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련택견협회 더 라이즈 -
2000년 8월 29일. 송덕기 옹의 택견을 계승하는 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의 창설은
충주-대한의 양강 구도였던 택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는 시발점이었습니다.

결련택견협회의 등장이 가진 의미는 다양했지만 개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송덕기 택견'이란
개념의 확립에 있었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민족주의가 '우리들과 다른 남'에 대해 인지하며 시작되는 것처럼, 신한승 옹의 문화재 택견
과는 다른 송덕기 옹의 택견이라는 개념이 분명하게 자리 잡은 계기는 결련택견협회의 창립과
함께였으며 이는 같은 뿌리를 지닌 충주-대한이 벌이던 갈등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갈등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송덕기 옹의 진짜 택견을 계승한다.'는 배타성과 강한 계승 의식.

(남과 다른 우리. 민족주의는 그 경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를 뭉치게 만들지만
동시에 우리와 다른 남과의 갈등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진짜 택견 논쟁'. 앞으로 수도 없이 언급될, 소위 '정통성 논쟁'의 발생은
결련택견협회가 '우리는 송덕기 옹의 진짜 택견을 계승한다'고 말하며 협회를 창설했을
때부터 발생하는 것이 예정된 필연이었던 셈이죠.
물론 그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오히려 어느 시점까지는 이러한 결련택견협회의 기조가 협회가 분명하게 제 자리를 잡고,
택견계에서 일정한 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협회 떡상 가즈아아아아!!!!!!!!!)
일반적으로 택견, 가라데, 중국권법과 같은 소위 전통무술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특징이
바로 수련자들이 실전성 뿐만이 아니라 해당 무술들이 가지는 전통적인 부분에 가치를
상당히 많이 둔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그 무술의 계보 같은 부분 말입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전통무술은 경기화가 덜 진행되어 있거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무술이 정품이냐(실전적이냐) 아니냐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사부가 누구인지,
어느 계파에서 몇 년 배웠는가를 통해 가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권법 쪽에서 이따금 일어나는 일인데, 십수년을 배우다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사이비에게 배우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곤 합니다(...) 불편한 진실은 복싱을 배우러 갔다가 야매복싱을 배우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이게 전통무술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택견은 전통무술중에선 매우 경기화가 잘 된 편이므로 내가 입문하고자 하는 협회가
어떤 경기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정통성 있는 계파'
에서 배울 수 있다면 정말로 집이 도장에서 너무 멀지 않는 다음에야 굳이 다른 협회를 찾아
갈 필요가 있을까요?
결련택견협회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좌우지간 구한말 최후의 택견꾼은 오직 송덕기 옹 한 분이셨으며, 각 협회의 큰 선생님 가운데
유일하게 도기현 회장만이 송덕기 옹의 제자였으니까요.

(씨익)
이러한 독점적인 경력이야말로 결련택견협회가 가졌던 가장 강력한 비대칭무기였고, 가맹
도장은 물론이요 수련생 숫자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가졌음에도 무시를 당하지 않을 수 있던
확고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송덕기 옹께 택견을 배운 적도 없는 너희들이
송덕기 옹의 제자인 나와 우리 협회를 무시하겠다고?

↗같아요 / ↗같아요
그리고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적절하게 시운이 따라주기도 했죠.
아직 2000년대 초반은 이소룡-성룡 계보로 이어지는 홍콩 무협 영화의 향수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아재들의 영원한 우상. 우리의 추억.)
최홍만의 진출로 흥행에 성공한 K-1이나 종합격투기 단체인 프라이드 FC, UFC 등등의
격투 단체들도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극소수의 매니아들만이 관심을 가졌던 시절.
전통무술과 무술가들에 대한 로망이 살아 있던 최후의 황금기.
그 시대에 방송된 한 TV 프로는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영세한 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결련택견협회를 일약 전국구의 인지도를 가지게 만드는 스타의 자리에 올려줍니다.
인간극장 에피소드 시리즈, '고수를 찾아서'
격투가 주인공들이 한국에 숨어있는 무술 고수들을 방문해 한 수 배워본다는 컨셉으로
2001년 8월 20일부터 8월 24일까지 총 5편으로 방송된 이 프로는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주인공들 가운데 한 분이었던

결련택견협회의 장태식 선생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준 실력과 무술에 대한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택견이라는 무술이 있다는 것과, 결련택견협회라는 단체가 있음을
강렬하게 각인 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실제로 저 프로가 TV에 나간 뒤에 협회를 따지지 않고 택견 전수관 전부에 등록 문의가
쏟아졌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그 여파가 컸는지는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여담이지만 근래에 들어 웃긴 짤방 취급 받는 택견의 도끼질 영상이
이 시리즈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도끼질이 저렇게 하는 게 아니라서
웃음벨 취급 당해도 할 말이 없긴 합니다...)
아무튼 이런 과정들을 통해 결련택견협회는 다른 협회들 대비 10년은 늦은 후발주자 였음에도
택견계에서 다른 협회들과는 결이 다른 독점적인 입지를 확보해내었고, 인터넷 내에서 가장
정통성 있는 협회. 송덕기 옹의 진짜 택견을 계승하고 있는 유일한 협회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2004년, 결련택견협회의 얼굴마담격 대회라 할 수 있는 인사동의 택견배틀이 성황리에
개최되고, 2006년의 택견배틀의 폐막식에서 결련택견협회가 기존 협회들과는 차별되는 격투기
로서의 택견인 '옛법택견'을 공개하게 되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결련택견협회의
황금기가 마침내 막을 올리게 됩니다.
(강력한 무술로서의 택견, 옛법택견!)
그 10년간의 시간은 그야말로 거의 모든 택견 커뮤니티의 화제와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영세한
협회인 결련택견협회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유래 없는 독주의 시기이자, 송덕기 택견이라는
정통성이 택견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이란 없는 법.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이러한 황금기의 이면에는 가파른 성장세에 비례하여 누적되기
시작한 여러 문제점들이 존재하였으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기폭시킨 것은 의외이게도 지금껏
결련택견협회의 성장을 견인해 온 '송덕기 옹의 택견' 그 자체였습니다.

(엣..?)
그렇다면 과연 어떤 문제들이 누적되어 왔고, 결련택견협회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송덕기 옹의
택견이 어째서 역으로 결련택견협회의 황금기를 끝내는 방아쇠가 되었던 걸까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해당 주제를 이번 편에서 다루기엔 내용이 너무 많을 뿐더러, 2010년대 중반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기엔 먼저 다뤄야 할 다른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7편 - 통합 대회와 대한택견연맹의 체육회 가입 - 편에서
결련택견협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있었던 두 개의 주요한 사건들을 풀어놓을 예정이니
부디 천천히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추천강도에오!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어서 다음 편 집필을 위한 추천을 내놓으라는 것이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