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카본'하는 데 그게 뭔지 간단히 알아보자
고성능 스포츠 카나 자동차 튜닝 기사를 읽다 보면 '카본'으로 차체나 바디패널을 제작했다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정확히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혹은 탄소섬유로 만든 다양한 복합재료를 부품 제작에 사용했다는 말이다.
리어스포일러, 내장재 등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이다. 탄소섬유로 짠 원단에 경화수지를 부은 다음 이를 굳히면 플라스틱처럼 단단해지는데 이게 CFRP다.
일반적으로 '카본'이라 부르는 것들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보통은 철보다 무게가 가볍고, 부식에 강하며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다. 일부 종류는 내열성과 탄성, 강도가 뛰어나 고급 스포츠 용품이나 항공기 제작에 많이 쓰인다.
이처럼 많은 장점 때문에 애초부터 궁극의 소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일정한 힘 이상이 가해지면 깨지는 단점도 있다. 제작 비용도 철이나 알루미늄 등에 비해 비싼 편이다.
탄소 섬유는 토마스 에디슨이 전구 발명을 위해 처음 사용했다. 대나무를 고온으로 가열해 얻은 탄소 섬유를 전구 필라멘트로 활용했다. 현재 사용되는 것은 '고탄소 섬유'로 1960년 영국 생화학자 '리차드 밀링턴'이 개발했다.
이후 카본은 무게 대비 훌륭한 강도와 내열성을 인정받아 비행기 제조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국 국방성과 롤스로이스 등은 다양한 비행기 부품을 직접 카본으로 생산했고 엔진 제작에도 카본을 도입해 경량화를 꾀했다.
1981년 맥라렌은 포뮬러 1 경주용 차 MP4/1 제작에 카본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여러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차량 생산에 카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싼 제작 비용으로 인해 처음에는 고성능 슈퍼카를 위주로 사용됐지만 점차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소형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에 사용되고 있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탄소섬유를 진공, 고온에서 태워 '탄소 실(탄소 필라멘트)'를 만든다. 이 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직조해 탄소섬유원단을 제작한다.
여기에 에폭시 등 합성수지를 붓고, 고압-고열로 가공하면 비로소 높은 강도를 지닌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완성된다. 견뎌야 할 힘의 특성에 따라 섬유가 더 촘촘하게 짜여져야 하며, 더 큰 힘을 견디게 하려면 더 많은 탄소섬유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카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둑판무늬는 실 가닥수가 많을수록 선명해진다. 무늬가 없는 'UD' 탄소 시트도 있다. UD 시트는 한쪽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을 가장 많이 견딜 수 있지만 측면 강성은 대단히 약하다.
여러가지 장점 덕에 굳건히 지켜온 카본이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탄소섬유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본은 한번 파손되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친환경이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코드에는 상당히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특수합성수지를 이용해 카본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비트리머(vitrimer)'로 불리는 에폭시의 일종이 특정 카본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다는게 밝혀져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구를 맡은 미국 조지아텍 대학교 '제리 퀴(Jerry Qi)' 박사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매년 낭비되는 카본 수천 톤이 앞으로 간단한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면 환경 보호 및 경제적인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카본은 여전히 고성능 자동차 제작에 가장 적합한 소재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카본 격자무늬를 보며 가슴 설레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있는 한 카본은 쉽게 그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