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군이 찰스턴의 저지선을 통과했다는 보고입니다.”
“언제????”
“두 시간 전입니다.”
“그럼 워싱턴 도착까진 못해도 세 시간밖에 안 남았다는 소리잖아! 도대체 거기 배치된 병력들은 원정군이 진격하는 걸 안 막고 여태 뭐하고 있었던 거죠?!?!”
“다 탈주했습니다.”
“뭐……????”
“동부 전선을 사수하던 대부분의 병력들이 대탈출을 감행하였습니다. 일부는 이미 원정군 대열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진 아직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AGS 부대를 즉각 현장에 투입시켰지만, 워낙에 소규모 부대 단위인지라…….”
“원정군의 진격을 막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모양입니다…….”
“…….”
- 퍼억!!!!
“으윽!!!!”
174번의 복부로 뭉툭하면서도 뾰족한 것이 날아들었다. 명치를 맞자마자 뜨거운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마치 먹은 것을 토해낼 것 같은 헛구역질과 복부의 타격감으로 인한 고통이 동시에 느껴졌다. 오메가의 하이힐이 날아오자 복부를 찌르는 고통에 순간 숨이 멎는 듯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물 콧물 쏙- 빼면서 겨우 숨을 골라 자세를 다시 잡아 오메가의 앞에 서보였다.
“모양입니다? 모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오메가 님…….”
“그럼 그 년들 다 탈주하고 있을 때 우리는 뭐하고 있었어? 응?? 도망치게 그냥 놔뒀어????”
“그, 그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무리 도망치려는 년들 쫓아봐야 쓸모 없다고 해도, 최소한 탈주하는 것들 쫓아가서 다리몽둥이들은 작살내야 했을 거 아냐?!?!”
“하, 하지만 다우드 박사님께선 굳이 탈주하는 사람들을 막진 말라고…….”
“그게 그 말이랑 같아?!?!”
어느 새 오메가는 더 이상 174번 고블린을 향해 존대를 쓰지 아니하였다.
다우드가 아무리 그녀를 곁에서 안심시켜준다 하더라도, 400만에 가까운 원정군 병력들이 워싱턴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다우드 박사는 자신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자신들 인류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굳이 도망가는 자들을 뒤쫓진 말라고 하였지만(굳이 그들까지 챙겨서 인류를 재건할 필요는 없었기에. 혹은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메가는 이 부분에 대해선 생각이 조금 달랐다. 그래도 다우드가 생각이 있으니 그렇게 말을 했겠지만, 일선의 주요 시설들까지 원정군에게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당했다는 소리에 오메가가 화가 안 날래야 안날 수가.
근데 이제 그 화풀이의 대상이 174번이 된 것이었고.
사실 여지것 오메가에게 이렇게 잔소리를 안 들은 것도 신기할 나름이었다. 174번이 배신하여 사망한 에버롯 유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으니, 신입이라는 것을 감안한 것도 있지만, 그녀의 배신을 현장에서 발견하여 추격한 끝에 사살한 것도 오메가의 신용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도 있었다. 항상 우중충한 얼굴의 유미와 달리 174번 고블린이 행동도 빠릿빠릿하고 밝은 인상의 소유자인 것도 있었고.
하지만 연방의 공작과 베타에 의해 자신의 실체가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연방군으로부터 다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174번 고블린도 오메가의 곁에서 안위를 지키기란 힘들어졌다.
그래도 어제까진 존댓말을 써줬는데, 이젠 반말이 먼저 튀어나오질 않는가?
‘유미 씨가 매일 이런 기분으로 사셨구나…….’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아, 아닙니다.”
“그럼 도망간 건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워싱턴은 아직 병력들이 남아있습니다.”
“또, 레모네이드 델타ㄴ…….”
“…….”
오메가의 앞에서 하마터면 레모네이드 델타 “님” 이라고 할 뻔 했다.
오메가는 다른 레모네이드 비서들의 이름 앞에 “님” 자를 붙혀서 말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174번 고블린은 발음을 뭉개며 말하며 어물쩡 넘어갔다.
“…… 로부터 원조받은 마리오네트 병력들도 곧 있음 도착한다고 하였습니다.”
“거 불행 중 다행이네.”
“그나저나 다우드는? 철충들은 또 어떻게 되었지?”
“안 그래도 다우드 박사님은 지금 그것 때문에 바깥에서 철충 신호 유도기 장치를 확인하고 계십니다.”
“잠깐, 그럼 다우드가 혼자 밖에 있다는 소리야, 지금?!”
“그, 작업할 때는 혼자가 편하다고 하셔서…….”
“그래서 곁에 수행하거나 보호하는 애들 하나 안 남겨두고 있다, 이 말이야?!?!”
“그 말을 고지곧대로 듣고 자빠졌어, 너는?!?!?!”
“그, 죄, 죄, 죄송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뭔줄 알아? 바로 그 죄송합니다야. 죄송할 짓을 대체 왜 하는데?? 죄송합니다, 한 마디면 잘못이 사라져??? 어???? 그런 줄 아느냐고?!?!?!”
“지들이 잘못해서 일을 저질러 놓고 회피하기 급급하니깐 뭘 하던 맨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노래를 부르지. 나중 가서는 애당초 사과할 마음도 없는데 그냥 지들이 귀찮아가지고 사과부터 박고 시작하더라?? 책임지기 싫으니깐, 귀찮으니깐! 난 그 꼴이 너무나도 꼴뵈기 싫어, 알아?!?!”
“내가 그래서 유미를 진짜 싫어했던거야! 걘 뭐만하면 항상 죄송합니다부터 박고 시작했거든. 그러면 뭐 내가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라도 해줄 거라고 생각했나봐? 근데 어쩌지? 난 신상필벌에는 되게 엄격한 사람이거든?? 그러니깐 너도 유미 꼴 나기 싫으면 너도 애초에 처음부터 내 앞에서 죄송할 짓 자체를 하지 말라고! 나한테 용서받을 생각도 하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아마도 유미가 이 자리에서 들었다간 코웃을 쳤을 것이다.
신상필벌은 무슨, 지 ↗대로 일하면서 맨날 자신을 갈궈댔던 주제에 하고 말이다.
‘유미님 맨날 이렇게 사셨었구나…….’
174번은 그제서야 유미가 자신에게 들킨 와중에도 당당하게 오메가를 향해 ㅆㅂ년이라고 하면서까지 그녀에게 혐오감을 드러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기준이 늘 자신의 주관에 맞춰져있는 여인.
그러면서 자신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포장하는 여인.
잘하면 내 탓, 못한건 네 탓.
비록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할 지라도 자신의 기분 내키는대로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는 사람.
직장 상사로서는 물론이거니와, 같은 사람의 범주로서도 도저히 같이 있을 수가 없을 그런 여인이었다.
‘아, 유미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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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오메가:그치만 유미 좀만 냅두면 이상한 야구팀이나 응원하고있단말야.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