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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그릴 때 중요한 점이 뭔가요?
츠지다
아무튼 FGO를 플레이 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제대로 플레이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특히 메인 시나리오나 기간 한정 이벤트가 서비스 되면 엄청난 기세로 진행합니다. 만화의 소재 찾기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일개 유저로서 빨리 다음 장으로 진행하고 싶어서 하는 것 뿐이지만요.(웃음)
근데 거기에는 신규 서번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기존 서번트의 새로운 일면이나 에피소드가 전개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는 제일 먼저 확인합니다. 그밖에도 막간의 이야기나 마이룸에서의 대화도 정보가 많기 때문에 거기서 소재를 찾을 때도 있어요.
츠지다 선생님이 몰루마루의 애니를 제작할 때 '기왕 만드는 거니까 이렇게 해보자, 바꿔보자'라고 생각한 게 있나요?
츠지다
기본적으로는 만화에 충실하게 만드는 게 편하다면 편하기는 한데요, '만화에서는 이렇게 그렸지만 머리속에서는 이런 이미지였어'라는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보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편이 재밌어질 것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움직임을 부여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8화에서 와타나베 츠나가 미처 베지 못한 피자의 치즈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부분. 여기는 애니메이터 분이 굉장히 잘 표현해 주셔서 훨씬 실망한 느낌이 나게 됐죠. 그런 잘 알 수 없는 부분에 정성이 꽉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16화에서 후지마루가 신 마술예장으로 저지를 입는 장면을 애니는 좀 더 고민해서 패션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한가지 더 이유가 있어요. 놀랍게도 이 편에서 처음으로 시온한테 목소리가 입혀지게 됐거든요. 시온의 대사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패션쇼를 하게 하고 그 사회를 시온 역의 아오키 시키 씨한테 부탁드렸습니다.
타카하시 리에
저도 아오키 씨가 연기하는 시온의 첫 공개가 몰루마루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츠지다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놀랐습니다. '네? 진짠가여?! 괜찮은 건가요?! 그럼 살짝 연출 바꿀게요...'(웃음)
연출을 바꾸는 얘기하니까 10화랑 20화가 특수 엔딩이었죠. 그건 왜 바꾸려고 생각한 거죠?
츠지다
그건 그냥 현장의 즉흥이죠.(웃음) 10화는 포우 군이 시무룩 해지면서 끝나는 편인데 그 직후에 포우 군이 기운차게 달리는 것도 위화감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무룩한 상태 그대로 걷는 포우 군을 직접 그려 본 결과, 그걸 본 음향 스탭 분이 '이거 카와스미 씨한테 노래를 부탁하면 괜찮겠는데?'라고 말을 꺼내서...카와스미 씨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그 엔딩이 완성됐습니다.
20화의 아킬레우스가 달리는 버전은요?
츠지다
그건 그림 콘티 작업 중에 그냥 떠올랐어요.(웃음) 작화 작업이 끝나고 룸런너로 달리는 아킬레우스 그림 소재가 아주 잘 그려져서 이걸 그대로 쓰자 싶었죠.
타카하시 리에
츠지다 선생님이 직접 감독으로 만들고 있기에 생겨나는 현장감이군요. 간단하다는 듯이 말씀하시지만 상당히 손이 많이 갈 겁니다. 그럼에도 재밌어진다면 하자!는 현장의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지금까지 한 녹음 중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타카하시 리에
4화에서 마슈가 방패에서 냄비를 꺼내는 장면에서 살짝 애드립을 친 일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저도 '마슈가 맛있는 걸 먹었으면 좋겠어' '항상 포근포근한 마슈로 있어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가득해서 '맛있게 지을게요~'라고 애드립을 쳐봤는데, 그대로 채용해 주셨죠. 정말 좋아하는 몰루마루 세계관에 저도 마슈로서 포근포근함을 제공해서 기뻤습니다.
츠지다
타카하시 씨의 애드립은 항상 귀엽습니다. '맛있게 지을게요~'라는 식의 긴 애드립은 얼마 없지만 영상의 정말 세세한 부분을 캐치해서 디테일한 연기를 해주십니다.
타카하시 리에
화면 속에서 마슈가 땀을 흘리고 있다는 식의, 마슈다운 리액션을 발견하면 가능한 맞춰주고 싶어서 화면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숨쉬는 연기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연기는 1화에서 복도에서 자고 있던 후지마루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 '앗, 깼다'고 말하는 대사. 마치 아기가 일어났을 때 같은 뉘앙스로 말하자고 신경을 썼습니다.
츠지다
쿠 훌린이 '뭐? 간난아기?'라는 대사를 받아서 '앗, 깼다'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그 한마디로 작품의 부드러움에 박차가 가해진 느낌입니다.
츠지다 선생님은요?
츠지다
다들 이따금 애드립을 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걸 꼽자면 2화 홈즈입니다. 홈즈가 악특성이 부여 된 시구르드의 안경을 깨는 장면에서 '과연' '흥미로워' '재미있군'하고 게임의 배틀 보이스랑 똑같은 대사를 치는데, 사실 그거 미즈시마 씨의 애드립이거든요.
타카하시 리에
네?! 굉장해!! 그거 대본이 아니었어요?! 애드립이라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게 딱 어울렸어요!!
츠지다
만화에서는 아무 말없이 공격을 했기 때문에 애니 대본도 대사가 없었어요. '훗' '핫' 이런 기합 연기를 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즈시마 씨가 그 애드립을 쳐주셔서 '그걸로 갑시다!'하고 즉결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애니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편이 있다면요?
타카하시 리에
네모 등장편을 제외하고 꼽자면 6화 '보관고가 발렌타인 예장으로 꽉 차버린다'는 착안점이 좋아요. 실제로 게임에서도 발렌타인 이벤트가 찾아올 때마다 서번트한테 받은 선물이 자꾸 늘어나서 보관고가 압박을 받아서요. FGO 유저라면 '맞아 맞아!'하고 공감하는 사례인데, 그게 실제 광경은 이런 꼴일줄은...확실히 매년 다리우스 씨한테 코끼리를 받으면 그렇게 되겠죠.(웃음)
츠지다
전부 애착이 가지만 8화 킨토키의 태클은 파괴력이 있었습니다. 이 편은 킨토키 역의 유사 씨랑 와타나베 츠나 역의 아카바네 씨가 함께 녹음을 할 수 있었는데 두 분의 티키타카가 정말 재밌었어요. 유사 씨의 태클은 귀중한 느낌이라 마음에 듭니다.
타카하시 씨는 앞으로 몰루마루에서 어떤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가요?
타카하시 리에
화이트 데이 이벤트에 등장하는 CBC개념예장 소재는 어떨까요? CBC 개념예장에는 저마다 다양한 시추에이션이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탐정 에드몽 같은 건 시리즈화까지 됐잖아요? 그런 FGO와는 다른 세계선을 몰루마루로 보고 싶어요.
츠지다
탐정 에드몽은 확실히 썰을 풀 수 있을지도...앞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려볼게요.
FGO를 하다보면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싸움이나 복잡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몰루마루를 접한다면 몰라도 돼!라고 뻔뻔하게 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FGO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분도 이걸 기회로 꼭 뛰어들어와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게임과 함께 몰루마루를 즐겨주세요.
작가분은 성함도 몰랐네요 인터뷰로 나온 건 알기 쉬워서 좋군요
신은 존재하고 몰루마루를 그리고 있다. 몰루마루 개그 맛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