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무신론 운동은 궁극적으로 실패하리라 본다
무신론 운동이 무식해서가 아니다 - 그 반대이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여기 하나의 현상이 있다
'유신론자는 무신론자보다 지능이 떨어진다'
이건 무신론자가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고, 수많은 연구결과가 이것을 뒷받힘하기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근데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게 좋을까?
1. 신을 믿으면 원래 명석했던 머리가 아둔해진다
2. 신에 대한 동기부여가 달라져서 이제까지와 다른 사람들이 신을 찾게 되었다
난 두번째에 걸겠다
신은 사상이다. 사상이 달라졌다고 한 사람의 지능이 갑자기 역변하는가?
공산주의 사회에서 엘리트였던 사람이 자본주의 사회로 전향한다고 지능이 달라지지 않는다. 반대도 그렇다
합리적인 결론은 '원래 엘리트가 아닌 사람이 신을 찾게 되었다'일 것이다
그럼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이 어째서 신을 더 많이 찾게 되었나?
그냥 주변을 보면 된다
사회는 파편화되었고, 본디라면 신 없이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익숙한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상실했다
이것은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이 곤경에 빠져나가는 것을 어렵게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익숙한 전통적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것이 종교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동기부터 대학교 동기까지 전부 포용하는 커뮤니티는 종교밖에 없다
이 전통적인 커뮤니티는 배려와 도움의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이게 뜻하는건 간단하다 - 한국에서 갈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일용할 밥 한공기, 김치 한접시를 주는건 단 두부류의 사람밖에 없다
공무원. 그리고 종교인
한국보다 부유한 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전국민의 10%가 거리에 앉아있다
교회가 아무리 욕먹어도 이 커뮤니티가 사멸한다면 미국 최하층 극빈민의 절반은 굶주림속에 죽어갈 것이다
영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식품배급소에서 기나긴 행렬을 이룬 사람들에게 종교인의 해악을 탄핵하는게 얼마나 먹힐까?
무신론자는 과학이 발달할수록 종교의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했으나, 빗나갔다
오늘날 종교는 날이 갈수록 기세 등등해지고 있고, 무식한 기독교도는 과학을 능멸하고 있다 - 그것도 날이 갈수록 거세진다
과학은 분명 일부 사람들에겐 종교의 자리를 빼았았다 - 잘 교육받고,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들에겐
그러나 과학은 다른 종류의 사람들에겐 오히려 종교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 교육수준이 낮고, 미래가 암담한 사람들에겐
내가 보기에 무신론이 해야할 것은 종교를 공격하고, 그 해악을 탄핵하는게 아니다
이것은 분명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겐 효과적일지 몰라도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천주교와 데레사의 해악을 비난하는건 매우 효과적이었다 + 동시에 역효과를 불렀다
거적데기를 두른 빈민에게 국 한그릇 주는건 히친스가 아니었으니까
그리샴의 소설에서 노숙인을 보호하던 변호사들은 왜 무신론자가 아니라 교회로 향했겠는가?
교황이 정공이라서 끊임없이 공동체를 강조하고, 약탈적인 경제체제와 싸우려 했겠는가?
문제는 커뮤니티에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무신론자의 운동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무신론자보고 종교의 해악에 대한 탄핵을 멈추란게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된다
그러나 '인간'을 적으로 만들지는 마라
종교에 다가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동기부여를 무시하지 마라
종교를 공격하는건 몰라도, '종교인'을 공격하는건 종교의 세력성장을 저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을 보다 극단적으로 만드는 연료를 공급할 뿐이다
사람들이 종교에 이끌리는 동기부여를 생각하고, 그 동기를 만족시키는 방향의 무신론 운동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게에서 종교를 욕하는건 다른 이유가 아닌 그들을 욕하고 깔보고 무시하면서 자신들은 좀 더 잘난다고 생각하기 위함이다