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환불을 책임지는 재의 심판자 군다를 쓰러뜨리게 되면 진입하게 되는 계승의 제사장.
그 뒤편에는 고인물 같은 차림의 NPC가 하나 있다.
그의 이름은 달인.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접근하면 다짜고짜 공격해온다.
그저 그뿐인 NPC지만 그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면 재미있는 서사가 하나 만들어진다.
우선 달인은 우리를 대변하는 재의 빌런... 아니, 재의 귀인에게 참교육 당한다.
여기서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 또한 불사의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당하고 냉정해진 뒤, 자신이 왜 이 장소를 지키고 있었는지 망각해버린 모양이다.
망각은 불사의 저주를 받은 자에게 항상 뒤따르는 짐이다.
달인은 자신이 잊어버린 걸 찾기 위해 재의 귀인처럼 로스릭의 높은 벽으로 향한다.
이때 달인을 조력자 영체로서 만날 수 있다.
긴말은 필요 없다.
자신들의 여정을 막는 자가 있으면 베어낼 뿐.
그렇게 로스릭 성을 헤매이던 달인은 요왕의 정원 안쪽,
세상이 망해가는 여파로 시간이 꼬인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놀랍고 환불의 심판자 군다가 있었던 과거의 재의 묘소로 이어지게 된다.
거기서 달인은 보게 된다.
너무 늦어버린 영웅의 모습을.
여기서부턴 프롬뇌의 영역이다.
달인은 영웅 군다의 시종, 혹은 친구와 같은 위치였을 것이다.
군다는 불을 계승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불은 이미 사그라들었고,
영웅을 기다리던 화방녀는 이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군다에겐 심연에 잠식당한 증상인 붉은 눈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인은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달인은 군다 앞으로 도달한 재의 귀인과 함께 군다를 쓰러뜨리기로 마음 먹는다.
이때 달인이 사용하는 칼은 '혼돈의 칼날'이다.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가 대미지를 입는 마검.
영웅을 쓰러뜨리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한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군다를 공격해야하는 달인의 심정을 나타내는 걸까.
달인과 재의 귀인은 마침내 군다의 굴레를 끊어주었다.
사명을 마친 달인은 다시 불꺼진 제사장 뒤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달인은 숨이 다한다.
자신이 사용하던 혼돈의 칼날만을 남겨둔 채.
그 너머, 달인이 지키고 있던 건 화방녀들의 묘소이다.
아마 이들 중 군다를 기다리던 화방녀도 있을 것이다.
속죄였을까. 미련이었을까.
달인이 그 장소에 서 있었던 이유는 화방녀들의 묘소를 지키는 거였다.
미래에서 온 달인은 군다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사명을 다했다.
그리고 본래 과거의 달인은 뒤늦게 제사장에 도착하여 너무 늦어버린 군다와 화방녀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미래의 자신이 남긴 줄 모를 혼돈의 칼날을 이어받고,
그는 묘소를 지키기 시작했다.
먼 훗날 찾아올 재의 귀인 손에 쓰러지고, 다시 자신의 사명을 찾아 떠날 때까지.
낙사시켜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