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을 이번에 2번째로 다녀왔습니다.
오늘이 개교기념일이라 일-월 이틀 서울구경을 하려다가 광기가 또 발동해서....
지난번에 갔을 때는 리모델링 중이라 좀 어수선했는데, 이번에 갔을 때에는 생가 내부에 김유정 기록관도 추가되었습니다.
사진은 대충 유정과 친구들을 한 데 그려놓은 상상화.
저기서 아는 게 유정, 이상, 구보, 채만식 네 명밖에 없어요...
모두들 아시다시피, 김유정은 한학과 일본어 교육을 받았지만 우리말, 특히 고유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작가였습니다.
전시관에서는 유정이 즐겨 쓰던 고유어들을 나열하면서, 다음과 같이 '뽀뽀'라는 단어가 유정에게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지만, 어릴 적 읽은 '프린들 주세요'가 생각나네요.
주인공 닉이 펜을 '프린들'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담임인 그레인저 선생님과 싸우다가 주 의회까지 입성해서 프린들을 당당히 신조어 사전에 싣고 돌아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청년사업가로 성장한 어른 닉에게 그레인저 선생님이 패배를 인정하면서 보낸 편지에서, '다른 세계에서는 우리가 아는 펜이 라틴어로 프린들루스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그게 프린들이 되었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으시던 후일담.내가 만든 단어가 당당히 후인들의 사전에 실리는 어떤 즐거움.
유정이 알았다면 분명 좋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박물관에서는 유정의 일생을 같은 작가분이 한국화 스타일로 그리신 그림들도 있었습니다.
야학당에 하루는 불이 났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유정이 불길에 갇힌 아이들을 모두 구하고 가까스로 나왔다는 일화도 있었지요.
비록 몸은 아팠지만, 유정은 병자라며 동정받는 것을 상당히 싫어해서 누군가가 시비를 걸면 적극 맞서 싸우고, 이렇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발벗고 나서곤 했습니다.
마지막은 중학생 화백의 솜씨로 그린 동백꽃 점순이.
역시 점순이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