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藝術)의 어원은 동양의 경우 재주 藝, 재주 術이다. 여기서 藝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사대부로서 인격 수양의 필수 덕목을 뜻한다. 이른바 육예라 해서, 예법, 음악, 수학, 글쓰기, 마차몰기, 활쏘기 등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육예를 단련하여 천하를 위해 써먹는 것이 術이며 비로소 藝術이 된다.
2. 서양의 경우 영어 Art의 어원은 라틴어 Ars에서 나온 말이며, Ars는 고대 그리스어 Techne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흔적에서 알 수 있다시피, 기술적;Technical, 인위적;Artificial과 어원이 같다. 즉슨 Art는 어떠한 규칙과 합리성에 따라 고도의 기술로 행해지는 제작 활동이다. 반면 합리성에 기반한 제작 활동이 아닌,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정신 활동을 Musike라고 했다.
3. 현대의 경우 예술은 Ars와 Musike의 의미를 둘 다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겠지. 작곡이나 그림을 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감(Musike)뿐만 아니라 기술(Ars)도 굉장히 많이 요구한다. 서사나 운문 매체도 Ars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작법서가 왜 있겠는가. 시대적으로 본다면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은 당대 향유자들 입장에선 방점이 Ars에 더 찍혀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라. 성모와 성자의 인체비율 차이, 어느 위치에서 보는가 하는 시각에 따른 Ars적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반면에 점 하나 찍는 현대 미술의 경우 Ars보다는 Musike에 더 방점을 잡은 거겠지.
4. 한편으론 예술은 동양적 藝術의 기능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프로파간다 영화나 선전 포스트 같은 것들이 그렇다. 다른 면에선 애플의 초창기 아이폰이 예술적이라 칭송 받았던 것도 Ars와 Musike를 가지고 사회에 변화의 물결을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