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사유

사카구치 시몬의 '조절T세포'와 '말초면역관용'의 기전 발견
메리 E. 브랑코, 프레드 램스델도 조절T세포 형성 장애와 관련된 유전자(FOXP3)를 찾은 공헌을 인정받아서
총 3인이 수상했지만
사실 공로의 99.9%는 정말 사카구치 시몬의 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사카구치 시몬은 어떻게 '조절T세포'와 '말초면역관용'을 발견한 걸까?
그건 정말 한 사람의 응축된 집념과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한 험난한 과정이었다
T세포:
백혈구의 일종으로 암세포, 감염세포 등 우리 몸에 위협이 되는 세포들을 죽이는 세포
이런 안 좋은 세포들을 죽이는 걸 '면역'이라고 한다
근데 이 면역이 정신줄 놓고 뇌절을 해서
우리 몸의 정상 세포들까지 죽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자가면역'이라고 하고
자가면역으로 발생되는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희귀성 난치병이다
대표적으로
1형 당뇨(면역활동으로 췌장을 공격)
류마티스 관절염(면역활동으로 관절을 공격)
같은 것들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쯤에서 눈치빠른 사람들은 알아채겠지만
정상인의 몸은 항시 '자가면역'이 뭔가에 의해 억제돼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렇게 정상 세포에 대한 면역활동을 억제하는 걸 '면역관용'이라고 한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정상적인 나라라면 군인들이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도록 해주는 조직이나 사람이 있는데
이 군인들을 '킬러'T세포라고 부르고 있고
'민간인을 구별해주는 조직 혹은 사람'을 찾지도 못 하고 그걸 만드는 과정이나 작용하는 기전도 몰랐는데
사카구치 시몬 교수가 이걸 찾아냈고 작용하는 기전도 밝혀냈고 각각 '조절T세포'와 '말초면역관용'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근데 왜 '말초'면역관용이라고 부르냐?
이걸 이해하려면 1960대부터 이미 '중추면역관용'이라는 개념이 정립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중추면역관용은
쉽게 말하자면 "흉선이 있어서 '면역관용'이 가능하다!"
라는 뜻이다
우리가 어릴 때 흉선에서 면역관용을 일으키는 세포를 만들고
성인이 되고 나서 면역활동이 완성되면 흉선의 기능 대부분이 필요 없어지니 쪼그라든다
(성인이 되서 작아지는 몇 안되는 장기 중 하나가 흉선이다)
이걸 어떻게 증명했냐
찍찍이의 흉선을 제거했는데
흉선 없는 쪽이 자가면역 때문에 죽으니까...
중추(흉선)에서 면역관용을 일으키는 세포를 만들어낸다고 하여 '중추면역관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카구치 시몬은 이 때
흉선없는 쥐한테 정상 쥐의 T세포만 줘도 자가면역질환이 사라지는 걸 보고
"중추가 아닌 말초(T세포)에서도 면역관용을 일으키는 세포가 존재한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1970년대 이래로
"억제T세포 같은 건 없어~ 이미 다 증명됐잖아"
(억제T세포: 과거 T세포 중에서도 면역을 억제하는 뭔가가 있을까 싶어 만들었던 개념. 관련 실험이 실패로 끝나고 사장됐다)
라는 학계의 분위기 속에서 바보 취급 받으며
혼자서 "분명 T세포 내에도 면역관용을 일으키는 뭔가가 있을 거다"라고 굳게 믿고
10년 동안 실험과 연구를 반복한 끝에 찾아낸 것
...그럼 다른 두 사람이 발견한 FOXP3는 뭐냐?
사실 그 두 사람은 사카구치와 완전 따로, 전혀 다른 목적으로 연구해서 해당 유전자를 발견했다
(IPEX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FOXP3라는 걸 발견)
그런데...
이 유전자가 조절T세포 장애와 연관이 있다는 걸 사카구치가 발견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카구치의 공로:
조절T세포의 존재, 말초면역관용 기전의 증명, 조절T세포의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FOXP3라는 걸 발견
나머지 두 사람:
IPEX증후군을 일으키는 FOXP3 발견했는데 사카구치가 해당 유전자가 조절T세포 장애와 연관 있는 걸 발견해서 묻어감...
왜 묻어갔다고 표현했냐면
사실 저런 질환 유전자 수색 연구는 세계 어디서나 하고 있는 거고 IPEX증후군은 희귀병 중에서도 엄청나게 희귀하지만
(그렇다고 그 희귀 질환자들의 생명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님)
사카구치가 발견한 말초면역관용은
당장 면역학에서 "중추말고는 면역관용에 관여하는 기관 혹은 조직은 없다"라는 거대했던 패러다임을 깨버렸고
자가면역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안겨준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을 깼다고 했는데
사실 바보취급 당하면서 10년동안 해당 실험에 올인한 거다...
매우 험난한 길을 혼자서 걸어왔기 때문에 차마 저 둘의 발견과 과정을 비교할 수 없다고 보는 것
물론 업적도 사실 혼자 다 밝혀낸 거에 가깝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