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일하는 분야는 어느 정도 방사능 쪽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쪽 공부하다가 후쿠시마 이전 일본 핵사고 중 최악이었던 도카이 촌 임계사고도 같이 공부했죠.
83일 한국어판을 도서관에서 읽고, 원판을 아마존에서 사서 일본어 공부하는 겸해서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발발 당시에 한국에도 알려진 사고라고 하는데요, 1999년 사고이니 이걸 직접 뉴스로 보신 분들은 지금 최소 40-50대시겠군요.
글로만 읽어도 끔찍하던데, 책에 동봉된 사진이나 나무위키에서 볼 수 있던 시노하라 씨 투병 사진은 정말 참혹했습니다.
JCO 건물을 찾지는 못했지만, 도카이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 원자력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이곳 별관에서 임계사고 당시 문제의 핵연로 처리기를 모형화해서 전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출장 다녀오는 김에 큰맘 먹고 다녀왔죠. (어차피 출장비는 내 돈 아니니까...)
도카이 촌에 가시려면, 도쿄 시나가와에서 특급 열차인 히타치나 토키와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달려 미토 역까지 간 후, 보통 열차로 환승해야 합니다.
가 보면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원전 하나 지어진 느낌입니다
도카이 역에서 내려서 원자력 박물관이나 원전으로 가려면 많이 걸어야 합니다. 버스가 있기는 한데 좀 뜨문히 오더라구요.
견학료 무료라고 써 있는 팻말 위에 아인슈타인 선생님이 마중나와 계십니다.
입구의 팻말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려 했던 거 같아요.
전에 스와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일본 박물관에서는 이렇게 과학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오는 것을 대비해서, 한자에 일일히 후리가나를 달아놓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원자핵의 구조와 거기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종류를 간단한 그림으로 만든 것입니다.
원래 그레이와 시버트는 모두 단위 질량의 물질에 얼마만큼의 입자선 에너지가 들어오는가라, J/kg (킬로그램 당 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방사선이 도달하면 시버트라 하고, 사람이 아닌 물질에 방사선이 도달하면 그레이라고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람이 맞고 바로 죽을 수 있는 10 Sv 정도의 방사선을 굳이 비유를 한다고 하면, 70kg 정도의 평범한 체격을 가진 성인 남성이 700 J, 대략 라이플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이건 제가 총기의 에너지를 잘 몰라서 대충 어림셈) 무수히 많은 바늘에 온 몸의 세포와 DNA가 난도질 당해서 죽는 상황과 같다고 봐야 합니다.
아마 피해자 분들 중 가장 많은 방사능을 쬐신 오우치 씨의 경우 피폭량이 15 Sv 라고 알고 있는데, 이 정도면 정말 현실 소총에 맞고 죽는 게 차라리 나았을 끔찍한 고통을 83일 동안 받다가 돌아가신 상황이네요. _()_ 실제로 책을 보면 이렇게 DNA가 파괴되는 바람에, 설계도를 잃은 오우치 씨의 몸은 아무리 수혈이나 세포이식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아이들을 위해, 주기율표 모형을 만들어놓고 카드를 뒤집으면 간단한 설명문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제어봉 체험 게임. 여러분은 저처럼 제어봉을 설계하면 안 됩니다. 폭발 나요.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하나같이 '이왜진'을 부르짖으며 폭소했습니다.
이건 이온가속기를 모형화한 장난감인데, 안타깝게도 고장이 났던 모양입니다.
자기장의 변화가 전기장을 생성하고, 그렇게 생성된 전기장을 통해 전하를 가진 입자들을 더 높은 에너지까지 가속시킵니다.
코일의 색이 하나씩 다른 이유는, 이 과정에서 입자들이 퍼지면 빔의 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걸어주어 빔을 다시 모아주기 위해서입니다.
과학관 본관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친근한 장난감들이 많았지만, 별관에는 서글픈 어른들의 실책과 참사, 그리고 반성이 들어 있었습니다.
영상을 요약하자면, 재처리용 우라늄을 조금씩 투여해야 한다는 원래 규정을 어기고 작업을 하다가 임계질량을 한참 넘었음에도 작업자들이 인식하지 못했고 이 탓에 임계사고가 발생해서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뿜어져나왔던 겁니다.
피해자 두 분은 일선에서 제대로 된 안전수칙을 하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된 규정에 따라 일을 하다 변을 당하신 거고요.
그리고 이렇게 퍼진 방사능이 도카이 촌 전체에 퍼져서, 주변에 있는 지자체의 장들까지 책임을 물어야 했던 과정들이 도표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별관에 들어가면 이렇게 문제의 재처리 용기를 레플리카로 만들어서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참 아팠습니다.
제대로 된 규정이 내려졌다면, 그리고 지켜졌다면 오우치 씨와 시노하라 씨는 안 돌아가셨을 겁니다.
비록 원자력은 막대한 이익을 우리에게 주지만, 한번 실수할 때 피해가 너무나 크지요.
없앨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조심해서 다뤄야 할 것입니다.
어.... 이산화우라늄 분말 질산에 섞어서 침전조에 쏟아붙다가 임계질량 넘겨서 난 사고 맞죠...?? 안그래도 수용액 상태라 그게 감속재 역할까지 해줘서 실제 임계질량 보다도 적은양의 우라늄만으로도 임계사고가 나버린 되게 황당한 케이스던데.. 애초에 저 작업을 하는데 JCO측에서 공정과정이나 메뉴얼 조차 안줬다고 들어서 더 어이가 없었던..
어.... 이산화우라늄 분말 질산에 섞어서 침전조에 쏟아붙다가 임계질량 넘겨서 난 사고 맞죠...?? 안그래도 수용액 상태라 그게 감속재 역할까지 해줘서 실제 임계질량 보다도 적은양의 우라늄만으로도 임계사고가 나버린 되게 황당한 케이스던데.. 애초에 저 작업을 하는데 JCO측에서 공정과정이나 메뉴얼 조차 안줬다고 들어서 더 어이가 없었던..
아마 맞을 겁니다. 너무나 어이없는 사고였죠
체르노빌 보고 관심이 생겨 인터넷서 사진 찾아봤는데 정말 끔찍했죠...
괜히 검색했다는 친구들도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