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현재는 연구하는 사람에 따라 '항왜'라는 단어와 '순왜'라는 단어가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곤 합니다. 이 때문에 항왜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서로의 연구 자료를 공유하기 전에 서로의 용어를 먼저 조율하곤 하죠."
성민과 윤아가 함께 듣는 역사학과 수업. 오늘은 한국사 수강이 있는 날이다. 평소였다면 평범하게 수업을 들었겠지만...
"[우리가 만나고 이틀이 지났는데 별 거 없었네.]"
"[그러게요. 버서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두 사람은 염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윤아 쪽이 만든 팔찌형 마술도구를 이용한 것으로, 그 날 두 사람이 정보 교환을 끝내고 윤아가 즉석에서 만든 것이었다. 본래 이런 마술도구는 제작에 시간이 조금 소요되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인 재료를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 미리 만들어둔 덕분에 곧장 만들 수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단순한 팔찌지만, 마술회로가 개방되어 있는 사람이 사용하면 한 쌍이 되는 팔찌를 착용한 사람과 염사로 대화할 수 있는 도구야. 서번트를 소환하고 영주가 부여되었다는 건 어쨌든 마술회로가 열렸다는 얘기니까 쓰는게 무리는 없을거야."
처음 이 도구를 건네며 윤아가 덧붙인 설명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수업 중에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도 두 사람은 정보교환이 가능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 뉴스 어떻게 생각하세요?]"
"[삼명그룹 회장 살인사건과 본사 폭파 말이지?]"
삼명그룹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간 정도 규모의 이름 있는 기업이다. 여러 제품을 시중에 유통중이며 특히 가전제품은 국내에서도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브랜드의 기업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현 회장의 아버지였던 당시 회장이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논란이 있기도 한 기업이었다. 최근 있었던 연쇄 살인사건으로는 벌써 9번째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평소와는 다르게 흘러갔는데, 단순히 회장이 살해당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본사 건물에 폭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미 살해당했던 회장을 제외하고 폭발에 휘말린 사람은 없었다고는 하지만, 새벽에 도심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일어난 폭발 때문에 늦은 시간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경찰도 현재 폭발의 원인을 조사중이라고는 하지만 밝혀진 것은 없다고 한다.
"[서번트일까요?]"
"[정황상 그게 가장 가능성 높은 얘기겠지. 문제는 서번트가 엮였으면서 그런 폭발이 일어났다는 건...]"
"[둘 이상의 서번트끼리의 충돌... 이란 거죠?]"
"[잘 알아챘네. 맞아, 그거야.]"
건물 하나를 통째로 마술공방으로 삼은 마술사를 사냥하기 위해 건물을 통째로 폭파시킨다던가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서번트라고 해도 마술과는 관련이 없는 일반인을 살해한다면 그냥 조금만 힘을 주면 끝날 일이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평타 한 방이면 충분한 것을 굳이 스킬까지 쓸 이유는 없다는 것. 더군다나 대상이 살해된 후에 폭발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서번트를 배제하기 위함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힘의 행사에서 평범한 인간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인만큼, 가벼운 충돌에도 주변에 가해지는 여파는 상당하다. 거기에 스킬이나 보구 행사가 있었다면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골치아픈 건 이 성배전쟁이 마술협회나 성당교회 쪽에 알려지지 않았다보니 감독관이 파견되지 않았다는 거야. 어떻게 은폐하려는 건지...]"
성배전쟁은 기본적으로 '신비의 은닉'이 가장 큰 룰로 작용한다. 때문에 마술에 대해 일반인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테러, 살인 등 어떠한 행위도 묵인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은폐나 복구는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성당교회에서 파견된 감독관이 조율을 하고 규모에 따라서는 마술협회도 사태 복구에 협력한다. 문제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배전쟁은 성당교회는 물론, 마술협회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은폐와 복구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시계탑에서 한국의 성배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인물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있지만 그 역시 한국에 머물러 있었던 윤아를 통해 알게 되었던 거라 아직까지 다른 인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엘멜로이 교수님께 말은 해 두었지만 얼마나 빨리 조치가 취해질 지는 모르겠네. 교수님 위치상 본인이 쉽게 움직이기도 힘들고, 성당교회 쪽에 인연도 없다보니...]"
"[그보다 살인사건과 폭발이 연관되어 있다면, 충돌한 서번트는 랜서랑 어새신일까요?]"
"[그건 확정하긴 일러. 둘 중 한 명은 연관되어 있겠지만, 그 둘만 충돌했는지 아니면 버서커나 다른 서번트가 움직였는지는 모르니까.]"
엘멜로이 2세는 윤아에게 지령을 전달하면서 그녀에게 자신이 참여했던 후유키의 성배전쟁의 사례를 일부 얘기했었다. 그 중 하나가 당시 첫 번째 서번트 간의 충돌이 있었을 때 무려 5명의 서번트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윤아는 마찬가지로 3명 이상의 서번트끼리 조우했다는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우리는 이번 성배전쟁 참가자 중에서는 후발주자나 마찬가지야. 나는 몰라도 너는 버서커가 확실히 7번째라고 말했으니 마지막이겠지. 나도 내 앞에 몇 명이 먼저 서번트를 소환했는지 모르고. 그만큼 정보 수집이 무엇보다 우선이야. 명심해.]"
"[네, 알고 있어요.]"
"[사실 이것도 많이 늦은 거지만, 이제 사역마를 운용해서 정보 수집량을 늘릴 거야. 너한테도 알려줄게.]"
이걸로 자신도 진짜 마술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성민은 약간 긴장했다.
"[걱정하지 마. 사역마 다루는 건 그렇게 어려운 마술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한테 마술을 가르쳐주는 건 나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으로, 오늘 수업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제가 여러분들께 내드렸던 과제는 다음주까지니 모두 잘 준비하고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시길 바랄게요."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 짐을 싸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성민도 윤아와 합류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두 사람 사이가 좋아보이는군요."
갑자기 말을 꺼낸 것은 방금 전까지 강의를 했던 교수였다.
"아, 네. 제가 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윤아 선배가 이것저것 많이 도와줬거든요."
"아아, 그랬군요. 선후배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죠. 전 또, 저랑 못 본 사이에 연애라도 시작한 줄 알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두 사람 모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장성민 군이었죠. 외할아버님은 건강하신가요?"
"네? 아, 네. 건강하신데, 교수님께서 어떻게 저희 외할아버지를..."
"외할아버님 함자가 김 홍자 준자 맞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어떻게..."
한국사 교수 심우길. 지금은 이렇게 대학교에서 한국사 강의를 담당하고 있지만 상당히 굵직한 논문을 발표한 국사 부문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역사학자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 정도 권위를 가진 분과 자신의 인연이라고는 이렇게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의 관계밖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분이 자신의 외할아버지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안부를 묻는다는 건 성민 본인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한 경우였다.
"허어, 아무래도 그 분께 못 들으셨나보군요. 하기야 그 분 성격상 성민 군에게 얘기는 잘 안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제가 젊었을 때 역사 연구를 할 때 그 분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역사학자였다고요?"
"한 때는 그랬지요. 지금은 은거하다시피 하고 계셔서 저도 그 분과 연락이 끊긴지 10년이 넘었거든요. 당시에도 상당히 과묵하셨던 분이라 아마 성민 군한테도 굳이 얘기할 필요를 못 느껴서 얘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 * *
"설마 우길 교수님이 너희 외할아버지랑 아는 사이였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러게요. 근데 어떻게 아신 거지..."
"연락 끊긴지 10년 정도 되었다고 하니까 그 전에 할아버지께 듣거나 하지 않았을까?"
성민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설마 권위있는 역사학자가 자기 집안과 인연이 있는 사람일 줄이야. 기회가 되면 외할아버지께 연락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지?"
"네."
성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성민의 서번트, 아처였다. 그들이 만난 장소가 인적이 드문 한강 다리 밑이었기에 누군가가 보는 일은 없었다.
"오셨습니까, 주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틀 전 합의 이후 양쪽은 라이더와 아처가 번갈아가며 구역을 나눠 서울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어제는 라이더가 수색 임무를, 아처가 두 사람의 호위 임무를 담당했고, 오늘은 반대로 아처가 수색 임무를 마치고 합류했다.
"그나저나, 라이더 공은 오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
"지금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호위 중이야. 사실 나도 그 쪽이 왜 너희랑 합류 이후에 거리를 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성민과 아처는 라이더를 직접 대면한 적이 없었다. 전날은 라이더 쪽에서 영체화 상태로 임무 보고만 하고 어디론가 사라져서 라이더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으나 모습은 직접 볼 수 없었다. 윤아의 말로는 곧장 PC방으로 직행했다는 듯 하다.
"설마 오늘도 아처 합류했다고 곧장 PC방 직행인 건 아니겠죠..."
"글쎄..."
윤아는 다소 골치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유의미한 수확은 있었어...요?"
"슬슬 말을 놓으셔도 됩니다, 주군. 지금의 저는 주군을 섬기는 서번트이니."
"아, 그럼... 어땠어?"
"어제 라이더 공이 보고한 것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세이버의 기척은 구로구 쪽에서 변동없음. 랜서와 어새신, 캐스터의 위치는 아직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랜서는 거쳐간 마력의 흔적이 남은 곳이 일부 보이지만, 어새신과 캐스터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윤아 쪽이 처음 세이버의 기척을 감지한 위치도 구로구였다고 한다. 즉, 세이버는 여전히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별다는 수확은 없는건가. 세이버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다만 하나, 소득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윤아가 혀를 차며 난감해하고 있을 때, 아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구로동과 신도림동이 인접한 곳에서, 버서커의 마력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버서커?"
"네. 기척은 없었습니다만, 거기에 마력의 발산을 제법 강하게 했는지 흔적이 제법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버서커의 흔적은 예상 외였다. 게다가 마력의 발산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는 건 보구 행사급의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움직이지 않는 세이버. 거기에 강하게 남은 버서커의 마력이라... 선배 혹시..."
"전형적인 세이버의 '니가와'에 버서커가 말려들었다, 이런 얘긴가?"
성민의 말을 끊은 것은 윤아도, 아처도 아니었다. 멀리서 반팔티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라이더, 그게 무슨 소리야?"
"라이더? 이 사람이..."
성민은 조금 놀랐다. 그가 갑자기 직접 나타날 것은 생각도 못했고, 무엇보다 이렇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주칠 법한 비주얼의 인물이 서번트일줄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겠네. 장성민 군. 그리고, 아처 공."
"그렇소. 처음 뵙겠소이다. 서번트 아처, 진명은..."
"아, 진명은 됐소. 어차피 나중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을."
생각 이상의 털털한 모습이었다. 성민은 속으로 이 사람이 진짜 과거에 이름을 남긴 위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는 됐고, 라이더. '니가와'라는 게 뭐야?"
"대전액션게임에서 사용하는 말이야. 적당히 죽치고 앉아 있으면서 상대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오면 그 때 공격해서 다시 거리 벌리고 대기하고 반복하는 거지."
다소 당황스러운 비유였지만, 덕분에 성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비유였다.
"어... 그러니까..."
"세이버가 굳이 자리를 움직이지 않고 기척만 발산하는 이유가 뭐겠어? 가능성이 큰 건 둘 중 하나겠지. '나랑 붙으려면 니가 여기로 와라.',아니면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 함부로 왔다간 큰 코 다칠 줄 알아라.'"
"흠, 일리가 있구려. 그런데 그 전략은 자칫 잘못했다간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소?"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지. 무엇보다 자리를 잘못 잡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그 옛날 신립 영감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가 패배한 것처럼 말이오. 아마 귀공도 알지 않을까 생각되오만."
라이더의 말에 아처는 움찔했지만 그걸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그 말은 반대로, 진을 잘 잡았다면 이득을 더욱 챙길 수 있다는 말이겠군."
"그렇소. 그리고 보통 성배전쟁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진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경우는 둘 중 하나지. 캐스터 클래스같은 진지작성 스킬이 있거나. 아니면..."
"...고유결계."
라이더의 말을 받은 것은 윤아였다.
"바로 그거야. 역시 내 마스터라니까."
"어느 쪽이든 난감하지만, 기왕이면 후자보다는 전자 쪽이 나을텐데."
"고유결계라는 게 그렇게 안 좋은 거에요?"
처음 듣는 단어에 성민은 긴장해서 물었다.
"고유결계는 개인의 심상세계를 구현한 공간이야.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홈그라운드를 즉석에서 펼치는 결계지. 그만큼 마력 소모가 크긴 하지만, 그 고유결계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우리가 세이버를 상대하게 될 경우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어."
"요컨대, 장르가 대전액션게임에서 RPG 게임의 공성전이나 보스 레이드같은게 될 수도 있다는 소리지. 까딱 잘못했다간 공허의 유산 시네마틱 찍거나 탄막슈팅게임 하는거고."
"넌 꼭 비유를 그렇게 해야 돼?"
"괜찮아요, 선배. 덕분에 이해하기 쉽네요."
"거 봐."
라이더는 피식 웃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윤아의 눈빛은 한심함이 섞인 듯했다.
"헌데, 그 정도 마술이라면 세이버의 마력도 강하게 남아 있어야 맞지 않소?"
"그렇겠지. 그 말은 세이버는 고유결계를 행사할 정도의 마력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겠고."
"그렇다면 고유결계가 아니라 진지작성을 보유한 케이스일 가능성도 둘 수 있겠군."
"그럴 수도 있겠다만,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긴 이른 법이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것보다 버서커가 어째서 세이버와 충돌했는가라고 생각되오만."
라이더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던 버서커가 갑자기 세이버와 충돌했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는 추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었다.
"일단 난 세이버와의 충돌을 고려하더라도 현장에 가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의견이야."
라이더가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세이버의 전력이 어떤지 확실하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막 본격적으로 정보 수집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사역마로 그곳에서 2차 충돌이 있기까지 감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점도 있었기에 확실한 것은 직접 부딪쳐 보는 것 뿐이었다. 물론 고유결계를 사용한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벼운 충돌을 유도해야겠지만, 지금 그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장 얻을 것이 많은 선택지이기도 했다.
"소인도 라이더 공과 같은 의견이오. 기왕이면 보구의 행사는 없었으면 하지만."
아처 역시 라이더와 동일한 의견을 제시했다.
"둘의 의견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 전략적인 판단은 우리보다는 두 사람이 더 나을테니까."
윤아는 두 사람의 의견에 수긍했다. 성민 역시 이의는 없었다.
"좋아. 그럼 오늘 밤 거기로 이동하자. 거리는 조금 있지만, 조금 일찍 움직인다면 문제는 없을 거야."
* * *
삼명그룹 본사 건물. 민간인 출입 금지 띠를 두르고 경찰들의 수사가 진행중이었다.
"허 참, 도대체 뭐가 터진 거람."
"그러게 말이에요, 반장님. 탕비실 가스가 누출되었다 해도 저 정도 규모는 아닐텐데."
폭파 현장은 생각 이상으로 참담했다. 거의 건물의 상반부가 싹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회사의 탕비실에서 가스가 누출되어 폭발이 일어났다고 하기에는 확실히 지나친 규모였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 일어나려면 폭탄 테러의 가능성이 가장 높지. 참, 대한민국에서 폭탄 테러라니..."
"그러면 국정원 쪽에서도 조사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같은 일개 형사들이 손 대도 되나 모르겠네."
"아직 확실히 나온 게 없잖냐. 별 수 없이 우리가 굴러야지."
두 형사의 잡담이 중단된 것은 낯선 인물이 현장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 때였다.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마치 무언가를 탐색하듯 현장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언가 수상함을 느낀 두 형사는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무슨 볼일이십니까? 여기는 지금 수사중이라 민간인 접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아, 이 현장을 담당하시는 수사반장 되십니까?"
"...그렇소만."
일부러 다소 위압적인 태도로 나온 형사들의 태도와는 반대로 남자는 상당히 부드러운 태도로 말을 걸었다.
"아, 그쪽이 수사반장이시군요. 고생하십니다."
"무슨 일인데 이 쪽을 찾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다름이아니라,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왔습니다."
"뭐, 뭐요?!"
상대의 뜬금없는 소리에 수사반장은 황당했다.
"아니, 당신 뭔데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갑자기 수사를 중단하라니?"
"수사를 중단하고 가스 폭발이 원인이었다고 발표하라는 지시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게 지금 말이야 방구야? 당신은 어딜 봐서 저게 가스 폭발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장난하자는 거야?"
"그럴 리가요.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당신 어디 소속이야? 어디의 누구야?"
"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남자는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그것을 잠시 보더니 이내 태도를 바꿨다.
"엇, 실례했습니다! 그 쪽에서 내려온 지시라면 어쩔 수 없죠."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고생하시는데."
"아유, 아닙니다. 까라면 까야죠."
곧이어 두 사람은 철수 지시를 다른 형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 본 남자는 길을 건너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인적이 보이지 않자,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걸로 저 사건은 은폐되고 유야무야 넘어가겠지. 앞으로는 조심하시오, 어새신."
남자의 말에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플랫캡을 쓰고 폴로코트를 입은 남성이었다.
"감사하오. 그리고, 미안하게 되었소."
"그건 그렇고, 상대가 누구라고 했소?"
"죽창에 낡은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소. 생전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소."
"흠, 대충 누군지 짐작은 가지만,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는 일단 침묵하도록 하겠소."
정장을 입은 남자는 어새신이라고 불린 코트 남성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앞으로 내 연락할 일 있으면 이걸로 연락하겠소. 또 이런 일이 없도록 처신 잘하길 부탁드리겠소."
"걱정 마시오. 실수는 또 없을테니."
"행여나 또 랜서와 조우하는 경우에는 시간을 끌고 나를 부르시오. 내 어찌 조율해보지."
정장을 입은 남자는 어새신과 거리를 두더니 곧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허공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목소리만이 들렸다.
"명심하시오. 그대는 이번 일에서 짊어진 것이 큰 자요. 어찌하여 그대가 단독으로 불려왔는지, 그 의미를 잊지 마시오."
점점 흥미로워지네요. 궁금한게 있는데 이 성배전쟁에서 불린 서번트는 총 7명 맞나요? 대전이라고 제목에 적혀있어서 아포크리파와 비슷하지 않나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소환된 서번트들은 전원 한국과 관련된 영령들인가요? 아니면 다른 나라의 영령들도 있나요? 궁금한게 많은데 일단 이정도 적어봅니다 ㅎㅎ;;
스포일러라 상세한 언급은 어렵습니다만, 제목은 대전이라 적었으나 아포크리파처럼 14명까지 등장하진 않습니다. 다만 스토리 전체로 따진다면 7명+a의 서번트가 등장 예정이에요.
랜서 진명은 거진 다 드러난 모양입니다 ㅎㅎ
랜서는 뭐 거의 후보가 한 분이니까요.
랜서는 보구명이 인내천인가 주인공 서번트는 항왜 사야가일듯 임진왜란에 반응하는거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