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음은 잘 알려져 있는데
생몰년이 확인돼는 집단인 조선의 역대 국왕들 평균 수명이 46세밖에 안될 정도.
저 평균수명이 동 시대 평민의 평균수명에 비해 얼마나 긴지(혹은 짧은지)는 알 수 없지만.
왕들이 죽은 나이를 보면
평균수명이 적던 시절에도 어린 시절을 무사히 보내면 60세까지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속설은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음.
조선왕들 27명 전원이 어린 시절을 무사히 보낸 표본이지만(...), 60세 이상 산 왕은 27명 중 5명 밖에 안 됨.
나이순으로 영조, 태조, 고종, 광해군, 정종
그리고 60세를 넘긴 다섯 왕들의 생애를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는데 ...
영조(82세) - 어린시절 왕궁이 아닌 사가에서 살다가 입궁. 27세 왕세제 책봉, 30세 즉위
태조(72세) - 장수로서 전국을 종횡하며 전쟁터를 누비다가 57세에 즉위
고종(67세) - 흥선군의 아들로 11세까지 사가에서 살다가, 12세에 즉위. 22세 부터 친정 (+개항 이후의 여건이 다른 왕들과 다름)
광해군(66세) - 서자 출신으로 임진왜란 발발 직후 세자 책봉(17세), 분조를 꾸려 선조 대신 전쟁 동안 조선군을 지휘, 32세 즉위
정종(62세) - 아버지를 따라 20여년 간 전쟁터를 누비다가 41세에 즉위
어린 시절을 왕궁에서 보내지 않았고, 자유롭게 외부 활동을 영위한 기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고종을 제외하면 30살 이후에 즉위. (고종은 나이들어서는 서양의학의 혜택을 봤던 것을 고려해야하지만)
즉 왕궁에 갖혀 살면서 많이 먹고, 운동 못하고, 매일 의무방어전 치르면서 사는 것이 건강에 결코 좋지 않았다는 결론.
(* 특히 영조는 의도적으로 산해진미를 피하고 - 현대식으로 치면 -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기록이 있음)
p.s. 그렇다고 조선왕의 평균수명이 다른 나라 왕들에 비해서 짧은 것은 아님.
고려왕 평균수명 42세
중국황제 평균수명 39세
로마황제 평균수명 37세
프랑스왕 평균수명 48세
결국 관건은 '서터레스' 인거 같은데.
스트레스가 큰 요인이기는 했을 거야.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로 당선된 지도자들의 평균 수명과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자들의 평균 수명을 비교하면 선거에서 패배한 쪽의 수명이 3년 정도 더 길었다는 통계가 있음.
속설에 근거가 없다고 단정 짓기에는 본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좋지않은 생활 패턴과 과로에 시달리던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왕’이라는 수백년 동안 몇명 밖에 못해본 희귀한 직업군이라 표본이 너무나 좁음.
그래서 추가로 다른 나라 왕들의 평균 수명도 적어놨는데, 조선과 별 다를 것이 없지. (표본 숫자도 꽤 큼. 통계에 잡힌 중국황제 숫자가 230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