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종이책을 좋아한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느낌도 좋아하고, 새책의 냄새도 좋아한다. 오래된 책이 주는 부드러움도 좋고,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의 배경도 좋아한다.
그런데 종이책은 무거워. 진짜 이사 한 번 하면 죄다 갖다버리고 싶을 정도로 무거워. 기껏 이사가 끝나도 새 집에 책을 둘 공간을 뽑아내는 거 부터가 너무 힘들어. 책장이 있어도 결국 자리 차지하는 건 마찬가지고, 어쩌다 집의 구조가 달라지면 책장을 둔다는 자체도 어려워져.
그래서 독립하고 이사 몇 번 하다가 결국 책을 다 버렸다. 뭐 쓰레기로 버린 건 아니고 헌책방 찾아가서 넘겼으니 책에게 미안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그래놓고도 짬 나서 서점에 가면 마음에 드는 책을 한 두 권씩 사게 되더라고. 그래서 잘 읽고 나면 그제서야 정신이 들지. 이거 어디다 둬야 하나.
나중에 찾은 방법은 책을 선물하는 거였어. 책을 다 읽고 나면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에게 권해보고 긍정적이면 그 책을 주는 거지. 어차피 학습지도 아니고 한 번 읽기만 한 책이니 깨끗해서 나쁠 것도 없고. 물론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는데, 책 선물 받은 사람이 고맙다고 자기도 읽은 책을 내게 주는 거였어. 고맙게 읽고나면 '이 책은 또 누구에게 줘야 하나'로 고민하게 되었지.
가장 최근의 방법은 그냥 남들처럼 e-book으로 읽는 거고, 그래도 한 번은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 건 사서 읽은 뒤에 동네 작은 도서관에 기증하는 거야. 큰 도서관이야 굳이 내 책이 필요없겠지만,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은 반겨주거든. 내가 읽는 책들이 대부분 추리소설이라 크게 거부감도 없고.
난 대부분 알라딘에 팔아넘겼지만 그것도 일이긴 하더라고
맞아. 헌책 파는 것도 일이야. 그냥 알아서 누가 가져가주는 것도 아니니 일일이 챙겨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