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쿨함이 부족했지만, 점점 책임감을 느끼며 원작의 소닉과 비슷해지고 있음. 소중한 이를 잃은 적이 있었고, 또 잃게 생긴 소닉이 섀도우랑 똑같아질 뻔 했던 건 개연성이 충분함. 하지만 소닉은 혼자가 아니니까 그러지 않은 거지. 톰에게 조언을 받은 걸 감안해도 에이미의 역할을 대신해가며 섀도우를 갱생해버린 건 좋은 각색임. 유치한 대사를 유치해보이지 않게 풀었으니까.
에그맨
괴짜로만 살았던 그가 바란 것은 모순적이게도 사랑이었음. 하지만 제럴드마저도 외면하자, 팀 소닉과 재동맹을 맺어서 전개를 비틀어버린 게 참신했음. 마지막엔 스스로를 희생하며 유일한 친구인 스톤에게 감사까지 표하길래 짠했지. 평면적인 성격에서 벗어나는 게 매력이니까.
마리아
일단 금발 백인 미녀임. 그리고 섀도우를 바꾸는 과정이 직관적으로 묘사됨. "너의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이 되느냐." 라고. 게다가 원작과 달리 유언도 못 남겨서 더 비참해짐. 사인은 사고사로 바뀌었지만 폭발물로 죽는 것도 충분히 잔인하니까. 유언이 없어졌어도 섀도우가 복수를 다짐할 당위성은 충분하지.
섀도우
소닉의 숙적인 건 원작과 같음. 근데 서사가 꽤 달라짐.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무고한 사람을 때린 건데도 오히려 도발까지 함. 하지만 나랑 똑같아지라고 한 건 소닉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음. 그나마 같은 처지에 놓인 인물은 소닉 뿐이니까. 하지만 소닉은 복수를 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둘의 차이가 드러나는 거임. 덕분에 스스로에 고뇌하던 섀도우도 복수를 포기할 수 있던 거지. 동시에 소닉처럼 자신도 성장하게 된 거고.
결론
이 영화는 전개를 비튼 게 많아서 뻔하지 않았다는 게 장점임. 그러면서도 원작을 존중했으니까. 게다가 유치함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스토리 퀄리티가 더 좋아질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고. 이젠 애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당당하게 추천해줄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3부작이 잘 나왔다고 느낌 다음편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