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되게 재밌었음.
악마의 묘사도 되게 잘 되어있고, 영매사?에 대한 묘사도 좋았었음.
한국 무속이든 가톨릭의 사제들이든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사람의 몸에 뭔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피를 토한다고 되어있던데 영매사가 실려가기 전에 검은 피를 토하는 씬이나
악마인 꿈틀씨가 쇼 진행자와 초심리학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캐치해내어서 '둘이 언덕 위에서 몸 정을 나누려고 한다'면서 도발을 한다거나, 자신을 억제하기 위해 성경?을 읊어도 그걸 그대로 똑같이 읊으며 조롱한다던가
그리고 후반부 릴리의 폭주 씬은 진짜 강렬했는데 내가 랑종 보면서 후반부 학살씬이 너무 오래 질질 끌어서 지루했는데 반하여, 이 씬은 랑종보다 더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오고 악마가 대놓고 현현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충격적이고 좋은 장면으로 인상깊었던 이유가 그 일말의 시퀸스가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신속하고, 짧아서인 것 같음.
(랑종을 까는건 아니고 상대적인 부분에서 서술하는 글임.)
랑종의 학살씬이 10분 정도 잡아먹은 느낌이 있고, 대규모의 사람들이 대규모 학살을 당하는지라 화면 컷도 여기저기 나눠지고, 사람들이 도망치느라 그 장소도 굉장히 광범위해져서 무섭다,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유령의 집 같은 '대충 깜짝 놀라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대충 적응되어버리는 장소를 한바퀴 하고 온 느낌' 정도 였는데 이 영화는 5분 정도되는 시간에 모든 학살이 종결되어버려서 그 충격이 가시기 전에 마무리 되어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음.
내가 개인적인 취향이 공포 영화를 안 좋아하거든.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후반부 까지는 귀신의 정체를 갈피도 못 잡고 밑도끝도 없이 죽어나가고, 저주에 당해서 피폐해지고 이러다가 후반부에 다급하게 떡밥 회수하고 결말은 찝찝하게 끝내는 것도 안 좋고, 공포 영화의 귀신들이 너무 지들 ㅈ대로 묘사하는 귀신이라서 더더욱 안좋았음.
인간은 어찌 손대지 못하는 그런 존재라서
그래서 내가 되려 오컬트를 좋아했거든.
각 종교의 신비주의 학파든, 우리나라의 민속학이든 무속에서든, 조선시대 이익이라는 실학자가 쓴 성호사설에서도 나오듯 모든 귀신들은 자기들이 나오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귀신에 대항하기 위한 나름의 체계들이 있음.
그 체계 안에서 귀신도 사람의 역량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걸 묘사하는데
그런데 공포 영화는 대충 여기저기서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퍼진 귀신들의 속성들을 대충 총집합하여 깜놀!깜놀! 깜놀! 사람들 우수수 죽어버리고, 히히~ 무섭지? 말초신경이 자극되지? 이런 공포영화들 밖에 없어서 정말 싫더라고.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대충 악마와의 토크쇼는 재밌게 봤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