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락카 페인트는 비닐아크릴 안료를 유기용매에 녹인거다.
이 페인트를 칠하면 유기용매는 날아가고 안료만 남게 된다.
리무버도 기본적으로 아세톤이 포함된 만큼 유기용매의 일종이다.
이때 도색 표면이 유기용매에 잘 반응하는 재질이면 표면이 살짝 녹으면서 안료가 표면에 단단히 고정되어 락카페인트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문신이나 염색된 머리카락을 긁거나 물에 닿는다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것과 마찬가지.
비슷하게 표면이 거칠거나 틈이 많은 재질이면 안료가 잘 스며들어서 지우기 힘들다.
반대로 금속이나 유리처럼 유기용매에 반응하지 않고 표면이 매끄러운 재질에는 락카를 칠해도 금방 마모되거나 충격을 받으면 도색면이 깨져버린다. 그래서 금속재질의 도색시에는 도료를 뿌리기 전에 프라이머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도색을 한다.
리무버건 시너건 유기용매라면 락카 페인트를 녹일 수 있는건 맞다. 다만 용해가 가능하다는 것과 제거 및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는건 다른 얘기다.
옷에 수성펜 잉크가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보면 수성펜은 가장 흔한 용매인 물에 녹는다. 그렇지만 잉크자국을 손가락에 물 묻혀서 비비거나 물티슈로 문지른다고 해서 번지기만 할 뿐 제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흉하게 번져버릴 가능성만 높아진다.
거기다 위에도 썼듯이 유기용매는 반응하는 재질의 표면을 녹인다. 대량으로 사용하면 물건 자체를 못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복구업체를 불러 특수약품을 사용하는거고 유기용매만으로 오염을 지우려면 아마 시너가 탱크로리 단위로 필요할거다. 인체에 최대한 덜 유해하게 하려고 유기용매 농도가 낮은 화장품 리무버로는 유조선 단위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설령 유기용매를 소방호스로 뿌린다 한들 돌같이 거친 표면 안쪽에 있는 안료는 잘 제거되지도 않을거다. 무엇보다 유기용매는 유독물질이다. 다루려면 방독면, 보안경 등 보호장구가 필요하고 햇볕에 장기간 노출되면 스모그로 변한다. 산업용 시너는 10분만 맡고 있어도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다.
설상가상으로 날씨가 추워지고 습도가 내려가면서 락카페인트 제거 난이도는 더 올라갈거다. 결론적으로 리무버로 락카페인트가 지워진다는 소식은 전혀 희소식이 아니며 차라리 업체를 부르는게 비용, 노력, 시간, 육체적, 정신적 건강 면에서 훨 나을거다.
저번에도 딱 이런 추운 날씨에 락카 테러 일어났던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