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진정한 의미의 게임적 모험,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 제목 |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 출시일 | 2024년 12월 9일 |
| 개발사 | 베데스다 / 머신 게임즈 | 장르 | FPS 어드벤처 |
| 기종 | XSX&S/PC/PS5(예정)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 언어 | 한국어 자막 | 작성자 | Sawual |
※ 본문 서술에는 스포일러가 없으나, 일부 스크린샷은 게임 중반부의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하나의 작품이 시대와 문화적 요소의 아이콘이 되는 일은 모든 창작물의 꿈이지만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때문에 어떤 분야나 단어를 말했을 때 첫번째로 떠오르는 이미지 그 자체가 된 캐릭터, 작품은 그 자체로 전설로 남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 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면서 동시에 최고의 상징이 된 캐릭터다. 고고학자이자, 유물 탐사자이자, 때로는 도굴꾼 같기도 한 바로 그 캐릭터 말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최후의 성전’ 으로 3부작이 마무리 된 후 오랫동안 ‘인디아나 존스’ 프랜차이즈 자체가 휴식기에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여러가지 사정이 겹친 결과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4편이 나올 때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고 그리고 다시 5편이 나오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 사이 인디아나 존스 그 자체였던 해리슨 포드는 늙었고, 4편과 5편은 분명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음에도 전성기의 ‘인디아나 존스’ 가 되지 못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5편은 나름 공을 들인 피날레였지만 큰 실망을 했고 이렇게 시리즈가 끝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미 해리슨 포드는 더 이상 액션을 소화할 수 없을만큼 늙었고, 왕년의 총명하고 능글맞은 인디가 될 수 없었기에, 미련만 남았다.

저널은 이 게임의 키다
■ 인디아나 존스의 이야기로서, 오픈월드와 레일이 섞인 게임의 구조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지켜져야할 부분들이 있다. 한 장르의 창시자격이니 그럴만도 하다. 인디아나 존스 특유의 유머코드는 대체로 20세기 후반 미국 영화들의 공통된 코드였다 하더라도, 음모론이 적당히 섞인 흥미로운 소재, 대놓고 나쁜놈인 라이벌,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모험, 언변과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인디의 재치, 인디의 비중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조력자들, 각종 기발한 함정과 위기, 그리고 아름다운 유적, 인디의 능숙하진 않아도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액션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이 중 일부는 비단 인디아나 존스라서 있는 법칙이 아닌, 좋은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들이기도 하다.

단서를 하나하나 직접 해독하는 재미
게임의 구조는 이러한 그레이트 서클을 둘러싼 서사와 각각의 방문 지역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스테이지를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세미 오픈월드라고 부를 만큼 크고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가 들어차 있는 큰 지역과, 서사적 연출을 중심으로 일직선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작은 지역들이다. 바티칸, 기제, 수코타이가 전자에 해당하며, 나머지 지역들이 후자다. 그래서 게임이 진행되면 초반에는 온갖 콘텐츠를 맛보며 장황하게 플레이하다가 작은 지역에서 서사적으로 한껏 집중력을 조이고, 다시 넓은 놀이터에 플레이어를 풀어놓기를 반복한다.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치도 많다
바티칸, 기제, 수코타이에서 인디는 위장용 복장을 얻고, 각종 수집품을 모으고, 지역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들을 공통적으로 아우르는 콘텐츠 구조가 있는데, 맵 상의 수집품들은 약물-유물-노트 등으로 체계화되어 있고 각 지역마다 해결이 필요한 미스터리가 있으며, 각 지역에서 사용되는 재화도 다르다. 메인 미션이 분명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콘텐츠의 질, 재미적인 측면에서 이 게임의 사이드 콘텐츠는 굉장히 완성도 있고 밀도가 높은 편이다.


전체적인 게임 구조상, 이 게임은 소위 바닥까지 핥아먹는 게이머들에게 어울리는 게임이다. 메인 미션만으로 한정하면 영화 한두개 정도의 분량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수많은 사이드 콘텐츠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기에 계속해서 딴짓을 하게 된다. 물론 ‘딴짓’ 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 게임의 핵심 서사, 그리고 플레이 메카닉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며, 오히려 더 풍부하게 게임을 즐기게 해준다.

강렬한 빌런, 에머리히 포스
그리고 전체적인 구성이나 플레이 시간 이상으로 이 게임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오롯이 모험, 탐험이라는 영역에 집중한 콘텐츠의 방식들이다.
■ 진정한 의미의 게임적 모험, 탐험을 담아
우리가 지금까지 게임을 통해서 진행하는 모험-탐험들은 대체로 실제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쩔 수 없는게 탐험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희가 되려면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이 대폭 생략될 수 밖에 없는데다, 사실 현대에 와서는 ‘탐험’ 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사장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구상에는 남극 같은 곳을 제외하면 더 이상 미개척지가 없는거나 다름없으며, 때문에 ‘탐험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거기에 똑부러지게 답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각자 생각하는 탐험의 개념 자체도 다 다르기 마련이다.


물론 포인트앤클릭 시절부터 이어져 온 보다 전통적인, 지적유희를 즐기는 탐험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게임들도 있었지만, 이런 전통적인 어드벤처 장르 자체는 결국 사양세였다. 어드벤처는 다른 게임들에게 만능처럼 붙여지는 하나의 요소로 더 각광받았고, 수많은 오픈월드 어드벤처가 만들어지며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이 게임은 최대한, 비록 게임적 플레이로 만들어내기 위한 한계는 있더라도 그 안에서 모험, 탐험이라는 개념을 온존하고자 했다. 모든 흐름은 탐색-발견-활용-해결의 구조를 이어가며, 최초의 단서를 얻는데에는 비록 이런저런 개입이 있더라도 하나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집중과 관심을 요한다. 그냥 어디가서 누군가 대화하고 누굴 때려잡으면 해결되는게 아니라,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여 어떤 이상한 점이 있는지, 어떤 기믹이 숨겨져 있는지 파악하고, 직접 방법을 찾아내 해결한다.


그렇게, 단순히 단서를 찾으면 바로 답을 주는 간단한 식이 아닌 특유의 해결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퍼즐들로 게임이 가득 차있다. 이런 지적유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선물로 가득찬 트럭이다.


그래도 파시스트는 패야 제맛
이 게임은 그러한 인디아나 존스의 캐릭터성을 있는 그대로 구현했다. 실제로 1대1 격투에서 한명 때려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두명까지는 어떻게 해봐도, 세명만 되어도 사각지대에서 주먹이 날라오고 여러명이 동시에 뻗는 주먹에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그래서 은신과 변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며, 그 효과도 굉장히 뛰어나지만 만능은 아니다. 물론 전투는 제법 재미가 나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전투로 해결할 수는 없다.

채찍을 이용한 스윙, 당기기, 벽타기 같은 액션들을 각자 재량껏 활용하면서 다음 길은 어디인지 고민하고 저기에 도달하려면 어떤 수단을 써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들고, 각 지역마다 유적들을 관통하는 핵심 기믹이 있다. 수코타이에서는 톱니바퀴를 가지고 열심히 고민하게 될 것이고, 바티칸에서는 빛과 석상 같은 기믹이 많이 쓰인다. 이런 식으로 각각의 퍼즐은 테마도 있고, 적절한 난이도를 갖췄으며, 지적인 재미를 준다.

■ 영화 원작이니까, 빠질 수 없는 긍정적 영화적인 경험들
영화적 경험을 표방한 게임들은 지금까지 많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 한계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은 좋은 의미로서 굉장히 뛰어난 영화적 경험을 담고 있다.
영화가 다른 창작물에 비해 가지는 확연한 장점 중 하나는 집중을 유도하기 쉽다는 점이다. 카메라의 앵글 안에 무엇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마음대로 주목도와 묘사의 해상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그러한 영화적 기법의 장점을 잘 취했다.

상하이 파트는 가장 짧지만 매우 강렬하다
몰입감은 이 게임의 중요 키워드인데,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의 1인칭 시점에 아쉬움을 토로하고는 하지만 오히려 이 게임에서 1인칭은 굉장히 탁월하며 장점이 돋보이는 선택이다. 으레 이런 게임에서 등장하는 유적이란 대부분이 밀폐된 실내 공간이며, 그 공간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1인칭이 최적이다. 또한 이머시브 심적인 요소를 살리는데에도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모든 게임플레이도 1인칭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적극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유머 유머 유머. 정말 마음에 들어
또한,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의 묘사와 이를 살린 이야기 전개, 그리고 지나나 로커스 같은 매력적인 주변인물들도 굉장히 만족스럽다. 트로이 베이커가 연기한 인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왕년의 해리슨 포드가 연기하던 그 인디아나 존스와 판박이이며, 특유의 껄렁한 말투, 능글스러움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나는 완벽하게 8090년대 영화풍 매력덩어리 여주인공이다. 그 자신의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면서도 인디와의 대화 케미가 아주 좋으며, 로맨스를 연출함에 있어서도 자연스럽고 또 매력을 잘 보여준다. 로커스는 다소 판에 박힌 고전영화적인 무뚝뚝한 조력자 포지션이지만 그 자신도 꽤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게임의 탐험을 보조할 수단들도 많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이 게임은 아주 좋은 의미에서 영화적이면서, 그 영화적이라는 키워드에 지배당하지 않고 독립적인 게임으로서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게임이 핵심적으로 주목하는 요소들, 탐험, 영화적 연출, 그리고 서사와 캐릭터 외에도 이 게임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비교적 비주류인 전투가 있다. 주로 쓰이는 수단은 아니지만,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일단 기본적으로는 길거리 싸움과 비슷하게 싸우게 되는데, 베어 너클 복싱하고 비슷하면서도 주변의 온갖 도구를 활용하게 된다. 이 또한 인디 다운데, 인디는 전문 싸움꾼은 아니고 재치가 넘치는 싸움꾼이기에 병을 던지고, 채찍으로 무기를 빼앗고, 주먹질하다가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 내리치는 등 변칙적인 싸움을 주로 하게 된다. 굉장히 짜임새있고 깊이감이 있는건 아니지만, 나름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다.

또한 퍼포먼스 면에서도 최근 게임 중에서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다. 초창기 프리뷰 버전에서는 텍스처 팝인이나 프리징이 가끔 있었지만 데이원 패치 이후에는 그런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프레임도 그래픽의 퀄리티도 매우 훌륭하다. 아울러 조작계의 활용도 좋아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나의 패드 안에 잘 모아놓은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어드벤처에 가장 충실한 게임
‘인디아나 존스’ 는 이렇듯 오래된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고 이를 게임으로, 그것도 AAA급 타이틀로 구현하는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더 많기 마련이다. 수많은 팬들의 까다로운 교차검증, 그 당시 정서와 감성을 구현하는 재현성, 그러나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과 가치론에 반하지 않는 변형, 그리고 게임 메카닉적으로 충실한 구현까지. 어려운 관문이 많지만, 이 게임은 그 모든걸 해냈고 탁월한 선택으로 굉장히 훌륭한 모험담을 그려냈다.



비록 영화 시리즈로서의 인디아나 존스는 막을 내렸지만, 이렇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면 적극 찬성이다. 이보다 더 ‘인디아나 존스’ 다운 작품이 있을까? 거물급 IP 를 가지고 계속해서 게임 시리즈를 이어가는 일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머신 게임즈에 의해 인디아나 존스가 이어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긍정적
- 최고의 게임적 어드벤처, 지적유희를 위한 콘텐츠
- 영화적 즐거움, 유머와 스펙타클, 서스펜스가 어우러진 서사
- 트로이 베이커가 선보이는 최고의 인디아나 존스와 캐릭터들의 묘사
▶부정적
- 호불호 갈릴 수 있는 어드벤처에 대한 집중, 비전투 중심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