도 있었지만
"이게 뭔데? 이게 바하/어크/아무튼 다른 게임이야?" 하는 구간도 많았다
일단 콜 오브 듀티 다움을 유지하고자 한 파트가 꽤 많은 부분은 긍정적이다. 솔직히 말해 워존 미션 같았던 ‘모던 워페어 III’ 가 비교대상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미션이 ‘콜 오브 듀티’ 의 연출 철학을 지키고 있고 무엇보다 총격전은 재미있다. 난이도 처리도 그저 무적의 장갑병이나 멍청한 방패병 도배로 해결하던 작품들에 비하면 훨씬 낫다.
'콜 오브 듀티' 캠페인의 한 장면입니다
전체 스토리라인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 같지만 결국 맥락이 똑같다. 문제는 비밀집단이라는 소재를 시리즈 동안 너무 반복해 사용해온 탓에, 그리고 앞서 잘 활용한 사례들 때문에 이번 이야기가 너무 진부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 판테온은 솔직히 말해 다른 비밀집단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정확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단 비밀집단이고 우리와 얽혔으니까 조사를 진행하는데 그 동기가 제대로 부여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각 챕터와 챕터의 연결도 그리 강하지 못하고 대놓고 어떤 단서가 나왔으니 가보자, 하고 무성의하게 진행된다. 강렬하게 초반부터 위기를 부여하고 풀악셀을 밟아 몰아가야하는 콜옵이라는 게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적' 의 실체가 모호한 것, 그게 이번 시나리오 최대의 약점이다
스토리의 긴장감도 ‘출현’ 미션을 기점으로 확 풀린다. 엄청난 비밀 같던 일들이 이 중간의 챕터에서 모두 해설되고 그저 그런 음모론에 플레이어 캐릭터의 정체, 그리고 배신자의 정체까지 모두 여기서 까발려지기 때문이다. 일부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대충 어떤건지 다 알 수 있도록 굉장히 친절하게 대사로 풀어준다.
호불호가 꽤 갈리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았다 싶기도 했던 오픈필드
너무나 노골적인 좀비 모드 홍보용 파트인게 눈에 띄고, 플레이는 호러 게임의 무성의한 카피에 가까우며, 이야기적으로도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 환각, 그놈의 환각. 약품을 들이 마셔서 환각이 보이는데 그래서 좀비 모드처럼 플레이해요! 이 얼마나 편한 사고법인가. 여기에 멀티플레이어를 위해 캠페인에서 모아야 하는 수집요소는 몰입을 심하게 해친다. 심지어 그래플링훅에, 완전히 다른 플레이 요소까지. 이게 맥락이 잘 맞으면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게 억지처럼 느껴진다면 문제가 된다.
반면에 오히려 블랙옵스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면 좋을 것 같은 은신/잠입 게임 스타일의 플레이는 너무 어설프다. 시체를 들어올려 치울 수는 있지만 시체를 숨길 수 있는 오브젝트나, 숨기는 동선을 고려한 설계는 없다. 가젯도 잠입에 도움이 되는 가짓수는 매우 적다. 그리고 여기서 최고는 역시 앞서 이야기한, 환각이자 내면세계라는 무적의 방패를 뻔뻔하게 세워두고 자행하는 좀비 모드 홍보다. 솔직히 이건 너무 뻔뻔해서 웃길 정도.
해로우는 잡았지만요, 판테온을 마저 처리하려면 워존을 하셔야 합니다 고객님
요약하자면, 캠페인의 장점과 단점은 각각 서로 다른 명확한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 장점은 콜 오브 듀티라는 시리즈를 존중한 부분들이다. 제대로 된 1인칭 연출, 좋은 총격전, 선형 구조 미션에서의 스릴있는 속도감, 블랙옵스의 성격을 살린 몇몇 잠입 미션, 여러 총기와 다양한 가젯으로 적을 파괴하는 플레이 등등.
반면에 나쁜 부분은 모두 원작을 무시하고 워존을 띄워주거나 멀티플레이어와 기어코 연계시키려고 이를 악문 부분들이다.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 스토리, 뜬금없이 등장하는 멀티플레이어 전용 수집요소, 워존 스타일의 3인칭 컷씬, 노골적으로 워존과 좀비 모드의 플레이를 따와 자행하는 다른 모드 홍보. 통합 클라이언트를 유지하려고 캠페인 한 번 켜려면 몇 번이고 게임을 재시작해야 하는 짜증나는 방식.
분명 좋았던 부분도 상당하다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덜어냄, 빼기의 미학이 중요하다. ‘흑백요리사’ 에서 안성재 쉐프가 장식용 꽃을 지적하거나 의도에 따라 어떤 맛이나 구성을 뺄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산 것처럼, 때로는 별 의도 없이 덧대진 요소나 관성적으로 만들어진 부분들이 다른 모든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는 한다. 소설도, 영화도, 음식도, 아니 세상의 그 모든 것에서 적절한 추가 더하기 만큼이나 빼기는 중요하다.
콜 오브 듀티는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덧댐을 해왔고, 덜어냄을 잘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가득 터진게 최근의 몇 작품들이었다. 멀티플레이, 특히 워존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쏟다보니 캠페인의 퀄리티는 더 처참해졌고 액티비전은 여기에서 캠페인을 다시 좋은 퀄리티로 만드는게 아니라 그저 멀티플레이를 위한 튜토리얼 또는 홍보 수단, 또는 예의상 넣는 콘텐츠 정도로 치부해버리면서 콜 오브 듀티를 그저 워존 발사대로 만들어버린 바 있다. ‘콜 오브 듀티’ 1편부터 ‘모던 워페어’ 시리즈, ‘블랙옵스’ 1편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정작 강화되었으면 한 잠입 요소는 터무니없이 약했다
‘블랙 옵스 6’ 의 캠페인은 확실히 ‘모던 워페어 II’, ‘모던 워페어 III’, ‘뱅가드’ 보다는 낫다. ‘고스트’ 보다도 낫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한가? 절대 아니다. 플레이어의 기준점은 ‘콜 오브 듀티’ 1, 2편에 ‘모던 워페어’ 원작 트릴로지이고 ‘블랙옵스’ 1편이다. 너무 가혹하게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콜 오브 듀티’ 라는 시리즈 이름을 사용하여 얻는 이점을 포기하면 된다. 적어도 ‘인피니트 워페어’, ‘어드밴스드 워페어’, ‘WW II’ 같은 작품들은 그런 시도를 했고 그만큼의 인정을 받았다. 시리즈의 이름값은 활용하면서 시리즈가 자랑했던 높은 작품성을 계승하는데에는 무심하다면 이율배반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제발 싱글과 멀티를 분리시켜 출시해 달라고. 워존, 멀티플레이어와 분리된 캠페인을 바란다.
■ 사람들이 다 엉덩이로 청소를 하고 다녀요, 멀티
코어 멀티플레이는 개인적으로 반가운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각각의 총기 밸런스가 다시 한 번 잡혔다는 점이다. 수많은 한방 무기와 온갖 이상한 무기들이 난립했던 시리즈에 AR 과 SMG 의 위력이 정상화되면서 항상 SMG 위주로 플레이했던 입장에서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구르고, 슬라이딩하고, 날아라. 그냥 서서 총을 쏜다면 그건 범부다
이 변화는 상당한 호불호를 만들고 있다. 일단 플레이 측면에서는 이미 검증된 방식의 또다른 빠른 페이스의 건플레이라는 점에서 좋은 편이다. 헤드라인을 교란하고 전투 돌입에서 더 많은 선택과 여지를 만드는 옴니무브먼트와 슬라이딩 슈팅은 이전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도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고, 특히 ‘데스티니’ 의 PVP를 오래 해왔던 기자 입장에서는 익숙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그대로 런앤건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이 느린 사격 전환 속도가 굉장한 불만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냉전시대 최고의 방바닥 청소부들
다만 그 덕분에 멀티플레이 자체가 다소 웃기게 보이는건 어쩔 수 없는듯. 모두가 바닥을 쓸고 다니거나 맥스 페인 빙의해서 날아다니는걸 보다보면 종종 웃음이 터진다.
호불호를 떠나서 공통적으로 문제로 지적되는 건 무기 진척도다. 기껏 여러가지 방법으로 무장 해금과 구성을 보완해오던 시리즈가 무식한 킬로 장비 레벨을 미는 방식이 되었고 아주 정직하게 총기 성능이 상승하는 무기군이 있어 원하는 총기를 해금하고 진척도를 올려 세팅을 완성하기까지의 플레이가 고통스러운 구간이 더 길어졌다. 무기 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의 진척도가 너무 가혹해졌다.
일단은, 기존의 단순한 런앤건에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자 한 시도를 왜 하고 있는지는 이해하며 그 중에서는 가장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변화이지만, 다듬을 부분은 여전히 상당한 것 같다. 그나마 이전보다는 캠퍼에 시달린 비율이 좀 낮았다는게 위안거리.
솔직히 이정도 좀비 모드는 이제 수많은 호드 슈터 중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간 난입은 아직 손봐야할 부분들이 많다. 꽤 진행중이던 라운드에 들어가면 얼마 되지도 않는 자금을 주는데 이걸로는 당장 그 라운드에서 제몫을 하기 힘들다. 또 역시 여러가지 무기와 강화 요소가 있지만 그 와중에 쓰이는건 고정되는 건 똑같고, 지역 개방이나 무기, 각종 선택지들로 매회 다른 플레이를 유도하지만 결국 최적화된 방향성 하나로 가는 건 같다.
■ 회복이 아니라 따상을 노립시다, 다음 작품에서는
총평 전에 잠깐 퍼포먼스 이야기를 하자면, 아직까지도 캠페인 한 번 하려면 계속해서 게임을 다시켜고 한참 걸리는 방식은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또 싱글과 멀티를 가리지 않고 주기적으로 게임이 크래쉬 나는 문제가 아직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20년이나 이어진 장수 타이틀이 한 몇 년 만에 두세 타이틀로 완전히 박살날 수 있다는걸 보여준 ‘콜 오브 듀티’ 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회복세까지는 올라왔다는게 다행이다. 다만 멀티플레이에서의 새 시도들은 여러모로 아직까지 평가가 갈린다. 옴니무브먼트는 플레이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맵도 많은 지적을 받는다. 좀비 모드는 이 게임의 평가를 뒤집고 판매량을 견인할만한 한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긍정적
-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진 캠페인 퀄리티와 분량
- 여전히 재미있는 총격전, 유효한 몇가지 변화의 시도들
▶부정적
- 콜 오브 듀티의 궤를 벗어나는 혼종스러운 플레이
- 옴니무브먼트, 길어진 사격 전환 시간의 호불호, 맵의 미흡한 완성도
- 잦은 크래시, 설치 설정/모드 전환 등의 불편함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시나리오의 빈약함을 총질로 커버 함, 총 쏘는 맛이 좋아서 캠페인은 오히려 2회차 때 현금 모으고 능력치 업글 하니까 그때부터 너무 재밋게 함, 그 만큼 총 쏘는 맛은 좋앗던 이번 작
하지만 캠페인 끝나고 멀티로 들어가는 순간 모부삼보다 못한 천하의 븅쉰겜으로 전락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