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관련 이야기가 있으므로 특정 종교 분들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조용히 나가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클리앙에 먼저 작성하고 이곳에도 올립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2020년 12월의 어느날, 휴가를 쓰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집사람과 싸우는 바람에 집에 있기도 뭐하고 차라리 출근을 할까 하던 순간,
아파트 엘레베이터 광고에 뜬 용인시의 홍보 방송 중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 라는 성지순례 코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성지를 돌아보는 이벤트로, 5곳의 성지를 방문하여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품(성지 5곳 중 1곳의 마그넷)을 주는 방식입니다.
냉담 15여년차 이긴 하지만 엄연한 천주교 신자이기에, 또 무거운 분위기의 집을 탈출하고자... 아니아니 성지순례를 통해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뜻깊은 휴가를 보내고자 마음 먹고 집을 나섭니다.
집이 죽전이기에 가장 가까운 손골성지(동천동)을 들렀다가, 가장 먼 미리내성지(안성)을 찍고 돌아와서 나머지를 들르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성지를 방문하면 앱에 자동으로 스탬프가 찍히는 형태입니다.
성지에 가서 앱을 실행하면 됩니다.
GPS를 이용하는 방식인 듯 한데, 다른곳은 괜찮았는데 미리내성지가 안찍혀서 김대건신부님 묘지를 갔다가 중간까지 돌아왔다가 앱에 스탬프가 안찍혀서 다시 올라갔다가 고생했습니다 ㅠㅠ
(끝까지 안찍혔는데 다음 성지 가니 그제서야 찍혀있더군요.)
실제 스탬프를 찍어 보관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각 성지의 저런 성소함 같은 곳을 열어보면 스탬프를 찍기 위한 용지와 스탬프가 같이 보관 되어 있습니다. 예쁘게 각 맞춰 찍어보세요.
1) 손골성지
동천동 끝자락에 있는데 길이 좀 험난합니다. 자차 아니면 가기 힘들 듯 합니다.
박해를 피해 숨어든 외국인 선교자가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장소라 합니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도리 헨리꼬 성인과 오메르트르 베드로 성인을 기념하고 있고, 그 분들의 동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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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리내성지
가장 유명한 천주교 성지 중 하나이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성지입니다.
용인에 없지만(안성에 위치) 그래서인지 이번 코스에는 포함 되어 있습니다. (없으면 더 이상할듯;;;;)
미리내는 아시다시피 은하수의 우리말이고, 박해를 피해 이곳에 모여살던 신자들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마치 은하수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된지 어언 35년 되었는데 이제 첨 알았습니다;;;; 성지순례 하기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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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초골공소
고초골공소는 수원교구(말이 수원이지 경기 남부 대부분) 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공소라 합니다.
근대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소는 신부님이 상주하지 않는 성당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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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은이성지
김대건 신부님께서 세례를 받고 신학생이 된 장소입니다.
또한 사제 서품을 받은 신부님의 첫 사목지가 바로 이곳 은이 공소이고, 순교하기 전 공식적인 마지막 미사를 드린 곳도 이곳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 신부님께서 사제 서품을 받았던 상해 김가향 성당을 이 은이성지 위치에 2016년에 복원하여 건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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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골베마실성지
김대건 신부님이 유년기를 보낸 곳입니다.
네비를 찍으니 양지리조트 안으로 안내해서 이상했는데, 양지리조트 골프장 바로 옆에 위치하네요.... 세상에....
골베마실성지는 은이성지에서 관리하고, 여기 관리실에서 정문 자물쇠 비밀번호를 받아서 직접 열고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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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군데 성지를 다 방문한 뒤, 용인 시내에 있는 머뭄 카페에서 기념품을 받으면 됩니다.
하필 이날 5일장인 김량장이 열리는 날이라 매우 붐비는 곳을 뚫고 겨우 주차하고 갔는데... 코로나로 문을 닫았네요 ;ㅁ;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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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 어느 주말....
역시나 이날도 마눌님과 다투고 집에있기 불편하여 드라이브나 갈까 하던 찰나,
기념품 배포처가 임시로 용인시청 안에 있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으로 변경 되었다는 공지를 보게 됩니다.
집에서도 안멀고, 주차도 편하기에 바로 달려갑니다.
절대로 마눌님과 싸워서 기분이 안좋아서가 아닙니다.
크고 아름다운 용인시청입니다.
결혼 전에 7년, 최근에 이사와서 3년, 도합 10년 살며 처음 온 용인시청입니다 ;;;;;
분당 15년 살면서도 성남시청에 간거는 손 꼽은 듯 하니 뭐...
시청 본건물에 주차하고 길을 따라 내려오면 구석에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이 있습니다.
여사님 세분이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시며, 원래는 완주하면 마그넷 1개만 주지만, 얼마 전부터 바뀌어서 5개 세트를 준다고 저보다 더 기뻐하시네요. 고마워라....(기사를 보니 6월 14일 부터 네요. 오오 운발)
명함지갑과 마그넷 중 어느걸 가져갈거냐 하시는데 당근 마그넷 ㅎㅎㅎㅎㅎㅎ
너무 이뻐서 회사에 가져와 붙여뒀습니다.
어쩌다보니 6개월에 걸친 성지순례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성지들이 가을에 오면 정말 이쁠 듯 한데, 겨울에 와서 좀 쓸쓸해 보입니다.
사람이 많지 않는 특성상, 코로나 시기에 가족 단위로 나들이 하기도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천주교 신자라면 의미 부여 하기에도 좋구요...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하반기때는 용인의 문화유적지 투어를 스탬프 투어 형태로 한다 합니다.
용인시민이라면 아이들 데리고 돌아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얼마 전 둘째놈 학교 숙제로 정몽주선생 묘지를 방문했습니다. 카페 주차장인줄 알았던 곳이 묘지 주차장이었음;;;;
와 마그넷 진짜 예쁘네요 형제님.
네네 사진으로 보는거보다 실물이 더 이쁘더라구요 ^^ 기회 되신다면 받아 보심도 좋을 듯 합니다~ 반나절 코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