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카메라 상태 이상 없음! 컴퓨터, 마이크 모두 이상 없음! 자,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할까?"
가구나 생활용품 같은 건 일절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전자 장비만이 가득 차 있는 새하얀 배경의 연구실.
그리고, 온갖 기계들이 덕지덕지 달려 있는 커다란 컴퓨터 여러 대와, 그 앞에 비치된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있는, 20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를 가진, 새하얀 연구복을 입은 쪽빛 생머리의 여인.
오로지 이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에서, 이 여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오늘도 모니터 앞에 앉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 반가워! 내 이름은 아스테리스크! 원래는 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다고 하려 했지만... 내 애칭이랑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가 어마무시한 악행들을 저지르는 바람에, 리스라는 이름을 애칭으로 쓸 수 없게 되어 버렸지 뭐야? 그래서 줄인 이름은 고이 접어 하늘 위로 날려 버리고, 그냥 풀 네임을 쓰게 됐어. 모두들 그 점 이해해 줘☆"
아스테리스크라고 불린 하얀 연구복을 입은 쪽빛 머리 여인은, 자신의 애칭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던 희대의 악녀, "리스"를 언급하며, 그 악녀와 같은 "리스"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녀의 눈 앞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수십 가지의 영상 기록과, 그를 뒷받침하는 수십 가지의 사진 자료 및 문헌들.
모니터 화면에는 트와일라잇 시티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일어났던,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비춰져 있었다.
"엣헴! 그러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아!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모두 불을 켜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 내용을 시청해 줘☆"
"그럼 지금부터 시작되는 아스테리스크 님의 황혼록 이야기! 자, 출발이다!"
"아, 참! 이 말을 하는 걸 깜빡할 뻔 했네. 나도 가끔씩 이런 면이 있다니까. 데헷☆"
"즉, 총집편이야☆"
※※※※
"시작은 가볍게, 한 소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도록 할까?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즉 [애프터라이프]가 파멸을 맞이하고, 소수의 잔당들만이 남아 있던 시간대에서 시작해."
"태양과 달이 아름답게 비추고,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이 거대한 도시에 살고 있는 15살의 한 소년은, 오늘도 자신의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달리고 있어."
"그나저나 쟤 엄청 잘 생겼다~ 저렇게 잘 생긴 아이는 진짜 드문데. 저렇게 잘 생긴 아이가 나중에 가면 어린 나이에 품절남이 된다니... 앗!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으이구, 이 못된 입! 하여튼 방정을 못 부려서 안달이야!"
모니터 스크린에 비춰진 중학교 2학년 정도로 보이는 잘 생긴 외모를 가진 소년, 하림의 모습을 보며, 하림의 잘 생긴 외모에 감탄해 마지 않는 아스테리스크.
그러다 순간 앞으로 있을 미래를 스포일러 해 버린 아스테리스크는, 소년 하림의 미래를 미리 말해버린 자신의 입에 때찌때찌를 하며, 주책맞게 방정을 부린 자신을 따끔하게 야단치는 모습을 보였다.
"흠, 흠! 아무튼, 다시 시작해 보도록 할까? 이 꽃미남 소년 하림은,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정신 없이 뛰던 와중, 어떤 여인과 부딪히게 돼. 그래서,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덱을 떨어뜨리고, 카드는 길에 흩어지게 되지."
"그래서, 림이랑 붉은 머리 여인은 길에 떨어진 카드를 하나 하나 주우면서 정성스럽게 먼지를 털고, 행여 카드가 상하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점검에 점검을 매우 꼼꼼하게 거치지."
"그러던 도중, 진홍월이라고 불린 이 붉은 머리 미인은, 소년의 덱을 구성하고 있던 한 장의 카드를 보고 놀라게 돼. 그 카드는 바로 [요안의 상검사]! 홍월 양도 여러 대회에서 애용하는, 매우 소중한 카드라고 할 수 있지!"
[요안의 상검사] 카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 머리의 미녀 듀얼리스트, 진홍월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애용하는 카드를 하림 역시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홍월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스테리스크.
두 사람이 떨어진 카드 정리를 모두 끝내고,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갈라지는 하림과 홍월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아스테리스크.
그녀는 다시 모니터 화면 앞 버튼 중 하나를 눌러,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화면을 황혼 중학교의 전경으로 바꾸었다.
"여기가 바로, 이 황혼 이야기의 주인공! 15살의 꽃미남 소년, 하림이 다니고 있는 학교인 황혼 중학교야! 미래의 듀얼 챔피언을 꿈꾸는 학생들이 듀얼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공부하는 곳이지! 홍월 양도 이 황혼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 TDC 최연소 챔피언 타이틀을 따 냈다고 해!"
"오늘은 황혼 중학교에서 듀얼 실기 수업이 있는 날! 다른 날과는 달리, 특별 게스트가 이 수업에 참관한다고 하는데... 게스트가 과연 누구일 지, 기대되지 않아?"
영상을 보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보고 있는 영상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아스테리스크.
황혼록에 적혀 있는 이야기 소개로 입에 침이 마를 새가 없어 보이는 이 여인은, 다시 버튼을 조작해 모니터 화면에 듀얼 실기 수업이 있을 황혼 중학교 듀얼 필드를 띄우며, 학생들이 제비뽑기를 하는 과정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열기가 굉장하네! 모두 자신이 1번을 뽑을 거라면서 자신만만하잖아? 이거 누가 1번을 뽑을 지 기대되는걸?"
"자, 그럼 대망의 1번은 누구일까... 나왔다! 1번을 뽑은 학생은, 바로 하림이야! 그 다음 순서인 2번을 뽑은 학생은, 바로 림이의 가장 절친한 친구! 김호철 학생이야!"
"두 사람이 1번과 2번을 뽑았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림이가 속해 있는 황혼 중학교 2학년 2반의 담임 선생님, 한종철 선생님께서 일갈을 지르시자, 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입을 다물게 되었어."
"자, 그러면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페셜 게스트의 등장 시간! 과연 어떤 사람들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관하게 될까... 나도 심장이 다 떨린다..."
곧 있을 스페셜 게스트 공개 시간이 다가오자, 그 때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요란하게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는 아스테리스크.
잠시 후, 로브를 뒤집어 쓴 두 명의 듀얼리스트가 나타나자, 아스테리스크는 이 때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교사 종철이 보내는 손가락 신호에 맞추어, 미소를 지으며 로브를 하늘 위로 높이 벗어 던지는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
두 사람의 정체를 목격한 학생들의 반응을 본 아스테리스크는, 자신 역시 이 날의 기억을 절대 잊을 수 없다면서, 감정이 한껏 고양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짜자잔! 이제야 밝혀지는 충격적인 정ㅊ...가 아니라, 스페셜 게스트 공개! 이번 듀얼 실기 수업에 참관한 두 명의 게스트는, 바로 TDC 최연소 듀얼 챔피언, 진홍월! 그리고, 트와일라잇 시티의 이웃 도시! 리나 시티의 듀얼 챔피언, 에스트렐라야!!!"
"너무나도 유명한 두 미녀 듀얼리스트의 등장에,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환호하기 시작해. 나도 처음에 봤을 땐 깜짝 놀랐다니까? 세상에, 뛰어난 듀얼 실력과 아리따운 미모를 자랑하는 두 명의 듀얼 챔피언이, 지금 자기 눈 앞에 깜짝 등장했다면, 그 누가 안 놀랄 수 있겠어?!"
"그리고 에스트렐라, 스트의 경우는 더 충격이었어! 리나 시티의 듀얼 챔피언이자, 사악한 어둠의 신, "아스트라이모나드"와,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여러 우주에서 패악질을 일삼은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에게서 세상을 구해 낸 "영웅" 중 한 사람이, 지금 자신의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났으니, 학생들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지!"
"스페셜 게스트의 등장에 1번과 2번을 뽑은 림이와 호철이를 부러워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해. 하긴, 나 같았어도 저렇게 유명하고 아리따운 듀얼 챔피언들이랑 듀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학생들처럼 저런 반응을 보였을 거야."
"그렇게 학생들이 림이와 호철이를 부러워 하던 중, 홍월 양의 입에서 충격적인 제안이 나오게 돼. 바로, 자신이 스트와 팀을 맺고 1번과 2번을 뽑은 학생들과 태그 듀얼을 하겠다는 거야!"
"홍월 양이 제안한 태그 듀얼이라는 단어에 학생들은 자신이 뽑은 번호를 보면서 좌절감을 느끼게 돼. 17번이랑 39번을 뽑은 학생들은 그래도 무난한 편인데, 96번을 뽑은 학생은 좀 안됐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저건 전설의 듀얼리스트, "강유마"와 "아스트랄"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에 기록되어 있는, 두 사람을 고난에 빠뜨린 악당인 "블랙 미스트"가 가지고 있는 번호... 앗, 내 정신 좀 봐! 이 놈의 입이 또 주책이네!"
한 학생이 쥐고 있는 제비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96이라는 숫자를 보고, 순간 전설의 듀얼리스트, "강유마"와 "아스트랄"을 고전하게 한 악당, "블랙 미스트"를 언급하려다, 자신이 또 다시 실수를 저지를 뻔 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다시금 자신의 입을 때리기 시작하는 아스테리스크.
이후 모니터 화면에는 홍월과 스트, 하림과 호철의 태그 듀얼 장면이 비춰지고, 태그 듀얼에서 홍월과 스트가 승리한 화면이 뜨자, 아스테리스크는 다시금 입을 열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태그 듀얼은 치열하게 흘러가. 림이는 [불꽃성기사], 호철이는 [테라나이트]로 홍월 양과 스트 양을 상대하지만, 상대는 두 대도시의 듀얼 챔피언.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어. 중간에 림이랑 호철이가 블러핑을 사용해 두 미녀 챔피언을 놀라게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 하고, 듀얼에서 패배하고 말았지."
"이 듀얼은 두 사람에게 있어 가장 잊지 못 할 듀얼이 되었어. 그리고 시점을 조금 더 뒤로 돌려서... 찾았다! 여기, 이 화면을 잘 봐 줘. 2학년 2반 교실 문을 열고 나타난 이 여학생.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녀, 한수진이 등장할 차례니까 말이야."
2학년 2반 교실 문을 벌컥 열고, 수진이 처음 등장한 시기의 화면을 모니터에 띄우는 아스테리스크.
그녀는 수진의 외모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고, 저런 외모와 박력을 가진 여자라면, 남자는 물론이고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것이라며, 수진의 외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시점을 조금 뒤로 돌려, 호철과 수진이 듀얼을 펼치는 듀얼 필드를 스크린에 띄우는 아스테리스크.
호철과 수진의 듀얼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아스테리스크는, 이 날이 두 사람에게 있어 잊지 못 할 기억일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이 때의 기억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이 때 있었던 듀얼은, 호철이와 수진이에게 있어 절대 잊지 못 할 추억일 거야. 이 듀얼로 수진이가 [언체인드] 덱 외에 새로운 덱을 구상하게 되었고, 또 이 때 수진이가 호철이한테 첫 눈에 반하게 되었거든!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연애 플래그가 꽃힌 거라고 할까?"
"아아... 소년소녀의 풋풋한 순애는 언제 봐도 좋단 말이야. 나도 순애물이 참 좋은데. 특히 이런 10대 청소년들의 풋풋한 순애 이야기는 정말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ㅈ...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아스테리스크, 이 지지배가 또 정신 못 차리고 이러고 있네! 아무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게! 여기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야!!!"
호철과 수진이 서로 플래그를 꽂은 날을 회상하며 순애물의 멋짐을 예찬하던 아스테리스크는, 느슨해질 뻔한 자신의 정신줄을 단단히 부여잡고,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하여, 모니터 화면에 이 날 이후 며칠 뒤의 황혼 중학교 음악실 전경을 띄웠다.
피아노를 포함한 각종 악기들이 가지런히 비치되어 있는 음악실.
음악실 문 앞에서 떨어진 곳에 비치된 피아노에 앉아, 자신의 필에 한껏 심취해 연주를 하고 있는 황갈색 머리의 미소녀를 비추고 있는 모니터 앞에서, 아스테리스크는 황혼 중학교 음악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여기, 음악실에 비치된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이 소녀를 주목해! 이 소녀가 바로, 이 이야기의 메인 히로인이니까 말이야!"
모니터 화면에 비친 피아노 앞에서 연주에 심취한 미소녀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미소녀가 바로 이 황혼의 이야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메인 히로인이라며,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는 아스테리스크.
아스테리스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침착하게 숨을 고른 뒤, 이 음악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이어 나갔다.
"가느다란 선과 또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 할 만한, 저 크고 선명하게 봉긋 솟아있는 가ㅅ... 아, 아무튼! 만능 미소녀인 이 아이의 이름은, 바로 이 황혼록의 메인 히로인, 진청월이야! TDC 듀얼 챔피언 진홍월의 친동생이지!"
"진짜 유전자의 힘이 대단하긴 한 것 같아. 언니랑 똑같이 엄청난 미인이네. 나도 청월이 같은 미모랑 몸매를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ㄲ... 아니, 이게 아니지!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외모 예찬만 하면 안 되잖아!"
"아무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림이는,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중, 우연히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청월이의 모습을 보게 돼. 음악실 문 틈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청월이의 모습에, 림이는 그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고 말았지!"
"아아... 이 풋풋하고 아름다운 사랑!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월이가 연주를 마치고 다음 곡을 연주하기 위해 악보를 꺼내려던 순간! 음악실 문 너머로 자신을 훔쳐보고 있던 림이를 발견하고, 청월이는 너무 놀라서 큰 소리를 지르게 돼!"
"그래서 림이는 음악실 안으로 콰당! 하고 넘어지고 말았고, 청월이는 불 같이 화를 내면서, 림이한테 왜 자기를 문 너머에서 훔쳐보고 있었는지, 10초 안에 말하라고 하지."
"림이는 어찌어찌 설명을 마치고, 청월이는 림이의 말을 듣고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지."
"그리고 청월이는 림이를 살려주는 대신, 음악실 문 뒤에서 자신을 훔쳐보고 있던 림이한테, 자신이 원할 때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게 돼. 첫 번째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끝까지 들으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림이가 오늘부터 자신의 남자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
"청월이가 제시한 남자친구 제안에, 림이는 크게 동요하기 시작해.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게 되지."
"아, 나 호구 잡혔다...."
"이건 림이가 조금 불쌍하긴 하네. 림이는 그냥 귀가하다 우연히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서, 음악실 문 틈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청월이를 살짝 바라본 것 뿐인데... 뭐, 이건 림이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림과 청월의 첫 만남이 성사된 시점을 보던 아스테리스크는, 첫 만남에 호구가 잡혀버린 하림을 위로하는 척 하다가,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던 청월을 훔쳐본 하림에게 뼈 아픈 채찍을 선사하였다.
뭐, 호구가 잡혀 연애를 시작하게 된 건 맞으니까, 하림의 자업자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되었어. 하지만, 황혼 중학교 TOP 5 안에 드는 미소년, 미소녀가 서로 연애를 한다니, 거기에 질투심을 느끼고 두 사람의 연애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겠지? 그 세력의 이름은 바로 "청사모"! "청월을 사모하는 학생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이 모임은, 림이와 청월이의 연애를 방해하기 위해, 닌자를 고용해 청월이를 납치하는, 나처럼 순애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살, 아주 더럽고 비열한 짓을 벌이지."
하림과 청월이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을 재생하는 아스테리스크.
비록 호구 잡혀 시작한 연애라고는 하나, 그래도 엄연히 자신의 소중한 여자친구인 청월을 되찾기 위해,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한 닌자와 대치고 있는 하림의 모습을 보며, 아스테리스크는 자신이 이 때의 하림에 빙의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순애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런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어쩌면 둘 다일 지도 모를 아스테리스크의 표정은, 자칭 귀엽고 상큼하고 아리따운 외모를 자랑하는 밝은 표정이 아니라, 지금 보고 있는 장면에 깊게 몰입해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표정이었다.
"이 닌자의 이름은 카게야마. 남자라는 것과, 첩자 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라는 것 이외엔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그야말로 닌자 of 닌자!"
"카게야마는 림이의 속을 긁으면서, 림이와 듀얼을 하게 돼. 림이는 [상검] 덱, 카게야마는 [첩자] 덱을 사용하지."
"카게야마는 림이의 라이프 포인트를 줄여 나가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작전을 사용하게 돼. 하지만 림이는 카게야마의 락 필드를 돌파하고, 카게야마에게서 승리를 가져오게 되지."
"카게야마는 약속한 대로 청월이가 감금되어 있는 컨테이너로 림이를 안내해 줘. 주어진 임무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인다고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선한 인간이었으니까."
"컨테이너 앞에 도착하자마자, 림이를 반겨준 것은 흉기로 무장한 청사모 학생들이었어. 림이는 맨손으로 청사모와 싸우기 위해 자세를 잡고, 청사모는 림이를 향해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어!"
"눈으로만 봐도 흉기를 든 청사모 쪽이 유리한 상황. 림이는 흉기에 맞고 신체가 멀쩡하게 돌아가면 다행인 상황이었지."
"바로 그 때! 예상치 못 한 상황이 벌어지게 돼! 바로 청사모에게 고용된 닌자 카게야마가, 림이 편에 서서 청사모 학생들을 제압하기 시작한 거야!"
"갑자기 자신들을 공격하는 카게야마를 본 청사모 학생들은 격분하지. 널 고용한 우리들을 왜 배신한 거냐면서 말이야. 그러자 카게야마는, 자신은 맡은 임무를 다 했으니, 이젠 청사모의 편이 아닌 야인(野人)이라고 대답하면서, 흉기를 든 청사모 학생들을 하나 하나 제압해 나가지."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카게야마에게 모조리 제압된 청사모 학생들은 꽁꽁 묶인 채 경찰에 넘겨지게 되고, 림이는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친구, 청월이를 구해내는 데에 성공하게 돼."
"그리고 그 날 이후, 트와일라잇 파크에서 청월이와 데이트를 하게 된 림이는, 관람차 안에서 청월이와 첫 키스를 하게 되지. 관람차 밖에선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해 주듯이, 여러 색의 불꽃이 펑펑 터지고. 또 청사모는 이 이후로 황혼 중학교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되어, 조사 끝에 결국 불법 사조직이라는 것이 적발돼 해체 수순을 밟게 되고, 이 이야기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게 되지."
※※※※※
"휴, 정리하는 게 힘드네...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할까?"
"황혼록"이라는 제목의 책, 초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자신의 이마에 흐른 땀을 손수건으로 닦는 아스테리스크.
그녀는 앞으로 자신이 소개할 황혼록 이야기도 기대해 달라며,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대게 할 정도로 상큼한 미소와 윙크를 날렸다.
"자, 그러면 다음엔 어떤 내용을 소개해야 할까나..."
"이야기를 정리하는 게 많이 힘든 모양이군, 아스테리스크."
"워, 워즈?!"
황혼록의 책 내용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뻘뻘 흘린 아스테리스크 옆으로,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남성, 워즈(words).
그는 이번에도 이야기 내용을 정리하느라 고생한 아스테리스크를 격려해 주며, 그녀와 매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딱 봐도 보통 친근한 사이는 아닌 모양인지, 워즈를 보며 상큼한 미소를 짓는 아스테리스크.
워즈는 그녀의 미소를 보자 자신도 따라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있을 이야기 소개에는 자신도 끼워 달라는 부탁을 넣었다.
그렇게 시작된 워즈와 아스테리스크, 두 사람의 황혼록 소개 시간.
이 소개 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지게 될 지, 그 점을 기대해 볼 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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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69화 연재 완료!
이번 편은 제1회 릴레이 팬픽 19화를 써 주신 유저 분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제목도 그대로 따 온 총집편을 적어 보았습니다.
덕분에 아스테리스크는 애칭인 리스를 쓰지 못하게 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ㅠㅠ (하필 본편에서 리스가 엄청난 스케일의 악행을 저지른 악녀가 되는 바람에, 아스테리스크 입장에선 리스라는 이름을 못 쓰게 된 것이 억울하겠네요.)
그리고 막판에 나온 워즈(words)는 가끔씩 본편 나레이션을 하던 인물의 정체로, 외모와 복장 모티브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워즈(찬양하라!)가 맞습니다.
이거 총집편 다 적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까... 벌써부터 걱정이네요ㅠㅠ
아무튼 이번 총집편 1화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음 전 워즈하길래 워드프라우스가 생각났는데 그나저나 여기서 총집편이라니? 역시 가장 시급한건 외전 총집편인가.... 근데 적어야할 이야기가 있는데!!!!
본편은 총집편이 필요할 것 같아서 초반 내용 총집편을 적어 보았습니다. 시즌 1,2 합쳐서 다뤄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 같이 쌓여서, 트와일라잇 스토리를 감상하시는 독자 분들을 위해 총집편을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번 편을 적게 되었습니다. 이거 총집편 언제 다 적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