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섯 아이가 있는 어머님이 부업으로 게임을 만든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천재라 아무런 참고조차 되지 않는다' 고 생각한 이야기
일러스트 미경험, 게임 제작 미경험, '츠쿠르MV'를 써서 전부 독학으로 제작.
매일 2시간 정도 작업해서 약 400시간 걸려 게임 한개를 완성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욧피입니다.
사진은 원작자분인 '마루데유키미' 씨의 재능에 깜짝놀라 굳어있는 저입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배포중인 '츠쿠르 시리즈 룽룽 슈퍼 히어로 베이비즈 DX' 의 원작자인
'마루데유키미' 씨의 자택입니다만 놀랍게도 이분은
금융기관에서 정사원으로 일하면서 여섯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시간을 짜내 게임을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자녀가 여섯이나 있으면 평범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게임까지 만들다니
'대체 어떤 환경에서 게임을 만드는가'
'어떻게 시간을 짜내는가'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가 게임을 만들고싶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취재를 왔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사람이 너무 천재라 이야기를 들어봤자 전혀 참고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놀라운 실록 체험 리포트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애초에 아이가 여섯이나 되면 육아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는지?
= 그렇죠. 퇴근하고 집에와서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다보면 23시정도는 됩니다
- 그렇군요. 게임 개발은 그 시간부터 시작됩니까?
= 네. 보통 24시쯤부터 시작해서 졸리면 잔다, 같은 느낌. 작업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입니다.
- 그럼 2시에 잔다고 치면 몇시에 일어나시나요?
= 아이들도 깨우고 여러가지 준비도 해야니까 6시입니다. 그래서 수면시간이 짧습니다.
- 수면시간이 짧아도 괜찮으신지?
= 의외로 괜찮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집안일을 해줘서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면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못하니까 남편이 엄청 뒷바라지를 해줍니다.
남편은 음식점 근무라 기본적으로 밤에 일하기 때문에 낮동안엔 남편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습니다.
= 원래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카드게임을 만든 게 시작이었습니다.
게임을 만든 것도 이 연장이었죠
- 이건 몇 년 전에 만든건가요?
= 3년전쯤?
- 이 일러스트도 직접 그리신 건가요?
= 네. 붓펜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걸 컴퓨터로 스캔해서 색을 입히고 그렇게.
- 아, 미대 출신이신가요?
= 아뇨, 전혀.
- 그럼 그...지금 일하시는 금융기관에서 디자인팀에 있다든가?
= 아니예요.
- 그럼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는 완전히 미경험?
= 네. 경험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호빵맨 그려줘~' 라고 해서 그려준 정도.
- 아니 잠깐만요. 완전히 미경험자라면 보통 이런 그림은 못그리는데요. 선도 무진장 깔끔하고...!
= 그런가요?
- 어, 그럼 이 일러스트도 전부 직접?
= 네, 맞아요.
- 미경험으로?
= 네
- 아니 진짜요? 취재하러 올 때까지만 해도 그래픽은 다른 사람이 담당하거나 외주를 준 줄 알았는데!
참고로, 작업환경을 여쭤봐도 될까요?
= 아, 저기 뒤쪽에 있는 저거예요.
(유키미씨의 개발환경. 의자가 없다)
- 잘 보니 의자는 커녕 책상조차 없네요. 수납함위에 컴퓨터 올려놓은 게 전부?!
- 그래픽은 이 컴퓨터로 만든거군요.
= 맞아요. 그래픽을 만드는 컴퓨터와 게임을 개발하는 컴퓨터는 따로따로예요.
- 잠깐만요. 이거 윈도 비스타잖아요. 이제 지원도 끊긴 OS라고요. 오히려 쓰면 안될정도로.
우와, 램도 4기가밖에 없어! 이거로 용케 포토샵을 돌리셨네요!
= 그래도 이쪽은 제대로 된 새거예요.
- 이쪽은 게임 개발용이군요. 쓰시는 소프트는 뭔가요?
= '액션게임 츠쿠르 MV'뿐입니다
- 참고로 프로그램 경험은 있으신가요?
= 없습니다. RPG츠쿠르로 게임을 만들어서 컨테스트에 내거나 하긴 했지만...
- 누가 가르쳐줬다...거나
= 독학입니다. 만들면서 모르는 게 생기면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정도...
- 저, 이 게임을 플레이해봤는데 대미지 받았을 때 타격감이라든가 효과음이 나오는 타이밍이라든가
조작하면서 굉장히 적절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은 누군가 가르쳐주거나 한건...?
- 그렇군요. '조작하면서 기분 좋은'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냥 어떻게든' 했어요.
(전혀 참고가 되지 않아...)
- 전부 합쳐서 몇시간 정도걸려 이 게임을...?
= 400시간 정도?
- 그럼 하루 2시간 작업했다치면 200일인가요
= 토일요일 합쳐 시간을 짜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까진 걸리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 의자도 책상도 없는 환경에서 꾸준히 만든거군요
남편 '원래는 저런 공간도 없었습니다. 부엌 구석에서 계속 만들다가 제가 "요리 방해되니까 저기서 해줘" 라고'
= 맞아요. 기름이 튀니까 컴퓨터도 더러워지고(웃음)
- 우와....무섭다 무서워.
전 언젠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면 좋겠다' '참고가 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온 건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히려 절망하게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유키미 씨의 사례를 보면 진짜 아무것도 변명이 안되잖아요.
'아이가 있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장소가 없으니까' '지식이 없으니까' '기기 스펙이 낮으니까'
그런게 전부 변명이 안되는 환경이니까요. 유키미씨는 이런 환경에서 만들고 계시니까. 이건 무서운 거라고요!
= 그런가요?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실감이 안나네요.
원래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고 카드게임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아주면 좋겠다' 고 생각한거라.
아이가 여섯이나 있으면 하나하나 시간을 들여 놀아주는게 어려워요.
하지만 게임이 있으면 저 대신 놀아줄 수 있으니까요.
- 이런 세세한 작업 저는 엄두도 안나는데...
= 처음에는 '대기', '이동', '점프' 정도뿐이었지만 거기서 조금씩 움직임을 더하다보니 이런 느낌이 되었습니다
- 하지만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네요. 이것도 또, 미경험자가 했다는 거니까 대단한건데...
= 매일 조금씩 하는 사이에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느낌?
- 참고로 속편도 만드실 계획인지?
= 그렇군요. 아이들 수험도 끝났고 입학식 같은 것도 일단 정리되면 또 뭔가 만들고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 이걸 본업으로 하고싶다는 생각은?
= '많이 팔려서 그렇게 되면 좋겠다~' 정도로는 생각하지만 그건 꽤 어렵겠죠
- 이 기사를 보고 게임 회사 사람한테서 '우리 회사에 오지않겠습니까' 라는 스카웃 제의가 올지도 몰라요. 진짜 대단하니까
= 예전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장난감 만들거나, 유모차 개조하거나 과자 만들거나 카드게임 만드는 등
그 연장 선상에 이 게임 제작도 있는 거니까 일단 컴퓨터 값 정도만 벌어도 기쁘겠네요.
그런 이유로 저도 제 아이한테(2살반) 이 게임을 해보게했는데
'십자키를 넣으면서 점프버튼을 누르는' 조작 같은 게 조금 어려워보였습니다. 3~4세 정도라면 잘 놀수 있을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무서운 이야기인데 이 '룽룽 슈퍼히어로 베이비즈DX'의 영어판도 발매될 예정입니다.
그것도 전부, 유키미 씨 독학으로..!
어쨌든 한번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세요. 아이용 게임으로 굉장히 고민한 부분이 많은 걸 알 수 있고
이걸 6명의 아이를 둔 미경험 엄마가 독학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그 무서움의 편린같은 걸 엿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임 플레이짤
금융기관 정사원으로 풀타임 근무하며 짬짬이 그래픽, 코딩, 게임 디자인 전부 혼자서 비스타 노트북을 가지고 만든 여섯 아이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