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요즘...이라고 하기엔 텀이 좀 길긴하지만 양질의 컨텐츠들이 나와줘서 아주 즐겁습니다.
일하기 싫어진 김에 괴수물, 몬스터버스에 대해 제 의견을 가볍게 써볼까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괴수물의 요소는 아래 3가지를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주인공(적어도 이야기의 주체)가 괴수
2. 괴수는 강력한 무력이나 능력을 뽐내야한다
3. 거대한 크기(적어도 인간보다는 커야한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괴수가 나오지 않는 괴수물은...없다고 봐야겠죠? 있다고한다면 꼭 보고싶습니다. 재미있을거야...
그리고 괴수가 고작 샷건 한방에 죽으면 심심하죠, 강해야합니다. 엄청.
끽해봐야 2m 남짓한 괴수도 그림이 잘 안살죠! 인간으로 2m면 매우 크지만 괴수한데 2m는 너무 작아요!
초기 괴수물, 특히나 고질라의 경우 압도적인 무력, 인간이 대처할 수 없는 자연의 분노와 같은 느낌으로
오늘날의 코즈믹 호러와 어느정도 겹치는 영역에 있는 장르 였습니다.
물론 고질라보다 먼저 나온 킹콩의 경우 자연의 분노보다 "거대한 야수"에 가까웠고 인간과 교감까지 보여주었듯이
"괴수물"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여러 갈래, 맛이 있습니다.
"죠스"의 경우 특유의 빠~밤 빠아~밤....밤밤밤밤...빠빰!! 이라는 BGM과 더불어
평화로운 일상에 침입한 식인상어라는 강렬한 임팩트로
많은 사람들이 괴수물보다는 "공포" 영화의 맛을 기억하고 있고, 확실히 죠스는 훌륭한 공포 영화이면서 괴수 영화입니다.
공포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인 유령이나 살인마가 아니라
"거대한" "식인상어"가 공포의 "주체"가 되었으니, 호러 괴수 영화쯤이라고 할 만 하겠네요.
"설국열차", "기생충"으로 이제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인 "괴물"도 괴수물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 괴물도 괴수물이라 해도 됨?", 이라고 하실 수 있는데
"인간 드라마 파트가"가 굉장히 잘만들어진 "괴수물"이죠.
사회비판 장르도 있다,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늘은 그 얘기를 하기엔 색이 좀 다르니 넘어가죠.
이런식으로 괴수물은 사실 생각보다 그렇게 경직된 장르는 아닙니다.
라멘의 경우, 한국식 스프 라면도 있고, 일본식 간장, 된장, 사골 라멘
심지어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중화 라멘도 있죠.
카레도 카레 소스 혹은 큐민 등으로 만든 향신료 종류도 엄청 많고
들어가는 소재의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죠.
김치를 예를 드는 편이 더 쉬울 수도 있겠네요
온갖 채소며 식물을 김장해서 담궈 먹잖아요? 파인애플 김치 같은거...^^
괴수물, 더 나아가 "장르"라는 것은 그런 것 입니다. 서로 섞이고 영향을 주고 받고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죠.
하지만 음식에도 "잘팔리는 맛"이나 "유행"이 있는 것처럼 괴수물도 찰떡 궁합이 있고, 흥행 공식 같은게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가장 장사를 잘하는(하는 가게가 적기도 합니다만...)몬스터버스를 훑어보려고 합니다.
몬스터버스의 시작을 알린 작품인 고질라(2014)
의외로 이 작품은 미국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재난물의 공식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부터 미군 현역군인 입니다.
가는 곳마다 "재난"이 따라다니고(중반부쯤부터는 주인공 본인이 따라갑니다) "가족애"를 작중 내내 향신료로 솔솔 뿌려줍니다.
정부는 이 재난이 무엇인지 은폐하려고만 하고
인간은 무력하게 재난에 휩쓸리기만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진상에 가까워지는데...
고질라가 등장합니다.
고질라 등장한 그 순간부터 인간은 작은 "무언가"가 되어버립니다.
아까까지 화면에 잡히던 민간인들의 표정이며 목소리며 죄다 압도적인 크기와 소리에 묻혀버립니다.
그야말로 "괴수", "압도적인 크기".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괴수의 원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고질라라는 슈퍼특대고기를 재난물이라는 카레에 대충 쑤셔넣은 느낌이라
고기 맛이 카레의 맛을 다 잡아먹어버렸죠.
심지어 그 카레는 그닥 맛있다고 하기도 뭣한 밍숭맹숭한 맛입니다, 없는 것보다는 나으려나...? 하는 정도
이래저래 호불호도 갈리고 약점인 부분도 이곳저곳에 산재한 영화입니다만,
저는 "이것이 괴수"라는 듯이 화면과 사운드를 휘어잡는 고질라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이게 괴수물이지!!" 하고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의 "뭐야 ㅅㅂ;;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주인공도 개노잼;" 이라는 감상도 이해합니다.
그래서일까, 다음 영화는 좀 더 잘보이게 되었습니다.
고질라는 몰라도 킹콩은 안다, 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만큼 킹콩은 오래되었고 상징적인 괴수입니다. 아무 말도 안통하고 마지 자연재해와 같은 고질라와는 그 성질이 썩 다르죠.
이미 수차례 영상화가 되었고 흥행한 만큼 이번 콩은 제법 스피드를 냅니다.
"대충 다 알지? 얘는 킹콩이고, 여긴 해골섬이야. 설명 끝"
사실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알면 더 좋은 정도의 영화죠. 그래서 더 가볍습니다.
가볍다는 말은 그만큼 재미를 맛보기 위한 칼로리가 낮다는 말이기도 하죠.
전작에서 "주인공이 너무 재미없다", "몰개성"하다 라는 평을 받았고 이번작도 뭐 크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2차세계대전 쯤에 시간이 멈춘 생존자 아저씨 빼고는요. 뭐 어쩌겠습니까, 괴수물은 괴수만 잘만들면 본전이죠!
재난물을 곁들인 고질라2014와 다르게 "모험"을 섞은 맛은 나쁘지 않습니다.
피터 잭슨 판의 산해진미까진 아니지만 이 정도면 목마른 덕후들 목을 축이기 충분한 맛과 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콩의 파트가 재미있습니다!
어두워서 뭐 잘 보이지도 않았던 고질라와 다르게 햇볕 쨍쨍한 낮에 괴물들이 치고 박으니 훨씬 시원하고
그냥 걸어다니는 괴수 정도의 인상이던 고질라와 다르게 좀 더 콩의 캐릭터의 묘사가 보여서 이입하기도, 이해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도구를 사용한다던가 마치 격투기를 연상케하는 액션 역시 박력 넘치니 극장에서 볼 맛도 납니다.
엄청나게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집 근처 뜨끈한 국밥 한사발 말아주는 "내 입맛에는 맛있음" 정도의 괜찮은 팝콘 무비죠.
무엇보다 우리 괴수 덕후는 이런거 저런거 가리면 굶어죽습니다.
이렇게 몬스터버스 두편을 만들어본 제작진들은 슬슬 욕심이 생깁니다.
"앞에 만든 영화 두개의 장점만 가지고 만들면 되겠는데?"
뭐, 틀린 말도 아니고 두 영화의 특징은 섞여졌습니다.
섞이기는 했습니다...
신화를 스크린으로...야 ㅅㅂ 거기 비켜 인간!!!
킹 오브 몬스터즈는 사실 "괴수"물로만 따지면 굉장히 만들었습니다.
비쥬얼만 본다면 단연 지금껏 나온 괴수영화 중 최고, 역대급이라고 할 만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때깔이 쥑입니다. 괴수물 특유의 거대하고 웅장한 연출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고질라의 빌런 최대최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킹기도라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준 라돈
고질라 여친(?) 모스라까지
4마리의 괴수가 스크린에서 각자 매력을 힘껏 뽐냅니다.
근데 "영화"로는 썩었어요.
대부분의 요소가 불협화음 입니다.
인간파트는 역대급인 괴수 파트의 비쥬얼에 비해 역대 최악의 지저분함을 보여줍니다.
하...나와서 개소리 뻘소리 하는건 상관없지만 이게 스크린 타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빌런 역할을 하는 인간 주인공네 아줌마는
대사 하나하나가 사람 속을 뒤집어놓고
"이게 좀 치고박고 싸우는구나!!"하고 괴수들이 라운드 시작 하려고 할 때 카메라가 스을쩍 빠지면서 인간 파트로 넘어가요.
야!!!!!ㅅㅂ 너네 비켜!!!!
하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 혀 끝에 턱 걸치다가 한번씩 다시 괴수들을 보여줍니다.
영화 보는데 약올라 뒤지겠어요
그 와중에 괴수파트는 존맛이라서 흘리기도 아까워 싹싹 긁어 먹어야합니다.
킹기도라의 세기말패자, 악마, 묵시록의 용을 오마주한 포스며 모스라의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등장씬은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근데 옆에 사이드로 붙은 인간 파트가 자꾸 입안에서 씹히는게 불쾌할 정도로 썩었습니다.
그래도 끝맛은 맛있습니다.
드디어 인간들 다 치워버리고 괴수들끼리 제대로 붙거든요.
그게 거의 후반이라 문제지..
그래도 괴수는 잘만들었습니다.
자, 여기까지 만들어본 몬스터버스는 슬슬 요령을 알았습니다.
"괴수[만] 잘만들면 되는구나!"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고질라vs콩
먼저 말씀드리자면 인간 파트는 여전히 조졌습니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ㅅㅂ 이거 맞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즘 되면 갑자기 고질라랑 콩이 주위를 박살내고 인간들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우리도 생각하다 말고 "와! 고질라!! 오! 콩!!" 이러고 강제적으로 사고가 정지됩니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고질라랑 콩이 주먹다짐을 한다고??
그러면 우리는 "아니, 고질라 무게가 얼만데 저게 됨?"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쉬바 이거지!!!"하고 먹기 바쁩니다. ㅎ
네, 재미있으면 장땡이죠! 말이 안되면 어때요?! 괴수부터 말이 안되는데!!
전작에서 데인걸 기억하는지 이번에는 이상한 개소리 할 시간에 건물 3체를 더 부숩니다.
슬쩍 카메라가 인간쪽으로 빼지도 않고요
"너네 이거 좋아하지? 자! 먹어!!" 하고 좀 심심해지면 왕창 차려다가 눈앞에 가져다줍니다.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마치 "신화" 속 괴물들 같았던 전투들이 약간 그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프로레슬링이 된 것이죠.
여전히 화려하고 크고 파괴적이지만 보여주는 방식과 연출이 제법 많이 바뀌었습니다.
서로 악역이라고 알았던 젊고 정력적인 도전자와 늙었지만 노련한 챔피언이 치고박고 싸우다
진짜 흑막을 알게되어 공투한다, 어디서 많이 본 시나리오 같네요?
이러한 플롯은 비단 프로레슬링 외에도 만화 등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 입니다
그저 자연재해의 화신들로만 묘사되던 괴수들이
이제는 우리가 소비하는 캐릭터와 좀 더 가깝게 카메라를 맞추어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무겁지만 가볍게 변한 괴수물이 대중들 입맛에 잘맞은거죠.
무겁고 압도적인 재난의 화신이던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꼭 그것만이 괴수물의 맛은 아니니까요.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입니다...괴수 덕후 동지...
이번 몬스터버스 최신작인 뉴 앰파이어도 고대콩과 비슷한 계열입니다
그리고 훨씬 더 프로레슬링 같아졌고 좀 더 "대본"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고질라가 저먼 스플렉스를 하니까 말 다했죠
개쩔어욧!!
아직 못보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 말은 줄이겠습니다만
고대콩을 좋아하셨다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괴수물이 무조건 가벼워져야지 성공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괴수+거대로봇 이였던 퍼시픽림의 경우,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퍼시픽림1이 가지고있던 유니크하고 헤비한 매력을 2편에서 전혀 살리지 못해서
그 지지층이 박살난 것처럼 밸런스는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란 말이죠.
괴수물은 매우 매니악한 장르가 맞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고 그 수요층이 튼튼하죠, 은근히 어린 친구은 괴수 덕후들이 많습니다. 왜냐, 공룡을 좋아하거든요.
어른들도 전공자 아니면 외우기 힘든 공룡 이름들을 줄줄줄 외우는 걸 보고있으면 새삼 대단하죠, 덕후의 자질이 있어요 다들
오랜만에 글을 쓰다보니 적절한 컷을 찾지 못하고 그냥 주르륵 써버리게 되었네요
뭐 하여튼 하고싶은 말은
고질라 졸라 멋있어
이였습니다, 쨘쨘
선생님 기준에 쥬라기공원 시리즈는 괴수물이라 할 수 있나요?
쥬라기공원은 괴수물의 뷔페죠!
그치만 전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인 캐릭터라고 할만한 랩터는 괴수라기엔 너무 작지 않나요? 공룡들이 현대무기따위 씹어먹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것도 아니고
최근작에서 "블루"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랩터들은 괴수치고는 작지만 티라노사우로스, 브라키오등과 월드에서 새롭게 얼굴을 선보인 인도미누스, 모사사우루스가 "크기"로는 좀 부족하다 싶은 면을 채워주고 무엇보다 "뷔페"라고 말한 만큼 골라먹을 크리쳐들이 많지요. 괴수물이라고 하기 뭣하다 싶으면 크리쳐물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가려먹을 처지가 아니긴 하네요... 그나마 요즘 고질라 영화나 애니같은게 많이 나와줘서 좋아요
이번 작에서의 할로우 어스는 양날의 검이다 싶었습니다. 타이탄의 등장 배경으로서 잘 설명해준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할로우 어스에서의 장면이 길어질수록, 거대괴수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불호였습니다. 거대괴수물이 인간의 건축물과 비교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줌으로써 위압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인데, 할로우어스에서는 비교 대상으로 삼을만한 것이 없으니, 조금 특별한 생태계 느낌 정도만 주는
좀더 도시에서 뿌수고 포효하고 했어야 했는데...그거 외엔 나쁘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