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모래와 새 에서 이어지는 페루 여행기 두 번째!
나스카 - 와카치나 - 파라카스로 이어지는 이카 지방을 마무리하고 쿠스코로 갑니다.
파라카스에서 쿠스코로 직행하면 좋겠지만 800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도 거리인데다 페루
산간 지역의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하기에 버스로 약 17시간이라는 엄청난 이동이 되므로
시간이 가장 아까운 아시아 여행객은 리마로 돌아가 비행기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이건만, 리마는 벌써 두 번째인데 스쳐지나가기만 하는군요. ^^;
비행기의 창가 자리에 앉아 졸다 깨어보니 구름 평원 위로 뭐가 삐죽삐죽 솟은게 보입니다.
음냐... 히말라야에 밀려 콩라인 처지긴 해도 안데스의 이름이 그냥 얻어진건 아니라는 게죠.
구름 위로 저 정도 올라왔으면 대충 해발 6천 미터 언저리는 될 듯;;;
저런 어마어마한 산들이 이어지다 갑자기 평탄한 고원이 나타나면서 쿠스코에 도착했습니다.
쿠스코 자체가 해발 3,300 미터의 고원 도시이기에 제가 태어나서 가장 높이 올라온 셈인데
어떤 사람들은 고산병으로 고생한다지만 그래도 뭐 별일 있겠어, 아무 이상 없구만 했더니
택시에서 내려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찰나 숨이 턱! -ㅁ-;;;; 바로 약 챙겨먹었습니다.
볼거리 가득한 쿠스코 시내는 일단 미뤄두고, 일정상 바깥 동네부터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쿠스코 북서부 우루밤바 강 일대의 '신성한 계곡(Valle Sagrado de los Incas)'이란 곳인데
잉카 시절 수도 부근이다보니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유적들이 남아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마추 픽추를 가는 길목이기에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적당한 이름이 붙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적지가 다수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마추 픽추로 가는 길에 몇 군데 둘러보는 정도죠.
제일 먼저 자동차가 멈춘 곳은 쿠스코에서 가까운 마을 친체로(Chinchero)입니다.
쿠스코보다도 지대가 높아 대략 해발 3,800 미터! 계단 하나 오르는게 한 층 오르는 것 같아!!
친체로의 역사는 기원 전으로 거슬러올라가고, 현재의 모습은 15세기 후반 잉카 황제였던
투팍 잉카 유판키(Tupac Inca Yupanqui)가 개인 별장을 만들면서 갖춰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16세기 프란시스코 피사로를 필두로 스페인이 침략하였을 때 괴뢰 황제로 세워졌던
망코 잉카 유판키(Manco Inca Yupanqui)가 저항 운동을 시작한 곳이기도 한다는군요.
경사지에 만들어진 마을 위에는 너른 광장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장터로 이용됩니다.
친체로 지역 자체가 염색품과 공예품의 산지로 알려져있기도 하구요.
크지 않은 마을에 이렇게 넓은 공터가 그냥 만들어졌을 리는 만무하니...
필시 잉카 황제의 별장 혹은 별궁이 있었던 바로 그 장소겠죠.
그리고 스페인의 침략 및 점령과 함께 이곳에도 십자가가 세워지고...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을 본 건물은 허물어져 성당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은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흑역사가 있는 관계로 이슬람 축출(레콩키스타) 이후
강경한 원리주의로 돌아가 구교 세력의 중심이 되었다는건 재작년 현지에서 확인했지만
신대륙 식민지에서 그들이 행한 것들을 보면... 저도 일단 가톨릭 신자지만 참;;;
성당 뒤편으로는 스페인이 채 없애지 못한 토대들이 과거 잉카의 영광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부수고 남아 500년을 버틴게 이 정도면 확실히 별궁(혹은 별장)의 규모는 대단했겠네요.
그 아래엔 아마도 경작지로 보이는 자리들이 복원되어 있구요.
친체로를 떠나는 마을 어귀 높은 곳에 전망대가 있어 잠시 멈추었습니다.
저~아래 보이는게 우루밤바(Urubamba) 강을 낀 우루밤바 마을이며 구름에 살짝 가려진
봉우리가 부근에서 가장 높은 치콘(Chicon) 산입니다. 가까운 동네 뒷산이 해발 5,530 미터!
그리고 왼쪽으로 눈을 살짝 돌리면 해발 3천 미터는 기본으로 찍는, 쿠스코까지 이어지는
고원 지대의 끝자락이 보입니다. 이렇게 직접 보고나니 과거 잉카가 왜 해안 저지대가 아닌
높은 산악 지대에 터를 잡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는군요. 나스카와 파라카스에서 보았던
사막화된 불모지와 높긴 해도 기온이 적당하고 경작이 가능한 고원의 가치 차이는 엄청나겠죠.
그렇게 멀리서 보았던 고원, 마라스(Maras) 지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달리다보니 골짜기 아래로 뭔가 하얀 것들이 보이네요?
마치 강바닥에 들러붙은 크고 하얀 따개비같은, 환공포증이 있다면 꽤 무서울것 같은 이곳은
잉카 시대 이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있는 마라스 염전(Salineras de Maras)입니다.
국내엔 살리네라스 염전으로 알려졌는데 'Salineras'가 스페인어로 소금 광산이란 뜻이죠. ^^;
여느 높은 세계구급 산맥들과 마찬가지로 안데스 산맥 역시 솟아오르기 전에는 해저였고,
그렇기에 지층 어딘가 굳어버린 암염이 지하수에 녹아 흘러나오는걸 옛날 누군가가 발견하고
물이 순차적으로 흐르는 수백 개의 계단식 못을 만들어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비슷한 크기의 못들이 가파른 경사지에 얽히고 섥히며 늘어진 광경이
대단히 장관입니다만 직접 들어가볼 수는 없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어가서
걸어보거나 심지어 만들어지는 소금을 직접 만져보았다는 이야기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오염 문제가 대두되어 선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게 되었다네요;
염전에 이은 마라스 지방의 명소 두 번째! 는 모라이(Moray) 입니다.
고원 지대의 움푹 파인 지형에 마치 로마-그리스의 원형 극장처럼 여러 층이 나 있습니다.
다만 유럽의 원형 극장은 사실 반원형인데 반해 이곳은 완전한 원형이라는게 다르죠.
연구에 따르면 잉카 시대에 만들어진 작물 시험 재배지 및 연구소라는게 정설이라 캅니다.
지역 특성상 각 단마다 온도와 습도가 다르다나요. 일설에 따르면 무려 최대 15도까지!?
직접 내려가보니 위에서 보는 것보다 꽤 크군요. 다만 온도 차이가 느껴지냐면.. 글쎄올시다?
하늘에 제를 바치는 장소였다던가 천문을 관측하는 장소였다던가 하는 이설도 있는 듯.
이제 마라스 고원 지대도 우루밤바 강변 저지대(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도 끝나고
강을 따라 계곡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잠시 가다 기사분이 위를 보라기에 고개를 들었더니 이런게 있네요. 뭐? 캡슐 호텔??
승강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숙박을 하려면 2시간짜리 400미터 암벽 등반을 해야 한다고???
과연 장사가 잘 될까, 누가 저런데 묵을까 싶지만 일단 존중은 취향합시다.
그리고 다시 길을 달려 마지막 경유지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에 이르렀습니다.
오얀타이탐보는 앞서 친체로의 별궁을 지었던 투팍 잉카 유판키의 아버지,
즉 잉카의 9대 황제이자 제국을 확립한 파차쿠티(Pachacuti)가 정복하고 세운 도시입니다.
파괴된 뒤 화려하게 재건되어 우루밤바 지역의 중심지가 된 오얀타이탐보는 약 100년 뒤
역시 친체로에서 언급되었던 망코 잉카 유판키가 일으킨 반 스페인 항전의 중심지가 되었죠.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이 거대한 유적지는 흔히 요새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사원이었다고 합니다...마는 이 위에서 버티면 치고 올라가는건 통 쉽지 않겠네요.
물론 스페인 점령 시절 많이 파괴되었지만 지금은 복원을 거쳐 대규모 유적지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페루에서 본 원주민 주거 시설로는 최대급? 아 뒤에 나올 '그곳'을 제외하면요.
도중에 몇 번이나 쉬어가며 거대한 계단들을 오릅니다.
올라보니 꼭대기까지 또 뭐가 있고 옆으로도 길을 따라 부속 건물들이 이어지고 하는데...
아 몰라~ 하루종일 오르락 내리락 이젠 지쳤어~
이곳이 태양신을 모시는 사원이었다는 증거가 되는, 여섯 개의 모노리스로 이루어진
거대 석벽입니다. 사원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이 거대한 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네요.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얀타이탐보 시가지. 맞은편 산 중턱에도 뭔가 큰 유적이 있군요;
뒤까지 돌지는 못하고 중간쯤에서 내려오니 작은 연못과 함께 물이 흐르는 곳이 있네요.
잉카 시대의 수로가 살아있는 건가? 정말??
이제 오얀타이탐보 시내를 잠시 본 뒤 기차역으로 갑니다.
왜냐면 오얀타이탐보부터 마추 픽추까지는 기차 외에 교통 수단이 없거든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육로가 폐쇄되었기에, 열려있다 한들 형편 좋을 리도 없겠지만,
열차를 타던가 혹은 기찻길을 따라 38 킬로미터 트레킹(...)을 하던가 외 선택지가 없습니다.
철길은 뒤로도 쿠스코까지 연결되어 있으므로 거기서부터 한방에 타고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간은 아끼지만 대신 무진장 비싸죠.
제가 타는 열차는 잉카 레일의 보이저 호라네요. 이름이 마음에 드는걸?
유럽에서 만들어 가져왔다는 열차는 제작된지 오래되어 보이지만 당시에 꽤 고급이었는지
대체로 호사스럽고 시트도 안락합니다. 가는 중간에는 음료와 과자도 제공되구요.
페루 레일의 고급 열차는 정말 호화스럽다는데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다른 열차에는 없는, 지붕 쪽의 창이 난 이유는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거대한 산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싶더니 나중엔 정말 거인들 발 밑을 기어가는 느낌;;;
열차 지붕의 창문이 아니라면 산인지 하늘인지도 확인할 수 없을 지경~
그나저나 옆자리가, 분명 둘씩 와서 처음 만난 것일텐데, 어떻게 한 순간도 쉼 없이 떠드는지
귀에서 피가 난다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짐 줄인다고 이어폰도 두고 왔구만..ㅠㅠ
이렇게 청각 고문을 버텨낸 끝에 기차는 종점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추 픽추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그 아래의 마을을 거쳐야 합니다. 우루밤바 강과 두 지류가
합쳐지는 자리의, 인구가 5천 명이 채 안되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 입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라 별로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죠.
마을의 가장 큰 거리는 우루밤바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강(이라기보다 천)
좌우로 펼쳐져 있습니다. 보다시피 경사는 살벌하구요.
숙소로 가는 도중 천변에 작은 공원이 보여 들렀더니 역대 잉카 황제들의 상이 있더라구요.
마을 자체가 마추 픽추로 가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관광업으로 유지되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놓여있는 잉카와 관련된 기념물들의 숫자는 왕도 쿠스코를 훨씬 능가하는 듯?
혹시나 싶어 공원 근처를 둘러보았더니 웬걸, 없으리라 생각했던 이 사람의 상도 있네요.
스페인 세력과의 첫 조우에서 사로잡혀 이용당하다 처형된 잉카 제국의 사실상 마지막 황제
아타우알파(Atahualpa)입니다. 현지에서는 이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축구에 살고죽는 남미 아니랄까봐 숙소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역시나 잉카의 상징물들로
장식된 축구장에는 늦은 시간에도 경기를 뛰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아니 비교적 낮다곤 해도
이 산 속에서 축구라니, 이러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남미 고원 국가들에 오면 맥을 못추지;;
페루의 건물들은 대부분 창문에 새시같은거 없이 그냥 유리판을 그대로 홈에 끼워넣는 식이라
단열이나 방음을 기대할 수 없다 해도 밤사이 유독 잠을 이루기 어려울만큼 시끄럽다 했더니
숙소 바로 앞이 작은 광장이었네요. 잉카의 신수 중 하나인 퓨마의 상으로 장식된 이곳은...
아마우타 광장(Plaza del Amauta)이라고. 아마우타는 '현명한 자'라는 뜻의 케추아어로
잉카 제국에서는 주로 귀족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스승을 지칭했다 합니다.
...근데 어째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가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은 포스가--;;
해가 뜬 마을의 모습은 어젯밤 조명을 받은 모습과 사뭇 다르군요.
곳곳에 놓여진 잉카 황제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면 재미있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으니...
이미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섰기 때문입니다. -,.-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부터 마추 픽추까지 대부분의 관광객은 버스로 이동합니다.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보다시피 가파른 산 하나를 갈짓자로 올라가는 길이기에..;;
물론 트레커를 위한 계단도 조성되어 있지만, 음, 굳이 제 발로 올라가고 싶다면야 뭐~
가파른 경사 위로 용케 길을 냈다 싶은 산길을 머리가 대략 멍해질만큼 왕복하다보면
드디어 저 앞에 뭔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입구는 미어터지구요~
입구로부터 적잖이 걸어야 할 줄 알았더니 들어서자마자 거의 곧바로 유적이 시작되는군요.
'망지기의 집(Casas de los Guardianes)'이라 일컬어지는 작은 건물을 돌아 올라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마추 픽추의 전경에 다들 탄성을 지릅니다.
그 첫 번째 포인트에서 다들 사진을 찍겠다고 길게 줄을 서있었는데... (사진 오른쪽 아래)
보다시피 농경을 위해 계단식으로 조성된 지역이라 촬영 포인트는 그 위로도 계속 나오고
심지어 위로 올라갈수록 더 전망이 좋으니 괜히 줄 서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제가 두 번 다시 여기에 올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무슨 소용이람. ㅠㅠ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라는 뜻의 마추 픽추(Machu Picchu)라는 이름은 아마도
일대의 산들 중에서 도시 하나가 올라갈만큼(...) 낮고 평평한 편이기에 붙었지 싶습니다.
해발 고도도 오히려 쿠스코보다 낮은 고작(?) 2,430 미터.
도시의 거주구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녹지에 의해 크게 둘로 양분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서쪽은 각종 신전과 귀족들의 거처가 있었던 걸로 보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동쪽은 하층민들의 집과 창고들이 있었던 걸로 여겨진다는군요.
제가 서있는 반대편 북쪽으로는 메인 광장과 피라미드 등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높이 솟은게 '젊은 봉우리'라는 뜻의 와이나 픽추(Huayna Picchu).
저 위에서 마추 픽추를 내려보는 풍경이 기막히다는데.. 일일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건
둘째치고 일행이 고산병에 시달리고 있기도 해서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네요.
마지막으로 주거 지역을 둘러싸고있는 계단식 경작지들.
기분 좋게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밭일 하다 발 한 번 헛디디면 저승 직행이야~!?
일단 전망이 좋으니 패닝 한 번 돌리고~
마추 픽추는 전날 보았던 오얀타이탐보와 마찬가지로 15세기 잉카 제국의 황제였던
파차쿠티(Pachacuti)와 그의 아들 투팍 잉카 유판키(Tupac Inca Yupanqui) 대에
건설되었다는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둘이 잉카의 건축왕? 벌써 몇 번째냐~)
약 80년간 도시로 기능하다 스페인의 침략이 이루어지면서 일설에는 버리고 도망쳤다고도,
또 다른 일설에는 스페인인들과 함께 구대륙에서 건너온 천연두에 의해 멸망했다고도 하죠.
도시 자체의 경작지만으로는 천 명 전후로 예상되는 인구를 먹여살리기엔 역부족이었으니
타 지역으로부터 고립된 채로 유지될 수 없었다는건 매한가지이긴 합니다만.
원주민들을 통해 스페인 정복자들에게도 산 위에 있는 공중 도시에 대한 정보가 들어갔으나
스페인인들은 험한 산 위에 직접 올라가보기가 귀찮았던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덕분에 이 곳은 300년이 넘도록 사람들에게 잊혀진 채 온전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1911년 잉카의 황금 도시를 찾던 미국인 탐험가 히람 빙엄(Hiram Bingham)에 의해
재발견되어 국제적인 명소로 부각되게 됩니다. 다만 빙엄 자신도 처음에 그렇게 믿었던 것처럼
이 도시가 잉카 최후의 항전지 빌카밤바(Vilkabamba)로 오인되는 일이 아직도 빈번하다네요.
빌카밤바는 서쪽으로 한참 더 들어간 더 깊고 더 외진 곳에 있다고.
높은 곳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추천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신성한 광장과 피라미드부터 만나게 됩니다.
광장의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마도 가장 주된 역할을 했을 신전.
느리긴 하지만 잉카의 건축물로는 드물게 지반 침하에 따른 붕괴가 진행되고 있군요.
광장 동쪽의 세 개 창문의 신전.
어깨 너머로 엿들은 외국인 가이드 말로는 앞에 세워진 돌이 해시계 역할을 했다는데...
이 신전도 원래는 짚 지붕이 덮였을텐데? 그럼 그림자가 지지 않을텐데? ...모르겠습니다.
피라미드에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광장으로 내려오면서 건너온 부분이 채석장이었던 듯.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마추 픽추 전체가 커다란 화강암 채석장이었다고도 합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인티와타나(Intihuatana)가 있습니다.
케추아어로 '태양이 묶여있는 기둥'이라는 뜻이 되는 인티와타나는 잉카 태양 신앙의 상징으로
각 면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가리키며 그 그림자로 시간 또는 계절을 파악했다고 하죠.
주요 도시마다 최소 하나씩 있었을테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스페인 점령 시기에 모두 파괴되어
현존하는 극소수의 인티와타나 중 하나가 이 마추 픽추에 남아있습니다.
2000년 맥주 광고를 찍다가 카메라 크레인이 스치며 모퉁이를 깨먹어 큰 소송이 걸렸었다나~
피라미드에서 광장 쪽을 내려다보면 그저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지만...
반대쪽은 살벌하기가 아주;;; 잉카 사람들의 노동 환경에는 정말 문제가 많았군요~
이렇게 중앙 광장(Plaza principal)을 건너오면...
도시의 북쪽 끝에서 커다랗고 평평한 신성한 바위(Roca Sagrada)를 만나게 되고,
이 왼쪽으로 와이나 픽추로 올라간는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정신없이 사진을 찍던 저는 고산병에 역시 정신이 없던 일행을 놓치는 바람에;;;
일행을 찾아 작은 집들이 밀집한 주거 지역의 미로를 헤집고 다니다...
태양 신전, 콘도르 신전이 있는 구역은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그 와중 광장 끄트머리에 유독 높은 나무가 한 그루 있네? 무슨 의미가 있을 것도 같은데??
아마도 하층민들이 살았을 가장 낮은 구역을 지나...
답답하고 속타는 내 마음을 한가로이 풀을 뜯는 라마가 알 리는 없겠지;;;
마지막의 창고 부근에서도 찾지 못해 혹시 먼저 나갔나 싶어 출구 언저리까지 나가보았다가
그쪽에도 없어 다시 돌아갈랬더니 출구 관리자가 '헤이 아미고~ 너 다시 못들어가 어쩌구~'
정도의 뜻으로 짐작되는 스페인어를 쏼라쏼라! 아니 난 나간게 아니라~ 말이 통해야 말이지!!
그래서 어렵게 온 마추 픽추 후반부는 이렇게 망했습니다. ㅠㅠ
30분쯤 뒤 역시 찾다 지쳐 나온 일행과 만나 한바탕 옥신각신한 뒤에 다시 버스로 내려온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이제보니 버스 승하차장 근처에 세 동물(콘도르, 퓨마, 뱀)과 함께한
잉카 황제상이 있었군요. 딱히 이름이나 특징이 없는걸 보아 특정 인물이 아닌 상징물인듯.
상으로부터 골목 하나 안쪽으로 들어간 광장은 잉카의 건국 시조의 이름을 딴
망코 카팍 광장(Plaza Manco Cápac)인데 정작 중앙에 놓여진 상은 파차쿠티;;
아니 뭐 마추 픽추를 건설한 장본인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럼 광장 이름은 또 왜;;;
뒤로 천주교 성당이 보이는게 살짝 아이러니하네요.
이제 철로로 내려와 기차를 타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갑니다.
후아... 이 여행기 제대로 끝까지 가기는 하려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아져서 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거리와 그에 따른 시간, 비용만 극복하면 되는데... 사실 항상 그게 문제긴 하죠. -ㅁ- 독일 뮤지션 쿠스코는 잉카 유적지를 여행하다 음악적 영감을 받아 그 이름을 붙였다네요. ^^
와 마추피추. 어릴 때 책에서 보고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부럽네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니 어릴때 가고싶었던 곳들 하나씩 다니는게 낙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벌어야죠. ㅠㅠ
사진 너무 잘봤습니다. 사진만으로도 굉장한데 실제로는 어떤 느낌일지 감도 안옵니다. 쉽게 갈 수 있다면 꼭 가보고싶은데.. 글쓴이님 사진으로 대리만족 해야겠네요. 쿠스코는 쿠스코음악의 그 쿠스코인가보네요 ㅎㅎ
최근에는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아져서 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거리와 그에 따른 시간, 비용만 극복하면 되는데... 사실 항상 그게 문제긴 하죠. -ㅁ- 독일 뮤지션 쿠스코는 잉카 유적지를 여행하다 음악적 영감을 받아 그 이름을 붙였다네요. ^^
와 마추픽추.. 진짜 가보고 싶은곳인데 죽기전에 가볼수 있으련지..
나중에 후회 마시고 할 수 있을때 지르시면 편합니다!?
저도 가고 싶은데 혼자 배낭여행이신거죠?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영어는 둘째치고 스페인어를 조금 하실줄 아는지?
스페인어는 숫자와 중요한 단어 몇 개만 외우고 갔습니다만 엉컥뜨억님 말씀대로 우리말 아는 사람도 있고 손짓 발짓 섞으면 대체로 다 통하더랍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엉컥뜨억
커억 어쩌다 50방이나;; 전 건기에 가서 그런지 벌레 걱정은 안하고 다녔네요.
귀한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호텔 티비에 자주나오더라구요 이색호텔로 ㅋ
아 방송도 왕왕 타나보군요~ 전 처음봐서 뭔가 했습니다. ^^
일행과 같이 다니는 것도 혼자 다니는 것도 서로 다른 재미가 있지만 때론 힘들기도 하지요 간만에 차근 차근 읽어봤습니다. 저도 가보긴 해야할텐데...
전 혼자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말도 잘 안통하는 이런 먼 곳이라면, 음, 마음 잘 맞는 일행이 나을것 같네요. ^^
우오 보는것만으로 같이 갔다 온거 같네요 ㅋㅋ 추천
사진도 말도 너무 많아서;; 좀 줄이고 싶은데 하나하나 이유가 있다보니;;; 그래도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화창할때 보니 정말 장관이네요. 제가 갔었을땐 마침 구름이 잔뜩 끼는 바람에 전체적인 풍경을 보기가 어려웠었어요. 대신 뭔가 정말 고대의 신비를 담은것같은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죠. 그때(2011년경) 한창 입장료를 대폭 인상해서 관광객 입장을 조절한다고 들은것 같은데 입장료는 어떠셨는지...?
음 정말 일장일단이 있겠네요. 구름이 살짝 낀게 분위기는 더 좋을지도? 전 이번에 날씨운이 따라줘서..^^ 현재 입장료는 마추픽추만 150솔 조금 넘었나 그랬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가기까지 기차에 버스에;;; 도시간 움직이는데 들어간 비행기까지 포함해서, 이동 경비를 이렇게 많이 쓴 여행은 처음이었네요.
귀중한 사진 감사합니다.
잘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와우~ 잘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음식에도 호기심이 많아서 여행기가 끝나면 음식사진들도 음갤에라도 작성해주시면 좋겠군요..
이동하고 입장하고 하는데 예산이 거덜나서 사실 먹는건 대충 때우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몇 번 현지식이라고 먹은건 사이사이 넣으려구요. ^^
와 멋지네요 ㅎㅎ 가보고 싶지만... 돈과 시간 ㅠㅠ
그쵸. 돈과 시간 ㅠㅠ 몇 년 후 또 어딘가 가보려면 또 열심히 벌어야...
포스팅 고마워요! 덕분에 오래 전 기억들이 되살아났어요 ^^ 와이나픽추는 안 올라 가셨나요? 죽을만큼 힘들엇지만 정상에 서니 너무 너무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