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초등학교 때 였던 것 같다.
그즈음 난 성장기 아이들이 흔히 경험하 듯 귀신에게 쫓기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아직 기억나는 건 미이라 꿈이다. 맞다 이집트 미이라. 아마 tv나 비디오에서 봤을 미이라 영화를 보고 꾸었겠지.
보통 난 어딘지 알 수 없는 통로를 도망다니고 그 뒤를 미이라가 쫓아다니는... 그런 꿈이였다. 코스가 바뀌는 것도 같았지만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이라는 사실 그리 빠르지 않아서 적당히 도망다녀도 꿈을 깰 때까지 잡히지 않았다.
몇 번을 비슷한 꿈을 꾸었을까... 난 꿈 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걸 인지하고 쫓아다니는 미이라에게 말도 던지는 여유도 보였던 것 같다.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나고 미이라가 뭐라 대답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난 즐기고 있었다. 모험심 가득한 아이였던 그 시절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꿈에선 통로가 아닌 커다란 창이 달린 방?에 갇혀 있었고 미이라가 그 방으로 들어오면 도망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 때 흐릿한 유리 창 너머로 미이라의 형체가 나타났고 미이라는 유리 창을 치기 시작했다.
"쿵"
유리 창을 칠 때마다 큰 창은 떨리기 시작했다. 유리 창을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난 더욱 공포심에 사로 잡혀갔다.
"쿵. 쿵. 쿵"
균일하게 ... 그러나 꾸준히 요란한 소리로 떨리던 유리창은 어느 순간 결국 깨지고 말았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시뻘건 눈이 보이고 나를 확인하자 마자 남은 유리창을 깨며 방 안으로 미이라가 들어왔다.
공포심에 떨던 나는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꿈. ...
하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오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걱정하기엔 난 너무 어렸고 아침이 되면 너무나도 재밌는 일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다 얼마 후 다시 미이라 꿈을 꾸게 되었다.
그 방이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니 아니였던 것 같다. 창이 있던 방은 환하게 빛이 들어와서 밝았었지만
이 방은 어두웠다. 물론 빛이 없는 건 아니였다. 마치 영화에서 볼 듯한 옛날 등.. 우리나라 것이 아닌 외국 영화에서 손으로 들고 다니던
등불? 촛불이 있었다. 심지어 바람을 막아 주는 유리 커버도 있는 분위기 있는 등 이였다.
그래서 인지 어두웠지만 무섭지 않았고 심지어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방이였다.
벽을 보고 책상이 있었고 의자에 내가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오른쪽 옆을 보니 미이라가 평상시 칭칭 감고 다닌 붕대뿐만 아니라 옷을 쫙 빼입고
있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다른 무릎 위에 올리고 한 손으론 내 의자를 다른 한 손으론 책을 들어 아주 여유 있는 모습이였다.
그 모습은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미이라에게 물었다.
"그 동안 이럴려고 쫓아 온거야?"
생뚱 맞지만 난 그렇게 물어봤다.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리를 내리고 책을 덮으며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넥타이에 조끼, 쫙 빼입은 양복에 자켓만
벗은.... 패션은 전혀 몰랐지만 꽤나 고급진 모습이였다.
미이라가 말했다.
"이제 끝이야. 오늘로서 마지막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왠지 몰라도 난 그 모습이 따뜻하게 보였다.
"걱정 안 했어."
왠지 마지막이라는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안 그런 것 처럼 난 고개를 책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놀랍게도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번 같은 일이 또 일어날거야. 그 때도 걱정하지 마. 신경 쓰지 말고 자."
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이 건 꿈인데.. 마지막이라고 했으면서 또 일어난다니??
하지만 난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꿈은 거기서 끊겼고 내가 일어났을 땐 아침이였다.
그 이후였는지 확실하진 않다. 자주 꾸던 귀신 꿈은 정말 그 후로 꾸지 않게 되었다. 뭐 낭떠러지에서 떨어진다던지 하늘을 난다던지 하는 꿈들은 곧잘
있었지만 귀신 꿈은 더 이상 없었다. 아쉬운 맘은 있었지만 역시 뭘 하던 즐거운 시절. 아쉬운 맘도 잠시였다.
내가 살던 집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우리 집은 아파트 였다. 복도식 이였고 아주 낡은 아파트도 아니고 그 때 당시는 아마 지어진지 얼마 안되었을 때 였을거다.
내 방은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왼쪽에 있었고 내 방의 창은 복도 쪽으로 나아 있었고 창 쪽으로 다리를 두고 잤기에 누으면 창이 바로 보였었다.
또 복도쪽으로 나 있는 창이기에 유리는 불투명 유리였다. 그 뭐라 하는지 모르지만 약간 오돌도돌한 유리. 그래서 안에선 밖이 밖에선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있다면 형체만 보이는 정도?
어쨌던, 그 일은 정말 그러던 어느 날 일어났다.
그 날 밤은 우리 동네 전체가 민방위 훈련? 이였나 예비군 훈련이였나? 등화관제 훈련을 했었더랬다.
그래서 아파트 전체에 모든 불을 다 끄고 일찌감치 누워 있었다. 아래에서 경비아저씨들이 불을 끄라는 소리도 들리고 밝은 빛이 내 방 창을 왔다 갔다
하는게 보였다.
나는 가만히 그 불빛을 보고 있었는데 얼마간 봤을까... 갑자기 미이라가 창을 두드리던 꿈 생각이 퍼득 떠올랐다.
불빛이 왔다갔다 하면서 밝은 빛과 밤의 어둠이 교차되며 마치 미이라가 창을 두둘기던 모습이 연상 되었을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까? 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잠이 깨기 시작한 건 소리 때문이였다. 눈이 떠지며 자연히 창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밖에는 아직도 불빛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나고 있었다.
"쿵. 쿵"
무슨 소리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점점 잠이 깨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창 바깥쪽에서 밝은 빛의 중간 중간에 무언가가 내 방 창문을 치고 있었다.
"쿵. 쿵"
난 갑자기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창 바깥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빛이 지나가는 중간 중간에 보이는 형체는 손 같았다.
길다란 다섯 개의 형체와 그와 연결된 둥그렇고 넓적한 형체.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창을 때리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창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빨리 나기 시작했다. 난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일어나 부모님을 부르러 가야 하나 생각했다.
"쿵. 쿵. 쿵. 쿵. 쿵"
더 빠르게 창을 치면서 창이 깨질듯 흔들였을 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떨고 있던 몸을 일으키려던 그 때
내 귓가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걱정하지 마. 신경 쓰지 말고 자.."
갑자기 모든 것이 흐릿해 지며 난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에 부모님께 이야기했더니 그렇게 요란한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창을 두들겼던건 분명했던 것 같다. 복도 쪽 유리창에 희미하지만 검게 손바닥 자국이 나 있었으니까.
그 이후 다시는 그 목소리도 미이라도, 손바닥도 보거나 들은 적은 없다.
다만, 이 때의 일은 유년기의 아득한 기억 속에 한 페이지처럼 남아 있어서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경험] 미이라와의 아련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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