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Scp, 파라워치) 폐허에서

[uspinme]

honolulu 2021/7/15 (토) 04:12:23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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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찰은 진짜 기술도 좋지. 온갖 사건과 사고를 추리해서 원인과 범인을 찾아내는 능력이 점점 진보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사고나 자.살로 판단되거나 범인의 흔적을 놓쳐버려서 진상이 밝혀지지 못한 채 막을 내리는 사건도 여전히 존재한다.

자, 너희들 폐허에 가본 적 있냐. 열성적인 파라워처인 너희들이라면 몇 번쯤 가 봤을지도 모르지.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12년 전 7월 어느 날이었다. 나는 그 때 친구 두 명＿＿각각을 A와 B라고 하자. 둘 다 남자다＿＿과 함께 산속에서 발견한 폐허로 향했다. 명확한 장소를 밝힐 수는 없지만, 콜로라도주 남부의 벽촌 부근의 산이었다. 인구 3,000 명 정도, 노인이 많지만 어쩐지 거리에서 그리움이 느껴졌다.

honolulu 2021/7/15 (토) 04:15:34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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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의 짐승의 길을 따라 걷다가, 가끔 거미줄이 묻거나, 모기에 물려 가면서, 깊숙히 깊숙히 산 속으로 들어갔다. 몇 분 정도 걸었다가 탁 트인 공터가 나오고, 곧바로 눈에 띄는 폐허를 발견했다. 2층짜리 하얀 외딴집인데, 어쩌지 꺼무죽하고, 창문은 깨졌고, 외벽은 군데군데 벗겨져서, 벽의 원래 색깔일 눌은 갈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폐허 바깥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별 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정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습한 냄새가 코를 찌를는 가운데, 탐색할 보람이 있을 것 같은 1층을 잠시 미뤄두고, 2층을 먼저 탐색하기 시작했다. 다 썩은 계단이 끼긱끼긱 비명을 질러대서, 올라갈 수 있는 게 기적적인 수준이었다. 계단을 무너뜨리지 않고 무사히 올라와 보니, 좌우정면에 각각 하나씩 방이 세 개 있었다. 내가 오른쪽 방을, A가 왼쪽 방을, 그리고 B가 정면 방을 나누어 탐색하게 되었다.

honolulu 2021/7/15 (토) 04:17:52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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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방 문고리를 천천히 돌려 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아이방이었던 것 같았다. 치워지지 않은 장난감이 방 안에 널부러져 있었다. 장난감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천천히 방 전체를 탐색했다. 그 때, 장난감 상자 위에 사진이 끼워진 액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들여다보니, 아기를 끌어안은 어머니스러운 인물과, 그 옆에 서 있는 아버지스러운 인물, 그리고 노파의 전체상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섬뜩했던 것이, 몸 곳곳이 시커멓게 칠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아기는 머리와 오른손목을. 어머니는 오른발과 아기를 안은 왼팔을. 아버지는 몸통과 양쪽 발목을. 할머니는 왼쪽 반신을.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고, 또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탁해진 것 같기도 해서, 곧바로 방에서 나갔다. A는 이미 탐색을 마치 듯, 좁은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A 말로는, 왼쪽 방에는 침대 위에 풍화된 털실과 반짇고리가 방치되어 있었다면서, 아마 할머니가 쓰던 방이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내 쪽에서도 아이 방이라는 정보를 전달했고, B가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honolulu 2021/7/15 (토) 04:20:12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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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정도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B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B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 정면의 문을 열었다.
그 방에는 더블베드와 부서진 램프가 놓여 있어서, 아까의 사진에 찍힌 부모스러운 사람들의 방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B는 방 오른쪽 끝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다. 뭘 하나 들여다 보니, 무슨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 하고 있냐고 묻자, B는 갑자기 말을 걸어서인지 놀래면서도 알려 주었다. 아무래도 그 상자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을 꺼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상자가 잠겨 있어서 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숴 버리는 발상은 못 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꽤나 예쁘게 생긴 상자라서 부수기 아깝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면 분 정도 걸려서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서 열쇠가 나왔다. 녹슬기는 했지만 이가 나가지는 않아서 아직 쓸 수 있어 보였다.

전원 정보를 교환한 후에, 아까 올라왔던 썩은 계단을 내려가, 본편인 1층 탐색을 개시했다.

honolulu 2021/7/15 (토) 04:23:29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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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이나 부엌은 심하게 바닥이 삐걱거렸다. 식탁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거미줄이 있었고, 거미 시체가 몇 개 걸려 있었다.

화장실과 욕실은 옅은 썩은내와 함께 대량의 구더기가 끓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최악은 부엌이었다.
냉장고가 아무래도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 상태로 방치된 듯, 썩은 고기나 야채의 즙이 바닥에 흘러내렸고, 대량의 날파리와 구더기, 쥐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코가 비뚤어질 것 같은 썩은내에 모두 녹다운 되어서, 부엌 문을 닫고 모두 일단 밖으로 나갔다.
밖의 신선한 공기가 맛있게 느껴질 정도로 썩은내가 심했던 것이다.

몇 분 정도 바깥 공기를 마시고, 슬슬 계속 탐색하러 들어갈까 싶었을 때, A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콘크리트로 된 벽 같았다. 모두 그것에 관심이 끌렸고, 주변 땅을 파헤쳐 보니 금속제 해치가 맹꽁이자물쇠와 콘크리트에 연결된 두 가닥 사슬로 잠겨 있는 것이 드러났다.

여기서 전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아까 찾은 열쇠가 여기 열쇠가 아닐까.”

honolulu 2021/7/15 (토) 04:29:22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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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 생각대로였다. B가 열쇠를 맹꽁이자물쇠에 넣고 돌리자, 짤깍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렸던 것이다. 삐걱거리는 해치를 열어젖히니,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나면서, 끔찍한 냄새가 올라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호기심을 못 이기고 계단을 내려갔다. 내러가 버렸다.
계단을 내려가서 나온 것은, 콘크리트조의 길쭉한 방이었다. 그리고 6개의 철제 문이 늘어서 있었다. 오른쪽부터 ”K”, ”M”, ”F”, ”G”, ”F1", "F2"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 때, 각자 문을 하나씩 자유롭게 골라 들어가 보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 결과 A는 ”M” 방에, B는 "G" 방에, 그리고 나는 "F2"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A와 B는 의기양양해서 각자 방에 들어갔지만, 나는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계속 머리를 스쳐서 들어갈 수 없었다.

honolulu 2021/7/15 (토) 04:34:43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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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분 동안 머뭇거리고 있는데,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B가 튀어나왔다. 공황상태에 빠진 B를 달래고 있는데, 이번에는 A가 고개를 푹 숙이고 방에서 나왔다. 얼굴을 들여다보니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결심을 하고 들어가려 하자,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말렸다. 너무 강하게 말려서 나는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모두들 진정하자, A와 B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A 말로는, 오른다리와 왼팔이 없는 백골사체를 보았다.
B 말로는, 왼쪽 반신이 없는 백골사체를 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말에서 공통된 것이, “강렬한 썩은내가 났다”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아까 그 사진이 떠올랐다. 몸의 일부가 먹칠이 된 가족사진. 어머니스러운 인물과 할머니에게 칠해진 먹칠의 부분과 일치했다. 나는 최악의 경우의 수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이 봤다는 뼈는 그 가족의 뼈가 아닐까.

honolulu 2021/7/15 (토) 04:37:39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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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Kid. ”M”은 Mother. ”F”는 Father. ”G”는 Grandmother. 그렇게 생각하면 아까의 사진과 이상하게 들어맞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당연히 온갖 욕설이 돌아왔다. 사과하면서 지하공간에서 나왔을 때, 끔찍한 위화감을 또 하나 깨달았다.

“누가 이걸 잠갔을까?”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말하는 것을 참으려 했으나, 이것만은 정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하에서 나온 직후에 말했다. 또 욕설이 돌아올까 싶었는데, 이번에는 두 사람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맹꽁이자물쇠를 채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B가 열쇠를 숲 속 어딘가로 던져 버렸다.

그 이후로는, 모두들 말없이 산을 내려와서, 그리고 해산했다.

honolulu 2021/7/15 (토) 04:39:13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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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A가 오른다리와 왼팔을 다쳤다는 연락이 있었다. 계단에서 넘어져서 크게 다쳤다고 한다. B와 둘이서 걱정하면서 그 날은 술을 마셨다. 아무래도 B도 최근 들어 늑간신경통이 심한 것 같았다.

honolulu 2021/7/15 (토) 04:40:55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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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 후. A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내가 최초 발견자였다.

……아마 시체의 상황이 궁금할 사람도 있을 것 같으니 이야기해 두겠다.
A는 욕조에서 곤죽이 되어버린 상태로 발견되었다. 비유도 뭣도 아니다. 문자 그대로 액체가 되어 있었다. 식은 목욕물을 다시 데우는 기능이 있는 욕조는 그 다시 데우기를 한 채로 방치하면 끓게 된다. 지금으로서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후두부에 큰 타박상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목욕물을 데워가면서 목욕을 하다가 무언가에 뒤통수를 크게 맞아서 기절, 그 결과 목욕물이 다시 데워지기를 반복하여 온도가 상승하다 끓는 물에 삶겨져 버린 것이다.
A가 아직 살아 있는 줄 알고 내가 A를 욕조에서 끟어내려 했는데, 삶겨져서 육질이 부드러워졌는지, A의 몸이 무너졌다.
형태가 남은 것은 욕조 밖으로 나와 있던 오른다리와 왼팔 뿐이었다.

honolulu 2021/7/15 (토) 04:45:27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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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년 전에는 B의 부모가 B의 부고를 전해왔다. 나는 B의 시신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유족들이 하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보았다. ㅂㅈ 않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시신은 비참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교통사고로 짜부된 우반신에서 뇌수액이 흘러내렸고, 반토막 난 퇴가 어떻게인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등뼈도 분쇄되어 그 안쪽의 신경이 보였다. 짓눌린 심장 부위에 바짝 붙도록 피범벅이 들러붙어 있는 것이, 그 비참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은 즉사했다는 점일 것이다. B를 위해서 겨우 구토를 참았다.

honolulu 2021/7/15 (토) 04:50:18 #07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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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있으면 A가 죽은지 8년, B가 죽은지 4년째가 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상하게 두통이 있다.

출처 : http://scpko.wikidot.com/at-the-abandoned-building

[루리웹-2705960350]

들어간 방에 있는 시체(그림 속 가족 구성원들)와 정반대로 신체 일부(해당 신체가 아프게 되는 전조증상 있음)만 남고 시간 텀을 두고 죽는 방인가.
근데 화자는 방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두통이 나고 F1,F2 방은 그림 속 누구하고 매칭되는 방인 걸까. 설마 온몸을 까맣게 칠해서 그림에선 안 보였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