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보고왔음. (약간 장문)

별로였음.
더 테러 라이브와 전독시 영화판을 만든 김병우 감독의 작품으로
촬영 시기상으로는 전독시 이전에 찍은 영화다.
설명이 부족해 스토리가 꽤 난잡하지만 최대한 짧게 요약하자면 대홍수에서 아들을 구하지 못한 엄마가 정신승리를 하기 위해 비싼 장비로 루프 시뮬레이션 돌리는 이야기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독시보다는 나았다.
비교대상이 전독시라는 게 문제지...
장점은 CG와 음악.
CG는 물 구현에 돈을 상당히 들였는지 박진감 넘치게 연출되었고, 음악도 음악감독이 진짜 열일했는지 최대한 감정을 끌어내보기 위해 원맨 밴드마냥 혼신의 힘을 다한게 느껴졌었다.

전독시에서 내가 본 최악의 단점인 작위적인 전개가 여기서도 끊임없이 터져나와서 보는 내내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우선 앞서 말한 스토리를 약간 길게 늘이면
남극에 운석이 떨어져 발생한 대홍수로 지구가 대충 망하게 된 상황, 인공지능 연구원인 안나는 재난 이후 신인류 재건을 위한 비밀 기관 덕분에 생명을 건지지만, 대피 도중 실험의 일환으로 맡게 된 인조인간 양아들 자인을 신인류 재건 계획에 필요한 '아이'에 대한 뇌 데이터만 빼고 잃어버리게 되고,
죄책감에 빠진 연구원은 신인류를 만들기 위한 '엄마'의 데이터를 만드는 동시에 아들을 구했을 경우의 상황을 보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아들의 뇌 데이터와 함께 시뮬레이션에 업로드시켜 수만번의 루프를 실행하고 결국 죄책감들을 씻어내며 아들을 구하는 동시에 모성의 데이터를 완성시키며 인류를 구원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대홍수판 소스코드같은 내용이지만 보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이 뭔가 엇나간 작위적인 상황과 설정들로 가득차있었음.
내가 보면서 메모해둔 생각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자면
《이 부분은 대충봐도 상관없음》
<시작~30분까지>
1.집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아이가 수영장 드립을 치거나 '굳이' 벽장을 열고 들어간다는 점. 저건 천진난만이 아니라 싸이코패스 같은데? 애들 위기감지능력을 뭘로보는거야?
2.물이 기묘할 정도로 깨끗하다. 바닷물이 유입된 상황이라 해도 토사가 섞여있어야 하지 않나?
3.비상계단에 짐 쌓아둔건 그렇다 쳐도 저걸 치우지 않고 굳이 옆으로 넘어가려고 한다고?
4.쓰나미를 맞아서 다 죽었는데 살아있는건... 넘어가자. 영화다 영화.
5.대사 참 드럽게 못쓰네. 말주변 없다는 설정인가.
6.가스는 압력 때문에 터지는건가. 근데 폭발까지 가나?
<30분~1시간까지>
6.감독이 아이들을 '지랄맞지만 사랑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라도 한건가?
7.영화적 허용이라도 물의 위력이 뭔가 약하다. 주인공이 인자강인가.
8.저 와중에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초등학교 2학년쯤 대피요령 가르치지 않나?
9.인조인간이었어? 그래서 애가 싸패였던거야? 아니, 인조인간을 만드는데 굳이 당뇨를 가지게 만든거야?
10. 아니 말 안해야 하는거면 끝까지 좀 닥쳐요 좀.
11.임산부까지 넣는건 뇌절 아닌가.
12.오케이 장르 전환. 루프 + sf라. 소스코드?
13.CG...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시뮬레이터였다는건 아니겠지.
<1시간~엔딩까지>
14. 아니 애 꺼내는건 좋은데 전개를 너무 건너뛴거 아닌가? 중간이 비었는데?
15.빈집털이는 클리셰긴 한데 보통 홍수 이후에 털지 않던가? 아니 그건 넘어가도 좀 작위성이 너무 강한데.
16.루프를 다른 사람도 기억하는건가? 어떻게?
17.해일이 길몽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지ㅋㅋㅋㅋㅋㅋㅋ
18.옆나라에 계속 5살인 애랑 10살인 애 있으니까 걔내들한테 물어봐라.
19.찾아달라는건 애들보다는 요구조자의 심리에 가깝지 않나.
20. 다중루프물을 뭔가 변명거리로 삼는 것 같은데...
21.역시 시뮬레이션이었군. 조졌네 이거.
인물들이 전 루프를 기억하는게 아니라 그냥 전부 안나의 기억에 기반한거니까 따지고보면 정신승리인거잖아?
22.그러니까 유전인자를 제어해 조합해서 만들어낼수 있는, 신진대사까지 완벽히 가능한 인조인간을 '굳이' 당뇨를 가지고 있는 개체로 만들었다는거야?(2트)
합리와 이성과 냉철함의 결정체인 과학의 이름으로 처음부터 '요시! 우리아이의 챠밍포인트는 당뇨병!' 하고 작정하고 만들었다는거야?
제정신이야?
23. 아니 애초에 최소한의 인간집단을 만들거면 남성 유전자 13배수 여성유전자 48배수로 유전자풀 만들어서 번식시키거나
애초에 운석이 떨어지는걸 알고있었으면 떨어지기 훨씬 전에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실행해 필요인원을 대피시키고 우주측 쉘터와 시스템을 구축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지 떨어진 후에 실행해?
빡대가리야?
대충 이정도.
정리하자면
1.감독의 아이를 보는 관점이 상당히 기분나쁘다.
아무리 인조인간이라도 후반부 '아이의 데이터가 완성되었다'라고 하는거 보면 감독입장에서 보는 아이의 전형적인 특징을 자인의 행동으로 정리한 것 같은데,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뭔가 6살 치고도 공감능력이 떨어져보이고 지랄맞다보니 '아이는 지랄맞지만 사랑해야하는 존재'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쁨.
2.영화 초반부, 작위적인 상황과 주인공의 죄책감 트리거들이 지나치게 타이밍 좋게 터진다.
불행의 연속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지만 이게 3절 4절 뇌절까지 반복되니 위화감이 증폭되고, 주인공의 오지랖이 너무 심해 짜증을 유발한다.(전독시에서도 본 것 같은데.)
3.인조인간을 포함한 SF설정이 상당히 싸이코패스같다.
이건 위에 메모에도 적었지만 굳이 이모션 엔진을 만들지 않아도 감정 발생이 가능한, 안정성이 보증된 유전자풀을 버리고 인조인간으로 신인류를 뽑으려는것도 이해가 안가고,
계획을 굳이 상황이 터지고서 실행하는 것도 이상하고, 인조인간으로 자인을 만들때 인자 컨트롤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당뇨를 만든게 제일 싸이코패스 같음.
전반적으로 설정과 스토리를 같이 쓴게 아니라 상황을 만든다음 설정을 끼워넣듯이 변명거리로 만든것 같아서 위화감과 작위성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모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말하려고 했다는 것을 어찌어찌 납득시켰다는 점에선 그나마 전독시보다 낫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설정이나 전개의 작위성이나 위화감이 그것마저 묻어버려서 영 좋지 않은 결과물을 내버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장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SF를 변명거리로 삼지 않는 날은 언제쯤 올려나.
아무튼 결론은 별로였다는거지.
나무위키에 떠있다고 굳이 볼 필요까진 없으니 나중에 유튜브 요약본으로 보는걸 추천함.
굳이 모성과 대홍수, 희망에 관한 영화를 보고싶다면
올해 초에 개봉한 마할리아 벨로 감독의 영화 '끝, 새로운 시작'이 비슷한 주제라도 훨씬 괜찮게 다뤘으니 이걸 찾아보는걸 추천.
sf적 요소는 적고 잔잔하지만 훨씬 진하다.
다음엔 오세이사 한국판이나 보고와야지.
+꽤 길게 썼지만. 이게 올해 최악의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