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10년을 했지만 글을 자주 안써서 자작 유머글 이렇게 쓰는거 맞나 싶긴한데 써봄
13년 여름 쯤 포상휴가가 거의 없는 부대에서 근무중이었음
(예초병 포상준해서 1년했는데 "내가 언제 준다고 했냐 줄 수도 있다고 했지"라며 포상 안준 주임원사 죽어서도 저주한다)
그게 안쓰러웠던지 당시 대대장님이 제식대회를 열어줘서 바라고 바라던 포상휴가를 얻어서 나가게 됨
휴가 일주일 전부터 집에는 휴가나간다고 전화하고 행군끝나고 쉬지않고 신나서 바로 휴가 출발했음(발아픈 것도 못 느낄 정도로 신났었다)
그런데 휴가 당일 집에 가니까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싸고 있는거임
당시 휴대폰이 없던 병사였던 나는 근처에 친한 슈퍼에서 전화기를 빌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하는 말이 이사가 휴가 3일 전에 이사 결정났고 이미 이사갈 집에 와있다는 거였음
자세한 내용은 휴가 3일전 퇴근 시간에 신호에 걸린 아버지는 정면에 보이는 몇평 몇억 몇천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보게된게 계기었음
나름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여전히 월세를 사는게 마음 한편에 한이었던 아버지는 이끌린듯 신호가 바뀌자마자 현수막 밑에 있는 길로 들어가 집을 보게됬고 마침 꿈이 었던 마당겸 텃밭이 있는 집이었는데
당장 계약을 쓰고 싶었는데 당연히 집살 계획이 전혀없었던 아버지는 계약금이 있었을리 만무했고 계획같은거랑은 담싸놓은 인생을 사셨던(내가 초등학생일 때 점심시간에 놀러가자고 학교 찾아오시고 일요일 점심에 갑자기 캠핑이나 낚시하러가자는 분이셨다) 아버지는 거기서 사무실 담당자에게 당당하게
"내 지갑에 5만원이 있는데 계약해주쇼"
라고 했고 담당자가 5만원 오케이!라고 해서 계약을 했음(구두계약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본인의 무용담이라고 말하시던 아버지의 말은 그러했음)
그날 아버지는 바로 대출신청을 했는데 거기서 우연찮게 주택대출금 한도가 나왔고 거기서 또 우연찮게 원래 살던 집주인이 오래 살았으니 바로 나갈 수 있게끔 보증금 이사비용 청소비용을 다 해결해줬음
무엇 하나라도 막히면 취소되거나 연기될 상황이었는데 막힐거라 생각된 일이 진행이 되버렸고 그 결과 나는 졸지에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길거리에 버려져서 방황하다가 이사짐센터 차량에 같이 타고 이동했음
만일 휴가출발이 하루라도 늦어졌으면 나는 상황도 모르고 빈집을 찾아가서 당황했을거임(사실 다음 휴가 때 집 비밀번호 몰라서 결국 당황하기는 했음ㅋㅋㅋ)
근데 나중이 캐나다에 사는 이모 집에 유학 준비로 가있던 동생도 귀국할때까지 집 이사간거 연락못받았어서 귀국한 날 집 못 찾고 울고 데리러 온 아버지랑 대판 싸움났다 ㅋㅋ
그리고 집 대출금은 하사를 달고 10년간 내가 상환하게 됬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