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앞서,
로버트 블록이 쓴 「포를 수집한 남자」라는 단편입니다.
1951년 발표된 고전 작품.
로버트 블록은 국내에선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히치콕의 《싸이코》 원작을 썼다 하면 아실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범죄/스릴러 작품들 위주로 소개되어 있지만
하지만 원래는 러브크래프트 및 《위어드 테일즈》작가진과 교류한 호러 전문입니다.
(본인도 《위어드 테일즈》에 연재하기도 했고,
교류하며 영향을 많이 받아 팬들에겐 러브크래프트의 제자라고 불립니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 호러/추리 장르 소설의 시초, 에드거 앨런 포의 오마주 격인 작품입니다.
그 외에도 교류하던 동시기나 선배 기수 호러 작가들의 오마주도 조금씩 들어있습니다.
포를 수집한 남자
-로버트 블록
1951, 10.
한 해의 가을, 우울하고 음산하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하루였다. 하늘에는 낮게 드리운 먹구름이 마치 무거운 짐처럼 얹혀 있었다. 나는 자동차를 타고 홀로, 기이하게 황량한 시골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녁의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내가 향하던 목적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단조롭고 삭막했다. 그저 저택 하나와 단순한 풍경들, 황폐한 벽, 텅 빈 눈 같은 창문들, 듬성듬성 난 사초 덤불들, 그리고 하얗게 썩어 가는 나무 등걸들이 있을 뿐이었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알 수 없는 혼란과 함께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마치 이 광경을 어디선가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자주 되읽었던 이야기 속에서라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그럴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란슬롯 캐닝이라는 사람과 처음 만난 것은 겨우 사흘 전이었으며, 그의 메릴랜드 저택에 초대받은 것도 그때였기 때문이다.
캐닝과의 만남은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다. 나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애서가 모임에 참석했다가, 공통된 지인을 통해 그를 소개받았다. 건조한 잡담은 그가 내 환상 문학을 향한 열정을 알게 된 후, 흥미롭고 깊은 토론으로 이어졌다. 내가 계획 없이 휴가를 즐기며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캐닝은 하루만이라도 그의 손님이 되어, 그의 독특한 기념품 전시물을 구경해달라 강권했다.
"제 생각엔, 우리의 대화를 보아하니, 우리는 서로 공통점이 많을 것 같군요," 그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환상문학을 향한 사랑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이는 제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취향이죠. 물론 취향만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상당한 장서도 함께 물려받았습니다. 제가 보여드릴 물건들을 보시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제가 감히 말하건대, 저는 에드거 앨런 포 수집가로선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답니다."
고백하자면, 그의 초대 자체는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나는 문학적 영웅 숭배자나 학구적인 수집가 같은 족속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의 작품들에는 적잖은 관심이 있지만, 그가 언제 처음 콧수염을 기르기로 했는지 같은 사소한 사실을 파헤칠 열정은 없으며, 먼지 덩어리를 뒤져 콧수염 몇 가닥을 찾는 일에도 흥미는 없었다.
결국 내가 그의 초대를 수락한 것은 란슬롯 캐닝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를 초대한 그 남자는 그야말로 포의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인물 같았다. 그의 말투는 마치 포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주 보여주는 고풍스럽고 웅변적인 어투를 닮아 있었다. 그의 외모 역시 그러한 유사성을 확고히 했다.
란슬롯 캐닝은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 크고 촉촉하며 빛나는 눈, 얇고 곡선미 있는 입술,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코와 턱, 그리고 검고 거미줄처럼 가는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포 작품 속 인물의 초상을 그대로 형상화한 듯 했다.
바로 그 현상이 내가 그의 초대를 받아들인 이유였다. 그리고 이윽고 내가 도착한 메릴랜드 영지의 그의 저택은 회색 풀, 으스스한 나무 등걸, 공허한 눈처럼 보이는 창문 등 포적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연못이나 해자가 있었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저택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여기서 포의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이야기들』에 나올 법한 조각된 천장, 음산한 태피스트리, 칠흑 같은 바닥, 그리고 기괴한 문장(紋章)과 마주치리라 반쯤 기대하고 있었다.
란슬롯 캐닝의 집에 들어서자, 나의 기대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음침한 저택의 분위기와 나의 기묘한 예감에 부응하듯, 내가 문을 두드리자 대답 대신 하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복잡하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그의 주인의 서재로 나를 안내했다.
내가 발을 들인 방은 매우 크고 천장이 높았다. 창문은 길고 좁으며 상단부는 뾰족했고, 검은 참나무 바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안쪽에서 접근할 수 없을 정도였다. 희미하게 붉게 빛나는 빛줄기들이 격자무늬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방 안의 주요 물건들을 아련하게 비추었다. 어두운 방의 먼 구석이나 아치형으로 장식된 천장의 깊은 곳까지 살펴보자 애썼으나 헛수고일 뿐이었다.
벽에는 검은 휘장(揮帳)이 걸려 있었고, 가구는 많았지만 모두 불편하고, 낡았으며, 골동품이었다. 방에는 책과 악기들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오히려 그 모든 것이 내가 어딘가에서 이곳을 본 적이 있다는 묘한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했다. 이곳은 내가 읽었거나, 상상했거나, 꿈꿨거나, 어쩌면 실제로 보았던 공간처럼 느껴졌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란슬롯 캐닝은 길게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나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처음에는 그의 지나치게 정중한 환대가 과장되었다고 의심이 들었지만, 그가 나를 초대하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다른 애호가와 환상 문학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는지 열정적으로 털어놓자 그런 의심도 점차 누그러졌다.
란슬롯 캐닝은 진정한 수집가 특유의 열정으로 나를 환영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의 포 수집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그가 물려받은 유산임을 깨달았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란슬롯 캐닝은 현재 소장품의 핵심이 그의 할아버지 크리스토퍼 캐닝에서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그는 볼티모어의 존경받는 상인이자, 약 80년 전의 지역 사회의 예술 후원자 중 한 사람이었다. 예술 후원가였던 그는 에드거 앨런 포의 유해를 페이엣 로와 그린 로가 교차하는 지점의 장로교 묘지 남동쪽 구석으로 옮겨, 그 위에 기념비를 세우게 한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이 일은 1875년에 일어났고, 캐닝의 포 컬렉션은 그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 손자가 말했다. "할아버지의 열정 덕분에, 저는 오늘날 포의 출판작 대부분의 사본을 소유한 행운아가 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와 보시면—" 그는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아 있는 서재의 구석으로 나를 이끌었다. 어두운 휘장을 지나 천장까지 높이 솟아오른 책장이었다.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건 1829년판 『알 아라프와 테멀레인』 그리고 그리고 이건 그보다 더 오래된 1827년판 『테멀레인』입니다. 이 보스턴판은, 아마 당신도 잘 아시겠지만, 현재 15,000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죠. 하지만 제가 보장하건대, 할아버지께선 이 희귀본을 얻기 위해 그 정도의 거금을 쓰진 않았답니다."
그는 책들을 수집가들 특유의 자부심과 탐욕이 섞인 태도로 전시했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허세나 일반적인 탐욕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의 태도가 허세는 아니라고 본 나는 그의 열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참을성 있게 그의 보물을 더 구경했다. 포의 초기 단편들이 실린 『필라델피아 새터데이 쿠리어』 사본, 포가 편집자로 있던 시기의 『서던 리터러리 메신저』 제본판, 『그레이엄 매거진』, 「풍선 사기」와 「갈까마귀」가 각각 실린 『뉴욕 선』과 『뉴욕 미러』, 그리고 『젠틀맨스 매거진』의 자료들이었다. 그는 작은 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리 앤드 블랜차드에서 출간된 판의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이야기들』, 『조개학자의 첫 책』, 『퍼트넘 에우레카』, 그리고 마지막으로 1843년에 12.5센트에 팔린 『에드거 A. 포의 산문 로맨스』를 꺼내 보였다. 이 마지막 책은 고작 두 개의 작품이 실린 책자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수집가들 사이에서 5만 달러의 가치를 가졌다.
캐닝은 이 마지막 사실을 강조하며, 그가 보여준 각 품목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포 연구자이자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명확히 드러냈고, 그의 말은 『브로드웨이 저널』과 『고디즈 레이디스 북』 같은 낡은 잡지들에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었다.
"저는 제 할아버지의 집착에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책장 앞의 내 쪽으로 와 말했다. "그의 포에 대한 관심이 집착, 그리고 나아가 광기로 변해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죠.
그는 1870년대 초반에 이 집을 지었고, 당신도 분명 이 집이 전형적인 포의 소설 속 저택을 거의 복제했다는 점을 눈치챘을 겁니다. 이 방은 그의 서재였고, 그는 여기에서 책과 편지, 그리고 포의 삶을 기리는 수많은 기념품들을 연구하곤 했습니다.
그저 은퇴한 상인이 왜 이토록 열렬히 취미에 몰두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 그는 사실상 세상과 모든 정상적인 관심사들과 자신 사이에 벽을 쌓았습니다. 그는 생전에 포를 알았던 늙은이들과 방대한 서신을 주고받았고, 포드햄으로 성지순례를 떠났으며, 고용인들을 보내 웨스트포인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그리고 포가 살았던 다른 모든 장소를 탐방하게 했습니다. 그는 편지와 기념품들을 선물로 받기도 했고, 사기도 했으며, 다른 방법이 없다면 —두려움 속에서 말하건대— 훔치기도 했습니다."
란슬롯 캐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이 이상하게 들리시겠죠? 저 역시 처음에는 믿기 힘든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저는 제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예, 이상하긴 하군요,"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은 확실히 할아버지의 관심이 단순한 집착만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 없나요? 혹시 그가 어릴 적에 포를 만났거나, 포의 친구 중 한 명과 가까운 관계였던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어쩌면 먼 친척 관계였을 수도 있겠죠?"
마지막 말을 언급하자, 캐닝은 눈에 띄게 움찔하며 그의 얼굴에 동요의 빛이 스쳤다.
"아!" 그가 외쳤다. "제 가장 은밀한 확신을 입 밖으로 꺼내 주셨군요. 관계— 분명히 무언가 관계가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도덕적으로, 본능적으로 할아버지께서 에드거 포와 혈연관계가 있다고 느꼈거나 알았다고 확신합니다. 그것 말고는 그의 강렬한 초기 관심, 당시의 문학적 논쟁에서 포를 계속 옹호했던 점, 그리고 마침내 망상과 환상의 영역까지 추락한 점을 설명할 길이 없죠.
그러나 그는 결코 그러한 주장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문서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편지들 사이에서 아무리 사소한 단서라도 찾으려 애썼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빨리 저와 제 아버지가 가졌던 의혹을 짚어낸 것이 놀랍군요.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불과 어린아이였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그의 예민한 본성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는 곧바로 볼티모어에 있는 외가로 옮겨졌지만, 성인이 되어 유산을 물려받자마자 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아버지는 평생을 포 연구에 투신할 수 있었습니다. 아서 캐닝이라는 이름은 문학 비평계에서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포의 삶을 연구할 때만큼은 사적인 영역에 머물기를 선호했습니다. 저는 이 선호가 아버지의 내면적인 감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어쩌면 그 자신과 에드거 포의 친족 관계를 증명할 무언가를 찾으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당신 아버지도 수집가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죠." 캐닝은 대답하며 그림자가 드리운 서재의 또 다른 구석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전에 와인부터 한 잔 하시겠습니까?"
그는 큰 병을 들어 비커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커다란 잔에 와인을 따랐고,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향해 잔을 들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그 와인은 오래된 훌륭한 아몬틸라도였다.
"자, 그럼," 란슬롯 캐닝이 말을 이었다. "제 아버지의 포 연구는 주로 편지의 수집과 연구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책장 아래에 있는 대형 서랍들을 열며, 낱장마다 유리 케이스로 보호되어 있는 파일들을 차례로 꺼냈다. 다음 반 시간 동안 나는 에드거 포의 방대한 서신들을 살펴보았다. 헨리 헤링에게 보낸 편지들과 스노드그라스 박사에게 보낸 편지들, 사라 셸턴, 제임스 P. 모스와 엘리자베스 포에게 보낸 편지들— 락우드 부인, 헬렌 휘트먼, 앤 린치, 존 펜들턴 케네디에게 보낸 편지들— 리치먼드 부인, 존 앨런, 애니, 형제 헨리에게 보낸 메모들까지, 이 넘쳐나는 서류들은 말 그대로 서신의 보고였다.
내가 서신들을 읽는 동안 집주인은 와인을 새로 따랐고, 빈속에 독한 술이 들어가자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음식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포의 과거를 생생하게 비추는 이 누런 종이들에 몰입했다.
여기에 재치와 박학다식함, 문학적 비평이 있었고, 술과 절망 속에서 흐트러진 감정의 토로가 있었으며, 구상 중인 이야기를 담은 초안과 시의 단편도 있었다. 구원의 외침과 살아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가, 빚 독촉 편지에 대한 품위 있는 답변과 추종자에게 보낸 편집자의 선언문이 섞여 있었다. 여기에는 사랑, 증오, 자존심, 분노, 천국의 평온, 비통한 참회, 권위, 경이로움, 결단력, 우유부단함, 기쁨, 그리고 그의 영혼을 병들게 했던 우울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이 편지들은 재능 있는 웅변가와 더듬거리는 주정뱅이, 헌신적이던 남편, 광기 어린 연인, 자부심 강한 편집자, 가난에 시달리는 빈곤자, 웅대한 몽상가, 냉혹한 현실주의자, 과학적 탐구자, 속기 쉬운 형이상학자, 의존적인 양아들,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은 영혼, 상업작가, 그리고 시인인 동시에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에드거 앨런 포의 초상이었다.
또 한 번 잔이 채워지고 비워졌다.
나는 와인을 깊게 들이켰지만, 눈으로는 더욱 깊이 들이켰다.
그 순간, 처음으로 란슬롯 캐닝의 열정이 내 감각에도 전해졌다— 나는 포라는 작가이자 한 인간에 대한 연구가 불러오는 영원한 매력을 깨달았다. 비극을 썼고, 비극을 살았으며, 비극 그 자체였던 사람. 미스터리를 썼고, 미스터리 속에서 살고 죽었으며, 오늘날 문학계에서는 미스터리의 화신으로 남아 있는 사람.
그러나 아서 캐닝이 편지를 세심히 연구했음에도, 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보시다시피 그는 매보트나 퀸을 기쁘게 할 만한 수집품을 모으긴 했죠. 그의 탐색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저도 이제는 아버지의 관심과 연구를 함께 나눌 만큼 나이는 먹었습니다. 따라오시죠." 그는 서재 서쪽 벽의 창 아래에 놓인 화려한 상자를 가리켰다.
그는 무릎을 꿇고 상자를 열더니, 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물건들을 놀라운 속도로 연달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포의 어린 시절과 해외 유학 시절의 기념품들—웨스트포인트에서 사용했던 책, 연극 비평가로 활동하던 시절의 연극 프로그램들, 편집자로 일할 때 사용했던 펜, 그의 아내이자 소녀였던 버지니아의 부채, 클렘 부인의 브로치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크라바트 넥타이와 놀랍게도 포의 낡고 빛바랜 플루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다시 잔을 들이켰다. 나는 그 와인이 독했다고 인정한다. 캐닝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그 눈에는 어떤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전반적인 태도에는 억눌린 히스테리가 드러나 있었다.
마침내, 흩어진 수집물 더미 속에서 나는 특별히 눈에 띌 만한 특징이 없는 작은 상자를 발견해 꺼내 살펴보았다. 나는 이 물건의 역사와 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포의 삶과 관련이 있느냐고요?" 캐닝의 얼굴이 갑작스러운 경련으로 일그러지더니, 이내 경련은 기묘한 웃음기가 서린 찡그림으로 변했다. "이 작은 상자는—그리고 보시다시피 운명적인 의도로든, 우연이든, 포의 「베레니체」에 등장하는 그 상자와 닮았습니다—그의 삶보다는 죽음과 관련이 있지요. 사실, 이 상자는 제 할아버지, 크리스토퍼 캐닝이 발견되었을 때 가슴에 안고 있던 바로 그 상자입니다."
다시 한 번 경련이 일었고, 다시 찡그린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기다려보세요, 아직 자세한 부분을 듣지 못하셨으니까요. 제 할아버지가 쓰러져있던 장소를 보시겠습니까? 그의 광기는 이미 말씀드렸지만, 그의 망상벽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지 못했죠, 암시 정도는 했지만요. 당신은 참을성 있게 들어주셨고, 무엇보다 인내심을 발휘해주셨습니다.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당신께 그 보답으로 진실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캐닝이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의 태도는 내 가슴에 어렴풋한 불안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내 불안을 눈치챈 그는 짧게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세요. 환상문학 애호가라면 흥미로울 겁니다." 그러고는 "하지만 우선은, 우리의 여정을 재촉할 한 잔을 더 마셔야겠군요."
그가 와인을 따랐고, 우리는 마셨다. 그런 뒤 그는 그 높은 천장의 방에서 나와 조용한 복도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 건물의 가장 깊은 곳까지 인도했다. 마침내 우리는 지하감옥을 연상시키는 장소에 도달했다. 그곳은 구리로 마감된 바닥과 긴 아치형 통로로 된 내부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거대한 철문 앞에 멈춰 섰다.
이 장면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딘가 익숙하거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를 느꼈다.
캐닝은 내 반응을 오해했거나, 일부러 잘못 해석하기로 한 듯 했다.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가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날 이후, 거의 70년이 지나도록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그의 하인들이 이 철문 앞에 쓰러진 제 할아버지를 발견한 그날 이후로 말이죠. 그날, 그는 이 작은 상자를 가슴에 안고 있었고,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발견되었죠. 그는 여섯 달 동안 이성을 잃은 채, 절망적인 광기에서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발견된 순간부터 사망한 순간까지, 그는 쉬지 않고 광적으로 망상을 외쳤습니다— 거대한 말, 무너지는 집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 검은 고양이, 구덩이와 진자, 창백한 흉상 위에 앉아있는 갈까마귀, 두근거리는 심장, 진주 같은 치아, 그리고 부패하다 못해 녹아내린 혐오스러운 덩어리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가 떠든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캐닝은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구리로 된 복도와 철문에 울려 퍼졌다. "그는 환상을 넘어선,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실재에 대해 암시했습니다— 포의 모든 환영을 능가하는 실재 말입니다.
"제 아버지와 하인들이 이 철문 너머의 방의 목적을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캐닝이 세계 최고의 포 수집가로 불릴 자격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도 그때 알게 되었죠.
그는 30년 전, 1849년에 있었던 포의 죽음과 1874년 웨스트민스터 묘지에서 기념비 아래로 관을 옮긴 일을 회상하며 중얼거렸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리고 당시에도 알려진 대로, 저희 조부는 그 이장 작업에 위하여 참여했습니다, 공적인 목적에서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의 사적인 목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요— 기념비와 무덤은 있지만, 포가 묻혔다고 여겨지는 곳의 지하에는 관이 없다는 사실을. 그 관은 이 통로 끝의 비밀 방에 있습니다. 바로 이 방을 위해, 이 집을 위해, 그는 이 모든 것을 지었습니다.
말씀드리건대, 그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신을 도둑질한 겁니다— 그리고 그는 최후의 광기로 비명을 지르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세계 최고의 포 수집가라는 증거이자 업적 아니더냐!’라고요.
그의 최종적인 의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가 하나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그의 가슴에 안겨 있던 그 작은 상자에는 포의 시신에서 남아 있던 부스러진 뼈들, 바로 먼지로 변해버린 그의 유해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몸을 떨며 돌아섰다. 그는 나를 공포의 복도를 지나 위층으로 이끌어 서재로 데려갔다. 말없이 그는 우리의 잔을 채웠고, 나와 캐닝은 절박하게, 그리고 깊게 와인을 들이켰다.
"그 상황에서 제 아버지가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진실을 밝히는 것은 대중적 스캔들을 초래할 일이었죠. 그래서 그는 침묵을 지키기로 선택했고, 은퇴하여 연구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물론 그 충격은 아버지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는 다시는 철문 너머의 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가 돌아가신 후에서야 저는 그 방과 그 내용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야 그의 유품 속에서 열쇠를 발견했죠.
하지만 제가 열쇠를 찾자마자, 제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가 곧바로 완전한 진실로 밝혀졌습니다. 오늘날 저는 최고의 포 수집가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저 아래 보관소에 누워 있으니까! 내 영원한 전리품으로서!"
이번에는 내가 와인을 따랐다. 그때 처음으로 폭풍의 접근을 알아차렸다. 거센 돌풍이 창틀을 흔들며, 천둥소리는 낡고 부식된 저택의 복도를 따라 울리고 있었다.
캐닝이 이 소리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듣는 척하며 보이는 야생적인 흥분은 나를 안심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신이 도난당했다는 사실, 이 저택이 그것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사실—그것이 정말로 지하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 모두 여기서 홀로 살며, 기이한 비밀에 사로잡혔다는 사실. 모두 제정신으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밤과 폭풍의 한 가운데서, 마치 포 자신의 광적인 상상에서 찢겨 나온 것 같은 이 배경 속에서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과거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고, 포의 작품들의 정신 자체가 이 장면에 썩어가는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듯했다.
천둥이 울리자, 란슬롯 캐닝은 포의 플루트를 들고, 폭풍에 맞서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비웃기 위해서인지, 연주를 시작했다. 그는 술에 취한 사람의 집착으로, 섬뜩하게 음조를 벗어난 소리와 신경을 짓누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플루트를 불었다. 그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악기의 비명에 천둥은 우렁찬 반주로 응답했다.
나는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초조해진 나머지 방 구석에 위치한 책장의 그림자로 물러났고, 고대의 고서들로 가득한 한 줄의 제목들을 무심히 훑어보았다. 그곳에는 로버트 플러드의 『수상술』, 4절 고딕체로 쓰인 『다이렉토리움 인퀴지토룸』이 있었다. 이 희귀하고도 기묘한 이단심문관을 위한 안내서는 한 잊혀진 종파를 위한 신학서로 유명했다. 유사과학 연구들과 신학적 망상들, 그 외에도 여러 오래된 인쇄본들 사이에 눈길을 사로잡고 충격을 주는 제목들이 섞여 있었다. 『데 베르미스 미스터리이스(벌레의 신비)』, 『리베르 에이본(에이본의 서)』 같은 악마학, 마녀학, 마법에 관한 논문들이 반쯤 허물어져 썩어가는 제본을 한 채 꽂혀있었다. 그 책들은 낡았지만 먼지는 쌓여있지 않았다. 누군가 읽었던 것이다.
"제가 읽었는지 궁금하신가 보군요?" 그 순간, 마치 캐닝은 내 내면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했다. 그는 플루트를 내려놓고, 취기의 힘을 빌어 폭풍에 반항하는 듯 킥킥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집 안 긴 복도에서 이상한 메아리와 울림이 들렸고, 불길한 삐걱거리는 소리는 그의 말과 웃음을 거의 덮어버릴 듯했다.
"읽었냐고요?" 캐닝이 말했다. "연구했습니다. 그래요, 저는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이 책들을 손에 넣었고, 그 사이에서 열쇠를 발견한 사람입니다. 지하 금고의 열쇠 따위보다 훨씬 찾기 어렵고, 훨씬 중요한 열쇠 말입니다. 저는 종종 포 자신도 같은 책들을 접했는지, 같은 비밀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무덤의 비밀과 그 너머에 있는 것들, 그리고 열쇠만 쥔다면 불러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는 비틀거리며 가서 와인을 가져왔다. "마셔," 그가 말했다. "밤과 폭풍을 위해 마시자고요."
나는 내민 잔을 밀쳐내며 말했다. "그만 됐습니다. 이제 그만 가야겠습니다."
환상일까? 그의 얼굴에 두려움이 얼어붙은 것을 본 것 같았다. 캐닝은 내 팔을 움켜잡고 외쳤다. "안 돼, 저와 함께 있어 주세요! 이런 밤에 혼자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은 혼자 버틸 수가 없어요!"
그의 횡설수설이 천둥과 메아리와 뒤섞였다. 나는 그를 밀쳐내며 직시했다. "진정하시죠," 나는 충고했다. "이게 다 사기라고 털어놓으시죠. 이 모든 게 사실은 당신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꾸며진 정교한 속임수 아닙니까?"
"사기? 속임수라고? 기다려. 그러면 내가 모두 사실이란 걸 증명해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란슬롯 캐닝은 책장 아래 벽에 내장된 작은 서랍을 열었다. "당신이 제 이야기와 포에 흥미를 가져준 그 보답입니다," 그가 속삭였다. "당신은 저 이외에 이것을 본 첫 번째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는 평범한 흰 종이에 쓰인 원고 뭉치를 내게 건넸다. 문서는 포의 편지를 보며 내 주목했던 것과 기묘할 정도로 유사한 서체로 쓰여 있었다. 종이들은 여러 묶음으로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나는 우선 제목들만 재빠르게 훑어보았다.
"‘『한밤중의 벌레』, 에드거 포 저,’" 나는 소리 내서 읽었다. "‘『지하실』,’" 나는 숨죽이며 말했다. 게다가 이건, "‘『아서 고든 핌의 더 많은 모험』’—" 나는 흥분 때문에 이 귀중한 원고들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게 진짜란 말입니까— 포의 미발표 작품들이라고요?"
캐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발표된, 발견되지 않은,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 오로지 저와— 그리고 이젠 당신만이 알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반박했다. "분명 포 자신이나 그의 동시대 인물들의 편지 어딘가에 언급이 있었을 겁니다. 어디엔가 단서가 있었을 텐데, 그 어떤 곳에서든, 어떤 식으로든."
천둥이 내 말과 섞였고, 캐닝이 소리지를 때 다시 한번 더 울렸다.
"아직도 속임수라고 의심하는 겁니까? 그럼 비교해보시지!" 그는 다시 몸을 숙여 유리 케이스에 담긴 편지 뭉치를 가져왔다. "여기— 이게 에드거 포의 진짜 필체가 아니란 말입니까? 편지의 필적을 보고, 원고를 보세요. 같은 손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필체를 보며, 한 정신 이상자가 고통스럽게 포의 필체를 모방했을 가능성을 고민했다. 란슬롯 캐닝이 과연 그렇게까지 하면서 포의 필체를 흉내 낸 것일까?
"그럼 읽으세요!" 캐닝의 비명은 천둥소릴 뚫고 들렸다. "읽고, 감히 이 작품들이 다른 사람에 의해 쓰였다고 말해봐! 시간과 정복자 벌레의 부패조차 이겨낸 천재의 작품이 아니라고, 어디 한 번 말해보라고!"
나는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서, 눈 앞 가까이에 원고를 들고 첫 몇 줄을 읽었다. 그러나 그 깜빡이는 빛 속에서도 나는 유일하고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알아차렸다. 그 종이, 이상하게도 누렇게 변하지 않은 종이가 눈에 띄는 워터마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터마크에는 유명한 최신 문구 브랜드의 이름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1949.
나는 원고 뭉치를 옆에 내려놓고, 란슬롯 캐닝과 멀어지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이제 나는 진실을 알았다. 포가 세상을 떠난 지 백 년이 흘렀건만, 그의 영혼의 일종의 형태가 캐닝의 뒤틀리고 혼란스러운 영혼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화신이라 부르든, 환생이라 부르든, 자신의 비이성적인 마음속에서만은 캐닝은 에드거 앨런 포였다.
이제는 저 멀리 저택의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의 둔탁한 메아리가 내 내면의 소용돌이와 조용히 뒤섞이는 가운데, 나는 몸을 돌려 섣불리 캐닝에게 소리쳤다.
"자백하시지!" 내가 외쳤다. "당신이 이 이야기들을 쓴 것 아닌가? 자신을 포의 화신이라 믿으며, 고독과 과거에 대한 영원한 몰두에서 비롯된 기이한 망상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 당신은 스스로를 포라고 확신하는 단계에 이른 것 아닌가?"
캐닝의 몸이 강하게 떨렸고, 그의 입술 주위에 병약한 미소가 떨리며 떠올랐다. 그는 대답했다. "바보 같으니! 내가 진실을 말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건가? 자신의 감각조차 믿지 못하는 건가? 이 집은 실제로 존재하고, 포 컬렉션도 존재하며, 그 작품들도 존재해— 그들은 실제로 존재한다네, 내가 맹세컨대, 지하실 아래에 누워있는 시신만큼이나 실제로!"
나는 테이블에서 작은 상자를 집어 들고 뚜껑을 열었다. "아니," 내가 대답했다. "당신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이 상자를 가슴에 품고 금고 문 앞에서 발견되었다고 말했지. 그리고 그 안에는 포의 유골이 들어있었다고. 하지만 상자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걸." 나는 그를 분노로 직시하며 말했다. "인정하시지. 이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 낭만적 상상일 뿐이야. 포의 유해는 이 집 아래에 있지 않고, 이 원고들 역시 생전에 쓰여 숨겨진 그의 미발표 작품이 아니야."
"당신 말이 옳아," 캐닝의 미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뜩했다. "먼지는 더 이상 없어. 유골은 내가 가져가 사용했으니까— 왜냐하면 마법의 기예 속에서 내가 그를 되살릴 수 있는 비법과 비밀을 찾았으니까. 내가 직접 공식을 찾고, 시체를 일으키고, 무덤의 원소들로부터 육체를 재창조하는 비밀을 발견했어! 포는 이 집 아래에 누워있지 않아— 그는 살아있으니까!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그의 사후 작품들이야!"
천둥소리와 함께 그의 비명이 내 속에 울려퍼졌다.
"그게 내 모든 계획, 내 연구, 내 작업,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였어! 마법을 통해 에드거 포의 진정한 영혼을 무덤에서 불러내는 것— 살아 있는 육신 속에 다시 태어나게 하여, 그가 다시 꿈꾸고, 다시 창작하며, 내가 지하 금고에 지은 비밀 방에서 머물도록 하는 것— 그리고 나는 해냈어, 해냈다고! 시체를 훔치는 건 단순한 도굴꾼의 장난에 불과하지, 내 업적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의 성취야!"
그의 말과 함께 뚜렷하고 텅 빈 금속적인 울림이 들렸다. 그 소리가 울리자마자 캐닝은 자신의 자리에서 돌아서서 서재의 문을 마주 보았기에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그 역시 그의 광언을 들은 내 반응을 보지 못했다.
그의 말은 천둥과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거대한 은촛대의 불빛이 깜빡이며 고통스러운 탄식을 흘리는 가운데 희미하게 내 귀에 닿았다.
"내가 당신에게 그를 보여주고 싶지만, 감히 그럴 수 없군. 그는 나를 증오해. 자신의 생명을 증오하는 것처럼 나를 증오해. 내 손으로 그를 금고에 가두었어. 되살아난 자는 음식도 음료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그는 그곳에 앉아, 종이 위에서 펜을 끝없이 움직이며, 삶에서 추측하고 암시했던 모든 악을, 그리고 죽음 속에서 배운 모든 것을 끝없이 쏟아내고 있지.
내 처지가 얼마나 비극적인지 보지 못하겠어? 나는 그의 영혼을 되살려내 세계에 그의 천재성 다시 선물하려 했지만, 이 이야기들, 이 작품들은 견딜 수 없는 공포로 가득 찼어. 이것들은 세상에 보여줄 수 없어. 그를 세상에 보여줄 수 없다고. 나는 죽음을 되살려내며 죽음의 결실까지 되살려냈으니까!"
나는 문을 향해 움직였다— 이 저주 받은 집과 저주 받은 주인을 벗어나기 위해서.
캐닝이 내 손, 내 팔,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안 돼!" 그는 폭풍 소리 위로 외쳤다. "내가 그의 탈출에 대해 말했는데, 아직도 당신은 모르겠어? 천둥 소리 속에서 분명히 들리는 이 소리—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거야?"
나는 그를 밀쳤고, 그는 촛대를 쓰러뜨리며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이제 불길이 카펫 위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기다려!" 그가 외쳤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계단에서 들리지 않았는가? 이 정신 나간 놈아, 지금 그 놈이 지금 문 밖에 서 있다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불길이 치솟으며, 자욱한 연기는 우리 주변을 온통 뒤덮었다. 캐닝이 가리킨 커다란 골동품 문을 열어젖혔고 나는 복도로 비틀거리며 나갔다.
몰아치는 바람, 솟아오르는 불길, 자욱한 연기— 모든 시야를 가릴 만큼 충분했다. 나는 캐닝의 비명, 그리고 모든 소리를 삼켜버릴 만큼 크고 압도적인 천둥 소리를 들었다. 혐오와 절망에서 비롯된 공포 속에서 정신이 산산이 부서질 듯한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문을 지나 복도를 내려오며 본 광경은 영원히 내 의식에서 지워질 수 없었다.
문 밖에는 키가 크고 망토를 두른 형체가 서 있었다.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창백한 얼굴, 높은 이마, 입 위에 놓인 콧수염. 그 광경은 단 한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그 남자— 그 시체— 그 환영— 그 환각, 무엇이라 부르든 간에, 그것은 캐닝을 끌어안으며 방으로 들어섰다. 두 형체는 함께 비틀거리며 걸어갔고, 그 순간 화마(火魔)가 치솟으며 이제 영원히 시야를 가렸다.
그 방, 그리고 그 저택에서 나는 공포에 질려 달아났다. 폭풍은 여전히 맹렬히 휘몰아치고 있었으며, 이제 불길은 캐닝의 저택과 그의 비밀을 통째로 차지했다.
갑자기 길 앞에서 야생의 빛이 쏟아졌고, 나는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 보려고 돌아섰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불길일 뿐이었다. 치솟는 불이 초자연적인 광채를 내뿜으며 저택과 포를 수집한 남자의 비밀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부록
포 작품 및 오마주 설명
『알 아라프와 테멀레인』: 1829년 출간된 포의 두번째 시집.
포는 이 시집을 두고 미국의 시 대부분보다 낫다고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테멀레인』: 에드거 앨런 포의 첫 시집입니다.
깜짝 놀랄 만큼 팔리지 않아 현재 딱 12부만 남아있음.
『필라델피아 새터데이 쿠리어』: 약 1832년부터 포는 여기서 단편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의 소설이 첫 활자화된 지면으로, 때문에 이 시기 필라델피아 새터데이 쿠리어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이야기들』: 포의 첫 소설집입니다.
포는 8개의 이야기를 추가한 2판을 내놓길 원했지만, 출판사가 거절했습니다.
『조개학자의 첫 책』: 포가 쓴 책으로 문학이 아니라 동물학, 조개에 관한 연구서입니다.
포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 학술서를 몇 권 쓰기도 했습니다.
『에드거 A. 포의 산문 로맨스』: 포가 쓴 시집, 정확히는 책자입니다.
아마 이른 형태의 동인지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수상술』: 16세기 신비주의자, 로버트 플루드가 쓴 실존하는 책입니다.
『다이렉토리움 인퀴지토룸(이단심문관의 안내서)』: 14세기에 나온 실존하는 신학서입니다.
스페인 종교재판에서 판결을 위해 사용된,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있는 책입니다.
『데 베르미스 미스터리이스(벌레의 신비)』: 로버트 블록이 창조한 가상의 마도서입니다.
그의 작품 여기저기 나오고, 러브크래프트도 종종 이 책을 자신의 작품들에 등장시켰습니다.
최근 작가로는, 스티븐 킹도 이 책을 자신의 작품에 즐겨 넣죠.
『리베르 에이본(에이본의 서)』: 동료 작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가 창조한 가상의 마도서입니다.
상아의 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대의 책입니다.
고딕 호러시인을 주제로 한 휼륭한 고딕호러 단편이네요
화자와 캐닝의 히스테리 가득한 논쟁 장면이 백미에요
고딕 호러시인을 주제로 한 휼륭한 고딕호러 단편이네요
화자와 캐닝의 히스테리 가득한 논쟁 장면이 백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