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야말로 돌아오리라. 아트몬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이먼이 쥐었던 의식용 단검의 힘을 빌려 편법에 가깝게 지상으로 돌아왔으나 아직 본체는 명계에 속박된 상태였기에 명계의 속박을 풀기 위해서는 일단 대량의 영혼을 취해 그것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시큐리티 포스 대원들로는 배도 못 채울 정도였으나, 때마침 나타난 열 명의 강인한 영혼들이 있으니 우선은 그들의 영혼이라도 먹어치워 주린 배를 달래기로 한 아트몬은 그림자들을 내보내 그들을 처치하고자 했다.
"이봐, 거기 변태 자식. 이런 말도 못 들어봤어?"
그러나 김철수는 떼로 몰려오는 그림자들을 상대로도 기가 죽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힘을 팔에 모으며 말했다.
"늑대에게 있어 양떼는 아무리 많아도 문제가 안 된다는 거 말이지."
그 말이 끝난 직후, 자신의 팔에 모인 힘을 파동의 형태로 퍼트려 아트몬의 그림자들을 단숨에 소거해버린 김철수는 그 왼팔로 아트몬이 자신의 그릇으로 삼은 로벨리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정말로 신을 자처한다면, 그런 헛짓거리는 관두고 네가 직접 나서지 그래?"
"건방진 놈...! 내가 가져올 구원 앞에, 넌 하찮은 먼지에 불과하다!"
자신을 향한 김철수의 도발에 아트몬은 자신의 촉수를 뻗어 지하 요새의 중심부에 강력한 시공간 왜곡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고, 명계에 몸이 묶인 상태로도 이만한 힘을 내는 모습에 김철수는 꼴에 신은 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 진정한 어둠의 축복을 가르쳐주마...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어둠의 축복을!"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아트몬의 어둠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이 왜곡된 공간에서만 자신의 힘을 드러낼 수 있는 처지였지만 이 곳에 들어온 영혼들을 모두 취하고나면 그 때부터는 자신의 힘을 조금씩이라도 키울 수 있을 것이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저 어둠에 휩쓸린다면 생사의 문제 이전에 존재의 소멸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그 힘으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지워지는 것이야말로 신도들이 말하는 '어둠의 축복'의 실체였다. 존재가 없다면, 고통 역시 없으므로.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그러나 그 어둠의 파도에 맞서는 또 다른 파도가 있었다. 김철수의 곁을 지키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그와 엮인 것이 많은 '루루칼로스'였다. 그녀의 파도가 아트몬의 파도를 상쇄시키고 있었고, 아무리 명계에 속박된 몸이어서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한낱 정령의 힘에 가로막힐 정도로 약해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 어둠의 신은 이내 다시 한 번 자신의 힘을 모아 어둠의 파도를 일행에게 퍼트리고 있었다.
빛의 신을 없앤다는게 가능한가? 맨날 기도할때 보면 빛의 신을 없애고 어둠의 축복을 가져다 주라는데.
될리가. 아마 쟤네도 아케루스를 명계에 쳐박아 버리는게 한계일껄? 어둠의 축복이 뭔지도 모르는 애들이라 절대 성공 못할거고.
그 어둠의 파도를 보던 김철수와 베르트랑, 루시우스는 생명을 존재했다는 증거 하나도 남기지 않고 소멸시키는 저 어둠이 소위 말하는 '어둠의 축복'인가라는 생각에 뭔가 기분이 썩 좋질 않았고, 그 진상을 이미 알고 있었던 알파드와 아케르나, 마리아는 저것이 바로 어둠의 축복의 진상이라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저게 바로 그 축복의 실체야. 죽이고 말고를 넘어서 아예 존재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힘. 저 어둠에 휘말리게되면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되는 거야."
"그런 게 축복이라고...?"
"어둠의 신의 눈에는 그게 곧 축복이고 구원이야.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존재의 소멸. 존재가 사라지면, 고통도 사라지니까."
그리고 그 진상을 잘 아는 마리아의 말에 김철수와 후우리는 그런 것을 정말로 축복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지 않은 자야말로 가장 행복한 자'라는 식의 말도 물론 있고, '삶은 곧 고통'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저렇게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을 구원이고 축복이라 진심으로 생각하는 어둠의 신에게 광적으로 신앙을 바치던 하샤신들은 도대체 뭐였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
그러나 비록 자신의 힘이 크게 약해진 상태라고는 하나 계속해서 호각지세의 상황이 반복되자 아트몬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명계에 속박된 몸이라 하나... 이런 것들 하나 제대로 먹어치우지 못 할 정도라니..."
"우리는 뭐 순순히 목을 내밀어줄 것 같았어? 바보같은 소리나 하고 앉았네."
그 짜증에 베르트랑이 이죽거리며 답했다.
"여기있는 리리만도 못 한 쓰레기 주제에, 또 꼴에 신이라고 설치는 꼬락서니하곤."
그런 베르트랑의 비꼼에 아트몬은 어떻게든 이 명계의 사슬을 하나라도 끊고서 저들에게 완전한 죽음을 안겨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엄연한 신. 그런 자리에 오르는 일은 힘만 강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역시 단순한 힘만으로는 안 될 일인가. 좋다, 그렇다면 너희의 여흥에 어울려주지. 누가 나서든 난 상관없다."
이미 알베르에게 한 번 크게 당했던 불쾌한 기억이 있었지만 그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엄연히 다르다고 확신하는 아트몬은 이내 로벨리아의 몸을 빌려서는 자신의 어둠으로 덱과 듀얼 디스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철수는 가소롭다는 듯이 자신의 듀얼 디스크를 전개하려 했지만 이내 마리아가 그런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번엔 내게 맡겨줬으면 하는데."
"하아?"
이런 기회는 두 번 오는 것도 아니었기에 김철수는 내심 자신이 어둠의 신을 밟아주고 싶었지만 마리아는 짧고 간단하게 자신이 이번 듀얼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저 자식 때문에... 원치도 않던 혼전임신을 질리도록 했거든."
"어... 음..."
나름대로 돌려 말한 것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일행 전원은 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수긍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고, 마리아에겐 그 한을 풀 기회가 온 것이었다.
"오랫만이네, 어둠이. 지난 5년 동안 마음의 상처 때문에 가슴과 뱃속이 욱신거렸거든. 네가 듀얼로 승부를 건다면, 받아주지."
"어둠의 성모... 좋다. 그런 식으로 내게 대적할 참이라면 내 친히 너를 제물로 삼아주겠다."
복수의 끝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끝을 보기 위해서는 결국 승리가 필요했다. 새롭게 짜맞춘 이 덱이 과연 그 승리를 안겨줄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마리아는 덤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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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만에 글쓰려니 영 감이 안 잡혀서 이번 편은 그냥 날로 먹겠읍니다(...)
사실 워크숍도 다녀오고 컨디션 난조도 겹쳤는데 거기에 블아에 뒤늦은 입덕을 해서 더더욱 팬픽에 집중을 못 했읍니다
다음 글이 언제 올라올지는 저도 이제 모르겠읍니다
어쩌다가 아트몬이 저랬는지 알거 같군요. 수도승의 정신을 본받아서(?)
어쩌다가 아트몬이 저랬는지 알거 같군요. 수도승의 정신을 본받아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원가의 자세!
7년 전 자신을 부려먹었던 아트몬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은 마리아...!!! 과연 마리아는 아트몬에게 통쾌한 복수의 한 방을 먹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블루아카 입덕이시라니...공감합니다. 저도 최근에 입덕했으니까요...허허
블아가 엄청 핫한 게임인가 보군요. 저도 한번 입덕을 해 볼까 생각 중이긴 한데...
정작 게임은 안 굴리지만 캐릭터만큼은 파고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